등산 답사기: 배봉산, 백련산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본인 역시 코딩 집중도가 올라가고 대외적으로 이것저것 바쁜 일이 생기니.. 지난 봄만치 멀리 가서 높은 산을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날씨가 풍경 사진을 찍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이긴 하나, 본인처럼 열 많고 땀 많이 흘리고 더위에 약한 사람에게는 장거리 산행을 몹시 괴롭게 하는 날씨이다.

이럴 때는 도심에서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그냥 100~200m대 높이의 공원에 가까운 언덕을 산책하고 오는 걸로 만족하곤 했다. 중전철 대신 경전철, 행성 대신 왜행성 같은 느낌이랄까? 하긴, 예전에 올랐던 산 중에도 개화산이나 응봉산처럼 완전 작은 놈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원래 가려던 산 대신 예정에 없던 엑스트라로 다녀온 곳이 두 군데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얘들은 다 외곽이 아닌 시내 중심지에 있고, 산 반대편으로 건너갔다고 해서 교외 지역이나 경기도에 도달하는 게 아닌 것치고는 지하철 접근성이 별로 좋지 않다. 이에, 본인 역시 둘 다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으로 방문해서 다녀 왔다. 단, 한 곳은 자전거를, 다른 한 곳은 자동차를 이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1. 배봉산

정상의 높이는 108미터, 종축 횡단 거리도 1km 남짓밖에 안 되는 정말 아담한 산이다. 한때 사도세자가 죽은 후에 여기에 묻혔었다는 걸 안내 표지판을 보고 처음 알았다(나중엔 더 멀고 터 좋은 곳으로 이장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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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으로 접근하는 곳이 이곳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배봉산 근린공원'은 이렇게 근사한 입구를 갖추고 있다. 바로 옆에는 야외무대라는 공터도 있다. 위치는 산의 최남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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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둘레길만 돌아다닐 수 있고 정상으로 높이 올라갈 수 있었다. 본인은 응당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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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 계단 오르는 정도의 기분으로 잠깐만 수고를 하고 나니 금세 정상이 나왔다. 단, 산의 진짜 정상은 유적 발굴 공사 때문에 접근이 막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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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은 전반적으로 나무들이 굉장히 조밀하게 우거져 있어서 위로나 좌우로나 경치를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나마 정상 근처에 딱 한 군데 있는 전망대도 나무들 때문에 시야가 이 정도에 불과했다. 전방에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용마산으로, 여기서 3~4km 정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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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지난 뒤부터는 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가는 길이 이런 식으로 나 있다. 산이 면적이 굉장히 작은 관계로 여기 말고 다른 길은 없는 듯하다. 아까 언급한 그 둘레길도 사실은 서울 시립대 부근에서 끊어졌다.

북쪽 끝까지 가면 '휘경 광장'이라는 공터가 나오며, 더 진행하면 휘경2동 주민센터를 보면서 하산할 수 있었다. 혹은 그냥 서울 시립대 부지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본인도 평소 같으면 당연히 그쪽으로 하산을 했겠으나, 이번엔 자전거를 세워 둔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관계로 부득이 방향을 돌려서 배봉산 능선을 1왕복했다. 이렇게 하는 데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실, 배봉산은 남쪽의 횡축 도로인 사가정로(전농동사거리 동쪽)의 남쪽으로도 계속 이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는 그렇잖아도 경사가 굉장히 급한 언덕길이다. 사가정로의 남쪽에 계속 이어지는 언덕엔 아파트도 있지만 또 '답십리 공원'이 조성돼 있다. 낮은 배봉산보다도 더욱 낮은 언덕이지만 인근 주민이 부담 없이 운동과 산책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이다.

본인은 여기 일대에 있는 운동 장소로는 그냥 청계천, 중랑천, 한강 주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물뿐만 아니라 고지대에도 애착이 간다. 이런 데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잠도 자고 싶은데 여름 밤에는 모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2. 백련산

이 산은 인왕산과 안산만치 유명하지는 않으며 정상의 높이도 이들보다 낮지만, 어쨌든 이들보다 더 서쪽에 은평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종단하는 거리는 대략 2km 정도 된다.

지도를 보니 산기슭에는 '백련사길'이라는 도로가 있고, 그 길가엔 백련사 방문객과 백련산 등산객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주차장이 있었다. 안 그래도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들게 생겼던데 주차장이라니? 마이 프레셔스!
학교 갈 일이 있을 때 곧장 차를 끌고 갔다 왔다. 새벽에 여기 등산을 한 뒤 학교로 가면 동선이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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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워 놓은 뒤 '팔각정'이라는 정자 겸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에서 계단을 쭉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만 팔각정이 있는 게 아니라 등산로 입구에도 있다. 계단을 다 오르자 위와 같은 능선 산책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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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운동 시설과 웬 송전탑 같은 시설도 있었다. 그것들을 지나친 뒤, 총 약 1km 정도 걷자 '은평정'이라는 정자가 나타났다.
여기가 백련산의 실질적인 정상이지만 정상 표지석 같은 건 없다. 그런 걸 세우기에는 너무 낮은 산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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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걸 내려다볼 수 있다.
인왕산이 보이는 동쪽으로는 막 해가 뜨는 시간대여서 사진을 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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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정을 지난 뒤에도 북동쪽으로 산행을 계속했다.
중간에 갈림길이 나타났는데, 여기서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을 선택했다. 오른쪽은 북한산 자락으로 길이 계속 이어지는 반면, 왼쪽은 그대로 하산하면서 산행이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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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도가 충분히 낮아졌는지 아파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길, 그리고 근린공원이 눈에 띄었다. 거길 지나자 지금까지 못 보던 암반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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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산은 전망대라고는 정상의 은평정밖에 없는가 싶었는데 요런 곳이 하나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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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무로 된 계단을 따라 계속 하강하자.. 결국은 서울 지하철 3호선이 지나는 '통일로' 도로에 도달했다.
녹번 역과 홍제 역의 사이(그래도 녹번에 훨씬 더 가까움), 서대문구와 은평구의 경계쯤 되는 지점에 이렇게 큰 다리가 있어서 백련산과 북한산 자락을 연결하고 있었다.

체력과 날씨, 시간이 허락한다면 저 다리를 건너서 등산을 계속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여느 때와는 달리 몸만 달랑 온 게 아니니 발 닿는 대로 계속 편도 경로로 이동할 수 없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온 길의 정확한 역순으로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차례였다. 은평정에서 여기까지도 또 1km가 넘었던 듯하니 편도 거리가 약 2.몇 km. 그래서 왕복으로 대략 5km 가까이를 걸었다. 시간은 2시간이 좀 덜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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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션을 완수하고 출발지로 돌아왔다. 새벽에 갓 도착했을 때와는 달리 주변은 온통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큰일 났겠다. "일찍 움직이는 운전자가 주차 자리를 차지한다"라는 말이 진리임을 알 수 있었다.
차가 없었으면 또 세월아 네월아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근처의 지하철역에서 또 환승을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다음 목적지인 학교로 아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6/07/26 08:35 2016/07/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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