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봉산
북한산 백운대 다음으로 본인이 찾아간 산은 남양주에 있는 예봉산이었다. 언젠가 한번 방문하려고 오래 전부터 점찍어 둔 산이었다.
예봉산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검단산을 마주보고 있으며, 해발 683m로 검단산과 비슷한 높이이다(검단산보다 약~간 더 높음). 그리고 예봉산은 주변에 예빈산, 운길산, 적갑산 같은 봉우리들이 있어서 산맥을 구성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반 년쯤 전에 검단산을 올랐을 때는 뿌연 안개 때문에 아래를 전혀 내려다보지 못했다. 한강이고 뭐고 하나도 안 보였다. 그래서 다음에는 강 건너편의 예봉· 예빈산 일대를 올라서 거기서 경치 구경을 다시 하려고 마음먹었으나.. 사실 이번에도 너무 이른 아침에 올라서 그런지 경치가 막 선명하게 잘 보이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한강을 내려다보겠다는 목표 자체는 그럭저럭 성취했다.
예봉산까지 무슨 교통편을 이용해서 갈지가 문제였다. 일단 산이 경의중앙선 팔당 역과 가까이 있긴 하다. 하지만 완전 가까운 건 아니고 몇백 m를 지나서 굴다리 밑으로 지난 뒤, 또 몇백 m를 걸어 올라가서 각종 마을과 유원지를 지나야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직선거리가 아닌 실제 이동 거리는 그리 가까워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등산로 근처까지 마을버스가 다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 대신 로드뷰를 통해 등산로 입구 근처에 차를 세울 만한 넓은 공터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 점을 감안하여 본인은 여기는 차를 가져가기로 마음먹었다. 차를 가져가면 알다시피 산을 편도 횡단을 할 수 없어지고 이동 경로에 큰 제약이 걸린다(차가 있는 곳으로 반드시 되돌아와야 하므로). 그걸 감수하고도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서울 동부에서 저기로 가려다 보니 지난번 검단산에 갈 때처럼 하남 시내를 저절로 거쳐 가게 됐는데.. 팔당대교 진입로는 뭔지는 몰라도 굉장히 배배 꼬여 있었다. 그냥 직진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P턴을 하고 뭔가 굉장히 골치아프게 돼 있었다. 그리고 양평으로 가는 국도 6호선(경강로)과, 팔당 역 경유 남양주로 가는 길(팔당로)은 같이 나란히 지나는 듯해도 서로 왕래가 불가능했다. 팔당대교에 있을 때부터 어느 길로 들어갈지를 결정하고서 빠져나가야 했다.
요컨대 팔당대교는 진입과 진출이 모두 좀 이상한 구조였다. =_=;; 뭔가 이렇게 된 사연이 있는 것 같다.
뭐 아무튼 현장에 도착은 잘 했고..
여기가 인터넷을 통해 미리 봐 놓은 공터이다. 본인은 등산 전날 밤에 정확하게 이곳에 미리 도착해서 차를 세워 놓고 캠핑을 했다.
밤이 되니 밖은 기온이 거의 10도 무렵까지 뚝 떨어졌다. 또한 주변은 가로등 포함 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칠흑같이 어두컴컴했다.
그에 반해 차 안은 따뜻하고 아늑하기 그지없었다. 자동차 덕분에 이런 오지에서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외박을 한다는 게 참 놀랍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차 안도 온기가 언제까지나 유지되지는 못하기 때문에 드디어 싸늘해지고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미리 준비해 간 담요를 뒤집어쓰기만 하면 됐다. 이튿날 아침이 되니 온도차 때문인지 차의 창문들은 온통 성에가 껴 있었다. 밖에서 차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은폐 효과까지 덤으로 달성됐구나.
아침 7시 무렵, 해가 뜨자마자 본인은 곧장 산을 올랐다. 정상까지 갔다가 차를 세워 둔 이 마을로 돌아오긴 하되, 그래도 갈 때와 올 때의 경로 자체는 다르게 경로를 구상했다.
예봉산은 직전에 갔던 북한산에 비하면 정~말로 특징 없는 마이너한 산이었다.
계곡이나 암반 같은 자연 분야로나, 보안 시설이나 묘지나 역사 유적 같은 인간 분야로나.. 특이사항이라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등산로 자체는 그럭저럭 닦여 있지만 계단이나 안내 표지판, 벤치, 난간 같은 것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보다시피 인제 여기에 난간 하나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망대도 없어서 정상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한강 경치고 나발이고 뭐 없었다. 그냥 비탈길 따라 끝없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게 전부였다. 손이 필요한 구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리 트레킹만으로 충분하다. 이 정도 높이와 규모의 산이 이 정도로 밋밋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이렇게 마이너하고 한적하고 덜 유명하니까 검단산보다도 훨씬 한산하고 주차 걱정도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공원인 북한산이었으면 저렇게 공터에 아무렇게나 차 달랑 세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유료 주차장에다 차를 대야 했겠지.
약 80분 동안 낑낑댄 끝에 정상에는 별 문제 없이 도달했다. 주변엔 아무도 없는 관계로 타이머를 이용해 이렇게 내 모습을 남겼다.
아 그러고 보니 맥북을 챙기는 걸 깜빡했다. =_=;;
하산은 팔당 역 쪽으로 가긴 하지만 그래도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했다. 인제 슬슬 산 정상으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는 그래도 계단이 쭉 깔려 있고 중간에 한강 방면의 전망대도 딱 한 군데 있어서 등산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 건너편의 저 높은 산이 바로 검단산이다. 또한, 팔당대교와 희고 길쭉한 팔당 역도 선명히 보인다. 나머지 울창한 숲과 나무, 등산로 계단 장면은 그렇게 특별한 게 없으므로 첨부를 생략하겠다.
하산하면서 좀 걱정은 했다만, 마을 어귀에 있는 팔당2리 마을회관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차를 세워 놓은 쪽으로 몇백 m를 걸어서 차에 무사히 잘 도달했다. 차는 4시간 가까이 주인을 기다리며 잘 세워져 있었다.
돌아오는 길엔 팔당 역의 바로 옆에 있는 남양주 역사 박물관을 구경했다. 남양주에 무슨 특별한 역사 유물이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산대놀이, 묘비 글씨 탁본, 기와 무늬, 바느질 무늬 같은 것들이 전시돼 있었다.
아침 시간이 되니 역 주변에는 등산객과 자전거족들이 많이 서성이는 게 보였다. 이렇게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2. 삼성산
2016년 한 해 동안 서울 근교에 있는 어지간히 높은 산들은 다 오른 듯하다. 점찍어 둔 산이 두어 곳 정도 더 남았는데, 지금까지 관악산 일대의 서울 남서부를 못 간 상태였다.
관악산 자체는 예전에도 몇 번 간 적이 있기 때문에 예봉산의 다음으로는 더 서쪽에 있는 '삼성산'을 선택했다.
차를 가져가지 않고 전철을 1시간을 훌쩍 넘게 타서 안양까지 이동했다. 서울 방면은 전철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남쪽으로 또 가야 산에 접근 가능한 반면, 안양 방면은 전철역 + 국도 1호선 대로변에서 비교적 가까이에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산 입구나 한적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그냥 큰길에서 등산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예전에 성남 남동부의 불곡산을 올랐을 때와 비슷하다. 본인은 관악 역에서 내려서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로는 이렇게 흙길과 바위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나무로 덮여서 하늘이 잘 안 보이는 곳과, 하늘이 뻥 뚫려 보이는 곳도 종종 교차되는 편이었다. 이 산에서 하늘이 중요한 이유는..
관악산 일대는 비행 항로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들이 하늘 위로 정말 많이 지나갔다. 이것까지 이미 다 예측하고 비행기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갔다.
비행기를 관찰하려면 엔진 소리가 나는 바로 그쪽을 봐서는 안 됨. 소리 근원지보다 소리의 진행 방향으로 한 발 더 나아간 쪽을 봐야 한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그 이유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데 딜레이가 있으며, 그 동안에도 비행기는 앞으로 더 나아가기 때문이다. 굳이 비행기 자체가 초음속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산을 어느 정도 오르자 드디어 탁 트인 landscape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보는 게 등산의 묘미다.
주변 경치가 전반적으로 이러했다. 여기저기 봉우리가 솟아 있고, 푸른 풀숲에 부분적으로 황금빛 단풍이 물든 게 색깔 배합이 내가 보기엔 경이로움이 느껴질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날은 등산 가기도 아주 좋은 날씨였다. 직사광선 없이 흐리고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었다. 이런 날 등산 같은 활동을 안 하는 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을 지경이었다.
아, 위의 사진의 중앙 우측에 있는 건물들은 안양 예술 공원이라는 유원지이다. 내가 나중에 저쪽으로 하산을 하게 됐다.
짠~ 이 사진은 호락호락 쉽게 찍은 사진이 아니다.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바위에다 카메라를 최대한 바른 구도로 놓은 뒤, 타이머 셔터를 눌러 놓고 허겁지겁 저 포즈를 취해서 혼자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저 땐 바람도 꽤 세게 불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카메라가 균형을 잃고 바위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삼각대가 필요한 듯.
그래서 그런지 내가 그렇게 밝은 표정으로 찍히지는 못했다. ^^
경인 교육 대학교가 내려다보였고, 저 멀리 KTX 광명 역도 보였다~! 등산 가서 고속철 철도역을 볼 줄이야.. 땡잡았다.
역 주위로도 온통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는 중이다.
요것들은 국내 인터넷 지도로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물건일 것이다. 저 거대한 둥근 원판은 군사 시설이기라도 한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서울 강남 서남부에 무슨 성곽이 있을 리는 만무한데 저 봉우리는 왜 철책이 둘러져서 반토막이 나 있는 걸까? 저기는 산의 과반이 예비군 훈련장 등 군사 시설로 싹 봉인돼 있는 박달산이지 싶다.
삼성산의 사실상의 정상이라 일컬어지는 국기봉에 잘 도달했다. 이름에 걸맞게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국기봉 정상 근처에서는 삼막사라는 절이 내려다 보였으며, 여기에서 몇백 m 정도 떨어진 곳엔 삼성산의 실제 정상이 보였다. 실제 정상에는 건물과 철탑이 있으며, 아무래도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 같지는 않았다.
저기가 국기봉보다 약간 더 높긴 하지만 그래도 몇 미터 차이에 불과하다.
정상에 도달한 뒤 내 의도는 북서쪽으로 진행해서 호암산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었다. 안양 방면과 관악산 방면을 모두 등지고 하산하려 했으나.. 산에 실제로 있어 보면 방향 감각을 거의 유지할 수 없더라..;; 결국은 삼성산과 관악산 사이의 계곡으로 들어섰고 서울대 수목원과 안양 유원지(예술 공원)로 착지하게 됐다. 삼성산의 서울 방향에 무슨 천주교 묘지 공원도 있다고 들었으나 그런 건 전혀 구경 못 했다.
여기도 경치가 아주 아름다워서 온 보람은 있었다. 단지 하산 후에도 버스 정류장까지 엄청난 거리를 걸어야 했을 뿐.;;
흐음 어쩌다 보니 삼성산 사진이 예봉산 사진보다 훨씬 많아져 버렸다. 높이는 예봉산이 더 높은데 아무래도 삼성산이 특이사항이 더 많아서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