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답사기: 수락산

2016년은 내 평생 등산을 제일 많이 간 해였다. 서울 근교에 있는 20여 개의 산을 일일이 답사했다.
그 뒤 한동안 바빠서 등산을 못 하다가 모처럼 시간을 내어 수락산을 다시 도전했다. 이번엔 인서울인 수락산, 당고개 다음으로 장암 역(= 의정부)에서 올랐으며 예전과는 달리 물론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산 건너편으로 넘어가면서 몇 시간 동안이나마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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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은 국립공원이 아니니 북한산· 도봉산처럼 탐방 지원 센터나 각종 출입 금지 구역 같은 건 없다. 등산로도 더 다양하게 열려 있었다. 그래도 그린벨트 구역, 문화재 보호 구역 같은 건 있었다.
장암 쪽에서 접근하는 등산로에는 각종 산장 식당들을 외에도 '노강서원'과 석림사가 있었다. 석림사까지 지난 뒤부터는 흙길 등산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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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곡 쪽 등산로만 골라서 올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락산은 '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지간한 산들은 계곡이 있어도 특히 한겨울엔 가뭄을 버티지 못하고 바짝 말라 있기 십상인데.. 수락산은 곳곳에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이웃의 북한산에도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긴 하다. 하지만 거기는 다 자연 보호를 명목으로 출입이 금지돼 있으며 눈으로 구경만 가능하다.
서울 근교에서 수락산처럼 출입금지도 아니면서 이 정도로 고퀄 대규모의 계곡과 물웅덩이가 존재하는 산은 본인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난 물에 들어가서 노는 걸 아주 좋아한다. 추워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상태였지만 옷 벗고 물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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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폭포 옆으로 나란히 등산로가 조성돼 있기도 했다. 시기가 시기이니 산은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 갈색으로 변했다.
여름과 가을의 초록색이 시각적으로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등산자의 입장에서는 덥지 않은 동계 산행이 다른 계절 산행보다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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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올라서 한 봉우리의 능선에 진입하자 주변 전망도 얼추 보이기 시작했다. 수락산도 단순한 흙산이 아니며, 높은 부분은 화강암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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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뿌옇고 흐렸다. 그래도 아래로는 도봉 차량 기지가 보이고, 저 멀리는 도봉산이 분명하게 보였다.
수락산은 가끔 굉장히 가파른 계단을 타고 바위를 오르는 곳이 있었지만, 도봉산이나 북한산만치 험하게 손으로 뭘 잡고 올라야 하는 건 없었다.
(아, 검색을 해 보니 수락산도 '기차 바위'인가 여기는 줄을 잡고 바위를 타야 하는 험한 구간이 있다고 한다. 단순히 내가 거치지 않았을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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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상 능선에 도달했으며, 거의 다 왔다. 정상은 불과 2~300m밖에 남지 않았다. 정상의 반대쪽으로 가면 일명 '기차 바위'에 도달하는데, 난 거기로는 가지 않았다.
고도가 더 올라가니 도봉산 역과 장암 역이 나란히 보이는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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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수락산 정상이다. 오르는 데 역시 2시간 정도 걸렸다. 해발 637m라니 검단산이나 예봉산보다 약~간만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태극기가 펄럭이고 안내문이 쓰여 있는 저 바위 위로는 도대체 올라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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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체없이 하산을 시작했다.
남쪽으로 계속 진행했으면 인서울인 수락산 내지 당고개 역 방면으로 하산하거나, 또 방향을 꺾어서 불암산으로 산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산을 횡단하는 게 목적이었기에 남양주 청학동 방면을 선택했다.
여기는 군데군데 눈이 덜 녹은 흔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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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을 하나 지나자 '내원암'이라는 웬 절간 내지 암자가 나왔다.
수락산은 성곽이나 봉수대 같은 건 없지만 서원이나 절 같은 옛날 스타일 건물이 등산로 바로 옆에 종종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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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의 물이 참 탐스러웠다.
별도로 사진을 첨부하지는 않지만, 수락산은 약수터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어지간한 산들은 약수터 자체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물이 고갈됐거나 더러워서 식음 불가 상태인 반면, 여기서는 마실 수 있는 물이 나오는 약수터가 몇 군데 있었다. 더워서 땀을 흘리는 상태는 아니지만 목이 좀 말랐는데 등산 당시 꽤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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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바위도 하나 타고.. 하지만 철봉과 발받침이 있으니 딱히 힘들거나 위험하지 않았다.
그 뒤 하산을 계속하니까 흙길이 점점 폭이 커지고 전깃줄과 전봇대가 보이고 건물들과 차량까지 보이면서 계곡과 등산로는 유원지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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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렇게. 계곡을 반쯤은 운하처럼 바꿔 놓은 것 같다. 한여름 장마철에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
다만, 그린벨트 구역에서는 건물을 무단 증축하는 건 물론이고 계곡 근처에다 함부로 정자 같은 걸 만들어 놓고 "우리 식당 이용할 사람들만 근처 물가에서 노셈" 이러는 것조차도 원래 다 불법이다. 사유지 드립을 치지만 걔네들도 이미 법을 어기고 있긴 마찬가지다. 피서철만 되면 이런 게 뉴스에 종종 보도되나, 생계형 잡범형 불법 행위라고 해서 단호하게 근절되지도 않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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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지를 빠져나오니 드디어 시내버스가 다니는 찻길이 나왔다. 그래도 길이 별로 크지 않고 여전히 오지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런 느낌이 좋다.
예전에 갔던 도봉산에서는 완전히 건너편으로 넘어갔으면 양주시 송추 유원지 근처에 도달했을 텐데, 거기서는 대중교통으로 서울로 돌아오는 게 애로사항이 꽃폈지 싶다.
하지만 여기는 다행히 당고개 역까지 가는 남양주 소속 시내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꼬불꼬불 비탈길(순화궁 고개?)을 타고 덕릉 예비군 훈련장을 지나는 게 인상적이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등산을 마치고 나자 드디어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서울 지하철 7호선 종점에서 내려서 등산을 시작해서는 4호선 종점으로 돌아왔다.
수락산에 대한 총평은.. 산 이름이 괜히 '수락산'(물이 떨어진다?)으로 붙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예전에 수락산을 올랐을 때는 이런 면모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일찍 가서 자리만 맡아 놓으면 차를 생각보다 높은 고도까지 몰고 갈 수 있으며 주차도 별 문제 없어 보였다. 의정부 쪽이나 남양주 쪽 모두 말이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온다면야 차를 가져가는 데 문제가 없지만 이번에는 편도 동선이었으니 부득이 차 없이 뚜벅이 산행을 했다. 나중에 여름에 피서를 위해 수락산에 다시 가 보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7/03/27 08:36 2017/03/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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