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면허 갱신
본인은 올해에 운전 면허증을 갱신했다.
지금이야 1종 면허도 유효 기간이 10년이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갱신을 했던 때는 2종만 10년이고 1종은 기간이 아직 7년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2010년 이후 이제야 또 면허 업데이트를 하게 됐다.
2종은 말 그대로 나 살아 있다고 신고만 하면 갱신되며, 이제는 젊은 나이 때는 사실상 갱신이 필요하지 않은 지경으로 더 간소화됐다.
1종은 책임감이 더 큰 면허여서 그런지, 주기적인 갱신에다 형식적이나마 적성검사(신체검사)가 추가된다. 다만, 1종 보통은 최근의 직장인 건강검진 결과 같은 걸 제시해서 신체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1종 대형이나 특수는 그런 거 없고 면허 시험장에서 신체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일이 더 번거로워진다.
그래도 내 주변엔 "남자는 당연히 1종 보통"이지 정도가 아니라, 크고 아름다운 차를 몰고 싶은 욕심에 대형 면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차덕이 좀 있다. 평생 버스 같은 차를 몰 일이라고는 없을 전공과 업종의 종사자인데도 반쯤은 허세 때문이다.
대형 버스는 같은 각도를 회전할 때 승용차보다 핸들을 두 배쯤 더 많이 돌려야 할 텐데~ 그래도 나도 버스나 심지어 비행기, 철도 차량 같은 것도 운전· 조종을 해 보고 싶다. 선박까지는.. 그건 아직 모르겠고.
2종 보통 면허는 무사고로 일정 기간 경과하면 면허 종류를 1종으로 승격할 수 있다. 4톤 트럭까지만 몰 수 있던 게 11.5톤으로 커지고, 승합차는 9인승이던가 그게 한계이던 것이 15인승으로 커지는 효과가 있다.
물론 2종 자동은 그런 '자동 승격'이 없다. 자동 변속기만 몰다가 수동 변속기를 몰려면 면허를 별도로 따야 된다.
한편으로, 노인 인구가 늘고 고령 운전자가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해서 사고를 내는 일이 잦아지자,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상대로 면허의 자진 반납을 장려하고 '아름다운 은퇴' 운운하며 각종 복지 인센티브를 주는.. 뭐 그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도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는 날이 올지?
노인 어르신들은 투표는 얼마든지 해야겠지만 자가운전은 좀 별개로 생각할 문제라 하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노인이 전철이 전면 무료인 것만으로도 그 지역에서는 이미 어마어마한 복지이며, 꼭 운전을 해야 할 필요를 많이 상쇄시키고 있다.
면허 시험장이라는 게 도심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는 시설은 아니니, 정말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고 오는 것인데도 꽤 멀리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더라도 면허증을 수령하는 건 결국 본인이 시험장이나 경찰서로 직접 가야 된다.
이번에 면허를 갱신할 때는 서부 시험장을 이용했다. 근처에 학교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장 역은 하늘 공원, 매봉산(옛날에 유류 저장 기지가 지어졌던 언덕) 같은 곳을 갈 때 이용한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른 용건으로 거기를 찾아갔다.
면허 갱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근처에서 박 정희 기념· 도서관을 발견해서 거기도 찾아갔다. 5년 전에 아예 차를 몰고 가서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지하철역에서 시험장으로 가는 길목에 저게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난 면허증에 이어 여권은 내년에 유효기간 만료다. 그 전에 어디든 외국에 좀 나갔다 와야 된다..;;
2. 음주운전 단속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자동차 전용 도로 진출입로가 오늘 밤은 막힐 시간대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저 앞에서는 경찰들이 차선을 틀어막고 양방향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더라. 이미 몇 번 겪어 봤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면 연두색 야광 조끼를 입은 경찰이 먼저 경례를 하고 나도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라고 답례를 한다.
경찰이 먼저 들이미는 건 (1) 음주 감지기이다. 여기에 굵고 짤막하게 훅~ 불어 주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무사통과이다.
술이라는 게 액체이고 알코올도 기본적으로 체내 혈액에 녹아 들어갔다가 간에서 분해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알코올이 휘발성을 지닌 물질이기 때문에 날숨으로도 감지 가능하다. 만취자 꽐라는 곁에만 있어 봐도 술 냄새가 진동하니까 말이다.
감지기에서 경보음이 들리면 운전자는 일단 내려서 빨대 물고 수 초 동안 더 세게 오래 입김을 부는 (2) 음주 측정기의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관이 맨날 "더더더더더~"이러는 기기는 바로 측정기이다. 결과도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기계가 분석하느라 2~30초 정도 시간이 걸리는가 보다. 그 대신 함수의 리턴값도 감지기처럼 boolean이 아니라 int 내지 float로, 구체적인 농도 숫자이다.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500ppm 이상이다. 감지기에는 걸렸지만 농도가 500ppm 미만으로 나와서 훈방조치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해피한 결과이겠지만 그게 교통사고 예방의 관점에서까지 해피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걸려 버렸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3) 병원 가서 채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술을 정말로 안 마셨는데 구강 소독약의 알코올 성분 때문에 입가에서만 알코올이 잘못 감지될 수도 있으니, 오판에 대한 구제책은 제도적으로 다 마련돼 있다.
허나, 이미 받은 측정기 검사를 또 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정말로 술을 마셔서 걸린 거라면, 채혈 검사로 가 봤자 어차피 최초로 단속에 걸린 "시각" 이후로 지금까지 알코올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고 보정한 농도가 통보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로 개기면서 시간 끌어도 별 소용 없으며, (3)이 딱히 운전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500ppm 이상이 나와 버리면 운전자의 인생은 대략 꼬인다. 최소 농도 + 초범으로 교통사고 없이 단순히 걸리기만 했을 때 제일 가벼운 처벌 견적이 약 100일간의 면허 정지에 100만원대의 벌금부터 시작한다.
겨우 몇만 원대인 불법주차 내지 과속· 신호위반 과태료(또는 범칙금)와는 차원이 다르다. 벌금은 체포에 약식기소 같은 처분까지 동원되는 형법상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당장 차가 어찌 되는지는 내가 안 걸려 봐서-_-;; 모르겠지만, 면허증은 당일 확실하게 빼앗기는 듯하다. 임시 운전 허가증을 받아서 면허 정지나 취소가 시작되는 날짜를 최대 40일가량 늦출 수 있을 뿐이다.
2010년대 초였나, 오래 전이다만 본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밤에 인적이 드문 대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좀 쉬어 가려고 길가 공터로 들어가 정차했다. 그런데 저 멀리 앞에 있던 경찰들이 내 차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응? 여기는 차 세워도 되는 곳인데, 왜?" 이런 생각을 했는데 경찰이 말하길, 지금 음주운전 단속 중인데 내가 도주하는 줄 알았댄다. 그래서 흔쾌히 훅 불어 주고 모든 오해를 푼 뒤 경찰을 돌려보냈다.
이런 일을 겪었지만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저분들이 세금값 하는 공무를 수행 중이었으니까.
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요즘은 "지금 요 지점에서 음주운전 단속 진행 중" 정보를 공유하는 스마트폰 앱까지 나와 있다.
스팸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앱이나 웹사이트는 유용하지만, 저런 건 공유해서 뭐 어쩌자는 건지.. 기술이라는 것도 참 활용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음주 단속은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예고 없이 불시에 하고 시간과 장소가 바뀌니 공유라는 게 스팸 전화번호만치 큰 의미가 있지 않다. 피해 갈 생각 말고 술을 안 마시거나, 아니면 마셨으면 깔끔하게 택시 타거나 대리 불러야 할 것이다.
TV에서 음주운전 금지 계도 방송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게 도로 교통 공단에서 제공하는 운전 시뮬레이터 화면이다. 실제로 차를 몰 때에야 음주운전 따위 절대 할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술 마시면 감각이 어떻게 되고 운전 스타일이 얼마나 막장이 되는지 나 자신이 시뮬레이터로라도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든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