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동차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이 좌우로 나란히 놓여 있고, 2인 승무를 하는 대형 여객기에도 기장과 부기장은 좌우로 나란히 배치된 조종석에 앉는다. 그러나 복좌식 전투기는 좌석이 앞뒤로 나란히 놓여 있다.

전투기는 겨우 한두 명이 타는 것치고는 덩치가 굉장히 크다. 그 작은 안둘기(An-2)가 조종사 포함 10여 명의 인원이 탑승 가능하고 세스나 172 같은 경비행기도 승용차 정도의 인원은 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시길.
전투기는 나머지 공간에 전부 연료와 무장을 싣느라 덩치가 커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객기 조종석에는 좌우에 모두 조종간이 달려 있던데 전투기의 전방석과 후방석은 어떤지 모르겠다. 일단 기체를 조종하는 건 전방석 파일럿이 하고, 무장이나 폭격 같은 건 후방석 파일럿이 한다고 한다. 그리고 굳이 공격을 안 하더라도 조종사 말고도 사람이 탈 자리 여유분이 적어도 하나는 좀 있어야지..

그런데 전투기를 타고 날기만 했다고 다가 아니다. 진급이나 민항사 진출을 위해서는 전방석 비행 시간을 잔뜩 적립해야지, 후방석은 경력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서로 작전 수행에 기여하는 비중이 대등하지 않은가 보다.

그리고 각 파일럿들의 누적 비행 기록은 자동으로 전산 처리되어 관리되기라도 하나 궁금하다. 이것도 마치 자동차의 적산거리계처럼 조작 가능성이 있으면 안 될 텐데 말이다.
전방석과 후방석은 마치 학계의 논문에서 주(제1) 저자와 제2저자의 차이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연구 실적 기여도 같은..;;)

지상의 군용차들은 왕창 튼튼하고 무겁고 힘이 좋겠지만 날렵하지는 않다. 무한궤도를 이용해서 험지와 45도 경사를 오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무슨 제로백이 5초 이내이거나 하지는 않다. 고성능이지만 스포츠카 같은 고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전투기는 자동차로 치면 부가티·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의 기동성과 날렵함을 갖췄으면서도 무장도 달렸다. 공중의 그 어떤 비행체도 따라잡고 격추시킬 수 있다. 그러니 멋있지 않을 수 없다. 아가리 파이터, 스트리트 파이터가 아니라 이런 게 진짜 '파이터'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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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나 교통수단에 탑재되는 좌석은 그냥 등받이의 각도 조절(리클라이닝) 기능만 있는 편이고,
과거에 철도 차량 중에 구형 통일호 객차의 좌석은 각도 조절이 없는 대신, 등받이를 밀어서 전후 진행 방향을 바꾸곤 했다.

그런데 기울여서 책상과 등받이를 겸하는 건.. 나름 참신한 디자인 같다.
비행기로 치면 로터와 프로펠러를 겸하는 틸트로터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3.
여러 스포츠들 중 양궁은 우리나라에서 태권도 만만찮게 올림픽 메달 싹쓸이 효자 종목이다. 허나 양궁은 조직이 돌아가는 게 태권도 협회보다 훨씬 더 모범적이며, 긍정적인 쪽으로 대단하고 특이한 면모가 많다.

양궁은 불모지에서 천재 스타가 어쩌다 한번 혼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없다. 피겨 스케이팅 김 연아, 수영 박 태환 같은 거 말이다. 마라톤은 이 봉주를 끝으로 아예 명맥이 끊겼잖아.. 그런데 양궁은 그렇지가 않고 그야말로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인재 풀' 형태이다. 독고다이 스타라는 게 없다.

선수 선발 기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닥치고 오로지 성적이다. 대학원들 중에서 외대 통· 번역 대학원은 학부의 간판· 성적이고 면학 계획서고 그딴 거 다 씹어먹고 오로지 학부 졸업장과 번역 테스트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다는데 그런 걸 보는 것 같다.
양궁은 오늘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다음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뽑히리라는 보장은 1도 없으며, 실제로 그러하다. 자리를 매의 눈으로 노리고 있는 후배들이 곧바로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선수의 세대 교체도 엄청 빠르다. 올림픽에서 메달 따기에 앞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뽑히는 게 더 어렵다. 축구처럼 물리적인 체력이 딸려서 젊은 후배들에게 밀려나고 은퇴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공부 댓다리 잘하는 애들한테는 수능보다 닥치고 변별력 뛰어난 본고사 학력고사가 더 유리하듯, 한국 양궁 선수들은 비가 오고 주변이 시끄러우면 오히려 "땡큐!" 하면서 상대 선수들을 더 쳐발랐다.
올림픽의 양궁 룰 개정은 과장 좀 보태면 한국의 메달 독식을 좀 어떻게든 견제하려고 머리 굴려 온 내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양궁은 판정 자체도 화살이 과녁 중앙에 얼마나 가까운지만 보면 되니, 다른 경기처럼 심판의 판정이나 비디오 판독 그런 거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 얼마나 우아한 자세로 활을 쏘나, FM대로 활과 화살을 파지하나, 활 겨누기 위해서 상대편 선수와 몸싸움 하다가 반칙 저지른 거 없나 그런 걸 보지는 않으니까!
결과만으로 승부하니 아주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과목으로 치면 뭔가 수학적이기까지 해 보이는 개인 멘탈 스포츠이다. (물론,멘탈 스포츠라고 해서 체력 단련 안 하는 건 절대 아님)

협회는 비리 없고, 선수들은 승부조작이나 약물 같은 그 어떤 부정의 여지도 없는 청정지대이다. 세상에, 국내 체육계에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진 곳도 있었나? 지금까지 양궁 후원 많이 해 준 대표적인 기업이 내가 알기로 삼성 말고 현대 그룹 계열이다.

펜싱과 검도가 다르고, 군대 사격· 저격과 스포츠 사격이 다르듯, 스포츠 양궁도 전근대 시절에 사냥 내지 전쟁용으로 운용된 활이나 석궁하고는 물리적인 특성이 좀 다른 구석이 있을 것이다.

4.
요즘 전자레인지는 가열(조리)이 끝난 뒤에도 사용자가 뚜껑을 열어서 음식물을 가져갈 때 내부적으로 웽~ 소리가 나는 편이다. 자체적으로 내부 냉각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건 정상적인 현상이며 오동작이나 고장이 아니니, 안심하고 쓰라고 제품 측면 어딘가에 안내가 돼 있다.

그리고 요즘은 에어컨도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바로 꺼지지 않는다. 거의 10~20초 가까이 자체적으로 송풍을 더 하다가 꺼지며, 그 이유는 명확하다. 필터를 좀 건조시켜서 곰팡이와 악취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하는 일은 서로 다른 가전제품이지만 가동 완료 후에 후처리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5.
길거리에 어떤 가게가 있는데, 그 이웃 또는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동일 업종의 가게가 또 문을 열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건 일반적으로는 상도덕 위반인 지탄받을 일이라고 여겨지며 욕 먹는다.

그런데 작정하고 동일 업종의 유명 가게들이 몇십 개 이상 특정 장소에 밀집해서 단지를 구성하고 있으면 이게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된다. 전체 매출은 가게들이 제각기 따로 있을 때 이들의 매출의 합보다 더 커진다. 이 많은 가게들 틈바구니 중의 하나로 끼어 봤자 돈을 얼마나 벌겠나 싶지만 상인들은 기를 쓰고 이 단지 안에 입주하려 하며, 혼자 따로 노는 것보다 여기 안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상도덕 팀킬이고 어디부터가 밀집 시너지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작은 거짓말은 안 믿어도 큰 거짓말은 선뜻 믿는다거나, 사람을 조금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엄청 많이 죽이면 영웅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 세상살이가 마냥 단순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지방에서 무슨 공무원이나 다른 전문직 같은 걸 확보하고 있지 않은 한, 사람들도 일자리와 관련해서 이런 시너지에 편승하려고 기를 쓰고 서울에 가려 하는 것이지 싶다.

6.
지난 봄쯤에 코레일에서 평범한 대졸 신입사원 말고 경력직· 특수 분야 전문직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었다.
코레일에서 사무직이나 기관사 승무직 말고 웬일로 컴공 출신 프로그래머도 뽑다니, 본인은 그걸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기는 전문 IT 업체가 아니니 부서별로 두세 명 극소수만 뽑는다.

보직에 따라 서울 아니면 대전에서 근무하게 된댄다. 직무 분야를 보니 무척 인상적이었다.

  • 서버 프로그래밍 및 API 개발
  • 광역철도 자동 운전을 위한 세부 알고리즘 구현
  • 유지보수 무인화를 위한 무선센서 네트워크 제어 알고리즘 구현
  • 철도차량 소프트웨어 운용 및 관리정책 제언

도로 공사에서는 장기적으로 전국의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차를 세우는 형태의)를 없애고 스마트 하이웨이로 가려 하듯, 코레일에서는 관심사가 온통 무인 운전에 쏠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광역전철까지도 말이다. 그러니 10년 뒤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저런 사람을 뽑는 거다. 그 대신 승무 쪽은 점점 더 채용이 줄어들 것이고.

그도 그럴 것이 930명이 넘는 사람이 타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도 기관사는 1인인데, 10량짜리 전철이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기관사+차장 2인 승무인 것은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지 싶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안전 운운하면서 1인 승무조차도 반대하고 이런 사고방식을 굉장히 싫어하겠지만 요즘 철도계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과 트렌드, 그리고 경영자의 생각은 노조의 생각과 다르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7.
본인은 7차 교육과정이네 수행평가네, 단군 이래 최저 학력 이러던 일명 이 해찬 세대의 바로 윗세대이다. 아마 6차 교육과정의 끝물을 겪었지 싶다.
1990년대 말의 사정이 그랬고 교육과정 차수가 거의 5~10년에 한 번꼴로 올라가 왔으니 본인은 지금쯤이면 교육과정이 9~10차 정도로 개정됐으려나 으레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현황 정보를 검색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명목상으로는 7차 교육과정 상태이다. 그런데 이걸 끝으로 교육과정에 예전 같은 대규모 메이저 revision을 하지는 않고, 7차부터는 7-1, 7-2 같은 식으로 소규모 수시개정만 하는 듯하다. 단,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인 2007년에는 7차 초기의 구조와 다소 동떨어지는 대규모 개정이 있었던가 보다.

이런 넘버링 방식을 보니 현실의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예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Windows의 경우 2015년에 나온 10을 끝으로 브랜드명이 바뀌는 대규모 버전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웹으로 수시 패치만을 배포한다. 뭐, 1주년 업데이트라고 해서 예전의 서비스 팩에 준하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으며 지금의 Windows 10은 출시 직후의 10과는 이질감이 굉장히 많아지긴 했다.

하지만 브랜드명을 매번 생각해 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또 매번 운영체제의 비주얼을 바꾸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지 결국은 마소의 정책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흥미롭다.
경쟁사의 제품인 macOS는 클래식이 1부터 9까지 올라갔다가 최신 버전은 번호를 10으로 굳혀서 OS X라는 명칭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X를 떼어냈으니 Windows보다 더 먼저 Windows 10 같은 상태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뿐만 아니라 헌정 체제도 제6공화국 아래에서 노 태우로부터 박 근혜에 이르기까지 n기 정부이다.
6공화국 이후로 설마 옛날의 군사정권이나 유신 같은 급의 거대한 개정· 개헌은.. 글쎄,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통일(멸공이든 적화이든) 정도의 엄청난 이벤트가 발생한 뒤에나 가능하지 싶다.

단순히 대통령 임기나 중임 관련 규정이 바뀌는 것(제10차 개헌)으로는 공화국 번호(제7공화국!)가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그나마 그것마저도 확실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은 헌법이 고치기가 굉장히 어렵게 돼 있기 때문이다.

잡소리가 굉장히 길어졌다만, 날개셋 프로그램들도 9.x 이후부터는 뭔가 이런 '작은 버전업'을 선택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타자연습은 오래 전부터 단순 소수점 기반의 버전 넘버링만으로 한계가 있는 처지에 이르렀다. 3.x 초반에 지금의 프로그램 뼈대는 거의 완성됐고 가까운 미래에 프로그램의 기반이 싹 바뀌고 기능이 크게 추가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3.x부터는 0.01씩 올리다가 0.1씩 올리다가 하면서 결국 3.7에 이르기는 했지만 번호가 좀 부자연스럽다.
더구나 얘는 자신의 변화 없이 입력기의 버전업만으로 같이 업데이트되기도 했는데 이런 것까지 미세하게 기술하기가 어려웠다.
교육과정 번호를 생각하니 이런 생각도 연달아 떠오르더라.

Posted by 사무엘

2017/07/24 08:28 2017/07/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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