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드립

인류 역사상 자동차라는 물건이 발명된 지 15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일반 서민들이 자가용이라는 걸 굴리기 시작한 역사는 미국 기준으로나 겨우 100년 남짓이다.
자동차가 인류와 수천 년을 함께 한 보편적인 필수품으로 정착했다면..

  •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대신 "바늘 도둑이 차 도둑 된다"가 속담이 됐을 것이다. Grand Theft Auto!!!!!!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차 잃고 주차장 고친다, 차 잃고 이모빌라이저 장만한다" 정도로.. ㄲㄲㄲㄲㄲㄲ
  • "일찍 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가 아니라 "일찍 도착한 차가 주차 자리를 차지한다"가 훨씬 더 공감될 것이다.;;

예수님도 나귀가 아니라 무슨 컨버터블 오픈카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을 것이다. -_-;;;;
"맞은편 마을에 들어가면 어귀에 아무도 탄 적이 없는 팬더 칼리스타 한 대가 키가 꽂힌 채 세워져 있을 것이다. 그 차를 타고 시동 걸어서 몰고 오너라. 만약 주변에서 너 뭐 하는 거냐고 따지면 주님이 필요하다고 하신다고만 말하면 될 거다" (막 11:2-6)
(성경에는 직접 기록돼 있지 않지만, 당연히 그 차주, 아 아니 나귀 주인에게도 예수님이 꿈 같은 수단으로 미리 언질을 주셨을 것이다. ㄲㄲㄲㄲㄲ)

2. 진행 방향 전환

(1) 보행자
보행 중에 언제든지 마음대로 멋대로 방향을 틀어도 된다. 걷는 사람끼리 부딪혔다고 딱히 사망· 중상 같은 사고가 나지는 않으니까.
단,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와 애매하게 타이밍이 겹치게 되면 그냥 손을 "위로" 들고 빨리 건너자.
서로 애매하게 눈치 보느니, 확실하게 보행자가 먼저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해 주는 게 운전자한테도 훨씬 더 낫다.

(2) 자전거
평소엔 차도의 우측 끝(N차로)을 쭉 달리지만, 주· 정차된 차를 피하려고 왼쪽으로(N-1차로) 좀 가야 할 때가 있다.
방향 전환을 할 때는 팔을 "옆으로(특히 왼쪽으로) 뻗어서" 수신호 정도는 해야 뒷차에게 도움이 된다.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와 마주칠 때 손을 "위로" 들고 건너는 건 보행자와 동일.
공원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자전거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교차로에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면 역시 안전을 위해 좌우 수신호를 하는 게 좋다.
이러니 자전거는 보행자와 자동차의 중간쯤 되는 방향 지시 개념이 있는 것 같다.

(3) 자동차
차로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진로를 전환할 때 모두. 직진이 아니라면 원칙상 깜빡이를 언제나 켜야 한다.
난 우회전 중인 차가 내가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대기 중인 경우.. 우측 깜빡이를 "켜고" 대기한다면 달리기를 해서 최대한 빨리 비켜 준다.
그러나 깜빡이 안 켜고 있으면.. 평소 걷는 속도대로 천천히 간다. "저 운전자는 느긋해서 여길 빨리 통과하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

3. 처벌

(1) 촉법소년 애새끼들 범죄와 어른들 음주운전은 제발 좀 지금보다 훨씬 더 엄하게 처벌할 수 없는지 너무 답답하다. 둘은 별개가 아니다. 전자도 어째어째 차를 몰 수 있게 되면 바로 똑같은 사고를 칠 테니 말이다.
편의점에서 미성년자한테 속아서 술 팔았다고 족치는 건 좀 적당히 하고, 음주운전 사고가 났을 때 그 운전자에게 술을 판 식당한테도 좀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싶다. 최소한 술 취한 손님이 차를 어떻게 몰고 가는지 정도는 감시하고 단속해야 된다.

(2) 그리고.. 무단 장기 방치 자동차, 무단 장기 알박기 텐트도 말이다. 좀 어찌할 수 없나?
이 나라가 경제 행정 안전 치안 안보.. 뭐가 부족해서 겨우 저딴 게 관련법이 미흡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유자와 일정 기간/일정 횟수 이상 연락이 닿지 않으면 강경하게 싹 임의처분 가능하게 해야 된다. 지시에 일정 횟수 이상 불응하면 초병이건 경찰이건 발포하는 거랑 완전 동급인 거다.

특히 캠핑카는 자동차와 텐트의 하이브리드이다.
자동차는 생계용으로 필요하다는 핑계라도 통하지만, 캠핑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사치품일 뿐이다. 저런 건 당연히 차고지 증명이 된 사람한테만 판매해야 되지 않느냐 말이다.
저게 무료 저가 공영 주차장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니 말도 안 된다. 놔 둘 곳이 없다면 아예 사지를 말고, 그냥 여름 휴가철에 렌터카처럼 대여만 해서 잠깐만 써야 한다~!

글쎄,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에 취업해 있는 프로그래머, 엔지니어조차 거기 집값이 너무 비싸서 캠핑카에서 산다는 얘기는 있는 거 같더라만.. 그거는 우리나라 사정으로 치면 농막을 불법 개조해서 거기서 먹고 자는 사람들 얘기와 비슷해지는 것 같다. 이 주제는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4. 그냥 강한 처벌밖에 답이 없는 문제

요 근래에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서 애꿎은 보행자가 사망하는 천인공노할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도 아니고 인도에서 멀쩡히 서 있었는데 차가 돌진하는 건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다.
지난 4월에 대전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 아니 사건은 전국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그리고 얼마 전 분당 AK 플라자 칼부림 사건 때도 차가 인도로 돌진해서 보행자 1명, 혹은 사실상 2명을 숨지게 했다.

이때 피해자 유족이 뉴스 인터뷰에서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며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말이 있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안전 펜스가 있었으면 애/사람이 죽지 않았을 거라는 거. 결국 이것도 나라 탓인 거냐?
유족의 그 마음이야 무슨 수로 위로하겠느냐만, 글쎄... 작정하고 싸패 미친놈 약쟁이 꽐라가 정신줄 놓고 인도로 돌진하는 걸 겨우 그런 울타리로 막을 수 있을까?

일반 도로에 있는 중앙선 분리봉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같은 물건이 아니다. 일부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 인도/차도 펜스는 고속도로의 가드레일 같은 물건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도로의 인도에다 그런 울타리를 도배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이런 울타리가 너무 많이 쭉 깔리면 솔직히 보행자도 평소에 생활이 많이 불편해질 거다.
직접 겪어 보면 안다. 저 앞의 횡단보도를 빨리 건너야 할 때, 버스를 빨리 타야 할 때.. 저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완전 100% 자율주행이 실용화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한, 저런 사고를 근본적으로 100% 예방 봉쇄하는 건 불가능하다. 저런 0.01%급의 예외적인 또라이 미친놈들이 무서워서 자동차 최고 속도를 20km/h로 제한하고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21세기 신 '적기 조례'라도 시행할 참인가?

그냥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의 신체와 명예와 재산을 탈탈 털어서 조지고 "나는 음주운전 살인마입니다" 팻말 달고 길거리 조리돌림 매장해 버리고, 처벌이 무서워서 미친 운전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 가해자 쪽에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견디다 못해 당사자든 가족이든 누가 ㅈㅅ했다.. 이런 말 나오는 게 정상이다. 이 정도면 피해자 유족의 분노와 원한이 좀 풀리지 않겠는가?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게 국가 공권력이 국민의 교통 안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이다. 이런 데 쓰이는 세금은 아깝지 않다.

그러니 저런 피해자 유족은.. 다른 쓸데없는 거 탓을 할 게 아니라 그냥 제발 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빡침의 절규를 내뱉는 게 최선의 인터뷰일 것이다. 아 물론 그런 말도 다들 하기는 했다만, 더 강하게 해야 한다.
성선설을 전제로 깔고 만든 법과 규칙은 공산주의와 동급으로 처절하게 실패한다는 것이 인류 역사를 통해 증명돼 있다.

이렇게 처벌을 강하게 할 생각을 안 하고 어디서 사고 한번 났다 하면 연대책임 단체기합으로 비보호 좌회전이나 점멸 신호이던 게 몽땅 다 24시간 느릿느릿 답답한 적록 신호로 바뀌는 거..
사고 한번 났다 하면 거기 주변에 저런 울타리가 도배되는 거.. 선량하고 정상적인 다른 운전자들까지 몽땅 다 초등학생이라고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시간대에도 닥치고 느릿느릿 비효율적인 거북이걸음을 해야 하는 게 난 너무 싫다.

연대책임을 물을 거면 그 음주운전자놈의 동승자 내지, 놈에게 술을 팔고는 놈이 뭘 타고 집에 가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식당한테나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옛날에는 우한 폐렴 백신 강요라는 국가 시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난 그것보다도 규제 일색의 비효율적인 교통 정책이 더 싫다.

5. 이상한 비유

그나저나 하나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승차 다이빙(보행자)이나 꼬리물기(자동차) 따위를 하지 말라고 계도하는 캠페인 내지 공익광고가 있다. 뭐... 그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거기서 펴는 논리가 "겨우 5초 아끼려고 남에게 민폐 끼치시렵니까? / 5초만 참으세요" 같은 식이더라. 그걸 보니 심기가 많이 불편해진다.
장난하나.. 5초가 아니잖아.
이 차를 놓쳐서 뒷차를 타게 되면 최하 3분 이상, 보통은 5~10분을 날리고 기다려야 된다. 그 시간을 아끼려고 승차 다이빙을 하는 게 아닌가? 좌회전 신호도 이때 꼬리물기를 해서라도 못 건너고 다음 신호로 가면 날리는 시간이 도대체 얼마냔 말이다.

꼬리물기나 승차 다이빙이라는 행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랑, 그 행동이 절약해 주는 시간을 완전히 혼동하고 착각했다.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다.
쓸데없이 시간 아끼는 드립 치지 말고 말이다. 저런 행동이 도로 흐름을 꼬이게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거, 운전사/기관사에게 큰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차량 운행을 지연시키는 내역을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그걸 입증해 보여야 광고가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시간 드립이라면 차라리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현실 고증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한 표어인 것 같다.
(저건 한국 도로공사에서 쌍팔년도 시절에 공모해서 실제로 사용했던 입상작 표어라고 한다. 이런 표어는 입상작에게 상금을 주는 대신, 저작권이 주최 측으로 넘어가는 형태이다.)

6. 나머지 관련법들

- 총기 쪽에 '총기 소지 허가'와 '수렵 면허'라는 게 별도로 운용되는 것처럼 자동차에도 자동차 소유와 관련된 보험과 등록 등의 법이 있고, 사람에게는 '운전 면허'라는 게 나뉘어 있다. 심지어 보험조차도 자동차 보험과 운전자 보험으로 나뉜다.

- 이제는 자동차 운전 면허는 1종과 2종의 구분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그냥 '대형/특수 - 보통 - 오토 전용(기존의 2종 자동) - 소형(오토바이)' 정도로 간소화했으면 싶다. 영업용 차량을 몰기 위한 트럭/버스 자격증은 따로 있기도 하니 말이다.

- 자동차 등록증과 면허증은 기록이 다 전산화된 덕분에 상시 실물 지참 의무가 사실상 없어졌다. 오늘날까지 오프라인 아날로그 실물 방법론이 여전히 유효한 분야는 선거-투표 내지 여권, 민사에서 사람 유언 기록 같은 쪽이지 싶다.;;

- 우리나라야 영업용 차량(바사아자)과 렌터카(하호허)는 번호판 차원에서 바로 식별 가능하다. 법인 차량은 완전히 개인용 자가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내버스· 택시 급으로 승객을 태우며 운전 영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차량은 아니어서 위치가 애매한데.. 얘들도 바로 식별 가능하면 뭐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카셰어링이나 리스 같은 공유 차량은 자가용과 렌터카 사이에서 위치가 좀 애매한 듯..

- 도로에서는 시속 60 이상 낼 수 있는 '자동차'만 주행 가능한 '자동차 전용 도로'와, 보행자 '만' 출입 금지이고 오토바이 정도는 주행 가능한 도로가 좀 구분됐으면 좋겠다. 국도 정도면 보행자만 못 들어가게 하면 되지 오토바이까지 갑자기 동선이 꼬여서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끝으로..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과식과 과속은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늘 뒷차를 배려하고 남의 시간을 존중하고, 뒷차가 "예측" 가능하게 움직여 준다면 아무리 과속해도 위험하지 않고 도로에서 싸울 일도 없고, 교통사고나 보복운전 따위가 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집요하게 변태적으로 단속하고 근절해야 하는 건 과속이 아니라 꼬리물기나 지정차로 위반 같은 거다. 그리고 맨날 AI AI 그러는데 스마트한 감응 신호, 그리고 꼬리물기 상황에서는 신호등 자체가 파란불을 안 주는 식으로.. 이런 거나 좀 똑똑하게 바꿔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16 08:35 2023/09/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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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예전에 기억을 토대로 유형별로 다양한 교통사고 사례들을 블로그에다 나열한 적이 있었다. 그건 다 사륜 자동차 기준이었고 이륜차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륜 자동차는 달리다가 어디 툭 부딪히면 차체의 그 부분만 찌그러지는 접촉 사고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그랬다간 중심을 잃고 자빠지고 운전자가 튕겨나간다.

이륜차의 이런 특성은 안전벨트가 없다는 특성과 결합하여 더욱 위험한 특성이 된다.
벨트 같은 걸로 운전자를 오토바이에다가 단단히 결박하면 사고 때 운전자가 튕겨 날아가는 건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오토바이가 큰 차의 아래로 깔릴 때, 넘어지거나 추락할 때처럼 차체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탑승자를 다치게 하는 다른 중대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오토바이에는 안전벨트가 없다. 그리고 비슷한 이유로 인해 말에도 낙마 사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수를 말과 완전히 결박해서 밀착시키는 장치는 없다.
자전거 페달 역시.. 신발과 페달을 밀착 고정시키는 클릿 페달은 운전할 때의 편의성과 별개로, 사고로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질 때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이륜차는 통상적인 안전벨트조차 장착하지 못할 정도로 운전 여건이 위험하고 열악하다는 걸 염두에 두고 타야 할 것이다. (그래서 벨트 대신 헬멧을 반드시 써야..)
본인이 기억나는 근래의 유명 사고 사례는 다음과 같다. 영상들의 출처는 대부분 유튜브 한 문철 TV이다.

1. 김해 시내, 2021년 4월 (☞ 영상)

비보호 좌회전 하는 택시와, 약간 과속으로 직진 질주하던 오토바이가 충돌한 전형적인 교차로 사고이다. 택시가 더 많이 잘못하긴 했지만 오토바이도 과속 때문에 일부 과실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굉장히 의외의 사실은.. 저 오토바이 운전자는 20대 후반의 여성이라는 것이다.;; 와, 여자가 저 속도로 바이크를 몰았나..??
그런데 이 사고로 꽤 중상을 입었다. 직장도 휴직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하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사고는 매스컴에 크게 보도되지는 않고, 그냥 한 문철 TV에서나 소개된 것 같다.

2. 춘천-홍천 국도 56호선, 2021년 5월 (☞ 영상)

오토바이와 오토바이가 정면 충돌한 매우 드문 사례이다. 꼬불꼬불 커브에서 가해자 오토바이가 원심력 제어를 못 해서 크게 돌다가 중앙선을 넘었는데.. 하필 마침 반대편에서 오던 오토바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쾅..

가해 오토바이 운전자는 얼마 후에 사망하고, 피해 오토바이 운전자도 신체 곳곳에 골절과 타박상으로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이 산길이 평소에도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시끄럽다고 원성이 많기 때문이었다.

한편, 지금으로부터 한 달쯤 전엔 왼팔을 통째로 잃은 장애를 극복하고 근성으로 몸을 단련해서 피트니스 대회에서 우승한 김 나윤이라는 사람의 사연이 매스컴을 탄 적이 있었다.
이 사람도 스스로 밝히기를 2018년 7월경에 닭갈비 먹으러 춘천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국도를 주행하던 중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그랬다. (☞ 링크)

그 국도가 56호선인지 아니면 5호선인지는 모르겠다만, 이것도 춘천 오토바이 사고라고 하니까 두 사건이 같이 떠올랐다. 미끄러져서 넘어지면서 오토바이 차체에 팔이 깔렸던 것 같다. 평범하게 어디 세게 부딪히는 사고라면 그냥 골절· 타박상을 입지, 특정 신체 부위만 통째로 절단하는 식의 부상을 당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저분은 사고를 당하기 전엔 미용사였다고 한다. 흠, 올해 초에 파주 버스 롱패딩(?) 끼임 사고를 당했던 여성도 헤어 디자이너 지망생이었는데..
저 앞의 1번 사고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분도 20대 나이 때부터 바이크 라이딩을 즐길 정도로 당차고 호쾌한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사고를 당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지만 그 기백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살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3. 시화호, 2019년 7월 (☞ 영상)

이건 가히 전설을 넘어 레전드 급인 사고이다. 승용차가 추월을 위해 1에서 2로 차로를 변경했는데.. 뒤에서 무려 시속 200을 넘는 속도로 2차로를 돌진하던 오토바이가 그 차와 부딪힌 것이다.
오토바이는 굉음과 함께 박살 났으며, 운전자는 그야말로 10수 m를 붕 떠서 날아갔다가 땅에 고꾸라졌다. 그리고 현장에서 즉사..

승용차의 입장에서는 워낙 상상을 초월하게 쌩~~ 하고 뒤에서 튀어나온 오토바이를 도저히 예측하거나 피할 수 없었다. 승용차가 우측 추월을 시도하긴 했지만 여기는 고속도로도 아니고, 또 추월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인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사망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황이 고려되어 승용차 운전자에게는 무과실, 무죄 판정이 내려졌다.

1만이 오토바이 운전자가 피해자이다. 2와 3은 운전자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별개로 운전자가 가해자이고 과실 100%로 잡혔다.;; 즉, 보상을 전혀 못 받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들이 계속되면 우리나라에서 이륜차가 자동차 전용 도로나 고속도로로 진입이 허용되는 일은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화호 방조제 도로에도 쓸데없이 시속 60~70 구간 단속 카메라 같은 거나 생기지 않으려나 우려된다. 교통 정책이 자유, 효율, 자율이 아니라 규제 위주로 바뀐다는 것이다.

4. 선릉 역 사거리, 2021년 8월 (☞ 영상 )

지금으로부터 3개월 남짓 전에 서울 시내에서 발생했던 굉장히 끔찍한 사고이다. 위의 사고들과 달리 맹렬히 질주하는 도중에 난 사고가 아니다.
어느 배달 오토바이가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를 받으면 제일 먼저 튀어나가려고 차들을 비집고 1차로의 맨앞에 섰다. 그런데 하필 1차로에는 20톤급.. 뭐랄까 트레일러가 아닌 고정식 짐받이이면서 축이 2개나 더 있는 대형 트럭이 서 있었다.

파란불이 돼서 오토바이가 속한 방향의 차들이 일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는 평소 같았으면 느림보 트럭쯤은 아득히 따돌리면서 앞으로 달려나갔겠지만, 이때는 꼬리물기 좌회전 차량이 앞을 막고 있어서 튀어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뒤의 트럭은 앞의 바로 아래에서 얼쩡거리는 오토바이를 보지 못한 채, 그 공간으로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오토바이는 트럭의 앞바퀴에 걸려서 자빠지고 깔렸으며.. 운전자도 그대로 넘어진 채 신체가 트럭의 바퀴에 깔렸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대로 곤죽이 된 채 즉사했다. 트럭 운전사도 뒤늦게 사고를 인지하고는 완전히 멘붕 해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아.. 이건 오토바이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는지, 왜 대형 버스도 아니고 대형 트럭의 바로 코앞에 서 있었던 걸까.. 꼬리물기 차량한테도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트럭은 운전대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바로 아래가 안 보인다. 물론 바로 아래를 비추는 볼록 거울이 있긴 하지만.. 신호 대기 중인 운전사는 전방의 신호등만 쳐다보고 있지, 이럴 때 아래를 일일이 살펴보지는 않는다. 그 신호 대기 중에 저런 오토바이가 앞에 새로 갑툭튀 할 거라고는 더욱 예상하지 않는다.

작년 11월경엔 광주에서 횡단보도를 반쯤 건너고 멈춰 섰던 일가족이.. 역시 멈춰 섰다가 출발하는 대형 트럭에 치여서 사망· 중상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 영상) 이것도 신호 대기 중이던 대형 트럭이 전방 아래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못 봐서 발생한 사고였다. 자고로 대형차는 앞· 뒤· 옆 어디든지 얼씬거리지 않는 게 상책인 것 같다.

5. 상암 초등학교 사거리, 2021년 5월 (☞ 영상)

오토바이(수직)는 아직 빨간불이지만 당장 앞에 차가 없는 것만 보고는 굉장히 이른 예측 출발을 시도했다. 그런데 옆에서는 자동차(수평)가 신호에 안 걸리려고 노란불 상태에서 거의 시속 90에 달하는 속도로 필사적으로 교차로를 통과했다.
그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돌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10m 이상 거리를 차에 밀려 가다가 끝내 사망했다.

이건 자동차의 운전자가 박 신영 아나운서여서 더 유명세를 탔던 사고이다. 어쩐지 사고 장소가 방송국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음주운전 같은 악질적인 사고가 아니며, 또 빨간불에 대놓고 교차로를 질주한 오토바이의 잘못이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란불에 교차로 진입도 딜레마 상태 같은 불가피한 정황이 아닌 한, 신호 위반인 건 마찬가지이다. 판단이 애매하기 때문에 평소에 단속 카메라로 잡지는 않지만, 이 상태로 사고가 나면 불리한 정황이 된다. 그리고 자동차가 꽤 심한 과속 상태였기 때문에 이 사고는 자동차 운전자도 마냥 실드를 받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저 아가씨도 방송에서 하차하고 자숙 상태가 됐다. 아마 가벼운 금고형의 집행유예 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시기에 ‘리지’라는 예명을 사용했던 걸그룹 출신의 연예인 박 수영도 앞차를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냈었다. 이건 인명 피해가 없고 경미한 사고였지만 문제는 가해자가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상태였다는 것..
게다가 가해자가 평소엔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가해자를 제일 혐오한다고 당찬 소신 발언을 수 년 동안 한두 번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됐다. ‘내로남불 자승자박’의 예시로 완벽하게 걸려 버렸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시내에서 비슷한 이름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 방송인/연예인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고 형태와 피해 규모와 가해 죄질은 완전히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 박 신영과 박 수영 둘 다 최종적으로는 벌금 1500만 원이 선고되고 확정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1/11/30 08:34 2021/11/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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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대 관련

지난 2011년에 해병대가 총기 난사와 여객기 오인 사격 사건 때문에 욕 먹고 구설수에 올랐다면, 2014년은 육군 전방 부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와 가혹행위 살인 사건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22사단 임 병장, 28사단 윤 일병). 둘 다 지금으로서는 제법 먼 과거의 일이 됐지만 말이다.

그런데 저 2014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승용차로 군 입대 이동 중이던 일행에 의한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차는 아마 렌트한 거지 싶은데, 둘 다..

  • 승용차에는 사람이 빈틈 없이 꽉 타고 있었고,
  • 갓길에 정차 중이던 대형 트럭을 들이받았으며,
  • 탑승자 중에 사망자가 발생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5월엔 의정부 306 보충대로 가던 차량이 저렇게 사고가 나는 바람에 탑승자 6명 중 2명이 사망했다. 군 입대 당사자는 중상을 입어서 보충대 대신 병원으로 가게 됐다. (참고로 306 보충대는 2014년 말에 폐지되어 없어짐)

그 뒤 10월 28일에는 아마도 논산 입소대대로 가는 중이던 차량이 호남 고속도로에서 거의 같은 사고를 냈다. 차가 완전히 박살 나면서 운전자, 입대 당사자를 포함한 5명의 청년들이 전원 사망하고 말았다.

어휴~ 이러니 자동차 보험이 26세 이하는 보험료가 왕창 비싼 것이지 싶다.;;
군대와 관련하여 제일 어이없고 안습하고 안타까운 교통사고는 2018년 12월 말, 화천에서 군 복무 중이던 아들을 면회 후 귀가하던 차량이 산길에서 전신주와 나무를 들이받고 수로로 굴러 버린 사고이지 싶다.

더 큰 차량과 부딪친 것도 아닌 단독 사고이고 무슨 수십 m 아래의 절벽으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운전자는 음주나 졸음 정황도 없었는데.. 탑승자들은 운전자인 부친을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었고(모친, 누이 둘, 여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것 같다.
차가 구르는 동안 운전자를 제외한 4명 전원이 차 밖으로 튕겨 나가고 ‘사망’했다..;;

그 아들은 그 당시 즉시 위로 휴가, 청원 휴가를 잔뜩 받긴 했다고 전해지는데.. 일가족이 몰살당한 군인한텐 휴가 정도가 아니라 아니라 아예 의병/의가사 제대라도 시켜 줘야 하지 않을까?
운전자도 2016년 부산 싼타페 급발진 당사자와 동일한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릴 것 같다. 저 사고도 일가족 4인 몰살에 운전자만 살아남은 비극이었으니..

갑툭튀 한 짐승 같은 걸 피하려고 핸들을 꺾다가 이런 참극이 벌어진 건지? 나로서는 이 정도 추측밖에 못 하겠다.
저기가 무슨 시속 100 이상으로 밟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주변 현장을 봐도 길을 좀 이탈해서 사고가 나 봤자 단독으로는 사람이 죽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을 것 같은데.. 탑승자들이 운이 지독하게 나빴던 것 같다. 그래, 과거에 이런 일도 있었다.

2. 안전벨트

탤런트 석 광렬과 조 문정. (전자는 모르겠고 후자는 대우 전자 “탱크주의 제품이거든요. 저희가 노력할수록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잖아요?” 그 멘트를 날렸던 여성 연구원을 연기한 배우...;; )
각각 1968년, 1970년생인 비슷한 연배인데, 모두 1994년에 자가용 교통사고로 겨우 20대 중반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그 사고라는 게 음주도 아니고, 고속도로에서 한 150 넘게 밟다가 박은 것도 아니고,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이나 화재나 추락이나 대형차 사이에 끼인 것도 아니고..
둘 다 그냥 미끄러져서 혼자 주변 구조물을 들이받은 ‘단독사고’에 지나지 않았다.

요즘 차량이라면 일단 ABS가 무조건 필수가 됐으니 저런 사고 자체가 안 나거나 사고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고, 거기에다 에어백과 안전벨트의 도움을 받았다면 겨우 저 정도 사고로 운전자가 죽기까지 할 가능성은 0으로 쫙 수렴했을 것이다.

허나, 25년 전에 그랜저급이 아닌 승용차였으니(각각 스쿠프, 액센트) ABS와 에어백은 없다 치고.. 거기에다 두 분 다 벨트를 안 했지 싶다. 그래서 충돌과 함께 어디 심하게 부딪치고 튕겨나가고 그 결과가 각각 뇌사와 즉사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3. 대인 역과 사고

교통사고 중에는 차와 차끼리 부딪히는 것 말고 차와 보행자가 부딪히는 것도 있다. 이런 사고는 대물 보상을 할 것은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저속에서도 사람이 죽거나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차 vs 차 사고보다 훨씬 더 높다.
특히, 사람이 죽을 정도로 차가 과속을 한 게 절대 아니었는데 피해자가 현장 즉사 급으로 죽었다면.. 그건 피해자가 내던져지고 튕겨나갔기 때문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넘어져서 차 바퀴에 깔리고 짓이겨졌기 때문이다.

(1) 2016년 11월, 서울 도봉 운전 면허 시험장에서는 한 응시생이 앞의 출발 신호만 보고 출발했다가 앞에 불쑥 걸어 들어오던 다른 응시생을 보지 못하고 살짝 쳤다. 가해 응시생은 너무 놀라서 허둥대다가 또 악셀을 밟아 버렸고, 피해자는 바퀴에 깔려서 즉사했다. 이건 군대 사격장에서 사람이 아무 통제 없이 총구 앞을 서성거리다가 오발 사고가 난 거나 마찬가지인 비극이었다.

(2) 2021년 1월, 그 유명한 파주 시내버스 롱패딩 문 끼임 사고도 피해자가 결국은 질질 끌려가다가 신체가 버스 뒷바퀴에 깔리는 바람에 즉사했다. 보아하니 피해자는 내릴 때 카드 태그를 깜빡해서 팔만 황급히 차내로 도로 집어넣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

(3) 그리고 2021년 5월, 승용차가 좌회전 하다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어느 모녀를 친 사고도.. 애엄마는 바퀴에 깔리는 바람에 현장에서 즉사했다. 저런 곳에서는 그렇잖아도 A필러에 가려지고 못 봐서 사람을 치는 사고를 내기 쉬운데.. 운전자가 말 그대로 눈깔이 썩어-_- 있는 상태에서 운전을 강행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여론은 어지간한 음주운전 대인 사고 급으로 크게 분노했다.

4. 나머지

(1) 뒤집힌 채로 머리부터 아래로 떨어짐

  •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 교각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가 아래로 추락한 시내버스는 탑승객 31명 중 운전사 포함한 무려 29명이 사망했다.
  • 2010년 7월 일명 인천대교 김여사 사고.. 공항 리무진이 사고 차량을 피하려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뒤집힌 채로 아래로 추락해서 승객 24명 중 12명이 사망했다.

(2) 큰 차의 아래로 쏙 들어감. 엔진룸이 아니라 A필러 쪽만 그대로 충격을 받고 승객 탑승 공간이 짜부러진다. 탑승자 몰살을 면하기 어려움.

  • 아까 언급했던 2014년 10월자 군 입대 친구 배웅 사고. 커브를 잘못 돌아서 갓길에 세워졌던 작업용 트럭을 그대로 들이받음.. 입대자 당사자를 포함한 5인 전원 사망.
  • 역시 아까 언급했던 2016년 8월, 부산 싼타페 급발진 사고. 계속 피하다가 결국 대형 트레일러의 뒤꽁무니를 들이받는 바람에 운전자 제외한 나머지 탑승자 4인 사망.

(3) 반대로 큰 차가 승용차를 들이받거나 심지어 올라타 버려도..

  • 2009년 4월, 서울 우이동 교차로에서 공차회송 중이던 관광버스가 긴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앞에 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추돌하고 밟고 올라감. 마침 차 한 대에 정원 초과 탑승하여 계모임 장소 이동 중이던 성인 여성 7인 전원 사망.
  • 2016년 7월, 영동 고속도로 봉평터널 인근 연쇄 추돌 사고.. 졸음운전을 하던 관광버스가 앞의 렌터카 승용차를 시속 100km 남짓한 속도로 그대로 추돌. 운전자 제외한 탑승자 4인 사망.
  • 2017년 7월, 경부 고속도로 양재IC 인근에서 M 광역버스가 역시 졸음운전으로 앞의 승용차 추돌하여 탑승자 2인 전원 사망.

(4) 작은 차가 큰 차의 앞뒤로 끼임

  • 2013년 12월, 경부 고속도로 하행선 경주-울산 부근의 정체 구간에서 벽돌을 가득 실은 25톤 트럭이 앞의 아반떼 승용차를 추돌함. 승용차는 앞의 25톤 탱크로리와 뒤의 트럭 사이에 끼여서 완전히 구겨지고 아작남. 승용차엔 마침 두 집의 어머니와 각각의 아이들 둘.. 총 6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사고로 전원 사망..
  • 2016년 5월, 남해 고속도로 터널 9중 추돌 사고. 모닝 승용차 하나가 대열 운행 중이던 버스 두 대 사이에 앞뒤로 끼여서 탑승자 4명이 전원 사망했다.

(5) 승용차는 뒤에 연료탱크가 있다. 뒤를 세게 추돌 당하면 낮지 않은 확률로 불이 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하필 전부 다 음주운전 사고들이네..

  • 2012년 6월 새벽, 음주운전 승용차가 앞에 멀쩡히 잘 가고 있던 승용차를 시속 180km 속도로 추돌.. 앞차는 화재가 발생해서 공항 직원 일가족 4명이 전원 사망했다.
  • 2015년 2월 새벽, 구미에서도 음주운전 차량이 앞의 경승용차를 엄청난 과속 상태로 추돌.. 앞차는 불이 나서 탑승자 4명이 전원 사망했다.
  • 그리고.. 다음과 같이 안타깝고 암을 유발하는 사례가 또 있었다.

5. 고속도로 1차로에서 2차 사고 + 차량 전소 + 여성 운전자 사망

(1) 지난 2021년 1월 4일 밤 11시 무렵, 경부 고속도로 상행선 판교IC 부근에서,

  • 어떤 30대 여성 운전자가 칼치기 차량 때문에 놀라 피하다가 핸들을 잘못 꺾고.. 1차로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단독사고 냄.
  • 그래서 멈춰 서 버렸는데.. 얼마 후 뒤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맹렬한 속도로 역시 1차로를 달리다가 저 차를 들이받음. (심야이기 때문에 버스 전용차로가 시행 중이지는 않음. 승용차도 1차로 주행 가능)
  • 차에 불 나고 여성 운전자 사망.

(2) 2020년 7월 22일 밤 10시 45분쯤, 제3경인 고속화도로 고잔TG 부근에서,

  • 1차로를 달리던 차량 A가 앞차 B를 살짝 추돌해서 사고 처리 때문에 둘 다 멈춰 섬.
  • 그런데 이때 20대 여대생 두 명이 탔던 차량C는 1차로를 달리다가 얘들을 발견하고 간신히 멈춰 섬.
  • C는 슬슬 차로를 바꿔서 다시 출발하려 했는데.. 1차로에서 차량D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다가 저 차를 추돌. 차량 C는 불이 나서 전소하고.. 탑승해 있던 여대생 두 명은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

(2)의 경우, A와 B 일행은 트렁크 개방이나 삼각대 같은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해자 B는 음주 사실이 들통나지 않으려고.. 여느 사설 바가지 견인차가 아니라 도로 관리 시설에서 안전을 위해 사고 차량을 무료로 밖으로 견인해 주겠다는데도 거절하고, 30분이 넘게 1차로에서 시간 끌며 차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명목상 자기 보험사의 견인차를 기다린 거라고는 하는데..

요컨대 (1)은 들이받은 차가 음주였고, (2)는 차를 멈춰서게 만든 민폐 당사자가 음주였다. 들이받은 가해자 당사자의 죄질은 그냥 평범한 전방주시 태만과 과속이었다. 그런데 피해는 정말로 된통 당했어야 할 B가 아니라 애매한 C가 고스란히 뒤집어쓴 것이다.;;
괘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음주운전자가 C 차량 탑승자를 직접 죽인 건 아니어서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참 난감하다.

상황이 이러니.. 일반 도로에서는 지방 경찰청이 (1) 신호와 (2) 과속만 죽어라고 단속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신호 걱정은 딱히 안 해도 되니 (1) 졸음운전과 (2) 2차 사고를 예방하려고 애쓰는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09 08:35 2021/08/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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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용 호신술은 흔히 "방어 운전"이라고 일컬어지는 편이다.

1.
무단횡단을 하다가 달려오는 차와 마주치게 됐다면, 무리해서 길을 마저 건너려고 뛰어가거나 차를 피해 도망치지 마라. 차도 당신이 달려가는 쪽으로 회피 기동을 하다가 충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0.5초 만에 완전히 도로 바깥으로 벗어날 수 있지 않고, 오는 차가 그리 크지도 않은 소형 승용차라면.. 차라리 그냥 가만히 서 있어라. 그러면 차가 당신을 알아서 피해 갈 것이다. 무단횡단자를 쳐도 이 나라는 과실 비율이 무단횡단자에게 엄청나게 유리하고, 운전자에게 엄청나게 불리하다. 차는 절대로 당신을 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마련이다.

2.
무단횡단이라는 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있고 차선이나 중앙선도 그어졌을 정도로 최소한의 규모가 있는 도로에서 성립한다.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 신호등이 있어서 빨간불일 때 건너면 무단횡단이 되지만 신호등이 없다면.. 그냥 보행자가 걸어다니는 빨간불이나 마찬가지이다.
차와 보행자가 어설프게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면.. 어영부영 있지 말고 보행자가 그냥 손 들고 과감하게 먼저 건너 가 버리는 게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훨씬 더 낫다.

3.
2차로 도로 같은 데서 중앙선 침범 차량과 정면충돌 위기에 처했다면 각 차량이 자신의 진행 방향 기준 "오른쪽"으로 피하도록 하자. 이것도 상대방을 생각한답시고 서로 엇갈리는 방향(= 결과적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대피해 버리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다못해 비행기도 마주오다가 관제 실수로 인해 동일 방향으로 회피해서 충돌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자동차는 그런 관제를 받는 것도 없으니 운전자들이 자체적으로 일관된 매뉴얼을 갖춰야만 한다.

4.
무작정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때도 많다. 너무 놀라고 오버해서 급 핸들 조작을 하는 게 그냥 곧이곧대로 가면서 감속만 하다가 적당히 앞의 장애물을 들이받거나 측면 접촉사고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사고를 낼 수도 있다는 걸 유의하자. 좌우로 휘청거리다가 멀쩡한 옆차와 팀킬, 혹은 최악의 경우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 보행자 치기 등... 비접촉 뺑소니 때문에 자기만 혼자 독박 쓰면 정신 건강에 굉장히 안 좋다.

5.
보행자건 운전자건 무단횡단이나 갑툭튀 칼치기로 인해 멀쩡히 잘 가던 남의 차를 급브레이크를 밟게 만들었으면 좀 미안한 줄 알고 최소한의 쏘리, 사과 비상등 같은 의사 표현을 해라.
차대 차의 경우 이것만으로도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막장 보복운전 범죄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이게 무슨 교통사고 과실 따지는 것도 아닌데.. 평생 다시 볼 일 없다시피할 사람에게 자기 실수 좀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님하의 인생에 불이익이 돌아올 거 하나도 없다.

6.
어디서나 저속 차량은 제발 제일 구석의 n차로로 달리고, 추월은 "왼쪽"으로만 하게 왼쪽 차로를 비워 놓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속, 칼치기 차량보다 더 나쁜 차량은 자기보다 더 급한 차들의 정당한 추월을 방해하면서 남의 시간을 뺏고 우측 추월 칼치기를 강요하고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차들이다.

(* 우리가 차선이라는 말을 쓰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실제로 차선이 아니라 차로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경우가 많다. 시간과 시각, 음정과 음고처럼 잘 혼동하는 용어이다.
"점선이냐 실선이냐, 색깔이 무엇이냐, 비 오는 날 밤엔 잘 안 보인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차선이고, 자동차가 진입하는 공간을 얘기할 때는 차로가 맞다.)

7.
보너스. 내가 급발진을 겪을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1. 기어 중립 후 브레이크 꾸욱~~으로 통상적인 동력 차단과 제동 시도.
  2. 그게 안 통하고, 조향 걱정이 없는 공간이 있다면 시동을 강제로 끄고 어떻게든 세운다. 비파괴적인 방법은 여기까지다.
  3. 다음으로는 측면으로.. 길가 담벼락이나 가드레일을 긁으면서 차를 세우는 게 최선이다.
  4. 그마저도 할 수 없다면 앞이 완벽하게 막힌 벽면이나 비슷한 체급의 차를 추돌해서 세운다. 측면 긁기보다 더 위험해지며, 에어백에 얼굴 파묻을 각오도 해야 한다.

단, 대형 트럭· 버스처럼 높은 차 또는 나무· 기둥 같은 단면이 좁은 물체를 들이받는 건 매우 위험하다.
최악의 경우는 어설프게 요리조리 피하면서 시간 끌고 차 속도를 실컷 키운 뒤에야 무엇이건 들이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절대로 도달하지 않게 해야 한다.

8. 똑똑한 신호의 필요성

이제는 단순히 운전 습관을 넘어 신호와 교통 정책 쪽으로.. 뭐랄까 전술보다는 전략에 가까운 얘기를 좀 하겠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모든 방향이 차들로 터져 나간다면.. 각 방향별로 통행 신호를 일정 시간 동안 교대로 부여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하지만 차량 통행이 아주 적어진다면 저런 고전적인 신호 체계는 지나가는 차도 없는데 쓸데없는 신호 대기를 유발하고 효율이 매우 안 좋아진다.
이럴 때는 무작정 운전자에게 비합리적인 준법 정신을 무작정 열정페이마냥 강요할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 점멸 신호: 서로 서행(황색) 내지 일시정지(적색) 의무를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통과하면 되지만, 사고의 위험이 아무래도 높다.
  • 회전 교차로: 점멸 신호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처리 가능한 교통량에 큰 한계가 있다. 그리고 큰 도로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 감응식 신호: 인적이 드문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에만 파란불 신호가 오게 돼 있다. 그것처럼 자동차 도로에도 차가 특정 자리에 진입해서 대기하고 있을 때만 잠시 후에 좌회전 신호가 오는 '감응식' 신호 교차로가 국내에 드물게 존재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응 신호는 차량 통행량이 적지만 그만큼 과속· 신호위반으로 인한 안전 사고가 우려되는 시골의 교차로에서 차차 도입되고 있으며, 서울 시내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교차로에서 딱 하나 본인이 본 적이 있다.

카메라라는 걸 맨날 차를 마음대로 못 움직이게 감시만 하는 데 쓰지 말고 이렇게 합리적인 용도로 활용하면 얼마나 좋나?
도로들이 궁극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효율과 안전이라는 토끼 두 마리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며 운전자에게 불만과 신호 위반의 충동을 억제시킬 수 있다.. 이런 알고리즘은 긴급 자동차의 주행 우선순위 조정 내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동작과도 연계 가능할 것이다.

9. 좌회전 유도로에 대한 추억

과거의 도로 교통 정책은 제한된 공간에 차들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고가 차도라든가 상· 하행 가변 차로..
그리고 신호 방식이 '직진 후 좌회전'인 +자형 교차로의 경우, |쪽이 직진일 때 좌회전 차들도 -쪽을 살짝 침범할 정도로 앞으로 미리 전진해서 신호를 기다리는 일명 '좌회전 유도 차로'라는 게 있기도 했다. (☞ 더 자세한 개념 설명)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것들이 21세기에 와서는 몽땅 없어지고 단순화됐다. 고가 차도나 육교는 점점 철거되고 없어지는 추세이며, 상· 하행 가변 차로도 내가 알기로 이제 거의 전멸이다.

좌회전 유도 차로라는 것도 잘 활용하면 좌회전 신호 대기 차량이 직진 차량의 앞을 막는 현상을 완화하고 교차로의 통과 용량을 증가시키는 매우 좋은 효과가 있는데..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아서 부작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직진 신호가 됐는데 좌회전 차들이 유도 차로로 진입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자기 신호가 끝나자 유도 차로에서 멍청하게 서 버려서 -쪽 방향을 길막 하고 그쪽 운전자들로부터 경적과 욕 먹고.. ㅡ,.ㅡ;; 이 광경을 본인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어휴, 그러면 홍보를 더 해서 좌회전 유도 차로가 정착하게 했어야지.. 무식하게 없애 버리니 아쉽다. 과거 로드뷰를 보면.. 얘는 생각보다 늦은 2010년대 초에 등장했다가 16~17년 사이에 도로 없어진 것 같다.

10. 신호등은 교차로 건너편에 있는 게 보행자에게도 더 나음

그리고 끝으로.. 본인은 차들이 정지선 좀 침범해서 정지해도 괜찮으니, 교차로 신호등이 예전처럼 교차로 건너편에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생각이다.

그래야 (1) 보행자도 주변 차도들의 방향별 신호등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언제쯤 내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란불이 될지, 이제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는지를 얼추 예측하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의 움직이는 차들이나 횡단보다 상태를 봐도 짐작 가능하지만, 신호등을 보는 게 더 편함. 특히 신호등엔 노란불이라는 중간 상태가 있으므로..)

왜 별 쓸데없는 걸 자꾸 바꾸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신호등이 건너편에 있는 게.. 정지선 조금 몇 cm좀 초과한 것보다 훨씬 더 악질적인.. (2) '꼬리물기'를 잡아내는 용도로도 훨씬 더 좋다. 다 지나서 건너편에 도달할 때까지는 교차로를 완전히 통과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난 21세기 들어서 자꾸 보행자 위주니, 대중교통 우대니 하면서 자꾸 자동차에 규제를 거는 식으로 정책이 바뀌는 게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 특히 빌어먹을 속도 규제 말이다.
이놈들은 대중교통을 더 빠르고 편하게 만드는 것보다, 자가용 자동차를 찍어누르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의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들이 평등을 다같이 부자를 만드는 식으로 실현하는 게 절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리 크지 않은 길에 한해서 모든 방향의 차도를 틀어막고 대각선 방향 횡단보도까지 파란불 신호를 주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요즘 시내 속도를 너무 지나치게 낮추고 있으며, 시내와 고속도로를 불문하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너무 많다.
천호대교는 교량에까지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있는 유일한 예인 것 같은데.. 안 그래도 6차로밖에 안 되는 교량에다 왜 그런 짓을 했나 모르겠다.

거기에다가 희대의 악법인 민식이법은 막장의 정점을 찍었고.. 악질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한테도, 졸다가 고속버스로 승용차를 짓밟아 뭉개서 앞날이 창창한 20대 탑승자 4명을 몽땅 몰살시킨 가해자한테도 선고된 적이 없는 형량이 구형되는 걸 보고 난 어이없음에 할 말을 잃었다. 애초에 시속 30km 초과 과속을 한 것도 전혀 아닌데..
이 정도면 진짜 적기 조례 시즌 2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애 부모라는 놈이.. 자기가 욕 먹으니까 이제는 국회 탓이나 하는 꼴이 정말 혐오스럽기 그지없어 보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30 08:35 2020/04/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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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 학회 사건 때 투옥되기도 했던 교사 겸 국어학자 정 태진 선생, 그리고 미군 장성인 조지 패튼과 월튼 워커..
이 사람들은 1940~50년대에 모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당시의 비포장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차가 절대로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저 인물들이 당한 사고는 안전 벨트를 매고 있었다면 사람이 죽을 정도의 사고는 절대 아니었다. 더구나 보행자도 아니고 차량 탑승자가 말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자동차에는 안전 유리 정도나 도입되었지, 안전 벨트 비스무리한 물건은 아직 비행기 조종석을 벗어나지 못한 단계였다. 사고가 나면 탑승자는 관성 때문에 앞으로 튕겨나가서 좌석이나 유리창과 부딪치고, 최악의 경우 밖으로 날아가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니 장성급 VIP라 해도 교통사고가 났다 하면 얄짤없이 사망 아니면 중상을 면할 수 없었다. 하물며 정 태진의 경우는 아예 군용 트럭 짐받이에 아슬아슬하게 낑겨 타고 있다가 차가 전복됐으니 원..

기술의 발달 덕분에 자동차가 예전보다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를 실감한다. 안전 유리조차도 없던 자동차 초창기엔, 믿어지지 않지만 겨우 시속 30~40km로 달리다가 정면 충돌이 나도 사람이 죽을 수 있었다. 8기통 5000cc로 자동차 최대 출력이 30~40마력이던 100년 전쯤 시절 얘기다.
한편으로, 쿨하게 벨트 따위 없이 빠르기도 엄청 빠른 고속철이라는 교통수단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사람이 교통수단의 곁에서 얼쩡거리다가 죽거나 다쳤다고 하면, 보통은 저렇게 달리는 자동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떠올린다.
무겁고 딱딱한 쇳덩이인 자동차와 퍽 부딪치고 나서 딱딱한 아스팔트· 시멘트 바닥으로 내던져지면 사람은 신체 곳곳이 부러지고 꺾이고 긁힌다. 하지만 아예 신체가 차 밑으로 들어가서 바퀴에 깔리는 것보다야, 차라리 튕겨 나가서 내던져지고 구르는 걸로 끝나는 게 나을 것이다.

일반적인 자동차에 치인 결과가 이러한데, 하물며 훨씬 더 무거운 열차에 치이거나 깔리면 시체가 온전히 남지도 못할 것이다. 지하철 선로 투신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끔찍한 자살 방법이다.
단, 철도에는 굳이 달리는 차량에 치이지 않고도 끔살 당하는 다른 고유한 방법이 있다. 바로 전차선에 감전되는 것이다..;;

열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면 사람이 근처에만 있어도 빨려 들어가서 죽거나 다치듯, 고압 전차선은 굳이 완전히 접촉하지 않고 십수 cm 남짓 근처에만 도달해도 감전될 수 있다.
또한, 똑같이 감전사해도 그냥 말단 부위에 화상만 남기고 비교적 곱게 죽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열을 너무 많이 받아서 온몸이 순식간에 새까만 숯덩이 가루가 되기도 한다.

전압과 전류, 신체 상태가 어떻게 맞물리면 저렇게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전철이야 다들 가공전차선(공중) 방식이니, 감전 사고가 나는 건 사람이 일부러 열차의 지붕으로 올라가는 뻘짓을 했을 때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전철은 제3궤조 집전식이니 그 바닥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서양에는 touch the third rail (왕창 위험한 짓을 함)이라는 관용구까지 있다.

한편, 비행기와 선박은 자동차처럼 곱게 바퀴만 굴리는 게 아니라, 주변의 유체(공기 또는 물)를 빨아들이고 뒤로 내뿜는 추진 장치가 밖에 돌출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주행 여부와 관계없이 시동이 걸려 있는 것만으로도 곁에 있으면 더욱 위험하다.

선박의 경우, 주변에서 작업하던 인부가 스크루에 빨려들어가 끔살 당할 수 있다. 이런 사고는 범선이나 심지어 증기 외륜선 시절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던 부류일 것이다.
헬리콥터의 경우, 커다란 메인 로터는 머리 위 높은 곳에서 돌아가니까 괜찮지만, 테일 로터에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가 날 수 있다. 선풍기 날개에 손가락을 다치는 것 정도와는 비교가 안 되는 심각한 부상을 야기한다.

그리고 이 바닥의 갑은 제트기의 팬에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수십~100수십 톤에 달하는 대형 비행기를 그냥 밀어내는 정도가 아니라 공중에 띄우기까지 해야 하는데.. 엔진의 힘이 얼마나 돼야 하며, 단위 시간 동안 빨아들이고 팽창시켜 내뿜는 공기의 양이 얼마나 될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단순히 새 정도가 아니라 사람도 당연히 빨려들어갈 수 있다.

지난 2006년 1월 16일에는 미국 엘 파소 공항에서 항공 정비사가 보잉 737 국내선(컨티넨탈) 여객기의 팬에 빨려들어가는 사고가 실제로 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합성이나 주작이 아닌지 신빙성이 약간 의심은 된다만, 사고 현장의 사진도 검색해 보면 나온다. 해당 엔진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바닥까지 온통.. 사람은 뼈도 옷도 유품도 없고 형체가 전혀 없이, 그냥 시뻘건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됐더라..;;

FPS 게임에 나오는 gib(피떡)라는 것의 더 잔혹한 실사판을 볼 수 있었다. 그냥 사람이 사지 잘리고 바닥에 피 흘리며 죽어 있는 어지간한 전쟁터나 교통사고 현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사고가 난 뒤의 모습 말고, 심지어 옆 비행기에서 그 사람이 실제로 쏙 빨려들어가서 죽는 모습을 촬영했다는 동영상까지도 굴러다니는 게 있는데, 이건 합성 주작인 것 같다. 하지만 사건 자체는 실제로 일어난 게 맞다.

요약하자면..

  • 육상 교통수단은 그 특성상 움직이는 차체에 사람이 치이거나 깔리는 교통사고가 날 수 있다. 차와 차끼리도 서로 부딪칠 수 있다.
  • 그에 덧붙여서 철도는 전차선이 존재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보니 차체의 운행 여부와 관계 없이, 아니 오히려 반대로 정지해 있을 때 감전 사고가 날 수 있다.
  • 다음으로, 땅 위에서 바퀴를 굴리는 형태가 아닌 교통수단들은(비행기, 선박) 추진 프로펠러에 빨려들어가는 사고가 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17 08:32 2019/03/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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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서 제일 큰 주목을 받는 교통사고의 유형은 (1) 음주운전, (2) 졸음운전 대형차(버스, 트럭) 사고, 그리고 (3) 고령 운전자 사고인 것 같다. 일명 김여사 사고는 2010년대 초에 인천외고 운동장 사고와 인천대교 마티즈 사고 때 크게 논란이 일었다가 요즘은 잠잠해진 듯. 하지만 지난 2017년 여름에 발생했던 일산 백병원 차량 돌진 + 건물내 추락 사고는 오랜만에 또 발생한 김여사의 전형적인 운전 미숙 사고이다..;;

1. 음주운전

뺑소니와 더불어 죄질이 제일 나쁜 축에 들며 사람을 제일 빡치게 하는 사고이다. 이런 사고가 꼭 피해자는 차량 화재+몰살인데 가해자는 그냥 경상인 경향이 있다.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 가해자 처벌을 더 강화하라는 여론이 기세등등하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우리나라는 범죄자 인권에 너무 관대한 곳이어서 별 희망이 없을 것 같다. 이 글에서 음주운전 사고 사례는 생략하고, 더 소개하지 않겠다.

굳이 단속 기준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일단 대인사고가 났다 하면 가해자를 완전 작살을 내 줘야 할 것이다. 최소한 피해자 유족 측 변호사가 "저래 봤자 가해자는 고작 몇 개월~1년이나 살다 나올 텐데 그냥 합의해서 푼돈이라도 챙기시죠?" 이딴 식으로 유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기랄, 이게 나라냐? 오래된 생각이다.

2. 대형차 졸음운전

이건 2016년 7월의 봉평 터널 사고에 이어 작년에도 지난 7월에 경부 고속도로 상행선 양재IC 인근에서 거한 사고가 한 건 터지는 덕분에 또 이슈가 됐다.
버스와 승용차가 1차로에 엉겨 있길래 이것만 봐서는 "또 어떤 승용차가 자기 길이 막히니까 버스 전용 차선 침범하는 병신짓 하다가 뒤에서 달려오는 버스에 추돌 당했나" 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추돌 사고 자체는 2차로에서 발생했다. 오히려 버스가 웬일로 버스 전용 차선에 있지 않고 앞의 정체 구간을 못 본 채 앞의 승용차를 그대로 쾅 들이받고 타고 올라갔다. 승용차 과실 100%에서 버스 과실 100%로 원인이 완전히 반전되었다.

뒷차가 무게와 속도를 이기지 못해 앞차를 짓뭉개고 타고 올라가는 건 태생적으로 여러 객차들이 줄줄이 연결된 철도 차량의 중대한 충돌· 탈선 사고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렇게 될 정도이면 승객이 많이 죽거나 다친다.
"흰색 K5"가 졸음 운전 대형 버스에게 추돌 당해서 탑승자 전원 중상· 사망의 피해가 났다는 점은 봉평 터널 사고와 동일하다.

하루 10몇 시간씩 쉬지도 못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분들의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근본적으로는 물류비 교통비의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귀결돼야 할지도 모른다. 가해자인 운전사도 딸을 셋이나 둔 가장이고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무리하게 근무를 했다던데 말이다.

몇 시간 운전했으면 얼마 동안은 반드시 쉬라고 법으로 강제로 규정해도 현실에서는 빡빡한 운전 스케줄이 더 중요하고 제대로 지켜질 수가 없는가 보다. 운전 기사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처럼 버그와 싸우는 건 없지만 그래도 일정에 쫓기는 건 동일한가 보다.
물론, 아예 대형차의 최대 속도를 강제로 낮춰 버리는 건 미친 짓이며 개인적으로 적극 반대다. 자꾸 새 법을 만들고 규제만 더 넣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쉬는 걸 보장하는 법'부터 제대로 시행되게 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영업용 차량을 쉴 새 없이 운전하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미친 짓을 할 리는 없으니, 음주운전은 주로 자가용 승용차가 저지르는 편이다. 그 반면, 졸음운전 사망 사고는 운전이 생업인 대형차 운전자가 내는 편이니, 가해자의 성격과 양상이 서로 다르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버스 전용 차선 침범은.. 자기 차가 제로백을 5초 만에 달성 가능한 제네시스 프라다 같은 급의 차라든가, 무슨 1분 1초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응급 환자를 수송하는 거라도 아니라면 꿈에도 시도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이건 단순히 단속에 걸리고 과태료 벌금 무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 생명을 거는 도박이기 때문이다.)

3. 고령 운전자

다음으로 이건.. 자가용과 영업용 차량을 딱히 가리지 않고 고령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손발 움직임 내지 판단 착오를 일으켜서 사고를 내는 빈도가 높아지는 편이다. 김여사처럼 '일부 예외적이고 운 나쁜 사례'만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2010년경이던가.. 면허를 4년 반 동안 필기 시험에서만 거의 무려 1000번 가까이 떨어진 할머니가 결국 턱걸이로 필기와 실기까지 간신히 합격했다. 이분은 전국적으로 매스컴을 탔고, 현기차에서는 축하한다고 이 어르신에게 경차를 한 대 기증도 해 줬으나..
저분은 그로부터 1년이 채 못 가 차가 반파되는 교통사고를 냈다고 한다. 그 뒤로 근황은 전해지는 게 없어서 알지 못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5년의 일인데.. 어느 70대 모범택시 운전기사가 서울 소공동 소재의 롯데 호텔에 차를 몰고 들어가던 중, 이거 뭐 졸음운전도 아니고 갑자기 몸이 말을 안 들었는지 화단을 들이받고 근처에 세워져 있던 고급 승용차들 4대를 연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 보도 자료 링크)

인명 피해 없는 접촉사고 수준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피해 차량 4대 중에서 제일 저렴한 싸구려 차가 그랜저였다는 거. 나머지는 포르쉐 두 대와 에쿠스였다..;;
수리 견적이 거의 5억 가까이 나왔으나.. 기사분은 대물 한도 1억까지만 보장되는 보험에 들어 있었고, 나머지 보상비는 고스란히 개인 부담이 됐다.

내가 알기로 택시나 노선 버스 같은 영업용 차량은 대 "인"은 I, II 보상 모두 무한대인 보험에 의무적으로 들게 돼 있다. 하지만 대물은 아니었나 보다.
저분은 처음에는 급발진 핑계를 대며 발을 빼려 했으나, 블랙박스 영상을 판독한 결과 그렇지 않고 순수 자기 과실 100%인 게 빼박 입증됐다.

그야말로 집안 뿌리를 뽑아도 갚지 못할 액수 때문에 택시 기사는 식음을 전폐하고 그대로 주저앉았고, 거의 자살을 생각하는 지경까지 됐다. 이건 뭐 거의 빚보증 잘못 서서 인생 조진 것과 별 차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 호텔 측에서 이 사정을 듣고는 보험 보상 범위를 초과하는 나머지 액수는 자기가 부담하겠다고 회장님이 초 대인배 조치를 취해 준 덕분에 구제를 받았다. (☞ 보도 자료 링크)

나름 모범 택시라는 것도 최하 5년 이상 무사고를 달성한 '모범 운전자'만 몰 수 있는 것일 텐데, 평생 쌓아 왔던 무사고 커리어를 저분은 저 사고 하나로 다 말아먹었다..;;
그러니 고령 운전자를 상대로는 적성검사를 더 자주 시키고, 일본처럼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쪽으로 인센티브 주고 장려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 젊은 애들은 철없고 객기 부리느라 사고율이 높아서 자동차 보험료가 비싸다지만, 반대편 극단의 노인은 다른 이유로 인해 사고율이 높은 게 현실이다. 다만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정말로 차가 없으면 안 되는 곳에서는 문제를 어찌 해결하면 좋을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고령자는 운전자로서 내는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보행자로서 신호 무시 무단횡단 교통사고도 좀 문제이다. 노인분들은 지금처럼 차들이 넘쳐나고 교통법규 준수가 절실하던 시절에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을 보내지 않았으며, 오랜 연륜에 따른 고집도 있어서 교통법규를 꼬박꼬박 잘 지키는 편이 아니다.

무단횡단을 할 거면 측면주시 잘 해서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남들과 다르게 잽싸게 건너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들은 몸이 민첩한 것도 아니니 문제다. 애초에 무단횡단도 빨간불 기다리는 게 귀찮다기보다는 횡단보도까지 쭉 우회하는 게 귀찮고 거동이 불편해서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 기타: 긴급 자동차 관련

출동 중인 구급차나 소방차 같은 긴급자동차는 재량껏 눈치껏 신호 무시와 과속, 중앙선 침범과 버스 전용 차선 주행이 허용되며, 막히는 길에서 양보받을 권리도 인정받는 등 여러 특례가 보장된다.
하지만 긴급자동차도 운이 나쁘면 사고를 낼 수 있고, 과실 비율에서 언제나 면책되는 건 아니다. 옛날에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에서 이런 사고 사례가 방영된 게 있었다.

(1) 사이렌 울리며 출동 중인 구급차가 있었는데, 교차로에서 좌우로 당장 차가 없는 걸 보고는 신호 무시하고 슬금슬금 직진했다. 하지만 그 왼쪽에서는 파란불 신호만 보고 계속 달려오던 시내버스가 있어서 결국 둘이 충돌했다.

→ 구급차는 정말 합법적인 긴급자동차였던 관계로, 드물게 우열 없는 쌍방과실 50:50이 나왔다. 자기 차량 보험사가 각각 상대방 차의 손해를 물어주면 된다. 사설 견인차가 사고를 냈으면 이런 판정은 당연히 못 받는다.

(2) 화재 신고를 받고 여러 소방차들이 대열을 지어 사이렌 울리면서 출동 중이었다. 그 행렬이 지나가는 걸 못 참고 어떤 승용차가 소방차 중 대형 물탱크차를 추월해서 그 앞에 바싹 끼어들었다.
그런데.. 교차로에서 소방차들이 좌회전을 시작했는데 하필 그 승용차 앞에서 노랑-빨강으로 신호가 끊겨 버렸다. 단속 카메라가 있었는지 승용차는 우물쭈물 하다가 정지를 선택했으나, 무거운 물탱크차는 곧장 정차할 수 없어서 승용차를 추돌했다. 승용차가 없었으면 물탱크차는 선두 소방차들을 따라 꼬리물기쯤 해도 아무 문제 없을 상황이었을 텐데.

→ 승용차의 입장에서는 하필 노란불 딜레마 때문에 참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구나 결과적으로는 소방차가 앞차를 추돌한 것이고, 크고 무거운 소방차보다 승용차가 훨씬 더 많이 부서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과관계로 볼 때 승용차가 공익을 수행하는 긴급자동차를 상대로 거의 민족 반역자 급의 너무 큰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당연히 100:0 나왔다. 이거 방영된 동영상의 밑으로는 악플도(승용차 운전자 욕) 작살나게 많이 달렸다.

* 기타: 운전 면허 시험장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사망 사고

지난 2016년 11월엔 도봉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참 어이없는 인명 사고가 났다. 시험을 치기 위해 배정받은 차량으로 가던 어떤 20대 여성이 다른 20대 남성 응시자가 탄 트럭의 앞을 슬금슬금 지나갔는데.. 이때 트럭은 출발 신호를 받고는 곧이곧대로 출발을 해 버렸다. 그래서 여성을 쳤다.

면허 시험장에서 차들이 무슨 쌩쌩 고속으로 달릴 리는 전혀 만무하다. 갓 출발하려던 상태였으니 곧장 사고를 감지하고 정지만 했으면 피해자는 기껏해야 좀 넘어지고 다치고 까지는 걸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지고 말았다. 가해자는 너무 놀라고 당황했거나 아니면 반대로 상황 파악을 못 했는지, 넘어진 피해자를 바퀴로 깔고 간 것 같다.

세상에 차량 급발진도 아니고, 어느 미친 음주운전자와 정면충돌을 한 것도 아니고, 대형 사고가 도무지 날 것 같지 않은 저런 곳에서도 사람이 사고로 죽다니 참 허탈하다.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는 총기와 맞먹는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에 저런 곳도 군부대 사격장에 준하는 군기와 안전수칙이 철저히 지켜졌어야 했다.
모든 총기는 장전된 것처럼 다루고 절대로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지 말아야 하듯, 그와 동일하게 누구든지 차 앞을 얼쩡거리지 말았어야 했고 그러는 사람이 있으면 감독관이나 주변 직원이 철저히 제지했어야 했다.

내 발이 인도에 있다가 차도로 옮겨지는 순간이라면 반사적으로 측면을 응시해야 하며, 주차된 차들 주변을 얼쩡거릴 때는 보행자일 때든 운전자일 때든 왕창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어폰 끼고 스마트폰 들여다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심지어 무단횡단까지 하는 사람들은 안전불감증이 너무 심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멀쩡한 운전자를 인생 꼬이게 하지 말고 조심해야지. 사실 요즘은 블랙박스도 있고 해서 도를 넘는 막장 보행자는 마냥 약자라고 편드는 게 아니라 과실이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 그래야 마땅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8/01/04 08:35 2018/01/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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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면허 갱신

본인은 올해에 운전 면허증을 갱신했다.
지금이야 1종 면허도 유효 기간이 10년이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갱신을 했던 때는 2종만 10년이고 1종은 기간이 아직 7년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2010년 이후 이제야 또 면허 업데이트를 하게 됐다.

2종은 말 그대로 나 살아 있다고 신고만 하면 갱신되며, 이제는 젊은 나이 때는 사실상 갱신이 필요하지 않은 지경으로 더 간소화됐다.
1종은 책임감이 더 큰 면허여서 그런지, 주기적인 갱신에다 형식적이나마 적성검사(신체검사)가 추가된다. 다만, 1종 보통은 최근의 직장인 건강검진 결과 같은 걸 제시해서 신체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1종 대형이나 특수는 그런 거 없고 면허 시험장에서 신체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일이 더 번거로워진다.

그래도 내 주변엔 "남자는 당연히 1종 보통"이지 정도가 아니라, 크고 아름다운 차를 몰고 싶은 욕심에 대형 면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차덕이 좀 있다. 평생 버스 같은 차를 몰 일이라고는 없을 전공과 업종의 종사자인데도 반쯤은 허세 때문이다.
대형 버스는 같은 각도를 회전할 때 승용차보다 핸들을 두 배쯤 더 많이 돌려야 할 텐데~ 그래도 나도 버스나 심지어 비행기, 철도 차량 같은 것도 운전· 조종을 해 보고 싶다. 선박까지는.. 그건 아직 모르겠고.

2종 보통 면허는 무사고로 일정 기간 경과하면 면허 종류를 1종으로 승격할 수 있다. 4톤 트럭까지만 몰 수 있던 게 11.5톤으로 커지고, 승합차는 9인승이던가 그게 한계이던 것이 15인승으로 커지는 효과가 있다.
물론 2종 자동은 그런 '자동 승격'이 없다. 자동 변속기만 몰다가 수동 변속기를 몰려면 면허를 별도로 따야 된다.

한편으로, 노인 인구가 늘고 고령 운전자가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해서 사고를 내는 일이 잦아지자,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상대로 면허의 자진 반납을 장려하고 '아름다운 은퇴' 운운하며 각종 복지 인센티브를 주는.. 뭐 그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도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는 날이 올지?
노인 어르신들은 투표는 얼마든지 해야겠지만 자가운전은 좀 별개로 생각할 문제라 하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노인이 전철이 전면 무료인 것만으로도 그 지역에서는 이미 어마어마한 복지이며, 꼭 운전을 해야 할 필요를 많이 상쇄시키고 있다.

면허 시험장이라는 게 도심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는 시설은 아니니, 정말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고 오는 것인데도 꽤 멀리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더라도 면허증을 수령하는 건 결국 본인이 시험장이나 경찰서로 직접 가야 된다.

이번에 면허를 갱신할 때는 서부 시험장을 이용했다. 근처에 학교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장 역은 하늘 공원, 매봉산(옛날에 유류 저장 기지가 지어졌던 언덕) 같은 곳을 갈 때 이용한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른 용건으로 거기를 찾아갔다.

면허 갱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근처에서 박 정희 기념· 도서관을 발견해서 거기도 찾아갔다. 5년 전에 아예 차를 몰고 가서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지하철역에서 시험장으로 가는 길목에 저게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난 면허증에 이어 여권은 내년에 유효기간 만료다. 그 전에 어디든 외국에 좀 나갔다 와야 된다..;;

2. 음주운전 단속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자동차 전용 도로 진출입로가 오늘 밤은 막힐 시간대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저 앞에서는 경찰들이 차선을 틀어막고 양방향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더라. 이미 몇 번 겪어 봤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면 연두색 야광 조끼를 입은 경찰이 먼저 경례를 하고 나도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라고 답례를 한다.

경찰이 먼저 들이미는 건 (1) 음주 감지기이다. 여기에 굵고 짤막하게 훅~ 불어 주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무사통과이다.
술이라는 게 액체이고 알코올도 기본적으로 체내 혈액에 녹아 들어갔다가 간에서 분해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알코올이 휘발성을 지닌 물질이기 때문에 날숨으로도 감지 가능하다. 만취자 꽐라는 곁에만 있어 봐도 술 냄새가 진동하니까 말이다.

감지기에서 경보음이 들리면 운전자는 일단 내려서 빨대 물고 수 초 동안 더 세게 오래 입김을 부는 (2) 음주 측정기의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관이 맨날 "더더더더더~"이러는 기기는 바로 측정기이다. 결과도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기계가 분석하느라 2~30초 정도 시간이 걸리는가 보다. 그 대신 함수의 리턴값도 감지기처럼 boolean이 아니라 int 내지 float로, 구체적인 농도 숫자이다.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500ppm 이상이다. 감지기에는 걸렸지만 농도가 500ppm 미만으로 나와서 훈방조치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해피한 결과이겠지만 그게 교통사고 예방의 관점에서까지 해피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걸려 버렸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3) 병원 가서 채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술을 정말로 안 마셨는데 구강 소독약의 알코올 성분 때문에 입가에서만 알코올이 잘못 감지될 수도 있으니, 오판에 대한 구제책은 제도적으로 다 마련돼 있다.
허나, 이미 받은 측정기 검사를 또 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정말로 술을 마셔서 걸린 거라면, 채혈 검사로 가 봤자 어차피 최초로 단속에 걸린 "시각" 이후로 지금까지 알코올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고 보정한 농도가 통보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로 개기면서 시간 끌어도 별 소용 없으며, (3)이 딱히 운전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500ppm 이상이 나와 버리면 운전자의 인생은 대략 꼬인다. 최소 농도 + 초범으로 교통사고 없이 단순히 걸리기만 했을 때 제일 가벼운 처벌 견적이 약 100일간의 면허 정지에 100만원대의 벌금부터 시작한다.
겨우 몇만 원대인 불법주차 내지 과속· 신호위반 과태료(또는 범칙금)와는 차원이 다르다. 벌금은 체포에 약식기소 같은 처분까지 동원되는 형법상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당장 차가 어찌 되는지는 내가 안 걸려 봐서-_-;; 모르겠지만, 면허증은 당일 확실하게 빼앗기는 듯하다. 임시 운전 허가증을 받아서 면허 정지나 취소가 시작되는 날짜를 최대 40일가량 늦출 수 있을 뿐이다.

2010년대 초였나, 오래 전이다만 본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밤에 인적이 드문 대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좀 쉬어 가려고 길가 공터로 들어가 정차했다. 그런데 저 멀리 앞에 있던 경찰들이 내 차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응? 여기는 차 세워도 되는 곳인데, 왜?" 이런 생각을 했는데 경찰이 말하길, 지금 음주운전 단속 중인데 내가 도주하는 줄 알았댄다. 그래서 흔쾌히 훅 불어 주고 모든 오해를 푼 뒤 경찰을 돌려보냈다.
이런 일을 겪었지만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저분들이 세금값 하는 공무를 수행 중이었으니까.

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요즘은 "지금 요 지점에서 음주운전 단속 진행 중" 정보를 공유하는 스마트폰 앱까지 나와 있다.
스팸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앱이나 웹사이트는 유용하지만, 저런 건 공유해서 뭐 어쩌자는 건지.. 기술이라는 것도 참 활용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음주 단속은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예고 없이 불시에 하고 시간과 장소가 바뀌니 공유라는 게 스팸 전화번호만치 큰 의미가 있지 않다. 피해 갈 생각 말고 술을 안 마시거나, 아니면 마셨으면 깔끔하게 택시 타거나 대리 불러야 할 것이다.

TV에서 음주운전 금지 계도 방송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게 도로 교통 공단에서 제공하는 운전 시뮬레이터 화면이다. 실제로 차를 몰 때에야 음주운전 따위 절대 할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술 마시면 감각이 어떻게 되고 운전 스타일이 얼마나 막장이 되는지 나 자신이 시뮬레이터로라도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16 08:27 2017/07/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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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급발진

지난번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운전 중에 발생하는 위험 돌발 상황에 대해 좀 생각해 보겠다. 대표적으로 급발진이 있다.
난 안 겪어 봐서 모르겠지만 엔진이 폭주하고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면 기어를 N으로 바꾸면 큰 불은 끌 수 있지 않나? 그게 안 되면 시동이라도 끄거나 아니면 도로 옆 벽면을 긁으면서 세우는 걸로 개인적으로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다. 점점 더 강력하고 차의 엔진 내지 외형을 파괴하는 방법이라도 동원해서 차를 세운다. 머릿속 운전 프로그램이 try 블록 안에서 돌다가 catch(SUAException e)으로 침착하게 잘 분기해 줄지는 별개의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

시동을 끄는 것에 대해서는 핸들과 브레이크가 잠겨 버리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당장 전방에 장애물이 있지는 않아서 몇백 m 정도는 더 나아갈 수 있고(특히 충돌을 피하려고 당장 비어 있는 중앙선을 넘어간 직후), 어떻게든 차가 속도가 붙는 것만을 막고 싶으면 상황에 따라서는 시동을 끄는 게 꼭 자충수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더 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조금 위험한 방법이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앞의 장애물을 어설프게 요리조리 피하면서 차가 속도가 붙는 걸 방치했다간... 도저히 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더 끔찍한 꼴 나기 때문이다. 그때는 local maximum만 그리디 알고리즘으로 쫓아가서는 안 된다.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하다못해 핸들을 확 꺾어서 차를 전복이라도 시켜서 바퀴를 지면에서 떼어 놓는 것도 불사해야 하리라 여겨진다.

급발진을 규명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마치 UFO를 연구하는 사람과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UFO와 급발진은 모두 기존 업계나 학계, 정부 기관에서는 공식적으로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급발진은 다 페달을 반대로 잘못 밟은 운전자의 과실일 뿐이고 UFO는 다 당사자들이 헛것을 본 것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현대의 과학과 기술로 규명은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초자연적인(?) 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거 무슨 예수님의 부활의 증인도 아니고 UFO의 증인, 급발진의 증인이라니 참 느낌이 므흣하다..;;
현직 택시 기사 중에 자기 생업과 관련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독특한 분이 있어서 좀 소개하도록 하겠다.

닉: 꿈돌이/택시불만제로/택시독립 (!)

택시 이용과 관련된 유익한 정보, 그리고 현업 택시 기사들의 고충 같은 글이 있어서 그럭저럭 볼 만하다. "고갱님들은 불법 승차거부에 절대로 호락호락 당하지 마세요. 승차거부를 안 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택시 기사들을 생각해서라도 승객 여러분들이 신고를 불사하면서 강하게 대처해 주셔야 불법 행위가 근절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새겨들을 만하다.

가끔은 미스터리한 교통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추리와 평론을 하는데, 이분은 놀랍게도 여느 운전자들과는 달리 차량 급발진 같은 건 절대 없다는 게 일관된 지론이다. 옛날 글들 검색해 보시길. "처녀가 애를 낳았습니다 / 선풍기 틀고 자면 죽습니다"와 "멀쩡하던 택시가 갑자기 급발진 폭주를 일으켰습니다"를 동급으로 칠 정도이다. 너무 당당하고 단호하고 강경하게 주장하니 그런 글에는 "무슨 개소리를.. 너 혹시 현기차 알바냐" 이런 부류의 익명 악플들이 잔뜩 달려 있다. -_-;;

지난 2009년 5월에 발생한 한티 역 택시 역주행 사고에 대해서도 급발진은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택시가 갑자기 오르막을 시속 100이 넘는 속도로 폭주하다가 결국 장애물과 충돌하여 차체가 두 동강 나고, 탑승자인 기사+여성 승객2 세 명이 모두 즉사한 끔찍한 사고 말이다.

이에 대해 저분은 운전자가 1차 사고의 측면 충돌로 인해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졸도했으며, 겁에 질린 조수석 승객이 핸들만 요리조리 돌리면서 고속 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일 거라고 추리를 늘어놓았다. 다만, 내가 보기에도 그럼 기사가 어떻게 액셀을 꾸욱 밟고 있는 채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쟁터에서 기관총 사수가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채로 전사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급발진 추정 교통사고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려나 모르겠다.
엔진 작동 내역과 관련된 결정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긴 하면서도(급발진이 순수하게 복불복 운빨 미스터리의 영역이 아닐 거라는 뜻) 영업 기밀 운운하면서 급발진에 대한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다 운전자의 과실로만 떠넘기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심쩍고 괘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가 잘못해서 사고 내 놓고는 걸핏하면 급발진 핑계 대는 비양심 진상 운전자도 안타깝지만 있다. 진실은 과연 어느 극단 중에 있을지?

사무직 종사자들은 책상에 앉아서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게 일일 것이며 본인 같은 프로그래머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택시· 버스· 트럭 운전사들은 근무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하루 종일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을 잡고 차를 굴리는 게 일이다. 근무 중에 각종 정보 통신 장비 같은 걸 들여다볼 여유는 없다. 영상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이 시대에도 이런 업종 때문에 라디오 방송이 안 망하고 버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택시 운전을 은퇴 후 용돈벌이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 full time 생계로 하는 거라면 그걸 하면서 블로그질까지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아무튼 저분은 최근까지도 블로그를 잘 운영하시는 듯하다. 뭐, 교통사고 분석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긴다.

12. 피시테일

고속 주행 중에 전방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혹은 갑자기 끼어드는 차가 있을 때... 보호본능으로 핸들을 확 꺾어서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때가 있다.
특히 비접촉 뺑소니 사고 블랙박스 영상들을 보면 더욱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가해 차량은 아무 탈 없이 유유히 사라져 버렸는데 자기만 놀라서 휘청거리다가 가로수를 들이받거나 전도· 전복되거나 심하면 옆의 비탈길로 추락하거나 한 거.

갑자기 옆에서 끼어드는 차량 정도면 "배째. 접촉사고 나 봐야 니 과실 100%야" 상황이었다면 차라리 같이 부딪치는 게 나았을 것이다. 피하다가 혼자만 더 큰 사고를 당하고 덤탱이 쓸 바에야 말이다.
길바닥에 갑자기 튀어나온 장애물, 불법주차 차량, 무단횡단자, 심지어 야생동물을 피하느라 안타까운 사고가 나곤 한다. 핸들을 꺾더라도 차량의 제어가 가능하고 수습 가능한 한도 내에서 꺾어야 한다. 옆에 피할 자리가 있는지, 혹시 뒷차가 추돌하지 않겠는지도 총체적으로 따지고 말이다.

결국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피하는 것 vs 차라리 부딪치는 것"의 가성비를 잘 따져야 할 텐데 물론 이런 요령과 경험도 운전자에게 금방 생기지는 않는 것 같다.
뭐, 저런 게 아니라 아예 정면에서 집채만 한 버스나 트럭이 역주행으로 폭주하고 있기라도 하면 그건.. 워낙 극단적인 상황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닥치고 피하긴 해야겠다.

이렇게 급발진이 '가속으로 인한 위험'이라면, 반대로 '회피나 제동 기동으로 인한 위험'으로 피시테일 현상이 있다.
급핸들이나 급브레이크 조작을 한 뒤에 차가 갑자기 좌우로 요동치면서 비틀거리더니 전복· 전도되는 경우가 많다. 난 저런 상황까지 겪은 적은 없어서 "왜 저렇게 될까? 중심 잡기가 그렇게 힘든가? 핸들과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나? 딱히 타이어가 터지거나 한 것도 아니고 빗길이나 빙판길도 아닌데?" 이런 의문을 품곤 했다. 하긴, 핸들과 브레이크가 평소처럼 말을 듣질 않으니까 사고가 나는 거겠지.

고속 주행 중인 자동차가 무거운 엔진이 장착된 앞은 그럭저럭 중심을 잡았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뒷부분이 중심을 잃고 출렁출렁 요동치는 것을 fish tail 현상이라고 한다. 전륜구동 FF 차량에서 발생하기 쉽다고 하지만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구동축의 방향은 아닌 관계로, 다른 형태의 차량에서도 수틀리면 발생할 수 있다.

요즘은 차들이 ABS에 VDC(자세 제어 장치)까지 장착돼 있어서 고속 주행 중에도 묵직하고 안정성이 많이 향상됐다. 차체가 떠 버리지 않게 뒷부분에 스포일러를 장착하는 것도 피시테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피시테일 현상이 발생하면 침착하게 차가 쏠리는 쪽의 반대쪽으로 조향을 반복하면서 중심을 잡긴 해야 하는데, 이때 브레이크는 절대 밟아서는 안 된다고 그런다. 그건 차가 한데 쏠리는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제동은 중심부터 잡은 뒤에 시도해야 한다.

13. 양발운전

이번엔 또 다른 현직 택시 기사의 블로그를 소개하겠다.

닉: 두발로

이번 주인공은 자기 애마를 번호판도 안 가리고 버젓이 인증샷 찍어서 올렸을 정도인 분인데, 앞의 분보다 더 독특한 주장을 하고 있다. 다름아닌... "차는 발을 옮겨 가면서 운전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이다.
이분은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는 양발운전의 신봉자이다. 블로그는 온통 양발운전의 유용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동차 제조사와 자동차 공학 교수들에 대한 비판과 성토의 글로 가득하다. 글을 자주 올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근까지 정말 꾸준히 올리고는 있다.

본인은 예전에 밝혔듯이 한동안 양발 운전을 했다. 1종 보통 면허를 따긴 했지만 장롱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수동을 몰던 감을 다 잊어버렸다. 그 뒤 자연스럽게(?)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아 오다가 양발 운전에 대한 대외 이미지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자가교정을 해서 요즘은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언제나 한발 운전으로 습관을 고쳤다.

하지만 이건 운전 능률이나 안전 같은 실질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대외 평판 때문에 고친 것이다.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나(밀림 방지), 전/후진을 반복하며 주차할 때(잦은 페달 조작)는 지금도 종종 옛날 버릇이 살아나서 예외적으로 왼발 브레이크를 쓴다. 요컨대 본인은 두 운전 방식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다.

자동차의 페달이 지금처럼 배치된 건 가장 근본적으로는 클러치 페달이 존재하던 수동 변속 차량과의 역사적 호환성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액셀과 브레이크는 서로 동시에 밟을 일이 전혀 없는 페달이니 꼭 별도의 발을 배당할 필요도 없고 기존 관행을 굳이 꼭 바꿀 필요가 없다. 비행기와 철도 차량 역시 가속과 감속은 한 손으로 조작하는 레버 하나로 간단히 끝내고 있지 않던가? 최소한 저 블로그에서 까는 것처럼 "사고 많이 내서 차 많이 팔아먹으려고 일부러 왼발 브레이크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것은 치밀한 음모이다"까지는 아닐 것이다.

다만, 그런 수동 변속기 같은 legacy를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 처음부터 액셀 오른발, 브레이크 왼발로 만드는 것도 직관적이고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삐딱한 자세야 브레이크가 클러치처럼 왼발로 밟기 딱 좋은 위치에 달려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이니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발로 두 페달을 모두 밟는 지금 체계에서도 액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려서 잘못 밟는 운전 미숙 사고는 얼마든지 난다. 그러니 왼발 브레이크만 유달리 혼동 위험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대신 발을 옮기는 딜레이 없이 거의 곧장 브레이크와 액셀을 교대로 밟는 장점은 꽤 크다고 여겨진다.

요컨대 본인은 왼발 브레이크는, 수동+클러치를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 마치 숟가락을 집고 글씨를 쓰는 손의 방향이 왼손인 것만큼이나 취존 가능한 영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막연하게, 별 근거 없이 왼발 브레이크가 무작정, 떼빙(대열 운행)이나 우측 차로 추월만치 위험하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오른발 위치에 맞게 맞춰진 페달을 왼발로 무리해서 밟느라 운전 자세가 이상해지는 건 문제라고 본다. 평소에 언제나 왼발로 밟을 거면 편하게 밟을 수 있게 세팅이라도 해 놓고 써야 한다.

그러니 혼자 특이한 주장을 하면서 기득권 세력과 꿋꿋이 싸우는(?) 저분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난 안 그래도 세벌식에 킹 제임스 성경 등 지금도 이미 마이너한 것들에 너무 많이 몰입해 있으니 가성비가 그리 안 맞는 마이너의 길을 굳이 더 가고 싶지는 않다. 한 발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모두 밟는 건 무슨 두벌식이고, 브레이크에다 별도의 발을 배당한 건 세벌식이기라도 하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_=;;

Posted by 사무엘

2017/01/23 08:39 2017/01/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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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속도로 포함 자동차 전용 도로의 1차로는 상시 점유해서는 안 된다. 뒤에서 추월 차량이 오면 비켜 줘야 한다. (모든 차로가 막히는 정체 상황이라면 예외) 원활한 차량 흐름과 교통 안전을 위해서는 추월은 언제나 좌측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시내 도로 맨 구석의 직· 우 겸용 차선이라면, 내가 직진이어서 빨간불 때 멈춰 섰고 뒤에서 우회전 차량이 지나가려고 빵빵거린다 해도 미안해하거나 일부러 비켜 줄 필요가 전혀 없다. 뒷차가 무슨 출동 중인 구급차· 소방차가 아닌 한.

이것은 반드시 비켜 줘야 하는 경우와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인데, 이 둘을 반대로 잘못 아는 운전자도 있는가 보다.

2.
한적한 도로에서 건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횡단보도가 파란불이 되고 차도는 빨간불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인간적인 심정에서야 경찰이나 단속 카메라만 없다면 이런 신호는 무시하고 눈치껏 그냥 가 버리고 싶다.

주변에 다른 차가 없다면 나 혼자서야 종종 재량껏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앞차가 신호를 지키기 위해서 비록 무의미하게나마 횡단보도 앞에 정지했는데 뒷차가 앞차를 향해 그냥 무시하고 가라고 빵빵거리는 경우가 있다. 그건 좀 심하게 몰상식하고 개념 없는 짓이 아닐 수 없다. "호의(횡단보도 신호 무시를 묵인)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와 같은 급이다. 무시하더라도 원래는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서 무시해야 한다. 남한테까지 자기 습관을 강요하지는 말아야지?

바쁜데 에스컬레이터의 왼쪽 레인의 전방에서 혼자 떡 멈춰 서서 길막 하는 사람이 있으면(오른쪽 레인은 사람들로 이미 꽉 찼고) 나라도 답답해서 그 사람 바로 뒤에서 헛기침 하면서 눈치 주고, 심하면 "실례합니다" 이러면서 비집고 걸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빈 횡단보도에서 빨간불 때문에 서 있는 앞차에게 신호위반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둘은 서로 상황이 완전히 다르니까 말이다.

3.
견인차는 제아무리 싸제 사이렌을 울리고 불빛을 요란하게 반짝여서 소방차 코스프레를 해 봤자 법적으로 긴급자동차가 전혀 아니다. 저 아저씨들도 먹고 살기 빠듯한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을 받아 주고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무리해서(특히 신호 위반/정지선 위반 같은 걸 감수까지 하면서) 비켜 준다거나 할 필요 따윈 전혀 없다.

4.
전방의 교차로의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노란불로 바뀌었을 때.. 정작 앞차는 서려고 마음먹었는데 뒷차는 "이 정도 타이밍이면 앞차도 그냥 건너가겠지"라고 생각하고 가속을 하는 바람에 뒷차가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가끔 나곤 한다. 그럼 물론 뒷차의 100% 과실로 찍힌다. 한 차선에 양쪽의 차가 동시에 진입하려다가 서로 상대방을 피하느라 휘청대다 사고 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건 좌우 버전이고, 저건 앞뒤 버전 되겠다.

이런 사고는 비록 과실 판정을 받지 않더라도 앞차의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려면, 노란불 때 급히 정지를 할 것 같으면 비상등을 잠시 깜빡여서 "난 설 거다"라고 뒷차에게 알려 주는 게 좋을 것이다. 단순히 브레이크 경고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속도로에서 전방에 갑자기 정체 구간이 나타날 때 비상등을 켜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이것도 완전 지뢰임..).

정말, 비행기가 이륙을 중단할 수 없는 속도만큼이나, 자동차에도 이 정도로 가속이 됐고 교차로와 가까워졌다면 이제 노란불이 되더라도 교차로에서 설 게 아니라 빨리 통과해야 한다는.. 무슨 한계 속도 같은 개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자동차에 내비게이션과 연계하여 그런 걸 안내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건 무인 운전 시스템을 구현할 때도 필요한 알고리즘이어 보이는데?

5.
좌회전 신호가 거의 끝나 갈 때, 아니면 비보호 좌회전인 곳에서 앞차만 믿고 따라 좌회전을 하다가 맞은편의 직진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종종 난다. 이런 건 좌회전한 쪽이 신호 위반에 준하는 굉장히 불리한 판정이 나므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 밖에, 파란불이 돼서 직진을 하는데, 내 옆에는 탑차 같은 큰 차가 있어서 딱히 시야가 확보돼 있지 않다. 그런데.. 무단횡단자나 꼬리물기 차량이 쌩 가로질러 지나가서 옆의 차는 멈췄는데, 나는 그런 게 있는 줄 모르고 계속 직진하다가 그 무단횡단자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도 난다.
이런 건 정말 운이 나빴다고밖에 볼 수 없겠다. 과실이야 부딪친 놈에게 더 크게 잡히겠지만, 무단횡단자는 그저 답이 없다.

6.
예전에도 한번 글로 쓴 적이 있듯이, <블랙박스로 본 세상> 동영상들을 쭈욱 보고 있으면 교통사고라는 게 어쩌다가 나는지 유형, 공통점, 패턴이 쫙 분류된다. 이와 관련하여 본인이 또 느낀 게 있다.

"내가 왼쪽 차로/1차로로 갔던 것은 우회전 할 반경을 얻기 위함이었다!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이러다 사고 나는 게 참 많다는 거.
자매품으로는, "내가 우측 차로로 갔던 것은 유턴 할 공간을 얻기 위함이었다!"도 있다.

나름 버스나 트럭 같은 큰 차를 몰고 있거나, 혹은 승용차라도 도로가 폭이 4차선(편도 2차선) 이하의 좁은 곳이어서 후진 없이 한 번에 돌려고 저런 행동을 했을지 모르지만 저건 뒷차 운전자를 헷갈리게 하며 사고의 위험이 높은 행동이다. 현실에서는 상대방이 병신이 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매우 높은 과실이 잡혀서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며, 차후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는 등 대가를 치른다.

자동차에는 평범한 좌우 회전용 깜빡이만 있지, 유턴이나 고반경 회전을 예고하는 깜빡이는 없다는 걸 명심하자. 또한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헷갈릴 것 없이 우회전은 최고 구석 차로에서만 가능하며 유턴은 1차로에서만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7.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일단 법적으로는 차도에서 달리는 것이 맞지만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인도 주행도 하며, 운전자의 습성에 따라서는 자전거에서 내린 상태가 아닌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한다. 일부 지역은 횡단보도와 인도에 대놓고 자전거 진행로를 나타내는 차선이 그어지고 전용 포장이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자전거의 진행로는 인도나 차도 하나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자전거 운전자가 유도리 있게 취사선택 가능하게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처럼 자전거가 무슨 떼거지처럼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니.
횡단보도 신호를 따라 천천히 갈 것이고 사고가 났을 때 보행자보다 더 불리하게 처분되는 것에 이의가 없다면 인도로 가고, 횡단보도가 빨간불이더라도 자동차처럼 같이 직진하고 싶으며, 위험하지만 그래도 자동차에 비해서 약자로 대접받는 게 낫다 싶으면 차도로 가게 말이다.

단, 차도로 갈 경우 역주행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법으로 막아야 한다. 역주행을 할 거면 무조건 인도로 가야 한다.
특히 최악인 것은 역주행인 주제에 교차로에서 코너링까지 하는 거.. 자동차 운전자를 정말 놀라게 한다. 이 상태로 충돌 사고라도 나면 자전거 운전자 과실로 몰빵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예 엔진이 달린 오토바이라면 선택의 여지 없이 차도로만 달려야 할 것이고 근처의 횡단보도나 교차로까지 주차· 출차를 위해 불가피한 초단거리 주행을 제외하고는 인도 주행은 금지다. 그리고 차도라 하더라도 최우측 차선에서 자동차의 틈새로 달리는 것도 금지다. 그건 자전거에게만 허용돼 있다. 그 상태로 차량의 도어가 갑자기 확 열려서 개문사고라도 나면 정말 골치 아파진다.

8.
운전자에게 '전방 주시 의무'가 있는 것처럼, 보행자도 차도에 발을 디딜 때면, 동급의 강한 의무까지는 아니어도 '측면 주시'를 강력한 권장 사항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이어폰도 잠시 빼고 말이다.
길 건너편에 목적지 또는 합류할 일행, 탑승할 차가 있을 때 그것만 보고 쪼르르 달려가다가 사고 난다.

한 차선은 직진 차로인데 신호가 빨간불이어서 차들이 서 있다. 한 보행자가 이 틈을 이용해 무단횡단을 한다. 그런데 그 차선의 옆 차선은 좌회전 차선이어서 차들이 달려올 수 있는데 그걸 모르고 지금 당장 텅 빈 것만 보고 건너다가 사고가 난다. 아까 운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큰차에 가려져서 옆 차로에서 달려오는 차를 못 봐서 그 차에 치이기도 한다.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보행자도 당장 지나가는 차가 없는 도로에서 무단횡단의 충동을 얼마든지 느낀다. 그런데 그럴 거면 좌우 측면을 충분히 주시하고 정말 at your own risk로 잽싸게 민폐 안 끼치고 빨리 건너가야 한다. "불륜 저지를 거면 내가 모르게 하고 나한테 걸리지만 마라. 걸리면 뒈진다" 같은 마인드로 말이다. 그럴 자신 없으면 마음 가라앉히고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가야 하지 않겠는가.

9.
그리고 시내버스가 기사 아저씨의 귀차니즘 같은 이유 때문에 인도에 바싹 붙어 정지하지 않고 승객을 하차시키는 바람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앞만 보고 쪼르르 내린 승객이 시내버스의 옆 여백으로 지나가는(특히 우회전) 자동차 내지 이륜차와 부딪치는 거다.

물론 이건 버스 기사의 과실이 최소 70%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멈춰 설 기미가 보이는 버스 뒤에서 다른 차량 운전자도 좀 조심해야 하고, 승객도 발이 차도에 닿을 것 같으면 좌우, 아니 차가 오는 오른쪽 방향을 주시하는 센스가 필요해 보인다. 밖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버스는 문이 열릴 때 밖으로 돌출되지 않기 때문에 택시· 승용차와 같은 급의 개문 사고가 나지는 않는다.

10.
끝으로.. 교통사고라는 건 내지도 당하지도 않아야겠지만, 일단 그런 불행한 이벤트에 말려 버렸다면 상황이 최소한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일은 없게 사후 대처도 침착하게 잘해야 한다.
고속도로 한복판 같은 곳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2차 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자신도 아니고 남이 당한 사고의 수습을 돕다가 사고 현장으로 그대로 돌진해 온 다른 차에 치여서 중상· 사망을 당한 의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적지 않다.

"이 정도면 뒷차도 충분히 인지하고서 속도 줄이고 서겠지"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떤 막장 차량이 달려와서 교통사고 현장에 그대로 꼬라박을지 알 수 없다. 그게 운동 에너지에서 질량이 왕창 큰 졸음운전 대형 트럭이 될 수도 있고, v가 왕창 큰 과속 승용차가 될 수도 있다.
차를 최대한 갓길로 빼고, 그럴 수 없으면 사람이라도 차를 벗어나서 도로 밖으로 멀리 대피해야 한다. 차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건 완전 자살행위다.

움직일 수 없는 고장· 사고 차량이 불가피하게 도로를 틀어막게 됐으면 비상등을 켜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트렁크도 열고 차량의 존재감을 최대한 알려야 한다. 사람이 200미터 후방까지 가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하니 삼각대 자체에 무슨 원격조종 동력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밤에는 스스로 터지는 불빛이 가시성이 좋다고 하는데 화약이 들어간 물건이어서 유통과 소지에 제약이 걸려 있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법률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7/01/20 08:37 2017/01/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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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필요악

  • 살인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살인을 저지른 자를 반드시 죽여라"라는 역설적인 법이 필요하다.
  •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군대라는 대단히 비민주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 어린애를 남을 배려할 줄 아는(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 포함)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애가 잘못했을 때는 정도와 수위의 조절이 필요할지언정 체벌 자체는 행하면서 키워야 한다.

필요악이라는 건 성경이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할 뿐만 아니라, 이런 게 없이는 인간 사회가 돌아가고 유지될 수 없다는 걸 굳이 신앙의 힘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본성과 양심이 인지하고 있으며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정치· 비정치 분야를 막론하고 그 너무 당연한 필요악들을 말 같지도 않은 인권과 진보의 이름으로 일부 예외적인 부작용 사례만 부각시키면서 부정하는 애들은 세상을 더욱 망가뜨리고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더 나쁘게 말하면 국가 체제 전복까지 조장하고 있음을 난 확실하게 입증· 폭로할 수 있다.

군대를 예로 들면.. 누구 말마따나 군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조직이지,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조직이 아니다.
군대에서 계급을 없애 보는 삽질은 이미 FM 공산주의 국가이던 소련이 1920~40년대에 두루 실험해 보고는 절대 유지 불가능하다는 걸 친히 입증해 줬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뭐 니골라 당 운운하면서 개인별 영적 접근성을 제멋대로 차별하는 성직 계급에 대한 비판까지는 좋다. 허나, 아예 일체의 호칭과 직분까지 부정하면서 "사람 위에 사람 없다", "목사만 강단에서 설교하는 건 잘못됐다", "불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음 설교 외에 다른 설교는 필요하지 않다" 이런 데에 혹한 사람들이 좋은 교회 세워서 성도들을 훌륭하게 양육해 냈다는 소리는 내가 들은 적이 없다.
사역자에 의한 체계적인 말씀 선포와 성경 강해 없이 '교제'만 하는 건 교회가 아니며 신자가 제대로 자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교회에서 직분이 무슨 필요악이기라도 하다는 건 아니니 이건 성격이 좀 다른 얘기지만.

12. 최대와 최저

사회나 자연에서 어떤 현상을 측정하는 잣대는 최대와 최저가 있는데,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최대 만만찮게 최소를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 경우가 있다.

  • 교통수단의 경우, 순간 최대 속도보다 전체 표정 속도가 더 중요하다.
  • 건강에서 최고 혈압이 높은 것보다 최저 혈압이 높은 게 더 위험하다고 여겨진다.
  • 10년 이하의 징역보다 2년 이상의 징역이 대개 더 무거운 형벌이다.
  • 낮 최고 기온 38도보다, 밤 최저 기온 28도가 체감상 더 끔찍한 무더위이다.
  • 정치인 선거만 해도.. 최선을 뽑는 것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하다.
  • 친구의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데는 사정상 불참하더라도, 친구의 친인척 장례식 문상에는 어지간해서는 가는 게 좋다. 결혼식은 일시가 딱 정해져 있지만 장례식은 그래도 기간 range가 있는 편이어서 부담이 더 적기도 하다.

이런 것들..
그러니, 배우자처럼 평생 함께할 사람을 고를 때도,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일치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본인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상대방이 굳이 나처럼 철도를 좋아하거나 세벌식을 쓰지는 않아도 된다. 굳이 컴공과 출신이거나 언어학에 관심이 있지 않아도 된다. 그런 것들은 액세서리 옵션일 뿐이다.

허나, 굳이 그런 게 일치하지 않더라도 북괴 정권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고 종북개빨들을 혐오하는 게 일치한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본인과 장벽이 크게 허물어지고 금세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밑바닥에서 자꾸 부딪치면 다른 전공이나 취미가 일치하더라도 내 경험상 사람이 하나가 되기 굉장히 난감하고 불편해지더라.

13. 전화위복

예전에 인터넷에서 무슨 신문 기사를 봤다. 외국에서 있었던 일인데, 어떤 집에 딸이 다운 증후군에다 지능도 딸리는지 문맹이었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그 아이의 어머니는 그래도 얘에게 딱 맞는 역할이 사회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여러 회사들에다 편지를 넣은 끝에 소원을 이뤘다. 어느 기업의 보안팀에서 기밀 문서들을 파기하는 업무용으로 딸을 취업시킨 것이다.
다운 증후군의 특성상 기계적인 단순노동에 싫증 내지 않고 집중 잘하고(포레스트 검프??), 결정적으로 문맹인지라 기밀 문서를 봐도 뭔 말인지 모르니 저런 일에는 쟤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고 한다. 세상에~!

하긴, 맹인이 안마사 일을 하는 것도 저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적절한 거다. 안마사는 사람 알몸을 만지는 직업이니까.
또한, 왕조 시대엔 '내시'(환관)가 괜히 있었던 게 아니지.
장애(disability)가 오히려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경우라 하겠다.

과수원에 태풍이 불어서 낙과가 왕창 발생해 버렸는데..

  • 어디서는 어려운 농가를 돕자는 차원에서 그나마 손상 정도가 덜한 낙과들을 반값만 매겨서 "상품성이 좀 떨어지지만 사 주세요" 운동을 벌이는 식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 한편, 일본 어디에서는 떨어지지 않은 소수의 과일들을 "혹독한 태풍도 견뎌 낸 특급 과일" 이렇게 오히려 프리미엄을 붙여서 비싸게 파는 마케팅이 성공하기도 했댄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인도 한글(과 한국어)을 굳이 알파벳처럼 만들려는 연구를 하지는 않는다. 한글이니까, 발상을 달리하여 타 언어· 문자와 구조적으로 다른 대신에 이런 완전히 새로운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14. 침

국어에서 '침'이라는 단어는 순우리말로는 입 속의 타액을 뜻한다. 그러나 한자어로는 길쭉하고 끝이 뾰족한 바늘을 뜻한다(針). 사실, 한의학에서 꽂는 침도 이것과 비슷한 물건이지만 한자는 또 다르다(鍼).
타액과 바늘· 가시는 언어적으로 서로 전혀 관계가 없는 개념이며 소리만 우연히 일치할 뿐이다. 그러므로 순우리말 침과 한자어 침은 동음이의어 관계이다. 하지만 두 침이 같은 문맥에서 므흣하게 섞여 쓰이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먼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
모기는 시각이 아닌 이산화탄소와 땀냄새로 사람을 찾아낸 뒤, 바늘 역할을 하는 뾰족한 주둥이를 피부 내부로 찔러 넣는다. 그 다음에는 흡혈 중에 혈액의 응고를 막기 위해서 진짜 자기 타액도 주입한다. 이게 인체와 이상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모기가 떠난 뒤부터 우리가 다 잘 아는 가려움과 붓기를 유발한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도대체 어떻게 하나도 안 아프게 감쪽같이 해치우는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혈당 체크를 위해 눈꼽만치만 피를 뽑으려 해도 최소한의 따끔은 감수해야 하는데.. 무통 채혈 기술은 모기한테서 배워야 할 지경이다. 신묘막측한 기술로 통점을 감쪽같이 피해 간다고도 한다. 하긴, 모기가 피를 빨아먹는데 따끔거렸다간 모기는 절대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테니.

모기는 원래 식물의 체액만 빨아먹는 놈이었는데 인간의 타락 이후에 습성이 변태같이 바뀐 대표적인 해충일 것이다. 병원균까지 옮기는 아주 해로운 놈인데, 이런 놈이 파리보다 훨씬 둔하고 비행 능력이 떨어져서 그나마 잡기는 쉬운 게 다행이라 하겠다.

그 다음으로 스타크래프트 저그 유닛인 히드라리스크가 있다.
히드라의 공격은 설정상 등뼈에 붙은 가시를 날리는 것이다. 물론 종족 밸런스 때문에 무리해서 range 공격으로 만들어 준 것이지, 현실에서는 좀 무리가 있는 설정이다.

설정과는 달리, 게임상으로 보기에 히드라가 공격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침을 뱉는 것 같다. -_-;;;
뭔가 초록색 체액이 날아가는 듯한 게 針이 아니라 '침'인 것이다. 뽀잉 뽀잉~ 소리도 퉤퉤 침뱉는 것처럼 보인다.
옛날에 스타를 빛낸 100명의 유닛들이라는 이상한 패러디 노래에서도 "가래침은 히드라 갑빠 울트라" 이런 가사가 있었다.

세상에, 저글링도 발톱으로 할퀴어 대는데 더 거대하고 흉포한 히드라리스크가 참 지저분하고 불결한 방식으로 공격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hydra-가 hydro-를 연상시켜서.. 역시나 뭔가 더욱 액체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비록 어원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히드라 네놈은 여러 모로 공격 수단이 spitting으로 굳어져 가는구나. 뭐 이런 잡생각을 했다.

15. 총질

스포츠 사격과 군대 사격, 펜싱과 검도, 물감과 포스터칼라, 크레파스와 파스텔 등..
체육과 미술 분야에는 뭔가 서로 비슷해 보이는데 용도가 다른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사격 같은 경우 스포츠 사격은 군대 사격보다 훨씬 더 가까이서 쏘고 표적도 더 작고, 총은 더 무겁고 반동이 적고 격발이 훨씬 더 쉽게 되는 걸 쓴다. 한쪽을 잘하는 감으로 다른 한쪽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스포츠 사격 금메달리스트가 곧장 군대 특등사수 저격수와 호환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총은 총알이 날아가는 궤적이 눈으로 안 보이니 궤적에 대해서 온갖 잘못된 오해가 나돌기도 하고, 실생활에서의 대미지가 너무 사기급이다 보니 각종 게임에서는 대미지가 너무 너프다운돼 있다.
많이 빗나갔다가 한번 명중해 버리면 그냥 '윽!' 즉사인데.. 그게 게임에서는 각각의 총알이 대미지를 찔끔찔끔 조금씩 주는 식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런데 "총은 살살 쏘면 안(덜) 아파요. ^^" 이런 말은.. 참 귀엽게 들린다. 살살 쏘면 격발도 좀 덜 시끄럽게 할 수 있으려나? =_=;;;; 총을 일종의 냉병기 같은 관점에서 본 거 같다.
뽕 맞은 마린은 총을 세게 쏘니까 연사력과 단위 시간당 대미지가 올라가기라도 하는가 보다. ㅋㅋ

16. 청소

청소를 해 보면.. 뭔가 기하급수 스케일이 느껴진다. 치우고 없애고 제거해야 하는 물질의 스케일이 얼마인지에 따라서.. 동원하는 도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엄청 큰 덩어리는 손으로 들어서 치우면 된다.
팔로 안아야 할 정도로 큰 놈이 아니라면 집게로 집어서 치울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일일이 손으로 집기에는 작고 많은 이물질은 빗자루로 쓸어 담는다.
빗자루 스케일보다 약간 더 작고 많은 이물질은 청소기를 돌려서 수월하게 제거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빗자루 클래스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먼지들은 걸레로 닦아서 제거하게 된다.

이렇게 청소 도구를 교체하게 하는 이물질의 크기 경계는 실제값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로그를 씌워서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반도체 공장 같은 데서 먼지 제거 청소를 하는 스케일은 더욱 작아질 테니까!!

17. 일광량과 하늘 색깔로부터 시간대 추정하기

동서남북 방향(= 그림자 방향)을 전혀 모른다고 가정할 때, 깜깜한 밤도, 벌건 대낮도 아닌 적당히 짙푸르거나 노을 낀 누런 하늘의 바깥 사진 한 컷만 보고 이게 해가 뜨는 중인지(새벽이나 아침), 해가 지는 중인지(저녁) 판별이 일반적으로 가능할까?

굉장히 알쏭달쏭한 질문인데..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두 하늘은 날씨가 동일하다면 색깔 차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단서가 전혀 없이 색깔만 봐서는 진~짜 원칙적으로는 시간대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의외다. 하긴, f(x)의 값 하나만 달랑 보고는 변화량에 속하는 f'(x)의 값을 추론할 수는 없긴 하겠다.

이 말인즉슨, 영화나 드라마 찍을 때 저녁이나 새벽 씬을 편의상 그 반대 시간대에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영화업계에서는 가상의 선박을 찍을 때도 비용 절감을 위해 한쪽 현만 세트를 만들어 놓고는 좌우 미러링을 해서 좌현과 우현을 다 구현하는 게 관행이다(타이타닉, 연평해전..). 하물며 새벽과 저녁쯤은 손쉽게 바꿔치기 가능하겠다.

영화업계에서 온갖 꼼수를 써서 저비용 트릭을 구현하는 원리를 보면 마치 고도의 마술 테크닉 같기도 하고, 486급 컴퓨터에서 Doom 같은 게임을 돌리기 위해서 존 카맥이 고안해 낸 온갖 기상천외한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보는 것 같다. 그.. 부동소수점의 특성을 이용해서 제곱근 역수(= 벡터 정규화를 위한 연산)를 굉장히 빠르고도 상당히 정확하게 구하는 알고리즘처럼 말이다.

18. 해발 고도의 기준

본인은 올해 등산 엄청 많이 다녀오면서 100~200m짜리 언덕부터 시작해 400m는 넘는 것까지 다양한 산을 올랐다.
산의 높이를 논할 때 통용되는 잣대는 해발 고도이다. 쉽게 말해 해수면으로부터의 높이이다. 에베레스트 8848, 백두산 2744, 한라산 1950 이런 것들도 해발 고도이다.

이것 말고, 해당 행성의 중심부로부터의 거리(!!)라든가, 바다가 없다고 치고 그 밑의 대륙 뿌리까지 다 쳤을 때의 높이 같은 꽤 마이너한 잣대도 있다. 그런 기준을 적용하면 지구상엔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산도 있다.
또한,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행성의 산의 높이를 논할 때는 선택의 여지 없이 저런 생소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해발 고도는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마냥 장땡이 아니다. 해수면의 높이는 시시각각 변할 뿐만 아니라 어느 바다의 해수면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1m를 빛이 진공에서 진행한 거리가 아니라 미터 원기 내지 지구 자오선 길이를 기준으로 정의했던 것만큼이나 절대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 앞바다에서 밀물 최대와 썰물 최소를 평균한 해수면 높이를 표준 높이로 규정하고, 이를 산의 높이를 재는 잣대로 사용한다. 백두산의 높이 2744는 일제 강점기 때 저 기준으로 측정되었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금도 저 해수면 높이를 사용한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평양에서 가까운 앞바다를 기준으로 삼아서 백두산 높이가 2750 정도로 미묘하게 더 높다고 본다.

사실, 2016년 10월인가 그때는 딱히 태풍· 폭우나 온실효과도 없었는데 태양과 달의 배치만으로 바다의 수위가 올라가서 인천과 목포 해안 저지대가 잠시 침수되기도 했다. 이런 게 과연 천체의 인력이구나 싶다.
마치 철도나 도로의 기점 표지판이 있고 산에도 "여기 위치 좌표가 xxx입니다" 표지판이 있는 것처럼.. "이 지대의 높이가 해발 몇 m입니다"이라는 해발고도 원점 표지판도 만들어진 게 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인하공전 캠퍼스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7호관과 도서관 사이이며, 인터넷 지도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인하공전에는 보잉 727 실습기뿐만 아니라 레어템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Posted by 사무엘

2017/01/11 08:29 2017/01/1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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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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