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7년 4월: 찬송가+CCM 메들리
https://www.youtube.com/watch?v=mvGJ4kNv99M
본인은 다니는 교회에서 수 년 동안 국내외의 여러 찬양곡들을 개척하고 메들리를 짜기도 했지만, 이때 했던 특송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본인에게 인상깊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 특별하게 확 꽂히는 곡이나 컨셉, 단서가 없이 완전 백지 자유 주제 상태였다. 덕분에 찬송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잡듯이 뒤지면서 선곡과 편성에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
- 같은 E장조 4/4박자짜리 세 곡이 최종적으로 뽑혔는데.. 전부 그 당시엔 내가 모르던 신곡이었다. 가사와 악보를 머릿속으로만 읽고 연결해 보면서 "음 이 순서대로 부르면 좋겠다"라고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맑고 밝은 날 It’s a happy day
어린이 찬송 같기도 한 짤막하고 명랑 발랄한 곡을 도입부에 넣었다.
(2) 변찮는 주님의 귀한 약속 Sweet are the promises, kind is the word
박자가 흥겨운 곡 다음으로 본론은 화음이 아름다운 19세기 클래식 찬송가로 넣었다. (나머지 앞뒤 곡은 20세기 CCM임)
후렴의 "주님 가신 곳에~ 나도 따르겠네" 부분.. 난 이런 스타일의 합창에서 느껴지는 harmony를 짱 아주 좋아한다. 물론 교회 친구들이 잘 불러 줬다. 반주자도 마찬가지~!!
참고로 이 찬송은 <예수 나를 오라 하네>와 후렴 가사가 서로 아주 비슷하다. 똑같이 ‘나는 주님을 따르리’이다.
Where he leads me I’ll follow, I’ll go with him all the way (예수 나를 오라 하네)
(3) 사랑해요 목소리 높여 I love You, Lord; and I lift my voice
그 다음으로 워십송 스타일의 조용하고 우아한 곡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여기도 화음을 넣으면 더 멋있어졌겠지만 그러지는 않고 그 대신 조를 올려서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그럴싸한 메들리가 완성됐다.
2. 2017년 5월: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장 찬송 메들리
https://www.youtube.com/watch?v=FtS15e9fsaI
(1)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원제는 <사랑의 송가>라고 하는데, Tina Benitez라고 인터넷에서 정체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여자 이름의 작곡자)
(2)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정 두영 1939-2005 작곡.)
둘은 고린도전서 13장 일명 사랑장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곡이며 꽤 유명하다. 두 곡은 제각기 가사에 포함시킨 구절도 있고 생략한 구절도 있다.
그리고 작곡자가 서로 완전히 다르나, 둘 다 3/4박자 D장조이며 박자와 분위기가 서로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이 점을 착안하여 본인은 이 두 곡을 잘 취합하면 고린도전서 13장 전체를 꽤 그럴싸하게 음악으로 '스토리텔링'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건 답이 너무 뻔히 나와 있기 때문에.. 교회 음악 한다는 전세계의 날고 기는 다른 음악 전공자들도 분명히 이렇게 생각을 했으리라 여겨진다.)
먼저 사랑의 송가 1절로 시작한다. 1절 가사는 성경 본문에서 1~3절을 커버한다. 아무리 거창하고 대단한 능력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사랑의 송가의 후렴인 "하나님 말씀 전한다 해도 그 무슨 소용이 있나,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고 아무것도 아닙니다"는 이때 딱 한 번만 부르고 더 부르지 않는다.
그 뒤, 본론에 속하는 사랑의 속성에 대한 설명은 정 두영 곡이 더 자세히 잘 해 놨으니 그 곡으로 넘어간다.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네"까지 부른다. 성경 본문에서는 8절까지 나간다.
다음으로 성경 본문에는 "현재의 불완전과 미래의 완전"에 대해서 비유 설명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노래에서는 둘 다 빠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 간주를 하면서 간단히 9~10절을 나레이션 낭독을 했다. 곡이 바뀔 때 4마디 정도 짤막한 간주가 있는데, 간주 선율은 곡의 앞뒤 분위기를 생각해서 내가 대충 작곡해 넣었다.
간주가 끝난 뒤에는 사랑의 송가로 돌아가서 3절 앞부분을 부른다. 이게 12절에 해당하니까.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나 ... 우리도 주를 알리"
이거 부르고 나서는 아까 중단했던 정 두영 곡의 클라이막스로 '간주 없이' 자연스럽게 곧장 넘어가서 곡 전체를 마무리 짓는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 북괴와 관련된 진실, 대북관과 관련된 진실· 진리를 전할 때는 내 경험상 사랑이 담기기가 정말 불가능에 가깝게 무지무지무지무지 힘들긴 하다-_-;;. 다만, 성경이 말하는 사랑이랑 인간이 흔히 생각하는 사랑은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무작정 젠틀하고 공손하고 댄디하고 부드럽고 유하기만 한 게 사랑은 아니다.
3. 2017년 12월: 성탄 찬송 메들리
https://www.youtube.com/watch?v=pbSMPEOlZHs
우리 교회는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성육신과 탄생만 믿지, 12월 25일 성탄'절'을 믿지는 않는다.
그래서 교회 안에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것을 꾸미지 않으며, 사용하는 찬송가에도 '탄생' 카테고리의 곡은 기성 교회 찬송가들보다 매우 적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조차도 별 영양가나 교리 메시지가 없고 모호하다는 이유로 제외시켰을 정도이다.
그래도 나름 2017년은 청년부 특송을 하는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이기도 하니, 조심해서 탄생 관련 곡을 골라서 불렀다.
성경적인 내용이 전혀 없는 캐롤이야 당연히 제끼고, "기쁘다 구주 오셨네"(joy to the world), God rest ye merry gentlemen(이건 한국어 가사가 기억 안 나네.. 기성 교회 찬송가에 있는데..), "그 맑고 환한 밤중에" 등 여러 곡들을 고려했는데, 최종적으로 뽑힌 건
(1) "천사들의 노래가"(Hark! the herald angels sing), 그 다음
(2) "참 반가운 성도여"(O come, all ye faithful)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가사에서 '베들레헴', '아기 예수' 이런 단어가 나오는 부분은 다 뺐다. 날짜와 장소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예수님의 탄생 사건과 "그분께 영광과 경배"에만 집중할 수 있게 가사를 편성했다.
'동정녀'도 '처녀'로 수정했다. 동정녀는 마리아가 평생 결혼 안 하고 살았다는 오해를 야기하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곡이 바뀌는 간주 중에는 눅 2:10, 14절 암송을 하는데, 중간에는 2:11-12 대신에 사 9:6을 집어넣었다. 구유에 놓인 아기 예수스러운 묘사 대신 "놀라우신 이, 강하신 하나님, 평화의 통치자"라는 더 뽀대 나는 타이틀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타이틀이 나올 때쯤에 간주 멜로디도 제일 역동적이고 세게 이어지도록 음표에다 악센트를 넣었다.
4. 2018년 2월: 내 진정 사모하는 친구가 되시는
https://www.youtube.com/watch?v=-low5ichQVc
이때는 청년부 특송 역사상 최초로.. 빈손 무악보를 시도했다.
무악보이니 선곡 원칙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길고 화려한 신곡이라든가 복잡한 메들리 같은 건 싹 잊어버리고, 그 대신 우리에게 친숙한 곡, 멜로디에 반복 많고 가사도 외우기 쉬운 곡.. 그러면서도 달달 외울 가치가 있을 정도로 가사가 아름답고 영양가도 충분하고, 심지어 박해나 순교를 앞두고도 떠오를 만한..! 그런 검증된 명곡을 찾게 됐다.
성경에서 사도행전 16장을 보면, 바울과 실라가 채찍 맞고 감옥에 갇혔을 때 찬송을 크게 불렀다고 나온다. 발에 차꼬가 채였고, 전깃불도 없던 시절에 한밤중이었는데.. 여러 정황상 이들이 우리 찬송가 책 펴서 "100장 뭐뭐뭐 부릅시다" 이랬을 가능성은 없다. 당연히 외우고 있던 찬송을 불렀지.
그래서 단순히 구원, 찬양 이런 쪽보다는 신뢰, 인도, 동행, 사랑... 이런 카테고리를 눈여겨보게 되었고..
두세 곡이 경합을 벌인 끝에 최종적으로는 "내 진정 사모하는 친구가 되시는"이 뽑혔다. 안 그래도 이 찬양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공감대가 금세 형성됐다. 여러 가지로 따져 봤을 때 암송용으로 정말 최적의 찬송가임이 틀림없었다.
가사를 외우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2절 부르다가 3절 가사가 튀어나오는 식으로 꼬이지 않고 자신 있게 순서를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게다가 주선율 말고 화음 파트 멜로디를 외우는 것도 꽤 어려웠다. 그래서 나만 혼자 테너를 부르고 다른 분들은 다 멜로디로 갔다.
가사 암송을 위해서 다른 음악적인 기교들을 극도로 최소화하게 됐지만.. 이것만 있으면 단조로우니 간주 중에 성경 구절 암송을 넣었다.
이 찬송의 가사는 예수님에 대해서 "골짜기(산 밑)의 백합"(아 2:1)과 "빛나는 새벽별"(계 22:16)이라는 칭호를 인용했다. 아 2:1만 인용했으면 "샤론의 장미"가 뒤따르고 계 22:16만 인용하면 "다윗의 뿌리"가 나왔을 텐데 두 구절을 부분적으로 인용했다.
그래서 간주 중엔 그 해당 구절 둘을 완전히 읽을까 생각했으나.. 아가서 5장으로 계획을 바꿨다.
후렴 끝부분의 "이 땅 위에 비길 것이 없도다"가 영어 가사로는 "he is the fairest of ten thousand to my soul"이어서 아 5:10에서 모티브를 뒀기 때문이다(1만 명 중에서도 최고). 우리말로는 음절수를 맞출 수가 없어서 그냥 '짱'이라는 뜻으로 의역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구절로는 "그분은 모든 것이 사랑스럽도다"라고 고백하는 16절을 골랐다.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특송 중에 다른 책도 아니고 아가서를 인용하여 암송하는 기회가 이렇게 찾아왔다.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암송 첫 주자로는 목소리가 예쁜 자매님을 지정했다.
주중에 우리 청년부 내부에서는.. '친히'는 보통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한테 쓰는 말이 아니냐, "예수님이 친히 인간을 찾아오신" 거지 인간이 감히 '친히' 주님을 뵐 수 있느냐~ 높임법이 어긋난 게 아니냐는 진지한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국립국어원 말뭉치 용례까지 뒤져 본 뒤에야 꼭 높은 사람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 '친하게, 몸소, 손수, 직접'이라는 뜻으로 쓰기에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이런 안목과 의견도 각 개인이 가사를 글자 단위로 일일이 다 외우고 곱씹으니까 생길 수 있었을 것이다.
난생 처음으로 빈손으로 강단에 서다 보니.. 사람들이 손을 어떤 자세로 하고 있을지, 시선을 어디에 둘지 꽤 어색해했다. 악보를 꽉 파지(!)한 채 얼굴을 악보 속에 파묻을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악보가 없이 열린 모습이 다시 봐도 너무 좋다. 곡의 난이도를 낮추더라도 진작에 이런 시도를 해 봤어야 했다.
한 주 동안 좋은 찬송의 가사를 암기해서 한 치의 실수 없이 불러 준 친구들, 그리고 코드(화음) 취향이 나랑 꼭 맞게 반주를 너무 잘 해 준 반주자 덕분에 이런 특송이 불러질 수 있었다.
5. 2018년 6월: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새로 추가)
https://www.youtube.com/watch?v=mW86lxk5yBg
4개월 전에는 악보를 없애는 실험을 해 봤고.. (암송) 이번에는 반주를 없애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
다른 장르도 아니고 교회 음악인데 아카펠라를 한 번쯤은 도전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출처는 옹기장이 아카펠라 찬송가인데..
곡들이 화음뿐만 아니라 박자도 기교가 너무 많이 들어가게 바뀌어서 어려운 건 둘째치고라도 오전 예배 특송에 적합하지 않았다.
저 곡은 그나마 굉장히 점잖고 얌전한 가운데 적당히 분위기가 미려하고, 2절에 무려 팅팅팅도 들어있고.. 아카펠라 입문용으로 아주 적합했다.
"점8분 + 32분음표 둘"을 몽땅 "8분 + 16분음표 둘"로 바꾸는 정도의 중성화를 치렀는데..
이 정도로 난이도를 낮추고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다는 게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난 음악에서 박자보다 화음을 더 좋아한다. 단선율이 흑백 영상이라면 합창은 R, G, B축이 합성된 컬러 영상 정도의 공감각적 심상이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