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nerMania라고 무려 1989~90년대에 나온 도스용 프로그램이 있다. 나름대로 다양한 윤곽선 폰트를 사용하여 당대로서는 환상적이기 그지없는 글자 비틀기와 특수효과를 모니터와 프린터에 동시 구현하였다. 본인도 무려 286 AT 쓰던 시절에 이 프로그램을 돌려 봤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만든 프로그램이다. 굉장히 복잡 정교한 다각형 합성/채우기 계산 알고리즘이 쓰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다양한 그래픽 카드와 프린터 지원, 프로페셔널한 디자인 세트 등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의 두뇌가 결집하여 만들어진 작품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이 사용하는 윤곽선 글꼴 파일을 읽어서 글자를 찍어 주는 프로그램을 나는 무려 2001년에 내 홈페이지 개설과 거의 동시에 만들어 올렸었다. 물론 내가 포맷을 분석한 건 아니고, 타인이 짠 코드를 포팅한 것이었다.
http://moogi.new21.org/src11.htm

이제 그로부터 7년 반 후,
본인은 그 글꼴 파일 자체를 아예 OTF로 변환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디 글꼴에는 진짜 최소한의 윤곽선 데이터만 들어있지 요즘의 범용적인 TTF/OTF처럼 코드 페이지 정보라든가 힌팅, 커닝 같은 개념은 있지도 않다. 그런데 BannerMania는 다각형 경계 계산을 일일이 수동으로 함으로써 커닝을 구현하는 듯하다.

WAVE 같은 단어도 보기 좋은 간격으로 찍히고, 글자의 ascent, descent 경계 구분도 자동으로 한다. 즉, 똑같은 줄이라면 AG의 A는 Ag의 A보다 더 크게 찍힌다는 것이다. 소문자 g가 차지하는 아랫부분 공간을 계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꼼꼼하게 잘 만든 프로그램이다.

글꼴 파일의 관행이 다 그렇기라도 한지는 모르겠는데, BannerMania 글꼴도 빅 엔디언을 쓴다. 이는 TTF, OTF 다 마찬가지이다. 단, 글꼴이 디자인된 공간의 크기를 나타내는 EM size는 220 남짓밖에 안 된다. (요즘은 1000~2000대가 대세)

윈도우 운영체제는 3.1 시절부터 TTF를 지원하다가 2000에 와서야 OTF도 지원하게 되었다. 글꼴 관리자를 꺼내 보면 전통적인 T자 아이콘 말고 O자 아이콘이 찍힌 글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이 OTF이다. 단, OTF 자체는 TTF 글꼴에다가 TTF의 고유 2차 스플라인뿐만 아니라 포스트스크립트 Type 2방식의 3차 스플라인도 포함할 수 있게 규격을 확장하고 몇몇 기능을 더 추가한, TTF superset에 가까운 개념이다.

윈도우 2000에서부터 Verdana, Times 같은 주요 영문 글꼴들이 OpenType으로 표시는 되나, 이들은 내부적인 윤곽선 표현 방식은 여전히 TTF 방식인 ‘껍데기만 OTF’들이다. 그것 말고 Type 2 방식의 진짜배기 OTF 글꼴도 윈도우 2000부터 지원은 하기 시작했으나, 그 지원 수준은 윈도우 비스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미비하다(7은 잘 모르겠음). OTF는 ClearType 안티 앨리어싱이 아직 지원되지 않으며, MS 오피스의 WordArt를 만들거나 오피스 2007이 제공하는 PDF 저장 기능으로 저장을 해 보면, 서체가 윤곽선 글립이 아닌 비트맵 이미지로 저장된다! 마치 아래아한글에서 hft 고유 글꼴을 처리하듯이 말이다. 이걸 보고 적지 않게 실망했다.

90년대에 아래아한글(휴먼 컴퓨터 포함)이 통합 글꼴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TTF를 썼다면 역사가 또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코드 페이지는 독자적으로 정해서 쓰고 있었으니 아래아한글용 TTF와 윈도우용 TTF가 서로 호환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 독자적인 한글 표현 방식이라든가, 글꼴 압축/암호화의 용이성, 글꼴 드라이버 계층의 독립 가능성 등으로 인해 통합 글꼴이 채택된 게 아닌가 싶지만, 결국 현재 통합 글꼴을 사용하는 제품은 지구상에서 아래아한글밖에 남아 있지 않고, 그나마도 어쩔 수 없이 legacy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30 09:52 2010/01/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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