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곽으로 갈수록 점차 좁아지는 길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길이 점차 좁아진다는 것은 고속도로와 철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임이 틀림없다.
철도 경부선만 해도 서울 시내 구간은 무려 3복선이다. 하지만 구로 이남부터는 2복선으로 줄고 천안 이남부터는 그냥 복선이다. 경부선을 빠져나가 대구선, 경북선 같은 지선으로 들어서면 아예 단선이 된다.
경부 고속도로에서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볼 수 있다. 최근에 본 기억으로(2009년 가을) 판교 인근은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었다. 나들목을 새로 만드는 듯했는데, 이쪽 구간의 어마어마한 차선 수에 기겁을 했다. 최하 10차선은 된 것 같았다. 경부 고속도로는 이미 대부분의 구간이 8차선이어서 굉장히 넓은 축에 드는데, 그런 구간마저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분당 정자동의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다시 예전의 8차선으로 복귀.
여기는 장거리 이동자뿐만 아니라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매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경기도 동남쪽은 철도가 없이 아파트만 잔뜩 지어진 지역이어서 교통이 매우 열악하다. 지금 용인-서울 고속도로라든가 중부 고속도로, 그리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 같은 급의 철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12차선으로 시작한 고속도로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8차선으로 감소하고 나중에는 경부 고속도로의 원래 형태인 4차선으로 되돌아간다. 호남 고속도로만 해도 아직도 대부분의 구간이 4차선이고, 논산-삼례 구간은 이제야 차선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수도권과 지방의 길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도로와 철도가 서로 살짝 다르다.
잘 알다시피 철도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엄청나게 낙후해 있다. 경부선과 호남선 일부 구간만 빼면, 시속 7, 80대로 뚝 떨어진다. 그 대신 이런 지역의 고속도로는 교통량이 별로 없다 보니 차들이 시속 140 이상으로 과속한다. 화물차라든가, 무조건 FM대로 규정 속도를 준수해야 하는 고속버스는 예외이고 승용차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철도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자가용 없이는 못 사는 양상이 짙어진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그 반면, 경부선 대전 이북으로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기는 그렇지 않아도 지형도 평지인 데다, 철도는 호남/전라/장항선이 전부 집결하는 구간이다 보니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만큼이나 집중적으로 개량 투자를 받아 왔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정체가 시작되는 천안-평택-수원 구간은 오히려 철도가 최고의 선형을 자랑하며, 열차가 물 만난 고기처럼 달리기 시작해 시속 140까지 달린다. 인구가 밀집할수록 철도의 경쟁력은 올라가는 셈이다.
2. 수원
본인은 지금까지 태어나서 수원에는 거의 갈 일이 없었을 뿐더러 가더라도 무조건 철도만 이용했다.
수원은 철도가 발달해 있고 위치상으로도 수도권 편입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수원으로는 고속/시외버스 노선이 있을 리가 없고 빨간 광역 버스만 존재한다. 버스 노선은 이미 철도가 들어서 있는 서쪽 대신, 철도가 없는 동쪽 위주로 발달해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수원의 버스 터미널들은 대체로 경부선 철길 쪽에 있다. 경부 고속도로 수원 IC는 행정 구역상으로는 수원이 아닌 용인에 있다. 그럼 대전-수원을 드나드는 고속버스는 어느 도로를 이용해서 이동하는지? 철도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고속도로 진입로가 외곽에 있다 보니 주변에 산과 들밖에 안 보이는 반면, 수원 IC는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주변에 온통 건물뿐이다. 여기는 나름대로 폐쇄식으로 요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톨게이트까지 있는데도 주변 경치가 그러하니까 무척 이색적으로 보였다.
3. 인천
본인은 수원뿐만 아니라 인천도 자동차로 방문한 경험은 전혀에 가까울 정도로 없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열린 무슨 행사에 참석할 일이 있어서 난생 처음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가 봤다. 분당-인천 사이니까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제2 경인 고속도로 경로가 딱이었다. 청계 TG와 남인천 TG를 거치면서 통행료는 1500원 정도 빠져나갔다. (여기는 수도권이기 때문에 과금 방식이 폐쇄식이 아님)
성남에서 인천으로 가는 버스는 승차권에 좌석 번호가 배당돼 있지 않고(지정석이 아닌 자유석), 심지어 승차권을 끊을 필요조차 없이 시내버스 타듯 교통 카드 결제도 가능했다. 그만큼 단거리에 수요가 많은 노선이라는 뜻인데, 왜 배차 간격은 30분씩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저런 버스가 약간만 격이 더 낮아지고 싸지면 영락없이 빨간 좌석 광역버스가 되겠다.
버스는 우등-_-은 당연히 전혀 아니고 45인승이었는데, 벌써부터 서서 가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승객이 많았다. 그런 데다가 인천으로 바로 가지 않고 모란 역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을 더 태우고 갔는데, 버스는 완전히 콩나물시루 상태가 되었다. 야탑에서 모란을 경유해 가는 건 외곽 순환 고속도로로 치면 인천 방면이 아니라 서울, 남양주 방면으로 거쳤다 가는 것이기 때문에 동선이 좋지 않다. 노선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4. 분당-수서
서울 동남부를 통과하여 성남 방면으로 가는 자동차 도로로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뿐만이 아니라 분당-수서 고속화 도로라는 아주 걸출한 도로가 있다. 올림픽 대로(강남) 내지 청담 대교(강북)와 합류하여 길 한번 정말 잘 뚫려 있다. 본인이 경험한 이 도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서울 시내에서는 높은 고가로 달리다가 어느 새부터인가.. 한 야탑, 미금 정도를 지난 뒤부터는 평지로 내려가고, 그 이남부터는 지하도가 굉장히 자주 나오면서 기존 도로들과 입체 교차를 한다. 도로 형태가 무척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에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다가 정자쯤 와서부터는 경부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린다. (지도를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임)
- 달리면서 저 너머로 모란(8호선), 수서(3호선) 차량 기지 구경도 할 수 있다. 전동차 차량 기지를 구경할 수 있는 고속도로로는 인천 공항 고속도로(130)의 88IC 인근(5호선 방화), 그리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100)의 강일 IC 인근(5호선 고덕)이 더 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