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참 열심히 살았다>라는 공 병우 박사의 글은 본인이 10년도 더 전에 고등학교 시절에 접했고 내 홈페이지의 자료실에도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개발한 타자연습 프로그램의 연습글에도 등재되어 있다. 이 글을 요 며칠 전 다시 읽어 봤다.
http://moogi.new21.org/book1.htm
내가 어렸을 때는 그저 감성적으로 세벌식을 지지한 것도 없지 않았지만, 좀더 성숙하고 나이가 들면서 생각해 보니 공 박사는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정말 무서울 정도로 천재이고 선각자였다는 생각이 들며 전율을 느낀다. 그 시절에 벌써 저런 걸 생각해 냈다니! ㅎㄷㄷ 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글을 보면 알겠지만, 심지어 이메일조차도 없고 ‘팩시밀리는 놔두고 얻다가 쓰나?’ 그러던 옛날이다.)
90년대 초반에 이미 80대의 나이로 매킨토시를 애마로 사용하면서 글을 쓰신 고인이 지금도 살아 계셔서 인터넷, 채팅, 댓글 문화, 휴대전화 문자, 블로그, 심지어 스마트폰이라는 걸 접했다면, 어떻게 대응하고 한글 세벌식을 응용해서 어떤 발명을 해냈을까? 아마 그런 것도 시간을 아껴 주는 기계라고 아주 좋아하셨을 것 같다. ^^;;
그런데 나는 노트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노트북보다 작은 기계에는 관심이 없어진 것도 있다. 10년 전엔 내가 시대를 앞서 갔지만, 지금은 오히려 뒤쳐지고 있는 느낌이다. -_-
어쨌든, 이렇게 기계가 작아지면서 한글 기계화 역사에서도 뭔가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기계간의 글자판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두벌식, 세벌식이라는 논쟁은 그리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마치 유니코드 앞에서 조합형 완성형 논쟁이 의미가 없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타자기와 호환되는 기계화 방식은 정말로 의미가 없어진 것일까? 작은 화면에 버튼 수도 더 줄일 수 있는 두벌식이 세벌식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걸까?
본인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컴퓨터가 더 작아질 수가 없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입력 속도 때문이다. 두 손으로 누르는 범용적인(=속기가 아닌) 입력 방식 중에 오늘날의 타자기/일반 키보드보다 더 빠른 입력 방식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또한 12키나 아이폰 20키 같은 제한된 입력 환경에서도 음절 모호성이나 도깨비불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 세벌식 입력 방식을 구현하려는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벌식은 모바일에서도 죽지 않았다. 그 몇 가지 결과물을 소개한다.
http://moonhwawon.ye.ro/zboard/zboard.php?id=00_notice&no=64 (휴대전화 12키)
http://www.hopark.info/?p=1315 (아이폰 15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