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pen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유명 라이브러리들
- OpenGL: 3차원 그래픽. (DirectX만이 직접적인 경쟁자로 남아 있는 듯..)
- OpenCV: 2차원 래스터 그래픽에서의 영상 처리. 뽀샵질 보정, 사물 윤곽 인식 따위
- OpenMP: 병렬처리 프로그래밍. 단순히 함수· 클래스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의 확장까지 수반한다.
- OpenSSL: 각종 보안/암호 키 교환 프로토콜 구현, 해시· 암호화 함수들과 제반 연산 기능(큰 정수) 컬렉션
또 뭐가 있을까?
얘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유구한 역사와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데다, 엄청 방대한 기능들을 무료로 덥석 제공한다. 다양한 언어와 플랫폼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최신 알고리즘이 수시로 반영되어 추가되고, 최신 하드웨어의 명령어에 맞게 최적화와 검증도 잘 돼 있다. 그야말로 더 바랄 게 없는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내부 동작 원리를 공부를 하는 게 아닌 이상, 누군가가 현업에서 저런 기능들을 굳이 처음부터 다시 구현할 필요는 없다. 방대한 라이브러리의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는 최소한의 부담만이 있을 뿐.
유닉스에 대해서 누가 말했던가..? "유닉스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은(grep 등의 각종 명령어와 유틸리티, 정규 표현식 따위..), 유닉스가 제공하는 기능을 결국은 스스로 직접 또 만들게 될 것이다"라고..;; (reinvent the wheel) 그런 것처럼 말이다.
다만, Open이라는 단어가 붙었고 사용이 무료라고 해서 반드시 오픈소스이기까지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가령, OpenGL이 오픈소스이고 git 저장소가 있다는 얘기는 난 못 들었다.
그리고 폰트 렌더링 분야의 본좌 라이브러리는 이름이 FreeType이다. OpenType은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폰트 파일 포맷 규격의 명칭이다.
지금 국내의 오픈소스 진영엔 libhangul이라고 한글 입력 오토마타를 구현해 놓은 라이브러리가 있고 그걸 유수의 공개 한글 IME들이 사용하고 있다. 얘들은 초창기에 이름이 '열린 한글 프로젝트'였던 것 같은데 지금도 그러한지 궁금하다.
한때 '열린 한글'은 1990년대 말에 아래아한글이 개발 중단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다같이 힘을 합쳐서 아래아한글의 클론을 오픈소스 형태로 밑바닥부터 만들어 봅시다~!!" 이런 프로젝트의 명칭으로 쓰이기도 했었다..;; 거의 IMF 금 모으기 운동 같은 발상이었다.
이제는 마소에서 개발한 제품조차도 about이나 acknowledgement 화면에.. 제품 내부에 사용된 각종 오픈소스 프로젝트들 목록이 뜨는 날이 올 것 같은데...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나는.. 정작 내 한글 입력기부터가 오픈소스가 아니며 기존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것도 전혀 없다..;; )
2. GWBASIC 소스 공개!!
작년에는 마소에서 GWBASIC의 원본 소스 코드를 공개했다. 오오 +_+ (☞ 링크)
마소에서는 진작부터 MS-DOS와 Word의 옛날 초창기 버전의 소스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본인이 직접 써 본 기억이 없는 너무 옛날 버전이어서 그다지 감흥이나 공감이 없다.
그에 비해 GWBASIC은 본인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잔뜩 깃든 물건이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리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접하는 느낌이 다른 제품들의 소스와는 사뭇 다르다.
- Syntax error, Missing operand, Illegal function call, FOR Without NEXT (한글판은 "문법이 틀렸읍니다, 피연산자가 없읍니다, 기능호출 사용이 잘못되었읍니다" 등등..) 같은 친숙한 에러 메시지 문자열들은 GWDATA.ASM에 있다. 전설적인 Ok 프롬프트 값도 저기에 정의돼 있다.
- 그래픽 모드에서 이차차분 알고리즘으로 원을 그리는 함수, 재귀호출로 flood fill을 수행하는(PAINT 문) 함수는 ADVGRP.ASM에 구현돼 있다.
- MOTOR문은 하는 일 없이 에러만 내뱉는 것 같았는데, GIOCAS.ASM을 보니 실제로도 그러하다. 저건 카세트 테이프의 잔재일 뿐, 16비트 PC용인 GWBASIC에서는 하는 일이 원래 없다.
- F1에 LIST부터 시작해 TRON, TROFF, KEY, SCREEN 0,0,0을 기본 배당하는 테이블은 GWRAM.ASM에 있고..
Alt+A에 AUTO부터 시작해 BSAVE, COLOR, ... 등을 배당하는 테이블은 IBMRES.ASM에 있다.
- 소스를 저장할 때 SAVE에다가 P 옵션을 줘서 어설프게 암호화 프로텍션을 거는 부분은 GIODSK.ASM, DISKCOM.ASM을 참고하면 될 듯하다.
암호화된 파일과 그렇지 않은 파일이 첫 바이트 0xFE 또는 0xFF로 구분된다는 것을 확인 가능하다.
- PLAY문에서 A~G 등 각종 문자열들을 해석하는 부분은 GWSTS.ASM을 보라. "MUSIC MACRO LANGUAGE"라고 주석이 돼 있다.
- 부동소수점 연산?? 요즘처럼 전용 CPU 명령어 한 방으로 끝나는 시절이 아니었으니 전부 자체 구현이다.
빌 게이츠가 왕년에 직접 고안했다는 MBF 부동소수점의 구현부가 바로 MATH1/2.ASM에 있다. 삼각함수, 로그도 내부적으로 테이블을 내장해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직접 계산한다.
- 난수를 생성하는 RND 함수의 공식은 MATH1/2.ASM에 있다. 그 유명한 Donald Knuth 아재의 책을 참고해서 구현했다고 주석에 적혀 있다.
아아..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어셈블리어 코드를 읽을 수 있다면 흥미로운 유물들이 넘쳐날 것이며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다. 내가 읽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님..;;
GWBASIC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와는 좀 동떨어진 구석이 있지만, 그 옛날에 대화식 프로그래밍 환경이라는 걸 만들 생각을 한 건 충분히 참신하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뉴비 프로그래머들을 위해서 FAQ를 아주 자상하게 써 놨다. 이런 질문의 답변까지..;;
- 아니, 오픈소스라면서 확장자가 C/CPP인 파일이 왜 하나도 안 보이나요?
- C 파스칼 놔두고 왜 이렇게 알아보기 어려운 언어로 코딩을 했나요?
저 때는 고급 언어 컴파일러들이 엄청나게 비쌌고, 생성하는 코드의 성능이 좋지 못했다.
빌 게이츠와 그 일당들은 20대 나이 때, 지금보다 컴퓨터가 훨씬 더 열악하고 비싼 기계이던 시절에 여느 평범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딴 프로그램을 만들고 돌리는 가상 머신급의 프로그램을 한땀 한땀 어셈블리어로 코딩해서 돌리고 납품하고 팔아먹었다는 거다.
그리고 한 언어의 인터프리터로서의 기능이 다 들어있던 GWBASIC.EXE의 크기는 실행 파일 압축 따위 없이도 겨우 6만 바이트 남짓밖에 안 했다는 거다.
이건 16비트 x86이 다른 CPU 아키텍처와 비교해 봐도 명령어 배치가 이례적으로 굉장히 조밀하기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메모리 아끼기 위한 CISC 방식의 승리인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