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도시철도

서울의 도시철도는 잘 알다시피 코레일 광역전철, 1기 지하철, 2기 지하철, 3기 지하철 정도로 나뉜다. 여기에다 앞으로 공항 철도도 서울로 더욱 가까이 진입하게 된다.

1기 지하철들은 연혁이 긴 덕분에 초기 전동차들은 모두 은퇴하고 일종의 ‘세대교체’까지 이루는 경지에 도달했다. 차량도 매우 다양하다.
이에 반해 2기 지하철들은 한국형 표준 대형 전동차 규격대로 디자인되어 외관이 일관성이 있다. 그 대신 VVVF 과도기에 도입되었다는 특성 때문에 전국 어느 철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다이나믹한 구동음을 들을 수 있다. 즉, 보이는 것보다는 들리는 것이 사람을 더욱 즐겁게 한다.
3기 지하철들은 이제 중형 전동차의 표준 규격이 제정되고 지방 광역시에도 속속 지하철들이 개통하는 시기에 개통했다. 9호선 전동차는 폭만 조금 더 클 뿐 그 규격을 따르고 있으며, 이제는 구동음마저도 음높이의 차이가 있을 뿐 딱히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대세이다.

이렇게 서울 지하철에는 나름 개성과 사연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철도는 모두 표준궤를 달리는 대형 중전철이라는 기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대형 중전철은 서울을 통과하지 않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그럼 우리나라 제 2위의 대도시인 부산은 어떨까?
비록 시설과 규모면에서 서울 수도권을 따를 수는 없으나, 나름대로 개성이 넘치고 재미있다.
특히 지하철은 서울처럼 ‘기’라는 묶음이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노선이 ‘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색이 넘친다. 늦게 개통하는 노선일수록 규모가 더욱 작아지고 있다.
부산은 서울처럼 여러 지하철 노선이 동시에 건설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승역들은 전반적으로 환승 거리가 괜찮은 편이다. 최소한 잠실이나 신길 같은 막장환승은 없다.

- 부산 지하철 1호선: 중형 중전철 8량. 개통 시기가 서울 2호선과 비슷. 전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3도어 전동차. 2010년 현재 전국에서 VVVF 차량이 전혀 없는 유일한 지하철.

- 부산 지하철 2호선: 중형 중전철 6량. 대구 1호선과 비슷한 시기이며 동일한 스펙. 기술적으로도 서울 2기 지하철 VVVF를 답습

- 부산 지하철 3호선: 중형 중전철 4량. 광주/대구 1호선과 비슷한 시기이며 동일한 스펙. 중형 전동차 표준안이 반영됨

- 부산 지하철 반송선: 처음엔 마치 3호선의 지선인 것처럼 계획되었다가 결국은 경전철로 전환. 시설면에서 기존 3호선과는 사실상 아무 관계가 없는 노선이 되었고 이게 사실상 4호선으로 확정되었다. 서울도 이제야 경전철 건설이 논의되고 있는데 꼭 그런 차원이라 하겠다.
고무 바퀴 차량이 다니며, 3호선보다도 많은 6량 1편성이 다닐 거라고 하니 뜻밖이다. 용인 경전철과는 달리 지하 구간도 존재한다.

- 김해 경전철: 전통적인 부산 관할의 도시 철도라기보다는, 서울로 치면 공항 철도나 9호선뻘 되는 위상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내라기보다는 부산-김해간의 광역 기능을 담당하는 경전철인데, 반송선과는 완전히 다른 차량이다. 표준궤에 철 바퀴이고 그 상태로 덩치만 줄인 2량 1편성짜리 전철이다.
이 사업에서 지분을 70%나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다름 아닌 서울 메트로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회사 중 최강의 경험과 자본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이미 서울만의 지하철 회사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 됐다.

타자기와 비슷한 형태의 키보드를 탑재하고 있던 데스크톱 컴퓨터뿐만이 아니라 요즘은 모바일 터치스크린 기기가 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도계도 전통적인 표준궤 철도 말고도 여러 형태의 경전철들이 등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김해 경전철이 개통하면 이제 김해 공항에도 철도로 갈 수 있게 된다. 다만 KTX가 완전히 개통하면 국내선 승객이 크게 감소할 것을 우려하여 역은 국제선 청사 쪽에다 만든다고 한다. (김포공항 역처럼 중앙이 아니라)

끝으로,

- 울산-부산 동해남부선 광역전철: 서울은 무려 40년 전에 인천, 수원 가는 전철이 그것도 지하철과 직통으로 뚫렸는데 그동안 부산은 뭘 했나? 게다가 이미 지하철 2호선은 경부선과 선형이 겹치는 구간까지 있는데 말이다.
수도권으로 치면 응당 광역전철과 같은 위상이다. 동해남부선은 경주 쪽은 KTX 2차 구간 개통으로 인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칠 것이고, 울산과 부산도 광역전철 개통이 계획은 되어 있다. 하지만 언제 실현될지는 미지수. 철도계의 ‘듀크 뉴켐 포에버’가 되지 않길 바란다. 참고로 수도권에서는 수인선이 저런 떡밥으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_-;;

서울-수도권과 같은 철도 네트워크를 비수도권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10 12:34 2010/03/1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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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무엘 2011/03/31 00:07 # M/D Reply Permalink

    드디어 부산 지하철 4호선이 개통했다. 부산은 지하철 1호선의 전동차가 유별나게 특이한 것만큼이나 이번 4호선도 국내 최초로 경전철 시대를 열어서(서울의 우이 경전철이나 경기도 용인 경전철 등을 제치고!) 특별한 기록을 남겼다.
    고무 바퀴이고 앞뒤 모습이 다 보이는 무인 운전이라는 점은 인천 공항 스타라인과 비슷한 면모이다.

    김해 경전철도 어서 순조롭게 잘 개통하길 바란다.
    참고로 대구 지하철 3호선 역시 경전철로 만들어질 예정.

  2. 열차 노선 2011/06/24 19:58 # M/D Reply Permalink

    부산이 원래 경부선과 동해남부선을 활용해서 전철을 놓으려고 했었지만
    그 때마다 선로용량을 문제로 중앙정부에서 퇴짜를 놔서 어쩔 수 없이 지금의 노선처럼 짓게 되었지요.

    1. 사무엘 2011/06/25 08:59 # M/D Permalink

      기존 선로를 활용한 광역전철 직결 운행이 없는 건 아쉽습니다.
      서울도 아니고 부산은 경부 고속선 덕분에 경부선에 선로 용량도 이제 더욱 남을 텐데요.
      동해남부선은 아예 단선이어서, 그대로 활용하기는 문제가 있습니다만,
      서울의 경원선처럼 대도시 시가지를 지상으로 그대로 통과하는 광역전철이 부산에도 있으면 참 멋있을 텐데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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