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하순부터 두 주 가까이 우리나라엔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아주 가끔씩 국지적인 소나기 정도나 찔끔 내린 것 같지만.. 무더위의 해소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되었다(서울· 수도권 기준). =_=;;
그나마 그 직전에 워낙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이 와중에 가뭄 걱정이 없는 건 다행이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에어컨을 그렇게 많이 틀어댔을 텐데 전기 공급에 트러블이 딱히 없는 것도 다행..

본인은 지난 현충일 연휴로부터 거의 두 달 뒤인 7월 말과 8월 초에 걸쳐서 강원도 동북부에 여행을 다녀왔다. 날씨가 저 지경이니 하계휴가로서는 이때가 정말 최적의 시기였다.
현충일 때 철원과 화천에 갔다면, 이번에는 더 멀리 동쪽까지 가서 양구와 고성을 찍고 바다에 도달했다. 3박 3일 동안 계곡과 바다를 모두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은 7년 전, 2016년에 다녀왔던 여행과 일부 겹치는 구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워낙 옛날이기도 하고, 또 그때는 해수욕장이 폐장한 9월 초에 간 것이었기 때문에 피서 효과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또한, 지난 6월 여행 때는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강원도 북부를 다녔기 때문에 고속도로는 포천-구리(29)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춘천까지 서울-양양(60) 고속도로를 타고 순식간에 이동했다. 강원도에 가는데 영동(50) 고속도로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촌 IC를 앞두고 홍천강을 건널 때, 다리 아래의 풍경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 강변엔 유원지와 캠핑장이 있어서 차량과 텐트들이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늘어선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 저기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 보고 싶다.

철도와 잠시 비교를 해 보자면.. 영월과 태백을 찍고 강릉으로 올라가는 기존 태백선과 영동선 철도는 고속도로로 치면 40과 비슷할 정도로 너무 남쪽으로 우회한다.
그나마 50과 대등한 강릉 방면 준고속선 철도가 2010년대 말에 평창 동계 올림픽 덕분에 만들어지긴 했다. 그러나 그 무렵엔 고속도로는 50보다 더 올라가는 60이 만들어지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지게 됐다. 과연 60에 대응하는 철도가 만들어지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1. 파로호, 뱅이골 공원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춘천 동부 외곽에서 양구까지는 46번 국도를 따라 이동했다. 길은 대체로 2차로이지만, 터널이 많고 곧고 길게 잘 뚫려 있었다. 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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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외국어 고등학교, 양구 선사 박물관, 양구 역사 체험관을 거쳐서 파로호 한반도섬 부근에 도달했다. 토요일 오후에 좀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이때는 이미 저녁 6~7시가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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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뭔가 팔당호에 있는 팔당 물안개 공원 내지 두물머리 공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는 꼭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시간 남짓 산책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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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 그늘은 한낮에도 생각보다 시원할 것 같다. 밤에 혼자 이런 곳에 텐트 치고 있어도 무척 아늑하고 시원할 것 같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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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다들 이렇게 생겼던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렇게 자그마한 갈대밭 위로 목재 데크 산책로만 있는 지역은 진짜 한반도섬이 아니었다. 저기서도 다리를 건너서 건너편으로 한참을 더 가야 한반도섬이 나왔다.
진짜 한반도섬은 자동차까지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정말 큰 육지이고, 안에 온갖 건물과 조형물까지 있더라만.. =_=;;

나는 그냥 넓은 주차장 공터가 있고 한반도섬 이정표가 있는 강변에서 막연히 산책을 시작했는데, 거기는 한반도섬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내가 거기엔 충분히 돼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난 한반도섬 근처의 갈대밭 습지만 산책하다가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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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아무 배경지식 없이 갔다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 뭐냐 하면..
파로호라는 것 자체가 ‘화천 파로호’와 ‘양구 파로호’로 나뉘어 있고, 둘은 사실상 별개의 호수라고 봐야 할 정도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7년 전에 화천댐과 함께 전망대, 안보 전시관을 끼고 있던 파로호는 북한강을 낀 전자이다.
그러나 한반도섬이 있는 이 파로호는 양구 서천을 낀 후자이다. 이런~
철원 마현리와 화천 마현리는 그래도 인접해 있기라도 하지만 화천 파호로와 양구 파로호는 그렇지도 않다.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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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를 떠나서 더 북쪽으로 가니 국도 31을 벗어나 꼬불꼬불한 산길인 지방도 460이 나왔다. 이 길가에 '뱅이골 공원'이라는 게 있어서 본인은 여기 풀밭에다 텐트를 치고 드러누웠다. 이때쯤 되니 시간도 밤 8시를 넘어가고 날이 저물었다. (위의 사진은 이튿날 아침에 찍은 것임 =_=)

여기는 정말 환상적인 장소였다.
푹신한 잔디밭이 넓게 깔려 있으면서 은폐성 좋고 적막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고, 주차 공간 넉넉하고 차와 아주 가까이에서 캠핑 가능하고..
정말 지상락원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여기는 다른 벌레가 돌아다닐지언정, 모기도 없는 것 같았다.

단, 날씨가 날씨이다 보니 해가 진 뒤에도 텐트 창문을 열고 물을 적시면서 버텨야 한다는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
비탈 아래에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하지만 수풀이 너무 무성해서 지금 차림으로는 더 내려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환상적인 캠핑을 즐기다가 곧 잠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08 08:35 2023/08/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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