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에 대한 적분 외

원이란 2차원 공간상의 한 점에서 거리가 같은 점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공간이 3차원으로 확장되면 구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정의 가능하다.
이 정의에 따라, 먼저, 0..r 범위에서 반지름이 r인 사분원을 나타내는 방정식

  f(x) = sqrt(r^2 - x^2)

를 정의하자.
이 사분원의 호의 길이는 거리의 적분에 따라

  int(  sqrt( f'(x)^2 + 1 ) , x=0..r)

(f'(x)는 f(x)의 도함수. int는 짐작하듯이 0부터 r까지 x에 대한 정적분을 나타냄)
을 풀면 PI*r/2 가 된다. 사분원의 길이이므로 여기에다 4를 곱하면
반지름이 r인 원의 길이는 2*PI*r이 나온다.
위의 적분식에서 1은 당연한 말이지만 적분변수가 약분되어 1이 된 것이며, 그걸 역시 제곱한 값이기도 하다. 괜히 더해진 게 아니다. ^^;;

넓이는 그냥 f(x)를 적분하면 바로 구해진다.

  int( f(x), x=0..r)

의 값은 PI*r^2 /4 가 되고, 역시 4를 곱하면 반지름이 r인 원의 넓이는 PI*r^2이 된다. 적분을 실제로 풀기 위해서는 치환 적분 기법이 필요하다.

이제 3차원 세계로 가서 구의 부피를 구하면 어떨까?
반구의 단면은 역시 0부터 r까지 반지름 자체가 원의 방정식과 같은 무수한 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들을 적분하면 부피를 구할 수 있다. 어렵지 않다. 즉, 원의 넓이 PI*r^2에서 r 대신에 f(x)를 넣으면 된다는 소리.

  int( f(x)*f(x)*PI, x=0..r)

의 값은 2/3 * PI * r^3이 된다. 반구의 부피이므로 이것에다 2를 곱하면 4/3 * PI * r^3이 바로 반지름이 r인 구의 부피이다.

마지막으로 구의 겉넓이를 구해 보자.
여기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틀리는 게 뭐냐 하면, 넓이를 그대로 적분하면 부피가 되었듯이 원호 길이를 그대로 적분하면 겉넓이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적분을 해석적으로 풀든, 심지어 100개 1000개로 구간을 아무리 많이 나눠서 컴퓨터로 계산을 해 봐도 정확한 값이 나오지 않는다! 실제값보다 더 작은 값이 나온다.

원의 넓이나 구의 부피처럼 각 구간에서의 함수값만이 중요하다면 구간 수를 무수히 늘림으로써 정확한 값으로 수렴이 가능하겠지만, 구의 겉넓이는 앞서 다뤘던 '길이'를 구하는 것과 일면 비슷한 개념이다. 내 자신의 값뿐만 아니라 인접한 구간과의 기울기라는 개념이 감안되어야만 정확한 적분값이 나온다.
그래서 2*PI*r뿐만 아니라 원호를 구할 때 쓰던 식이 첨가되어야 한다.

  int( 2*PI * f(x)* sqrt( f'(x)^2 + 1 ), x=0..r)

이 적분식의 값은 2*PI*r^2이 나오며, 역시 2를 곱하면 반지름이 r인 구의 겉넓이는 4*PI*r^2임을 알 수 있다.

덧붙이는 말

1. 1부터 100까지 일일이 덧셈을 할 필요가 없이 등차수열의 합을 구하는 식에 대입만 하면 100이 아니라 1000, 10000까지의 합도 손쉽게 구할 수 있듯.. 우리가 알고 있는 리만 적분도 굉장히 대단한 지식이다. 수천, 수만 개의 구간을 나눠서 일일이 함수값을 구하며 뺑이를 칠 필요 없이, 함수식의 부정적분을 구한 후 하한값과 상한값의 차이만 구하면 된다니, 놀랍지 않은가? 게다가 여기에다 부분 적분과 치환 적분의 위력까지 더해지면 초월 함수를 다루기도 더욱 수월해진다.

2. 사실 미분과 적분은 서로 다른 별개의 분야에서 출발했다. 접선 기울기하고 면적/부피는 언뜻 보기에 분야가 다른 것 같은데, 함수의 부정적분이 도함수의 역함수와 같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미적분학이라는 한 학문이 태동한 것이다. 옛날엔 '극한이라는 걸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하는 게 가능하나?' '이건 너무 사악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이런 걸 갖고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저 기계적인 계산 테크닉(로피탈의 정리 같은. -_-)만 달달 외워서 점수 따기에는 이 분야는 너무나 깊이 생각하고 느껴야 할 게 많다. 본인 역시 학창 시절엔 그런 걸 별로 경험하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어냈을지를 곱씹어 보자.

3. 리만 제타 함수라는 게 있다. ζ(n)은 1/1^n + 1/2^n + 1/3^n ..... 의 극한이다. n=1인 경우에 속하는 조화 수열은 0에 수렴하지만, 그 합은 로그 스케일로 매우 느리게 발산-_-하긴 한다. (일반적으로 미분과 적분을 거치면 x의 지수가 1 늘어나거나 줄게 마련인데, 지수가 -1에 속하는 1/x은 부정적분이 예외적으로 생뚱맞은 ln x로.. =_=) 하긴, 숫자가 커질수록 소수의 개수도 로그 스케일급으로 발견되며 매우 드물어진다. 소수의 개수 역시 무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숫자가 커질수록 졸라 찾기 힘들어지겠지만 말이다. -_-;;

이런 함수가 왜 근사한 이름까지 붙어 있는가 하면, n이 2 이상의 짝수일 때 ζ(n)의 값은 PI의 n승의 유리수배의 형태로 산출되기 때문이며, 더구나 이 함수는 소수의 분포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발견을 해 낸 사람은 불세출의 천재 수학자인 오일러이다. 특히 삼각함수의 테일러 전개와 방정식의 근의 관계를 이용하여, ζ(2) = PI^2 / 6 임을 최초로 알아내기도 했다. 따라서 그 수는 초월수라는 것 역시 덩달아 증명된 셈.

나는 증명을 뻔히 보고도 뭔 말인지 못 따라가겠던데, 사실 저것도 수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이라는 e^(PI*I) + 1 = 0만큼이나 그의 위대한 업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파이, 삼각 함수, 루트, 해석학, 기하학, 복소수 등등등... 다 위로 올라가면 서로 구분이 없이 여기저기서 다 만난다는 뜻이다. 심하게 경이로운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15 20:07 2010/04/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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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기윤 2010/04/15 21:41 # M/D Reply Permalink

    이 글을 읽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4차원상에 구현된 구(엄밀하게 말해서, 구라고 하면 틀리지만) 의 넓이와 겉넓이를 계산하면 어떻게 되고, 기하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닐지..

    1. 사무엘 2010/04/16 00:13 # M/D Permalink

      수학의 힘이 그래서 강력한 것입니다. 사람의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개념까지 사고의 범위를 확장해 주니까요.
      집합의 논리 연산도 변수가 2~3개 정도 있을 때는 벤 다이어그램을 그려서 해결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오로지 각종 계산 법칙을 통해서만 식을 줄여 나가고 풀이할 수 있죠.
      벡터의 내적은 2~3차원일 때 기하학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4차원 이상에 대해서도 대수적으로 풀이가 가능합니다.
      신앙 생활에서 성경도 묵상해야 하지만 수학 역시 깊은 사색과 느낌, 묵상(?)이 필요한 학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아라크넹 2010/04/16 17:06 # M/D Permalink

      4차원 상의 구는 3-sphere라고 하며 그 겉넓이는 2 pi^2 r^3, 부피는 1/2 pi^2 r^4입니다. (물론 "겉넓이"와 "부피"의 정의가 좀 빡센데 3차원 상에서 적분을 통해 정의하는 걸 확장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 n차원 상에서 일반화하면 n-sphere라고 하는데 역시 식이 있습니다.

      구와 관련되어 흥미롭고 굉장히 어려운 문제로 Kissing number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임의의 차원에서 구 하나 주변에 다른 구들을 겹치지 않게 놓아서 가운데 구와 인접하게 할 때, 최대로 놓을 수 있는 구의 갯수를 구하는 문제입니다. 3차원에서는 이 숫자가 12인데, 놀랍게도 이 값이 나오는 구 배치에서 다른 구들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가운데 구와 그 옆의 구를 같이 빼내는 게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12냐 13이냐 하고 논란이 많았죠. (증명은 몇십년 전 쯤에 나왔지만...)

  2. 주의사신 2010/04/16 20:10 # M/D Reply Permalink

    4차원 이상부터의 구는 초구(hypersphere)라고 부르더군요....

  3. 사무엘 2010/04/16 23:50 # M/D Reply Permalink

    역시 수학을 좋아하는 아라크넹 님께서 강림하심. ㅋㅋㅋ
    4차원 이상의 구(하이퍼스피어)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3차원의 세계에 갇혀 사는 우리 같은 중생-_-들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죠. 부피(?)야 그냥 적분만 한 번 더 하면 유도될 것 같은데 겉넓이는 정말로 정의하는 것부터가 빡셀 것 같습니다. r의 차수가 하나 더 올라가는 건 물론이고 이제 파이까지 제곱이 됐군요.
    그나저나 kissing number는 정말 말 그대로 흥미롭고 어려운 문제로군요. 뭔가 충돌 감지 알고리즘과도 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4차원 이상부터는 역시 낭패.

  4. 땅콩맨 2010/04/17 09:02 # M/D Reply Permalink

    성경도 그렇듯
    수학도 깊은묵상이 되어야한다는말이 가슴에 와닿는군요...
    수학이란 학문은 묵상하면 할수록 경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겠지만, 계속 연구해야하는 학문이라는 생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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