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석
본인은 철도를 매우 좋아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 공급이 풍부한 곳에서 굳이 입석이나 예약 대기까지 감수하면서 철도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명절 때는 오히려 수시로 증차가 되고 좌석을 얻기 쉬운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었다. 명절 때 기차를 편하게 타고 가려면, 철도 오덕 기질 수련보다는 철도 인맥과 빽을 만들어 두는 게 더 필요하다. 코레일 직원이 대량으로 추석 귀향 열차 암표를 팔다가 적발됐다는 소식이 꼭 한두 번씩 들리지 않는가.
입석으로 열차를 탈 때는, 지정석 승차권이 있을 때에 비해서 어떤 점이 달라질까?
일단 신문지나 달력 같은 '깔고 앉을' 거리를 준비해 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에 일찍 도착해서 열차에 무조건 먼저 올라타야 한다. 그래야 통로 같은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여 쪼그리고 앉을 수라도 있다. 안 그러면 정말 얄짤없이 객실 복도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야 한다.
세상엔 기차를 타고 싶어도 못 타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출발지와 도착지가 비교적 철도로 잘 연결되어 있는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철도로 최대한 빠져 주는 게 좋을 것이다. KTX 같은 경우 워낙 빠르고 대구-서울도 1시간 40분이면 가기 때문에, 입석으로 장거리를 좀 가 봤자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다. 더구나 본인의 고향은 경부선이 혼잡하면 중앙선이라는 훌륭한 우회 경로까지 존재하니 선택의 폭은 더욱 넓다고 할 수 있다.
※ 가장 아슬아슬했던 승차 경험
옛날에도 글을 통해 회상한 적이 있지만, 본인이 지금까지 기차를 가장 아슬아슬하게 탄 건 2004년 2월 17일의 서울-대전 하행 새마을호 탑승이었다. KTX 개통 직전에 마지막으로 탄 새마을호인 동시에, 출발 전 Looking for You를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열차였다.
밤 8시 30분 열차를 예매해 놨는데, 출발 딱 5분 전인 8시 25분에 지하철 1호선도 아닌 4호선 서울 역에서 내렸다. 게다가 가방을 두 개나 들고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당시의 일기의 묘사에 따르면,
다리에 힘이 안 날 때까지, 젖먹던 힘까지 죽어라고 뛴 끝에 27분에 지상 서울 역 입구에 도달했다. 그리고 딱 29분에야 기차에 올라탔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표를 흔들면서 문 닫지 말라고 막 소리를 질렀다.
기침을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자리에 짐을 놓자마자 차는 출발하기 시작했다. 까무러치기 일보직전. 옆 자리의 승객이 본인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Looking for You가 들려오긴 했으나, 들은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다리가 후들거렸고 후유증은 다음날까지도 계속됐다. =_=;;;;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