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소위 'name value', 브랜드가 마케팅 수단으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철도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이기주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철도역 이름에다 어떻게든 자기네 이름을 집어넣으려는 행정 단체나 대학들이다.

사실, 동 이름만 해도 지하철 역명으로 등장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인지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본인은 서울 종로구에 듣보잡 동이 그렇게도 많은 줄 몰랐다. 관철동, 평창동, 당주동, 동숭동, 인의동.. -_-;;; 듣보잡으로 느껴진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떨 때는 두 대학이나 두 행정 구역이 한 역을 동시에 탐내게 되어, 부산 지하철에는 '경성대 부경대'라는 사상 초유의 스타일의 역명이 생겼고, 고속철에도 '천안아산 (온양온천)'이라는 병맛 나는 역명이 생겼다.
아직까지 (대)기업은 대학이나 행정 구역에 비해 역명 배틀에 끼려는 기미가 덜한 듯하다. 만약 그들까지 꼈다간 잠실은 롯데월드/롯데타운, 강남은 삼성타운이라고 부역명이 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실은 롯데와 관련된 명칭 대신 송파구청이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으니 아직까지는 행정 구역이 더 우선이다.

지하철 역명에다가 자기 이름을 넣으려는 대학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주역명이 안 되면 부역명으로라도 말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부역명이 추가된 역은 엄청나게 늘어나 있다. 한세대, 폴리텍대, 나사렛대 등...
우선, 과거에 총신대입구/이수 역 병크는 굉장히 유명하며,

서울대입구 역은 위치상으로는 주역명이 관악구청, 부역명이 그나마 서울대입구 정도가 되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 반대로 됐다. 서울대에는 역에서 내리고도 마을버스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넘게 더 가야 도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한양대는 지하철 연계에 관한 한 가히 대인배인 학교이다. 서울 2호선 한양대 역하고는 바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안산선에 '한대앞'이라는 또 다른 역명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산 캠퍼스는 전철역과 꽤 멀다.

고려대와 숭실대는 그나마 지하철 주역명 자리를 차지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치가 좋다. 숭실대의 경우 지하철 출입구에 맞춰 정문까지 옮겼다고 한다. 서로 가까이 있는 건국대와 세종대도 괜찮은 편.
2호선은 이외에도 홍익대, 서강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서울 대학을 꽤 많이 경유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고등학교 3학년 학급에서 '2호선 라인 대학에 꼭 가자'를 목표로 써 붙여 넣을 정도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4호선 역시 강북 구간에 유난히도 대학 이름이 주역명이나 부역명으로 붙은 역들이 많다. 한성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등.

1호선은? 유명한 청량리 역에 '서울 시립대'라는 부역명이 붙었고, 회기 역에도 꽤 오래 전부터 '경희대'라는 부역명이 드디어 붙었다. 대놓고 외대앞이라는 이름이 붙은 역이 존재하기도 한다.
한편, 옛날에는 7호선 상도 역에 '중앙대'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었으나, 그 역보다 중앙대에 더 가까운 흑석 역이 9호선에 개통하면서 부역명은 옮겨 갔다.

대전 지하철 1호선은 충남대와 카이스트를 (사실상) 지나지 않아서 아쉽다. 한때 2호선이 그쪽을 지나고 엑스포 과학 공원까지 가는 순환선으로 계획되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흑역사화하여 안습. 결국 카이스트와 가장 가까운 월평 역에 카이스트라는 부역명을 붙이고 학교에서 셔틀 봉고차 운행을 시작하였으나, 역에서 학교까지는 2km 가까이 가야 한다. 아마 한양대 안산 캠퍼스와 한대앞 역까지의 거리와 체감상 비슷하다.

자, 그런데 이런 모든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신촌 역이다.
양평과 더불어 완전한 동명이역이다. (경의선과 2호선. 양평은 중앙선과 5호선)
연세대가 탐낼 법도 한 금싸라기 역이지만 부역명을 붙이려고 징징대지 않는다.
SKY 대학 중에서는 유일하게 연세대만이 지하철 노선도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말이다. 심지어 바로 옆의 이화여대는 대놓고 '이대'라는 역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이미 신촌이라고만 해도 연세대라는 걸 한국인 중에 모를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굳이 역명을 건드리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대인배 기질인 것일까?
(뭐, 그래도 나중에 부역명을 붙여 버린다면 낭패. ㅋㅋ 서강대는 6호선 대흥 역에 자기 이름이 부역명으로 붙어 있다.)

연세대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철길을 볼 수 있는 전국에서 얼마 안 되는 복 받은 학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포항공대도 옆으로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난다. 그쪽에 광역전철이 있다면 효자 역이 포항공대 입성 코스가 되었을 것이나(포항공대에 더 가깝게 역을 이설까지 하면서), 동해남부선의 미래는 앞으로 알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6 10:33 2010/07/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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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민규 2010/07/26 16:10 # M/D Reply Permalink

    6호선에 서강대라는 이름이 있다고는 하지만...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까지의 거리와 서강대까지의 거리가 비슷해서 어느 한 쪽의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듯합니다. 대인배라서 그냥 놔둔 것 같진 않습니다.
    2호선 신촌역은 서대문구 창천동과 마포구 노고산동의 경계에 있습니다. 정작 그 이름이 유래된 서대문구 신촌동은 한참 위에 있고, 그 신촌동의 대부분이 연세대 부지이죠. 경의선 신촌역은 다행히도 신촌동에 간신히 들어 있습니다.

  2. 사무엘 2010/07/26 20:15 # M/D Reply Permalink

    네, 실제로 거리를 보니까 그렇더군요.
    서강대가 부역명이라도 차지한 역이 없었다면 진짜 신촌 역이 서울의 '경성대· 부경대' 역 꼴 날지도 몰랐을 듯.
    신촌 역은 신촌동에 있지 않고, 경의선 신촌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 역은 서로 거리도 아주 멀 뿐더러 경의선 역은 이대 역과 더 가깝고, 사실 이대 역보다도 이화여대에 더 가까우니 이거 뭐... 명칭과 진실 사이의 관계가 갈수록 막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신길온천 역처럼 말이죠.

  3. 김재주 2010/07/27 00:34 # M/D Reply Permalink

    1호선엔 성균관대역도 있습니다

    1. 사무엘 2010/07/27 01:38 # M/D Permalink

      아! 1호선 역세권의 대학은 동대문구 일대에밖에 없나 싶었는데 거기도 있군요.
      성균관대 수원 캠퍼스는 제가 ISEF 교육을 받으러 고등학교 시절 찾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한 추억도 조만간 블로그에 올라올 겁니다.

      한국어-영어에 대한 글의 댓글도 잘 봤어요.
      그런데 그 글은 거의 두 주 뒤에 올라올 글 예약입니다. 잠시 착오가 있어서 글을 내렸습니다. 댓글도 사라진 점을 이해해 주세요. ^^

  4. 주의사신 2010/07/27 10:14 # M/D Reply Permalink

    인천 지하철 1호선에는 인천대 입구역이 있습니다.

    제가 학기 중 매일 거기서 내리죠....

    다만 버스 한 번 더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인천 지하철 2호선 종점이 될 예정이라는 소문도 들리더군요.

    1. 사무엘 2010/07/27 17:33 # M/D Permalink

      그쪽 일대는 작년 가을에 세계 한상 대회가 송도 컨벤시아 호텔에서 열려서 가 본 적이 있어요. 송도 신도시 덕분에 인천 지하철 1호선이 그쪽으로 연장 개통했죠.
      도로 하나는 정말 으리으리하던데, 아직은 좀 황량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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