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 특색
올해 상반기에 대학원을 한번 준비해 보고서야,
대학들도 다 똑같은 대학이 아니며, 간판이라는 게 학부뿐만이 아니라 대학원 세계에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
또한 단순히 인지도 서열뿐만이 아니라, 캠퍼스 면적부터 시작해서 지원되는 학과 내지 강세인 학과도 학교마다 다 다르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한양대나 인하대 하면 공대, 홍익대 하면 미대 같은 식으로. 옛날처럼 수능 점수에 맞춰 자동으로 학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제야 진짜로 내 면학 계획에 부합하는 학교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서울대와 연세대엔 일어일문학과가 없으며 연세대엔 미대도 없다는 사실에 깜놀.
내가 가는 학교는 간판 자체는 국내에서 상당한 인지도와 역사, 전통을 자랑하지만 각 과에 대해서는 학교 간판에 '비해' 의외로 인지도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공대는 잘 알다시피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에 밀려서 상당히 약한 듯. 학부는 여길 나왔더라도 대학원까지 거길 가는 사람은 못 봤다. 하지만 난 공돌이 공부를 계속하는 게 아니니 상관없음. (그럴 거면 애초에 학부 모교 대학원을 지원했어야지!)
이곳은 그 대신 국어학 쪽이 서울대와 더불어 양대 산맥이며 최 현배 박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어?) 곳이다. 다른 학교는 비교 문학, 한국학, 문화 컨텐츠 같은 협동 과정은 있어도, 딱 여기처럼 자체 국어사전 연구소를 위시로 하여 국어학+전산학 협동 과정을 개설한 곳은 없었다. 사실, 이런 학제간 연구를 국내에서 제일 먼저 시도한 곳임. 과가 이보다 더 맞는 곳이 없으니 결국 서울대 같은 다른 학교는 더 미련을 둘 필요도 없이 여기에만 지원했다.
그래서 결론은, 본인은 지금 학교에 잘 지원해서 잘 합격했다는 말이 되겠다. 이제서야 지방 소재 단과 대학이 아닌, 인서울 종합 대학에서 제 2의 학생 인생을 시작하겠다. ㅎㅎ
2. 고학력 실업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대학원으로 체제 전환을 하기로 했다. 히드라 럴커를 운용하다가 뒤늦게 스파이어를 올리는 기분이다. 이제야 교수가 얼마나 위대하신-_- 자리인지를 느끼게 됐으며, 누가 박사라고 하면 출신 학교와 학위 취득 나이 같은 프로필을 더욱 유심하게 보는 버릇이 생겼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박사라고 해서 다 같은 박사가 아니다. 국내 지방대 인문계 박사부터 시작해서 골수 유학파 20대 박사도 있고... 40대가 넘어서까지 거의 10년째 시간 강사 보따리장수 신세인 박사가 있는가 하면, 공대에는 무려 30대 초반에 본격 교수가 되어 자기 랩 동기들을 떡실신시킨 유학파 박사도 있다. 아놔...;
나는 이제 대학원에 가면 저 두 극단의 중간에 가까운 길을 갈 듯하다. (전자에 더 가까울지도ㅜㅜ) 일찌감치 대학원을 간 주변 동기들은 이제 박사까지 따고 나올 때가 됐는데 본인은 이제 들어간다. 학사 취득과 석사 취득 사이에 7~8년 정도 긴 간극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간에 군 복무와 직장 생활을 좀 한 경우이며, 본인도 딱 거기에 속한다.
이 승만도 36세인가 그 무렵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지금 시작해도 저 사람보다는 늦지 않을 거다. 할 일 없어서 가방끈이나 늘리러 진학한 건 절대 아니고, 논문 쓸 건 다 생각해 놨다. 이제 특정 플랫폼에 종속적인 노가다 코딩은 밑의 후임에게 맡기고, 나는 더 고차원적인 걸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3. 종교 특색
연세대: 대표적인 장로교 계통
동국대: 불교
서강대: 천주교
원광대: 원불교
우리나라 국군이 인정하는 4대 종교별 대표 학교이다. ㄲㄲ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류를 꼽자면,
해당 종교에 속하는 사립 대학교에 자기가 제 발로 가 놓고는, 거기서 부과하는 채플이나 종교 의식이 ‘종교의 자유 침해’라면서 딴지 거는 애들.
종교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종교별로 다양한 건학 이념도 존재하며, 그 학교에 간 학생이라면 일단 그걸 존중은 해 줘야 하지 않는가? 자기가 거기에 신념상 동의는 안 하더라도 말이다!
동의할 수도, 존중할 수도 없다면, 그럼 그 학교엔 애초에 가지 말아야 한다. 본인은 동국대나 서강대 같은 학교는 안 갔을 것이다. KJV 믿는 지역 교회가 주변에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런 오지에 있는 학교조차 꺼려지는 마당에, 하물며 건학 이념이 대놓고 타 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학교엘 가겠는가?
오히려 기독교 학교라고 불리는 학교들조차도 내가 보기에는 지금은 완전히 세속화할 대로 세속화해서 진짜 성경대로 믿는 교리는 거의 찾을 수 없으며 껍데기만 남았다. 그러면서 불신자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만 심어 주고 있다.
포항에 있는 한동대는 대표적인 기독교 사학이란 걸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연세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종교 성향이 더 노골적이다.
그런데 몇 년 전(한 2007년?)엔 여기에 어느 무슬림 학생이 갑툭튀 유학 왔다. 물론, 입학 전에 한동대의 종교적 이념에 동의한다는 각서도 다 쓰고 말이다. 공부 잘하고 아주 똑똑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 친구... 한동대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이슬람을 포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개독들처럼 빨간 조끼와 붉은 십자가의 이슬람 버전으로? 아니, 천만의 말씀이다. 아주 정중하고 다소곳하고 예의 바르게(이슬람의 극단적인 두 얼굴을 명심하라), 교칙 전혀 안 어기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무려 성경을 펴서 논리정연하게 이슬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교내 기도실에서는 혼자 메카를 향해 알라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포교는 “봐라, 성경에 이런 구절도 있는데 어떻게 예수가 하나님일 수 있느냐? 예수는 하나님의 대언자일 뿐이지 삼위일체는 잘못됐다.” 아마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기독교 안티질을 한 것도 아니다. 아니 그랬는데, 룸메이트를 포함한 상당수의 주변 학생들이 그 포교에 넘어가서 신앙 정체성을 잃고 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교수들조차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 그 기독교 학교에 들어간 그 많은 학생들이 이슬람 학생 겨우 한 명을 신앙 논리로 못 이긴 것이다. (마 17:17 같은 주님의 탄식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래 놓고 백 날 음주가무만 금지하고 종교 생활만 율법적으로 강요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금연 금주 금녀는 종교색이 전혀 없는 사관학교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규칙이다.
주님께서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신 것처럼(눅 16:8), 저 이슬람 학생도 지옥 자식으로서는 임무를 정말 잘 수행했다. 작정하고 타 종교인을 계몽(?)할 목적으로 나와 종교가 다른 학교에 일부러 들어갔다면, 차라리 저 이슬람 학생처럼 행동해라! 합법적으로 노력해서 당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괜히 종교의 자유 운운하면서 인권위 진정 내지 1인 시위, 소송 따위나 하지 말고 말이다. 또한 반대로, 허접한 한국 기독교회와 교인들도 반성해야 할 게 무진장 많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대학+종교 얘기하다 말이 엄청 길어졌다.
끝으로 한 마디. 전라남도에 있는 대불대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불교 계열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기독교 계열이라고 한다. 정말 충공그깽.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