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커리큘럼

요즘 철도 커리큘럼을 생각하고 있다.
철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 머리에 있는 철도 지식을 무엇부터 어떻게 순서대로 주입해 주면 좋을까?
수강생들을 철덕으로 효과적으로 개조할 수 있는 한 학기 분량의 강의를 이렇게 구상해 봤다. ㅋㅋ

과목명: 철도학 개론 (3학점짜리 교양 내지 자유선택 과목)
평가 방식: 출석 포함 수업 참여도(15) + 세 개의 과제(15) + 중간(20) + 기말(30) + 개인 발제(20)
강사: 김 용묵 님인데, 철도와 별 관련 없는 분야를 전공했다? ㄲㄲㄲㄲ

평가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듯, 시험 원큐로 끝나는 과목이 아니다.
수업에서 부과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참고 교재:
<철도 박물관 도록>
<평생 인연의 철도 건설> (정 진우)
<과학 기술로 달리는 철도> (한국 철도 기술 연구원)
<한국 철도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삼성 경제 연구소) 등

강의 시간표:

1. 오리엔테이션. 교통수단으로서 철도의 특징, 최초 발명 경위, 왜 철덕이 되면 좋은가? 현재 국내외의 철도 동호 문화의 현실 등
2. 철도의 기술적 디테일 (동력원, 신호 시스템, 역, 열차 시각표, 완급 결합, 통행 방향)
3. 한국의 지리와 철도 건설 역사
과제1: 철도 노선도 구상하기, 또는 열차 시각표 작성 관련

4. 한국 철도 차량 계보: 증기 기관차부터 새마을호 PP, KTX 산천까지. DEC, EEC 같은 전설의 차량도 물론 다룸.
5. 전국 철도 노선 탐방: 경부선, 중앙선, 등등등~~ 강론
과제2: 철도 박물관 답사 보고서

6. 지하철 이론 + 서울 1기 지하철
7. 서울 2기 지하철
8. 중간고사: 중간고사는 그냥 철도 상식 암기형 퀴즈 "혹은", 여느 교양 과목의 시험처럼, 그냥 특정 개념에 대해서 배운 것을 다 dump하는 형식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한국 철도와 관련된 자유 주제로 각 수강생에게 발제도 부과한다.
예를 들어,
- '도곡-수서', '복정-모란' 환승 패턴의 공통점과 차이점
- 'DMC-수색', '상봉-망우'에서 보는 경의선과 경춘선의 차이
- 영상 매체에서 드러나는 철도 관련 고증 오류 분석 <라이터를 켜라>, <튜브> 등
- 서울 지하철의 급행화 방안
- 관심 있는 철도 분야 논문 소개 및 개인 비평

이런 식으로 발제를 하면 되고 이에 대한 자기 생각과 개선점을 최종 보고서로 제출하면 된다.

9. 서울 지하철 9호선 + 지방 지하철
10. 광역전철(옛날부터 있었던 것) #1
11. 광역전철(20세기 이후부터 건설된 것 + 공항철도 포함) #2
12. KTX 심층분석
과제3: 철도 관련 UCC 만들기. 자기가 좋아하는 철도역 내지 열차 사진이라든가 철도 게임 화면 등

13. 외국 철도 (북한 포함 일본, 미국, 유럽 등의 고속철과 지하철 위주로 한국 철도와 비교)
14. reserved for other contemporary, special topic (경전철, 여타 교통수단과의 비교 등?)
15. 마무리 & 철도의 미래 (철도 자체의 미래 + 미래에 건설될 철도들 상식)
16. 기말고사: 우리나라 철도 노선이나 정책에 대한 자기 생각· 비판을 하는 논술형 문제

결론: 교수 되는 게 살 길이다. 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10/26 08:16 2011/10/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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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대학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4년제 종합 대학 위주로 생각나는 대로 써 보면 이렇다.
먼저, 인서울부터. () 안에 있는 학교는 그 권역의 여타 학교에 비해서는 좀 떨어져 있는 것이다.

서대문-마포구 (일명 신촌):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추계예술대)

동대문구: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육사, 서울여대, (삼육대) ... 서울 과학 기술대가 부지가 이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 그렇잖아도 육사도 넓은데.

동작구: 중앙대, 숭실대 twin

광진구: 건국대, 세종대 twin. 건국대도 서울 시내 소재이고 지하철역과 꽤 가까운 것치고는 부지가 상당히 넓다.

성북구: 고려대, 성신여대
종로-성북구: 성균관대(문과), 가톨릭대(멀티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학교이긴 한데..-_-), 한성대

그리고, 아래의 두 대학은 딱히 이웃이 없고, 해당 지역에서 유일하여 독보적이다.

관악구: 서울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음)
성동구: 한양대 (음, 왕십리 대학교라는 애칭까지-_-)

아래의 대학들은 서울의 해당 권역에 있지만 서로 그리 가까운 이웃은 아니다.

중부: 동국대 / 숙명여대
북부: 상명대 / 국민대

한편, 구로구에는 성공회대를 비롯해 당장 전철 차창 밖으로 한영 신학대, 유한 대학, 동양 미래 대학 등 전문대 포함하여 여러 작은 학교들이 있지만, 딱히 이웃집 사이는 아니다.

소감:

1. 서울 중심부와의 접근성 대비 캠퍼스가 엄청 넓은 학교로 치자면 역시 연세대가 짱인 것 같다. 그 정도 인지도와 규모이면서 서울 역/서울 시청/광화문에서도 그 정도로 충분히 가까운 학교는 과연? ㄲㄲ
2. 서울 강남은 개발 역사가 짧다 보니, 강북에 비해서는 대학 수가 정말 적다는 걸 느꼈다.
3. 서울대와 카이스트 말고 교수 아파트가 있는 대학이 있나?

4. 서울대는 학교에서(특히 정문도 아니고 공대 강의동에서!) 전철역까지 도보로 가는 건 대략 바보짓..;;
연세대는 그렇게 호락호락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셔틀버스가 다닐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문과대나 상경대에서도 한 20분 남짓 걸으면 그래도 가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고려대는 학교 근처를, 그것도 캠퍼스 중앙을 관통하는 지하철역이 두 개나 있으니 해피하고..;;
한양대나 숭실대 정도면 지하철과 가장 가까운 학교이다. 한양대는 지하철 역명을 두 개나 먹고 있기도 함(한양대, 한대앞)ㄲㄲ

5. 덧붙이자면, 서울대는 공대가 정문과 먼 제일 구석에 있지만, 연세대는 공대가 정문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차이도 존재함.

서울 밖으로 나가면,

대전: 단연 카이스트와 충남대. 둘 다 부지가 꽤 크고 아름대운 학교인데, 나름 이웃집 사이이다. ㄲㄲ

부산: 부경대와 경성대. 아예 인근의 지하철 역 이름이 저렇게 정해졌을 정도이다. 부산에도 나름 대학교 많다.

인천의 인천대와 인하대는 그리 가까운 위치는 아니지만, 전국에서 인천 공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대학인 건 확실하다. 인천대교와의 접근성이 서로 거의 호각임. 직선 거리는 송도에 있는 인천대가 약간 더 가깝지만, 다리와 연결되는 고속도로 진출입로하고는 인하대가 더 가까이 있다.

끝으로, 인서울 대학 중에 내가 지금까지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을 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대: 정보 올림피아드 참가(1999), 창조론 오픈 포럼 참석(2008) 이렇게 딱 두 번. 대학 학부 시절에는 한 번도 간 적 없다. 그리고 정말 공교롭게도 서울대를 방문한 해는 다 내가 미국에 갔다 온 적이 있는 해이기도 했다.
고려대: 한글/한국어 정보 처리 학술대회(2003), 그리고 친구 만나러 몇 번.
연세대: 정작 이 학교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까지 방문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건국대: 한글 학회 창립 100주년 기념식 참석(2008). 새천년관이라는 강당이었다.
경희대: 지인 만나러 몇 차례. 본캠과 국제(수원) 캠퍼스에 모두 가 봤다. 수원캠의 경우, 2002년에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한양대: 지인 만나러 몇 차례. 본캠과 에리카(안산) 캠퍼스에 모두 가 봤다.

중앙대, 숭실대: 정보 올림피아드 공모 부문 면접 심사 때문에 엄청 옛날에 가 봤고(1997, 1998) 21세기에는 방문 경험 없음.
성균관대: 역시 엄청 옛날, ISEF 참가자 교육(1999) 때문에 자연계 캠퍼스는 간 적 있음.

인서울이 아닌 대학 중에서 본인이 그럭저럭 자주 가 본 편인 학교는, 역시 지리적으로나 고등학교 동문들의 특성상, 포항 공대 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09 08:49 2011/08/0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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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소위 'name value', 브랜드가 마케팅 수단으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철도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이기주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철도역 이름에다 어떻게든 자기네 이름을 집어넣으려는 행정 단체나 대학들이다.

사실, 동 이름만 해도 지하철 역명으로 등장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인지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본인은 서울 종로구에 듣보잡 동이 그렇게도 많은 줄 몰랐다. 관철동, 평창동, 당주동, 동숭동, 인의동.. -_-;;; 듣보잡으로 느껴진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떨 때는 두 대학이나 두 행정 구역이 한 역을 동시에 탐내게 되어, 부산 지하철에는 '경성대 부경대'라는 사상 초유의 스타일의 역명이 생겼고, 고속철에도 '천안아산 (온양온천)'이라는 병맛 나는 역명이 생겼다.
아직까지 (대)기업은 대학이나 행정 구역에 비해 역명 배틀에 끼려는 기미가 덜한 듯하다. 만약 그들까지 꼈다간 잠실은 롯데월드/롯데타운, 강남은 삼성타운이라고 부역명이 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실은 롯데와 관련된 명칭 대신 송파구청이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으니 아직까지는 행정 구역이 더 우선이다.

지하철 역명에다가 자기 이름을 넣으려는 대학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주역명이 안 되면 부역명으로라도 말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부역명이 추가된 역은 엄청나게 늘어나 있다. 한세대, 폴리텍대, 나사렛대 등...
우선, 과거에 총신대입구/이수 역 병크는 굉장히 유명하며,

서울대입구 역은 위치상으로는 주역명이 관악구청, 부역명이 그나마 서울대입구 정도가 되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 반대로 됐다. 서울대에는 역에서 내리고도 마을버스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넘게 더 가야 도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한양대는 지하철 연계에 관한 한 가히 대인배인 학교이다. 서울 2호선 한양대 역하고는 바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안산선에 '한대앞'이라는 또 다른 역명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산 캠퍼스는 전철역과 꽤 멀다.

고려대와 숭실대는 그나마 지하철 주역명 자리를 차지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치가 좋다. 숭실대의 경우 지하철 출입구에 맞춰 정문까지 옮겼다고 한다. 서로 가까이 있는 건국대와 세종대도 괜찮은 편.
2호선은 이외에도 홍익대, 서강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서울 대학을 꽤 많이 경유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고등학교 3학년 학급에서 '2호선 라인 대학에 꼭 가자'를 목표로 써 붙여 넣을 정도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4호선 역시 강북 구간에 유난히도 대학 이름이 주역명이나 부역명으로 붙은 역들이 많다. 한성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등.

1호선은? 유명한 청량리 역에 '서울 시립대'라는 부역명이 붙었고, 회기 역에도 꽤 오래 전부터 '경희대'라는 부역명이 드디어 붙었다. 대놓고 외대앞이라는 이름이 붙은 역이 존재하기도 한다.
한편, 옛날에는 7호선 상도 역에 '중앙대'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었으나, 그 역보다 중앙대에 더 가까운 흑석 역이 9호선에 개통하면서 부역명은 옮겨 갔다.

대전 지하철 1호선은 충남대와 카이스트를 (사실상) 지나지 않아서 아쉽다. 한때 2호선이 그쪽을 지나고 엑스포 과학 공원까지 가는 순환선으로 계획되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흑역사화하여 안습. 결국 카이스트와 가장 가까운 월평 역에 카이스트라는 부역명을 붙이고 학교에서 셔틀 봉고차 운행을 시작하였으나, 역에서 학교까지는 2km 가까이 가야 한다. 아마 한양대 안산 캠퍼스와 한대앞 역까지의 거리와 체감상 비슷하다.

자, 그런데 이런 모든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신촌 역이다.
양평과 더불어 완전한 동명이역이다. (경의선과 2호선. 양평은 중앙선과 5호선)
연세대가 탐낼 법도 한 금싸라기 역이지만 부역명을 붙이려고 징징대지 않는다.
SKY 대학 중에서는 유일하게 연세대만이 지하철 노선도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말이다. 심지어 바로 옆의 이화여대는 대놓고 '이대'라는 역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이미 신촌이라고만 해도 연세대라는 걸 한국인 중에 모를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굳이 역명을 건드리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대인배 기질인 것일까?
(뭐, 그래도 나중에 부역명을 붙여 버린다면 낭패. ㅋㅋ 서강대는 6호선 대흥 역에 자기 이름이 부역명으로 붙어 있다.)

연세대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철길을 볼 수 있는 전국에서 얼마 안 되는 복 받은 학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포항공대도 옆으로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난다. 그쪽에 광역전철이 있다면 효자 역이 포항공대 입성 코스가 되었을 것이나(포항공대에 더 가깝게 역을 이설까지 하면서), 동해남부선의 미래는 앞으로 알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6 10:33 2010/07/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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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종교) 이야기

1. 대학 특색

올해 상반기에 대학원을 한번 준비해 보고서야,
대학들도 다 똑같은 대학이 아니며, 간판이라는 게 학부뿐만이 아니라 대학원 세계에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
또한 단순히 인지도 서열뿐만이 아니라, 캠퍼스 면적부터 시작해서 지원되는 학과 내지 강세인 학과도 학교마다 다 다르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한양대나 인하대 하면 공대, 홍익대 하면 미대 같은 식으로. 옛날처럼 수능 점수에 맞춰 자동으로 학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제야 진짜로 내 면학 계획에 부합하는 학교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서울대와 연세대엔 일어일문학과가 없으며 연세대엔 미대도 없다는 사실에 깜놀.

내가 가는 학교는 간판 자체는 국내에서 상당한 인지도와 역사, 전통을 자랑하지만 각 과에 대해서는 학교 간판에 '비해' 의외로 인지도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공대는 잘 알다시피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에 밀려서 상당히 약한 듯. 학부는 여길 나왔더라도 대학원까지 거길 가는 사람은 못 봤다. 하지만 난 공돌이 공부를 계속하는 게 아니니 상관없음. (그럴 거면 애초에 학부 모교 대학원을 지원했어야지!)

이곳은 그 대신 국어학 쪽이 서울대와 더불어 양대 산맥이며 최 현배 박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어?) 곳이다. 다른 학교는 비교 문학, 한국학, 문화 컨텐츠 같은 협동 과정은 있어도, 딱 여기처럼 자체 국어사전 연구소를 위시로 하여 국어학+전산학 협동 과정을 개설한 곳은 없었다. 사실, 이런 학제간 연구를 국내에서 제일 먼저 시도한 곳임. 과가 이보다 더 맞는 곳이 없으니 결국 서울대 같은 다른 학교는 더 미련을 둘 필요도 없이 여기에만 지원했다.

그래서 결론은, 본인은 지금 학교에 잘 지원해서 잘 합격했다는 말이 되겠다. 이제서야 지방 소재 단과 대학이 아닌, 인서울 종합 대학에서 제 2의 학생 인생을 시작하겠다. ㅎㅎ

2. 고학력 실업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대학원으로 체제 전환을 하기로 했다. 히드라 럴커를 운용하다가 뒤늦게 스파이어를 올리는 기분이다. 이제야 교수가 얼마나 위대하신-_- 자리인지를 느끼게 됐으며, 누가 박사라고 하면 출신 학교와 학위 취득 나이 같은 프로필을 더욱 유심하게 보는 버릇이 생겼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박사라고 해서 다 같은 박사가 아니다. 국내 지방대 인문계 박사부터 시작해서 골수 유학파 20대 박사도 있고... 40대가 넘어서까지 거의 10년째 시간 강사 보따리장수 신세인 박사가 있는가 하면, 공대에는 무려 30대 초반에 본격 교수가 되어 자기 랩 동기들을 떡실신시킨 유학파 박사도 있다. 아놔...;

나는 이제 대학원에 가면 저 두 극단의 중간에 가까운 길을 갈 듯하다. (전자에 더 가까울지도ㅜㅜ) 일찌감치 대학원을 간 주변 동기들은 이제 박사까지 따고 나올 때가 됐는데 본인은 이제 들어간다. 학사 취득과 석사 취득 사이에 7~8년 정도 긴 간극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간에 군 복무와 직장 생활을 좀 한 경우이며, 본인도 딱 거기에 속한다.

이 승만도 36세인가 그 무렵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지금 시작해도 저 사람보다는 늦지 않을 거다. 할 일 없어서 가방끈이나 늘리러 진학한 건 절대 아니고, 논문 쓸 건 다 생각해 놨다. 이제 특정 플랫폼에 종속적인 노가다 코딩은 밑의 후임에게 맡기고, 나는 더 고차원적인 걸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3. 종교 특색

연세대: 대표적인 장로교 계통
동국대: 불교
서강대: 천주교
원광대: 원불교
우리나라 국군이 인정하는 4대 종교별 대표 학교이다. ㄲㄲ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류를 꼽자면,
해당 종교에 속하는 사립 대학교에 자기가 제 발로 가 놓고는, 거기서 부과하는 채플이나 종교 의식이 ‘종교의 자유 침해’라면서 딴지 거는 애들.
종교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종교별로 다양한 건학 이념도 존재하며, 그 학교에 간 학생이라면 일단 그걸 존중은 해 줘야 하지 않는가? 자기가 거기에 신념상 동의는 안 하더라도 말이다!

동의할 수도, 존중할 수도 없다면, 그럼 그 학교엔 애초에 가지 말아야 한다. 본인은 동국대나 서강대 같은 학교는 안 갔을 것이다. KJV 믿는 지역 교회가 주변에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런 오지에 있는 학교조차 꺼려지는 마당에, 하물며 건학 이념이 대놓고 타 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학교엘 가겠는가?

오히려 기독교 학교라고 불리는 학교들조차도 내가 보기에는 지금은 완전히 세속화할 대로 세속화해서 진짜 성경대로 믿는 교리는 거의 찾을 수 없으며 껍데기만 남았다. 그러면서 불신자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만 심어 주고 있다.

포항에 있는 한동대는 대표적인 기독교 사학이란 걸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연세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종교 성향이 더 노골적이다.
그런데 몇 년 전(한 2007년?)엔 여기에 어느 무슬림 학생이 갑툭튀 유학 왔다. 물론, 입학 전에 한동대의 종교적 이념에 동의한다는 각서도 다 쓰고 말이다. 공부 잘하고 아주 똑똑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 친구... 한동대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이슬람을 포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개독들처럼 빨간 조끼와 붉은 십자가의 이슬람 버전으로? 아니, 천만의 말씀이다. 아주 정중하고 다소곳하고 예의 바르게(이슬람의 극단적인 두 얼굴을 명심하라), 교칙 전혀 안 어기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무려 성경을 펴서 논리정연하게 이슬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교내 기도실에서는 혼자 메카를 향해 알라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포교는 “봐라, 성경에 이런 구절도 있는데 어떻게 예수가 하나님일 수 있느냐? 예수는 하나님의 대언자일 뿐이지 삼위일체는 잘못됐다.” 아마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기독교 안티질을 한 것도 아니다. 아니 그랬는데, 룸메이트를 포함한 상당수의 주변 학생들이 그 포교에 넘어가서 신앙 정체성을 잃고 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교수들조차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 그 기독교 학교에 들어간 그 많은 학생들이 이슬람 학생 겨우 한 명을 신앙 논리로 못 이긴 것이다. (마 17:17 같은 주님의 탄식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래 놓고 백 날 음주가무만 금지하고 종교 생활만 율법적으로 강요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금연 금주 금녀는 종교색이 전혀 없는 사관학교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규칙이다.

주님께서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신 것처럼(눅 16:8), 저 이슬람 학생도 지옥 자식으로서는 임무를 정말 잘 수행했다. 작정하고 타 종교인을 계몽(?)할 목적으로 나와 종교가 다른 학교에 일부러 들어갔다면, 차라리 저 이슬람 학생처럼 행동해라! 합법적으로 노력해서 당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괜히 종교의 자유 운운하면서 인권위 진정 내지 1인 시위, 소송 따위나 하지 말고 말이다. 또한 반대로, 허접한 한국 기독교회와 교인들도 반성해야 할 게 무진장 많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대학+종교 얘기하다 말이 엄청 길어졌다.
끝으로 한 마디. 전라남도에 있는 대불대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불교 계열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기독교 계열이라고 한다. 정말 충공그깽.

Posted by 사무엘

2010/07/15 08:24 2010/07/1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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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실업자

- 이 사람들은 나이가 많고 가방끈도 너무 길다 보니 일단, 일반 직장의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싸게 이것저것 시키고 갈구면서 굴릴 수가 없으며, 그들 역시 그런 일은 못 한다. 박사까지 마치느라 투자한 돈과 시간이 얼만데..;;
- 그런데 그런 까다로운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은 얼마 많지 않고 수요도 아주 한정돼 있다. 대학 같은 경우,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정교수한테 주는 어마어마한 보수를 빼고 나면 남는 건... ㅎㄷㄷ

결국 도출되는 결론은 무엇인가?
월 100도 못 버는 시간 강사 신세가 되는 것이다. 흠좀무.
외국에서 박사 학위 받은 뒤 한국에서 도저히 취업을 못 하고, 이거 뭐 수 년 뒤에도 도무지 미래가 안 보이니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까지 생긴다.

노는 물만 다를 뿐 88 세대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진짜 말 그대로 잉여 인간으로 전락.
특히 인문학 같은 쪽은 정말 답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하다못해 아무리 IT계가 야근과 박봉에 시달린다고 해도, 어지간한 스킬과 경력만 있으면 월 100도 못 버는 직종은 절대 아니다. 몸 쓰는 힘든 노동에 비하면 정말 편한 환경에서 일하는 좋은 직종이다.)

물론, 극소수 잘 배운 부유층 지식인들만 경쟁 없이 쉽게 교수가 되어 평생 떵떵거리던 옛날에 비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다 나쁘기만 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도 문제라면 문제이다.
이런 부조리가 해결되려면 교수 내부의 시스템도 바뀌어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학력 인플레가 좀 진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 수부터 구조조정 되어야 하고 입학이 아니라 졸업이 어렵게 바뀌어야 할 것이며,
대학 이상은 경제력을 떠나서 정말로 공부에 뜻이 있는 친구들만 가고, 고졸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에는 고졸이(또는 '만') 종사하는 세상이 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제 와서 그렇게 바뀔 수 있을지는... 글쎄다.

지난 2009년에는 연간 배출된 '국내 대학 출신 박사 학위 소지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이제 토익 몇 점, 학부 간판과 평점, 어학 연수 같은 단순 스펙 나부랭이에 연연하는 레벨이 아니다. 자기 논문과 연구 실적으로 승부해야 한다.

워낙 박사가 많아지면, 앞으로는 박사도 그냥 박사가 아니라 그 안에서도 계급이 나뉠 것이다.
박사 세계에서도 요즘 학부가 그렇듯이 학교 간판을 따지게 될 것이고,
또 그냥 교수가 정해 준 주제로 수동적으로 떠먹여 주는 연구만 하다가 박사가 된 사람인지, 아니면 진짜로 창의적이고 실용적이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연구를 자기 노력으로 이뤄낸 박사인지 따지게 될 것이다.
마치 IT업계에서 단순 글자판때기 스크립트 코더냐, 아니면 진짜배기 전산학 고수이냐가 갈리듯이.

앞으로는 의사와 변호사 세계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본 논리와 시장 경제가 통용될 것이다. 옛날처럼 철밥통이 보장되는 시절은 없을 것이다.
일단 이 좁은 땅덩어리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는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전문직도 임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계약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형태가 늘어나고 고용과 해고가 무척 유동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결국은 어느 분야를 종사하든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고 자기 실력이 뛰어나야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요즘 무슨 분야가 뜨든지, 남들이 지금 몰리는 곳에 줏대 없이 따라가지 말고 이 세상에서 나와 내 적성의 객관적인 좌표를 직시하여 내가 일류가 됨으로써 사회에 뭔가 공헌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올인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부와 명예라든가 학위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내가 그런 활동을 하면서 덤으로 따르는 부산물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사무엘

2010/05/15 15:47 2010/05/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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