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운전대가 있는 방향이나 버스의 경우 출입문이 달린 방향은 해당 국가가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차량 주행 방향(좌측 또는 우측 통행)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동일한 자동차 제조사라도 내수용과 수출용 configuration을 서로 달리해서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우측 통행을 하는 관계로, 자동차의 운전대는 진행 방향 기준 왼쪽에 있고 대형 버스나 봉고차 같은 승합차의 출입문은 오른쪽에 달렸다. 좌우에 출입문이 다 있는 소형 승합차도 옛날에 본 것 같긴 하나, 흔하지 않다.
철도로 가 보자. 철도 차량 중에 특히 동차는 본인이 아는 한 대칭성이 가장 뛰어난 교통수단이다.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는 특성상 앞뒤가 완전히 대칭이며, 전진과 후진을 완전히 동일한 성능으로 할 수 있다. 차를 돌릴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동작이 가능하다는 뜻. 물론 동차가 아닌 기관차도 기관차 하나만 보면 앞뒤 대칭인 녀석도 있으며, 기관차를 어느 방향을 향하여 객차와 연결하더라도 아무 방향으로나 주행 가능하다.
철도 차량의 객차는 출입문 역시 좌우에 모두 달려서 전부 개폐 가능하며, 승강장이 선로의 좌우 어디에 있든지 모두 대처가 가능하다. 철도의 승강장 방향은 사실상 random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우리의 관심사는 비행기이다. 비행기는 출입문이 어디에 달렸을까?
비행기는 돌아다니는 스케일도 전국구를 넘어선 세계구인 만큼, 본인은 언뜻 보기에 철도 차량처럼 좌우에 모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간단히 답만 말하면 민간 여객기의 출입구는 조종사의 진행 방향 기준 "왼쪽"에만 있다. 그 대신 화물은 오른쪽에서 싣는다.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탑승교를 지나서 비행기 앞쪽에 있는 출입구로 들어간 뒤엔, 뒤쪽에 있는 이코노미 객실로 가기 위해 언제나 '우회전'을 했지 좌회전을 한 적이 없을 것이다.
또한, 반대로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언제나 '좌회전'만 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뉴스에서 귀빈들이 비행기에서 밖으로 내리는 장면을 떠올려 봐도 내리는 방향은 비행기의 전방 기준 좌측이다.
그렇다. 출입구는 왼쪽에 있다. 비록 비상용 탈출구는 좌우, 심지어 천장에도 여러 군데에 있지만 말이다.
비행기들의 이 규격은 의외로 획일화 일치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의 공항들도 거기에 다 맞춰져 건설되어 있다. 하긴, 민간 여객기의 제조사 자체가 미국의 보잉 사 아니면 유럽 에어버스처럼 극소수이고 전세계 독점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구조가 들쑥날쑥이 될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의문이 생긴다. 왜 오른쪽이 아니고 하필 왼쪽일까? 본인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과거에 배가 육지와 연결되던 방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오늘날 통용되는 항공 관련 용어와 각종 시스템, 컨벤션들도 상당수 선박 용어에서 유래되었듯이 말이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승객이 왼쪽 방향에서 타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들은 엔진을 가동할 때 관례적으로 오른쪽에 있는 4번 엔진(승객이 타는 방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부터 시동을 켠다. 이건 옛날에 소규모 프로펠러기 시절에는 승객 안전을 위해서 그럴 필요가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별 의미 없는 관행이 되어 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