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상상: 철도 가이드

나의 골수 철도 덕후 기질을 잘 아는 어느 목사님이 이런 제안을 하셨다.
철도 가이드를 해 보라고 말이다. 코레일 사장한테 이런 사업 아이템 어떻냐고 각서도 보내 보란다. ㅋㅋㅋ

흔히 무슨 관광을 가면 여행 가이드가 있다.
가이드는 관광객에게 유명한 관광지를 안내하면서 여기 유래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이게 왜 역사적인 장소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행지가 아니라 기차 안에서 철도 그 자체에 대해서 나불나불 설명을 해 주는 가이드가 어떻냐는 것이다.

경부선 새마을호 기준.
- 여러분이 타고 계신 이 열차는 새마을호로, 새마을호라는 명칭은 1974년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그 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호화로운 열차는 관광호라고 불렸어요.
- 지금과 같은 열차는 1987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최초로 6량짜리로 생성했는데, 엔진은 독일제이고 n마력이다가 훗날 8편성으로 증편되면서 엔진 출력도 1920마력으로 향상되었습니다.
- 현재 우리는 한강 철교를 건너고 있습니다. 한강 철교는 1910년, 경부선이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나라가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길 무렵에 처음으로 지어졌는데 이것이 역사상 최초의 한강 교량입니다. 경부선이 구로-서울 구간이 3복선인 관계로 한강 교량에도 6가닥의 선로가 있는데, 가장 먼저 만들어진 교량은 현재 급행 전동차가 사용하고 있으며, KTX나 새마을호 같은 일반열차가 사용하는 교량은 1944년에 건설되었습니다.

- 경부선이 처음 건설되던 당시에 서울 역과 부산 역은 각각 서대문 역과 초량 역으로 불렸지요. 노량진 역과 영등포 역은 경인선 철도가 건설된 189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유서 깊은 역입니다.
- 구로 역은 경인선과 경부선이 분기하는 관계로 신호장으로 존재하던 역이었으나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전철역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승강장이 9개나 존재하며 우리나라 전철역 중에서 구조가 가장 복잡한 역입니다.
- 지금 달리고 있는 구로-수원 구간은 1981년에 2복선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쌍섬식 승강장이 그 흔적이죠. 그 전에 서울 지하철과 직결 운행을 하던 서울-수원 전철은 일반열차와 동일한 선로에서 일반열차를 피해서 운행하는 관계로 선로 용량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처음엔 40분에 한 대 정도로, 지금의 천안 급행 정도밖에 편성을 못 했지요.
- 드디어 석수 역부터가 서울을 벗어나 안양입니다. 여기서 경부선의 선형은 국도 1호선과 비슷합니다.

- 시흥 역 이남에서는 경부선 기존선과 KTX 고속신선이 분기합니다. 아, 정확히 말하면 고속선 연결선이죠. 서울로 올라오는 상행 일반열차는 여기서 KTX가 먼저 지나가 주길 기다렸다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하행 일반열차가 영등포 역에서 KTX를 먼저 보내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KTX도 영등포 역을 정차한다면 이런 일은 없어도 됩니다.
- 수원 역이 지금은 이렇게 생겼지만 옛날에는 평면교차 지장이 있어서 상황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 여기가 경부선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터널입니다.
- 성환-평택 사이가 경부선에서 10km에 가깝게 역이 없는 구간이며, 사실 일반열차도 시속 140에 가깝게 가장 빨리 주행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 잠시 후 대전 일대가 선로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대전 조차장도 있고 KTX 고속신선과 기존 경부선이 합류하는 한편으로 호남선과 경부선이 입체 교차로 갈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 당장 떠오르는 레퍼토리만 적어도 저 정도인데, 정말 재미있겠다. ㅋㅋㅋㅋ
저 목사님 왈,
“형제는 저 방면으로 워낙 지식이 뛰어나니, 피곤하게 직접 그렇게 가이드 일을 할 필요도 없이, 다른 가이드들을 ‘양성’하고 ‘지도’하는 일만 하면 됨.
철도는 분명 건전한 취미이니, 그걸로 혼자 음지에서 오덕질만 하지 말고 뭔가 남에게 유익을 끼치고 후학을 양성하는 생산적인 일을 해 보셈.”

철도 쪽으로 안정된 부업이 생기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
이미 회사 사람들도 내 철덕 기질은 잘 알고 있으며, 내가 철도 쪽으로 취업해 버렸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말하면, 어쩔 수 없이 수긍할 것이다. -_-;;; 더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았다는데 어떡하겠는가?
기껏 잘 키워 놨더니 조금 연봉 더 준다고 동일 업종의 경쟁사에 넙죽 들어가는 것도 전혀 아니고... 업종을 완전히 바꾸는 건데 이건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도 없다.

하지만 과연 저 철도 가이드 일이 수익이 있을까?
저런 가이드 설명을 재미있게 들어 줄 관광객은 과연? ㅋ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09/12 11:04 2010/09/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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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기윤 2010/09/12 22:55 # M/D Reply Permalink

    뭔가 기발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만 재미있게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냐가 문제겠군요.

    보통은 철도 그 자체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1. 사무엘 2010/09/16 08:04 # M/D Permalink

      그러게요. 수요가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ㅋㅋ

  2. 소범준 2011/12/07 18:51 # M/D Reply Permalink

    극렬 골수 철덕(!) 김용묵 형제님!!^^
    철도 쪽에서 종사하셨다면 과연 이나라 역사가 어떻게 됐을까효?^^;

    1. 사무엘 2011/12/08 09:36 # M/D Permalink

      제가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만들지 않았고, 주일에 교회를 안 다녔다면 우리나라 역사는.. 진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_-;;
      그 대신 '철덕 기질을 교회에서 발산한다'가 된 거겠죠.. ㅋㅋㅋ
      철도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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