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hood

예나 지금이나 생긴 것, 하는 일은 비슷한데 내부 메카니즘은 상당히 달라진 물건은 어떤 게 있을까?

※ 헬리콥터

회전익 항공기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로터의 영향을 받아 동체까지 반대 방향으로 돌게 된다. 그래서 이 현상을 상쇄하기 위해서 탠덤 형 헬리콥터는 동체가 길쭉하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시계/반시계) 도는 동일 크기의 로터가 앞뒤로 달려 있다. 철도 차량으로 치면 전후동력형 동차와 비슷한 형태. 그리고 동축 반전 로터형은 그 로터를 위아래 높이만 다르게 하여 동일 위치에 포개 놓았다. 양방향으로 도는 로터 두 개를 모두 배치함으로써 동체의 회전을 방지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러나 동축 반전 로터는 만들기가 더 어렵고 고속 주행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헬리콥터는 꼬리날개(테일 로터)를 수직 방향으로 따로 다는 방식을 쓰고 있다. 뭐, 테일 로터 방식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어서 동체를 뜨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잉여 로터에다가 엔진의 출력이 쓸데없이 낭비된다는 점, 그리고 테일 로터는 사람이 끼여서 죽거나 다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점이 지적되곤 한다만...
어쨌든 요지는, 옛날에는 꼬리날개의 기능을 다른 형태로 구현한 헬리콥터도 있었다는 것이다.

※ 마우스

구슬을 굴리던 방식에서 광학 레이저로 위치를 탐지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은, 볼마우스가 바닥 매체에 관계없이 동작 가능하고 가끔은 사람이 일부러 트랙볼처럼 아래의 볼을 직접 굴려서 포인터를 움직일 수도 있어서 심리적으로는 무척 편하다. 그러나 볼에 먼지와 이물질이 껴서 주기적으로 청소가 필요하다는 건 답이 없는 문제이다. 청소를 안 해 주면 동작이 금세 뻑뻑해지고, 포인터가 잘 안 움직이고...;; 불편하다. 청소 때문에 볼은 필연적으로 분리가 무척 용이한 구조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공공 PC에서 마우스의 볼은 자주 분실되기도 했다.

오늘날, 아래에 볼이 달려 있지 않은 요즘 마우스를 보면 본인은 옛날 생각이 난다. 초창기의 광마우스는 반드시 바닥에다 마우스 패드를 깔고 써야 했고 가끔 마우스 포인터가 오작동으로 움직이는 등 단점도 있었으나,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다.

※ 아날로그 시계

생긴 건 1부터 12까지 일정 간격으로 새겨진 원판에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이 놓인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옛날의 시계는 태엽과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구조이던 것이 오늘날의 시계는 반도체를 이용한 전자식 쿼츠 시계로 다 바뀌었다. 예전에 글로 쓴 적이 있듯이, 둘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쿼츠 시계는 단순히 전기 에너지로 기계식 시계를 돌리는 시계가 아니다.

※ 모니터

21세기엔 컴퓨터 모니터든 텔레비전이든, 크고 아름답고 둥글기까지 하던 브라운관이 디스플레이 장비에서 완전히 퇴출되었다. 그 타이밍이 플로피 디스크나 카세트 테이프의 퇴출과도 시기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
컴퓨터의 두뇌인 집적 회로가 더욱 작고 정밀해진 것만큼이나 디스플레이 장비의 소형화도 스마트폰 같은 작은 컴퓨터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고작 단색, 혹은 청색이 표현 안 되던 저해상도 화면도 이젠 안녕이다.

액정 모니터는 전기 적게 먹고 전자파 안 나오고, 작고 가볍다. 물론, 단점도 없지는 않아서 특히 초창기엔 비슷한 크기와 성능의 브라운관 모니터보다 상당히 비싸고, refresh rate 및 최대 해상도가 떨어지고 색감이 좀 시원찮으며, 설계 해상도 외의 해상도에서는 픽셀이 번지고 불량 화소 같은 문제가 있었다만.. 오늘날은 역시 상당수 개선되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옛날 브라운관 모니터는 다양한 해상도에서도 픽셀이 번지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처음 켰을 때는 무슨 형광등처럼 화면이 표시되는 데 딜레이가 길며 그것도 서서히 fade in이 됐었다. 이런 장면 역시 액정 화면에서는 볼 일이 없어져 있다.

※ 철도 차량

잘 알다시피, 옛날의 그 크고 아름답던 증기 기관차가 디젤로 바뀌고, 나중에는 최종 완전체인 전기 동력차로 바뀌었다.
그리고 똑같이 전동차도 처음에는 원시적인 저항· 쵸퍼 제어이던 것이 오늘날은 만렙인 VVVF 기반 제어로 바뀌었다.
심지어 VVVF 내부에서도 서열이 있어서, 처음에 GTO 소자이던 것이 더 조용하고 효율 좋은 IGBT 소자 기반으로 바뀌었다.
전기 철도는 힘 좋고(탁월한 가감속력) 조용하고 공해 물질이 배출되지 않으며 동력비 조절이 유연하다는 압도적인 장점으로 인해 철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특히 전기 없이는 고속철이나 지하철이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 프린터

한 20년 전의 컴퓨터 입문 서적을 보면 프린터의 메카니즘으로는 도트, 열전사, 잉크젯, 레이저 4종류가 있다. 그 중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건 역시 잉크젯과 레이저. 그렇게도 비싸던 레이저 프린터가 이렇게까지 싸져서 가정용으로 보급된 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잉크젯은 프린터 값이 잉크 카트리지 값보다 더 싼 기형적인 물건이 됐고..

마치 오늘날 286, 386 급-_- CPU는 키오스크나 우주선-_-, 임베디드용으로나 제한적으로 쓰이듯, 도트와 열전사는 영수증이나 각종 토큰 같은 걸 찍는 용도로 물러났다. 그나마 도트는 진짜 완전히 사라진 듯하고, 요즘 기계는 영수증도 열전사 방식으로, 언뜻 보기에 레이저 프린터가 돌아가는 것처럼 조용히 쓰윽~ 인쇄하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11 08:28 2011/08/1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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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1/08/13 09:12 # M/D Reply Permalink

    1. 저는 마우스는 수직 마우스 씁니다.

    http://www.evoluent.com/

    2.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에 레이저 프린터가 있었는데, 그게 하나에 500인가 했다고 합니다.

    요즘 가격 보고서 정말 놀랐습니다.

    1. 사무엘 2011/08/13 17:53 # M/D Permalink

      수직 마우스라.. 신기한 물건이군요.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레이저 프린터 + CD 라이터는 가격이 기본이 70~100만원대 이상이었고,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물건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늘날 어디까지 가격이 떨어졌는지를 생각하면 경악스러울 지경이지요.

  2. 김기윤 2011/08/13 19:05 # M/D Reply Permalink

    1. 마우스 하니 생각났는데, 옛날에 볼 마우스 시절에는 볼에 끼는 먼지 제거하기 귀찮아서, 마우스를 살짝 띄운 뒤 볼을 강제로 돌리는 스킬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는 전혀 필요 없는 스킬이지만, 아직도 습관이 남아있어서 그냥 마우스 이동시키는 데도 마우스를 살짝 띄우곤 합니다 (..)

    2. 브라운관을 안 쓴지 꽤 오래되다보니 잊고 있던 각종 추억들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특히 fade in (...)

    1. 사무엘 2011/08/13 23:40 # M/D Permalink

      사실 fade in은 컴퓨터 모니터뿐만이 아니라 브라운관 아날로그 텔레비전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한 20년 전엔 모노크롬 모니터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세월 많이 흘렀죠.
      그러는 동안 액정도 계산기 화면 같은 단조로운 화면에서 지금 같은 수준으로 발전했고요.

      볼 마우스는 그래도 대학 학부 시절까지는 본 것 같은데 2000년대 중반부터 급속도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리고 PS 포트보다는 USB 기반으로 넘어가고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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