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의 교통수단들 중에 가장 빠르게 이동하며, 반대로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이 가장 큰 위험에 빠지는 물건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비행기이다. 육상 교통수단들은 주로 여타 사람이나 차량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내는 반면, 비행기는 혼자서 추락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른 장애물이 아니라 그냥 지면과 충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배는 침몰하면 구명보트라도 있지만, 비행기는 전투기의 사출 좌석 같은 예외를 빼면 일반적으로 그런 것도 없다.

비행기 추락 사고의 성격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전투기: 잊을 법하면 전투기가 어디 야산에 추락했는데 파일럿이 사출되어 나갔네, 혹은 민가에 추락하지 않으려고 계속 조종간을 잡다가 산화했네 하는 소식이 전해진다. 전투기는 교전 중에 적기에게 피격· 격추되기라도 한 게 아니라면, 다 아군이 자체적으로 기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온갖 가혹한 기동 훈련을 하다가 정비 불량이나 기체 노후화, 기능 고장의 여파로 기체가 삐끗 하는 바람에 추락하는 것이다. 전투기 조종사가 괜히 높은 G(가속도)를 견디는 가혹한 훈련을 받는 게 아니며, 무슨 민항기마냥 곱게 떴다가 사뿐히 착륙만 하는데 그 몇 백억짜리 전투기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떨어지지는 않는다.

민항기: 전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수십~수백 명씩 실어 나르는 대형 고정익 여객기들이다. 이들은 전투기와는 달리 위험한 기동을 하지 않으며, 엄격한 규정 하에 검증된 항로만 이용하여 최대한 안전하고 보수적으로 운항한다. 하지만 민항기도 정비 불량, 조종사나 관제사의 과실, 악천후 천재지변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가끔 사고가 난다. 순항 중보다 이착륙 때가 훨씬 더 위험하다. 얘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 한번 뜨고 나면 지상에서 통제를 할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 테러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헬리콥터: 회전익기는 고정익기보다 느리고 연비도 안 좋다. 하지만 활주로 없이 이착륙이 가능하고 공중 정지도 할 수 있는지라 군· 민을 통틀어 인명 구조나 공중 작업 같은 특수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사실은 전투기와 운용 방식은 다르겠지만, 심지어 공격/전투용 헬기도 있다.
고정익기와 헬기의 관계는 마치 일반 4바퀴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관계와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이륜차가 사륜 자동차보다 훨씬 더 위험하듯, 헬기는 고정익기보다 항공역학적으로 훨씬 더 불안정하며 위험하다. 임무의 특성상 건물이나 구조물 같은 데에 살금살금 접근하다가 잘못해서 로터가 이물질과 부딪치는 사고가 난다. 그리고 그랬다가는 곧바로 수직 낙하 + 추락 사고 + 탑승자 전원 끔살로 이어진다.

즉, 비행기의 종별로 주된 위험 상황과 사고 발생 조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무거운 쇳덩어리를 하늘로 띄우는 건 그저 바퀴를 굴리는 것보다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는 당연한 말이지만 비슷한 덩치의 자동차보다 연료 소모도 더 많고, 그만큼 연료를 더 많이 싣고 다닌다. 어지간한 여객기(무게)나 전투기(기동)의 연비는 자동차처럼 1리터 당 km가 아니라 1km당 리터 수로 따진다. 사람이 최대 겨우 두 명밖에 안 타는 전투기도 한번 띄우면 기름값만 몇백만 원 이상으로 깨진다. 공중에서 돈을 줄줄 흘리는 거나 마찬가지.. 그나마 일단 뜨고 나면 워낙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그 정도 연비라도 나오는 거다.

그리고 이 많은 연료들은 비행기가 사고가 났을 때 필연적으로 주변을 불바다로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
자동차도 충돌 사고가 나서 영 좋지 않은 곳이 파손되면 복불복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연료가 새어 나오고 거기에 점화 플러그의 불꽃이 튀거나 발화점 이상의 열이 가해졌을 때 말이다. 승용차는 연료 탱크가 뒤에 있기 때문에 후방 추돌로 인해 불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자동차의 화재는 비행기의 화재보다는 훨씬 덜 발생한다. 교통사고가 나면 차들끼리 부서지고 구겨지고 말지, 어지간해서는 불까지 나지는 않는다. 액션 영화에서는 자동차들이 총 맞고 몇 번 구르기만 하면 펑펑 잘도 폭발하지만, 차들이 몽땅 유조차나 화약 수송 화물차가 아닌 이상 그건 좀 허구 과장이 섞여 있다.

이런 자동차에 비해 비행기는 추락해서 박살 났다간 자동차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화염에 휩싸인다. 이륙한 지 얼마 안 되어 연료가 많이 있는 상태라면 확률은 100%에 수렴한다. 이것은 사고 시에 안 그래도 낮은 탑승자의 생존률을 더욱 낮추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석유 자체가 약간의 충격만 받으면 폭발하는 무슨 니트로글리세린 같은 위험물은 아닐 텐데, 추락하겠다 싶으면 빨리 엔진과 전기 장치라도 꺼 버리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글쎄, 에어컨 실외기의 송풍기 바람으로 발전기를 돌리겠다는 식의 무의미한 발상인지도 모르지만.

항공 사건 사고들 중에 오늘은 예전에도 자주 다루는 편이던 고정익기가 아닌 헬리콥터 관련 사고들에 눈길이 갔다. 헬리콥터는 전투기 같은 성능, 화려함, 간지가 없으며 그렇다고 수송기나 민항기 같은 막대한 덩치와 수송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고정익기 조종사들이 유명한 TV 드라마 배우나 영화 배우, 걸그룹이라면, 헬리콥터 조종사는 성우나 재연 배우, 얼굴 없는 가수, 연극 배우처럼 항공 업계에서 약간은 비주류이고 덜 유명하고 2류 이하 급인 것 같다. 종사자들에게는 좀 송구스러운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헬리콥터는 공중에서 그런 고정익기들이 결코 할 수 없는 궂은 일, 힘든 일, 위험한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그렇게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사고가 난 것이 국내에서 21세기 이래로 세 건 정도 기억에 남아 있다.

1. 올림픽대교 사고 (군인)

서울 한강의 올림픽대교는 말 그대로 1988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서 만들어진지라 중앙의 꼭대기에 올림픽 성화 모양을 본딴 조형물이 있다. 그래도 이북의 주체사상탑과는 달리, 불꽃에 빨간 칠이 돼 있지는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철제 금속으로 불꽃 모양을 만든 것이어서 무게가 10톤을 넘었는데, 국가에서는 군 헬기를 동원해서 조형물을 다리 위에다 올려놓게 했다. 아무래도 민간 업체에다 맡기는 것보다는 군을 투입하는 게 더 저렴해서 그랬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분에 2001년 5월 29일, 민간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저 월남전스러운 모양의 CH-47 대형 군용 헬리콥터가 작전에 투입되었다. 그런데 그 당시 현장은 며칠째 바람이 많이 불어서 조형물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으며, 몇 번 허탕치기를 반복했다. 잘못하면 조형물을 깨 부수거나 헬기까지 사고가 날 수 있었다. 고정익기로 치면 착륙을 못 해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복행에 실패해서 추락 사고가 나는 것과 비슷한 격이었다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처럼..).

그러다가 드디어 조형물을 살며시 내려놓는 데 성공했다. 헬기 안에서 작업을 지휘하던 간부는 "이제 임무를 완수했다. 복귀하겠다" 이렇게 보고를 하려는 찰나였는데...
가만히 공중 정지 중일 거라 여겨졌던 헬기는 하강 기류의 영향을 받아서 고도가 서서히 낮아지고 있었다. 이걸 헬기 안에 있던 승무원들은 알아챌 수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비행 중엔 주변이 온통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GPS 계기판 같은 거라도 보지 않으면 조종사는 자신의 위치나 속도 변화를 직감만으로는 거의 알 수 없다.

슬금슬금 하강하던 헬기는 로터가 조형물의 윗부분과 부딪치고 말았다. 그 결과 양력을 잃은 헬리콥터는 상하로 벌렁 뒤집힌 채 곧장 수직 낙하했으며, 다리 난간 부분에 걸친 채로 착지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헬기의 뒷부분은 다리 위에 잔류했지만, 앞부분은 더 아래의 한강으로 또 굴러 떨어졌다. 안에 있던 탑승자 세 명과 함께!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올림픽대교 근처의 어느 강변 아파트에 살던 어떤 사람이 마침 조형물 설치 작업을 캠코더로 촬영하고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군용 헬기가 뜬 걸 보기가 쉽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눈앞에서 저런 사고가 났으니 촬영자도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

사람이 멀쩡한 상태로 다리 위에서 한강으로 곱게 뛰어내리기만 해도 어지간해서는 어마어마한 착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서 기절하고 곧 익사한다. (예전에 남성연대 성 재기 씨처럼) 하물며 헬기 탑승자들은 전원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잠수부들이 투입되어 거기 일대를 수색한 뒤에야 잔해와 시신을 모두 찾아내어 인양했다.

지금도 올림픽대교의 중앙 꼭대기에 놓여 있는 횃불 조형물의 뒷배경에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있다. 허나 이때 희생된 군인 세 분을 알리거나 기리는 기념비나 추모 시설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2. 삼성동 아이파크 충돌 사고 (사기업)

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아침엔 LG전자 소속의 헬리콥터가 김포 공항을 출발하여 잠실 경기장 인근의 한강 공원 헬리포트에서 높으신 임원진들을 태운 뒤, 전주 소재의 공장으로 시찰을 갈 예정이었다.
헬기는 김포 공항에서 이륙 허가를 받고 한강 수면 위로만 쭈욱 비행했으며,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목적지로부터 1km 남짓 떨어진 청담 역 근처(영동대로)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여기서 너무 짙은 안개 때문에 헬기는 착륙 지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항로를 이탈해서 방황하다가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24~26층 높이의 외벽 쪽으로 돌진해서 충돌했다. 그 뒤 곧바로 아래의 화단으로 추락. 짙은 안개 때문에 사고가 난 건 비록 성격과 규모는 다르지만 1979년의 테네리페 참사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추락 후에 기체가 폭발하거나 화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이른 주말 아침이어서 그런지 아래에서 추가적인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헬기 탑승자(기장+부기장 2인)들은 역시 사고 현장에서 생존할 수 없었다.

본인은 옛날에 삼성 전자 수원 사업장의 어느 건물의 옥상으로 헬리콥터가 착륙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어디 또 높으신 분이 납셨나 싶었다. 주변은 생각보다 후폭풍이 심하고 소리도 아주 컸던 걸로 기억한다.
하물며 사고 당시에 그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던 주민들은, 너무 가까이에서 들리는 헬기 소리에다가 고막을 찢는 듯한 쾅 소리와 진동을 경험했으니 웬 테러나 전쟁이라도 난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헬기와 부딪친 아파트가 안전 점검을 받는 동안, 피해층의 주민들은 본의가 아니게 강남 소재의 호텔에서 며칠 투숙하기도 했다. 비행기편의 지연과 취소 때문에 뜻하지 않게 호텔행을 경험하게 된 여행객처럼 말이다. 투숙 비용은 물론 LG 전자에서 부담했다.

3. 광주 시내 추락 (소방 공무원)

삼성동 헬기 추락 사고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또 충격적인 헬기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현장 지원을 마치고 강릉으로 복귀하던 '강원도 특수구조단' 소속의 소방 헬기가 광주 광산구 장덕동의 성덕 중학교 근처의 도로에 갑자기 추락했다. 광주 공항에서 이륙한 지 5분 남짓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사고 헬기는 기수를 아래로 숙인 상태로 무슨 카미카제도 아닌 게 거의 70도에 달하는 고각으로 바닥에 자유 낙하하듯 내리꽂혔으며, 그 뒤 불길에 휩싸였다. 사고 장면은 근처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자동차들의 블랙박스 화면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헬기에는 조종사와 구조대원 등 모두 5명이 타고 있었으나 역시 모두 숨졌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예산 부족으로 인한 장비 노후화 내지 비전문가 직원의 투입(조종 미숙) 등이 거론되는 듯하다. 기체가 한창 상승하던 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오른쪽으로 기울고 급강하해 버렸다고 한다. 그걸 수습하지 못하고 헬기가 저 꼴이 난 것이다. 하긴, 헬리콥터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린 걸 수습 못 하면, 목적지에 다 와 가지고 하강하는 중에도 갑자기 벌렁 뒤집히고 사고가 얼마든지 날 수 있다. 활주로가 필요 없다고 해서 장땡이 아니며, 평평한 헬리패드가 안전을 위해 괜히 필요한 게 아니다.

떨어지고 있을 때 이미 기체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는 말도 있는데 블랙박스 영상만 봐서는 정황을 모르겠다. 올림픽대교 사고처럼 로터가 장애물에 부딪친 것도 아니고, 멀쩡히 잘 날다가 갑자기 기체가 저 지경이 돼 버렸으니, 당시 승무원들은 정말 놀랍고 무서웠겠다.

사고 현장에 불까지 났지만, 다행히 달리는 자동차 위로 헬기가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추가적인 인명 피해는 근처 버스 정류장에 있던 학생이 화상을 입는 정도로 그쳤다. 지금도 사고 현장 일대를 로드뷰로 보면 추락 지점은 아스팔트가 덧대어 다시 칠해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전에도 글을 썼지만 비행기는 고정익이건 회전익이건 한번 상태가 꼬여 버리면 아무리 액셀을(자동차로 치면) 밟고 엔진 추력을 낸다 해도 곧바로 실속이 회복되고 뜨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조종이 더 어렵고 위험해 보인다. 헬리콥터는 기체 자체를 공기 중에서 고속으로 이동해서 양력을 얻는 게 아니기 때문에 뭔가 글라이더(활강)스러운 요소도 전혀 없고 더욱 불안정하다.
물론 사고라는 건 지금도 전세계의 하늘을 누비는 수많은 비행기들의 전체 대수에 비하면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부주의하면 사고가 나고, 사고가 나면 저 꼴 난다는 건 조종사나 승객이 숙지는 하고 있어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6/07/01 19:28 2016/07/0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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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hood

예나 지금이나 생긴 것, 하는 일은 비슷한데 내부 메카니즘은 상당히 달라진 물건은 어떤 게 있을까?

※ 헬리콥터

회전익 항공기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로터의 영향을 받아 동체까지 반대 방향으로 돌게 된다. 그래서 이 현상을 상쇄하기 위해서 탠덤 형 헬리콥터는 동체가 길쭉하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시계/반시계) 도는 동일 크기의 로터가 앞뒤로 달려 있다. 철도 차량으로 치면 전후동력형 동차와 비슷한 형태. 그리고 동축 반전 로터형은 그 로터를 위아래 높이만 다르게 하여 동일 위치에 포개 놓았다. 양방향으로 도는 로터 두 개를 모두 배치함으로써 동체의 회전을 방지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러나 동축 반전 로터는 만들기가 더 어렵고 고속 주행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헬리콥터는 꼬리날개(테일 로터)를 수직 방향으로 따로 다는 방식을 쓰고 있다. 뭐, 테일 로터 방식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어서 동체를 뜨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잉여 로터에다가 엔진의 출력이 쓸데없이 낭비된다는 점, 그리고 테일 로터는 사람이 끼여서 죽거나 다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점이 지적되곤 한다만...
어쨌든 요지는, 옛날에는 꼬리날개의 기능을 다른 형태로 구현한 헬리콥터도 있었다는 것이다.

※ 마우스

구슬을 굴리던 방식에서 광학 레이저로 위치를 탐지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은, 볼마우스가 바닥 매체에 관계없이 동작 가능하고 가끔은 사람이 일부러 트랙볼처럼 아래의 볼을 직접 굴려서 포인터를 움직일 수도 있어서 심리적으로는 무척 편하다. 그러나 볼에 먼지와 이물질이 껴서 주기적으로 청소가 필요하다는 건 답이 없는 문제이다. 청소를 안 해 주면 동작이 금세 뻑뻑해지고, 포인터가 잘 안 움직이고...;; 불편하다. 청소 때문에 볼은 필연적으로 분리가 무척 용이한 구조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공공 PC에서 마우스의 볼은 자주 분실되기도 했다.

오늘날, 아래에 볼이 달려 있지 않은 요즘 마우스를 보면 본인은 옛날 생각이 난다. 초창기의 광마우스는 반드시 바닥에다 마우스 패드를 깔고 써야 했고 가끔 마우스 포인터가 오작동으로 움직이는 등 단점도 있었으나,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다.

※ 아날로그 시계

생긴 건 1부터 12까지 일정 간격으로 새겨진 원판에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이 놓인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옛날의 시계는 태엽과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구조이던 것이 오늘날의 시계는 반도체를 이용한 전자식 쿼츠 시계로 다 바뀌었다. 예전에 글로 쓴 적이 있듯이, 둘은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쿼츠 시계는 단순히 전기 에너지로 기계식 시계를 돌리는 시계가 아니다.

※ 모니터

21세기엔 컴퓨터 모니터든 텔레비전이든, 크고 아름답고 둥글기까지 하던 브라운관이 디스플레이 장비에서 완전히 퇴출되었다. 그 타이밍이 플로피 디스크나 카세트 테이프의 퇴출과도 시기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
컴퓨터의 두뇌인 집적 회로가 더욱 작고 정밀해진 것만큼이나 디스플레이 장비의 소형화도 스마트폰 같은 작은 컴퓨터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고작 단색, 혹은 청색이 표현 안 되던 저해상도 화면도 이젠 안녕이다.

액정 모니터는 전기 적게 먹고 전자파 안 나오고, 작고 가볍다. 물론, 단점도 없지는 않아서 특히 초창기엔 비슷한 크기와 성능의 브라운관 모니터보다 상당히 비싸고, refresh rate 및 최대 해상도가 떨어지고 색감이 좀 시원찮으며, 설계 해상도 외의 해상도에서는 픽셀이 번지고 불량 화소 같은 문제가 있었다만.. 오늘날은 역시 상당수 개선되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옛날 브라운관 모니터는 다양한 해상도에서도 픽셀이 번지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처음 켰을 때는 무슨 형광등처럼 화면이 표시되는 데 딜레이가 길며 그것도 서서히 fade in이 됐었다. 이런 장면 역시 액정 화면에서는 볼 일이 없어져 있다.

※ 철도 차량

잘 알다시피, 옛날의 그 크고 아름답던 증기 기관차가 디젤로 바뀌고, 나중에는 최종 완전체인 전기 동력차로 바뀌었다.
그리고 똑같이 전동차도 처음에는 원시적인 저항· 쵸퍼 제어이던 것이 오늘날은 만렙인 VVVF 기반 제어로 바뀌었다.
심지어 VVVF 내부에서도 서열이 있어서, 처음에 GTO 소자이던 것이 더 조용하고 효율 좋은 IGBT 소자 기반으로 바뀌었다.
전기 철도는 힘 좋고(탁월한 가감속력) 조용하고 공해 물질이 배출되지 않으며 동력비 조절이 유연하다는 압도적인 장점으로 인해 철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특히 전기 없이는 고속철이나 지하철이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 프린터

한 20년 전의 컴퓨터 입문 서적을 보면 프린터의 메카니즘으로는 도트, 열전사, 잉크젯, 레이저 4종류가 있다. 그 중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건 역시 잉크젯과 레이저. 그렇게도 비싸던 레이저 프린터가 이렇게까지 싸져서 가정용으로 보급된 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잉크젯은 프린터 값이 잉크 카트리지 값보다 더 싼 기형적인 물건이 됐고..

마치 오늘날 286, 386 급-_- CPU는 키오스크나 우주선-_-, 임베디드용으로나 제한적으로 쓰이듯, 도트와 열전사는 영수증이나 각종 토큰 같은 걸 찍는 용도로 물러났다. 그나마 도트는 진짜 완전히 사라진 듯하고, 요즘 기계는 영수증도 열전사 방식으로, 언뜻 보기에 레이저 프린터가 돌아가는 것처럼 조용히 쓰윽~ 인쇄하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11 08:28 2011/08/1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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