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되고 그에 맞춰 인터넷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로컬 환경이 아니면 불가능하던 일이 웹에서 곧장 가능해져 왔다. 웹에서 바로 사용하더라도 ActiveX를 깔아야 해서 플랫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어차피 로컬에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던 기능도, 이제는 그조차도 필요 없어진 것이다.

본인은 웹 프로그래밍은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오늘날 존재하는 기술 계층을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눈다.

Level 3: 웹 표준만으로 다 커버되는 기능을 일컫는다. 기기와 CPU를 불문하고 표준을 준수하는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이므로 가장 보편적이고 깨끗하다. 비록, Level 1,2만치 빠른 성능이나 세세한 컴퓨터 조작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는 있으나 그 한계는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위지윅 웹 에디터조차 이 계층으로 내려왔으니까.

Level 2: 플래시 정도의 별도 컴포넌트는 써야 하는 기능이다. 플래시는 워낙 너무 유명해서 사실상 표준으로 정형화해 있긴 하다만, 이 계층의 미들웨어도 일종의 노다지 시장인지라, 잘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의 Silverlight가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동영상은 flv 덕분에 현재 Level 2가 대세로 정착하였으나, HTML5의 등장 덕분에 Level 3로 내려가는 게 점쳐지고 있다. 그래도 옛날에는 동영상조차도 Level 1이었다.
리눅스나 아이폰에서는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플래시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등, 몇몇 잡음과 애로사항이 존재하기도 한다.

Level 1: 여전히 어떤 형태로든 운영체제 내지 특정 컴퓨터 아키텍처에 종속적인 네이티브 코드의 도움을 브라우저 외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기능이다. 시스템 훅킹을 써야 하는 키보드 해킹 방지 툴이라든가, 레지스트리를 검사하는 프로그램 업데이트 관리자 등. 사용자의 컴퓨터가 이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사양인지 체크하는 기능을 웹으로 구현하려고 해도 ActiveX가 필요할 것이다. 이 레벨의 입지는 앞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래야만 정상이지만, 그러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웹 환경의 발전 덕분에, 단순 정보 열람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 로컬에서 제일 먼저 퇴출되었고 웹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다 탈바꿈했다. 대표적인 예가 사전. 오늘날은 아래아한글 번들의 한컴사전만이 로컬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난 지금도 아주 잘 쓰고 있는데. -_-) 이거 전신이 과거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덧실행 프로그램이었으니, 참 격세지감이다.
아울러 HTML5로는, 이젠 어지간한 프레젠테이션도 심지어 플래시조차 동원하지 않고 Level 3 계층만으로 다 가능하다고 하더라.

인터넷 지도는 그런 식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분야가 아닌가 싶다.
본인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아래아한글 97 CD에 번들로 내장되어 있던 MFC 기반 허접 지도 프로그램을 구경하였으며, 2001년경엔 ActiveX 기반의 한미르 지도를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그리고 2003년 말에 콩나물을 처음으로 접했다(현재는 다음 지도에 합병).

그랬는데 인터넷 지도 기술이 이 정도로 기가 막히게 발달하게 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콩나물도 처음에는 ActiveX가 필요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건 없어졌고..

이제는 단순 지도 그림 열람은 플래시조차 없어도 되는 L3이 되었다. 지도도 모자라서 전국의 항공 사진까지 제공된다. 다음 지도는 한술 더 떠서 로드뷰라는 엽기적인 기능까지 제공하는데, 그런 기능은 한 등급 올라가서 플래시를 사용하는 L2 계층에서 구현되어 있다.
(참고로 옛날에 철도청 홈페이지에는 새마을부터 통일호까지 열차 내부를 딱 그런 시점으로 열람하는 기능을 제공했는데, 그건 아마 자바 애플릿 아니면 ActiveX 기반 구현이었다.)

한편, 구글 지도는 역시 미국에서 만든 서비스답게 도로의 이름이 우선적으로 잘 나와 있는 게 무척 인상적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국내 지도는 도로 이름보다는 교차로의 이름의 기재에 더 충실한데, 이는 서로 vertex냐 edge냐 하는 차이 같다.

구글 지도가 제공하는 진짜 안드로메다급의 충격적인 기능은 잘 알다시피 Google Earth 되시겠다. 물론, 처음부터 구글이 만든 건 아니고 다른 회사 제품을 인수한 것이긴 하다만, 사람이 거주하는 세계 거의 전역의 위성 사진을 진짜 지구본 뱅그르르 돌리는 느낌으로 열람할 수 있다. 가히 신의 눈 수준. 말세에 인간이 정말 이런 기술까지 경험하는 게 경악스럽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지만, 구글 지도의 위성 사진은 국내 지도가 보안상 표기하지 않고 있는 청와대, 군용 시설, 발전소 등도 남김없이 까발린다. 산으로 뒤덮여 있는 녹사평 역 주변을 구글 지도로 들여다보다가 까무러칠 뻔 했다. (담장 너머로 펼쳐진 미군 부대는 완전 소도시 수준이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플래시 버전의 Google Earth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구글 지도에서 이 earth 기능을 웹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즉, L1 등급. 그 정도로 복잡하고 방대한 기능은 아직 L3이나 L2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법도 하다.

인터넷 지도를 보니까 기술의 발전이 놀라운 한편으로 웹 프로그래밍의 기술 등급이 떠올라서 글을 끄적여 봤다.
로드뷰까지 등장한 마당에 전국 철길에 대한 레일로드뷰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보지만, 철도는 보안 시설이다 보니 안 될 거야 아마..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09/07 19:17 2011/09/0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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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봉중앙로 6나길 2011/09/07 20:03 # M/D Reply Permalink

    한가지 구글 지도의 도로명주소 표시가 안타까운 건,

    2009년 개정된 신 도로명주소가 아닌 2000년도 초반 도로명주소를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 지도도 마찬가지던데 네이버지도는 정말 "수작업 노동"이 뭔지를 확 느낄 정도로 빨리 업데이트했더라구요.

    특정 지역의 개발 예정을 지도에 표시하는 것부터...(도로 형태, 녹지·상업지구·단독주택용지 같은것도 어찌나 자세하게 표시해주던지...)

    그나저나 정말 지도 같은 건 웹프로그래밍 기술이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걸까요?

    1. 사무엘 2011/09/07 23:02 # M/D Permalink

      아, 그런가요? 저는 당연히 새로운 도로명이지 않겠나 생각했었는데, 좀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옛날 명칭이군요.
      잘은 모르지만 지도 그리기 알고리즘은 배율과 화면별로 우선적으로 표시할 정보의 선정, 각종 기호와 그림의 배치 방식 등... 벡터 드로잉의 달인이 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가히 종합예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997년도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 문제에도 이것과 관련된 소재가 하나 있었죠.

      그런 지도가 웹에서 지금만치 구현된 것만으로도 충격과 공포인데 나중엔 진짜 3차원 증강현실 기술과도 융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 지도가 3차원 게임 던전처럼 펼쳐지지 않을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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