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그 특성상 마술, 마법 같은 문화를 굉장히 싫어한다. “마술사를 죽입시다 마술사는 나의 원수”... 를 떠올리게 하는데, 성경, 특히 구약 율법에 깔린 사고방식은 진짜로 그 정도로 단호하고 과격하다. 물론 본인은, 그런 행위의 저변에 역사적으로 얼마나 사악한 짓이 실제로 저질러져 왔는지를 알기 때문에, 성경 말씀이 과격하고 잔인하고 반인권적이라는 식의 드립은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늘날에 활동하는 마술사들이야 악령 소환이나 초능력처럼 영적으로 사악한 방법을 쓰지는 않으며, 전적으로 과학 기술과 테크닉만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술사인 제임스 랜디(James Randi; 1928-)는 마술 전문가로서 오히려 영적인 것에 대해서는 강경한 회의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사상적으로는 사두개인?). 그는 과거에 유리 겔러의 초능력이 가짜라는 걸 폭로하면서 그에게 큰 망신을 안긴 바 있다. 그리고 냉전 시절에(대략 1960년대) 미국 CIA가 소련에 대항한답시고 초능력자 요원을 몰래 양성하려고 했을 때, 자기 제자들을 마술 테크닉만으로 초능력자로 위장시켜 간부들을 낚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허술한 시설로 어떻게 진짜 초능력자를 키워 내겠냐고 질타하자 CIA는 이 계획을 슬그머니 백지화하고 말았다. 이건 유명한 일화이다.

사실, 랜디 정도면 마술 실력을 좋은 곳에다 쓴 참으로 정직하고 훌륭한 애국자이다. 그는 있지도 않은(?) 초능력 따위로 사기를 쳐서 혹세무민하고 돈벌이를 하는 치들을 극도로 혐오하였고, 그런 사람이 내 손에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을러댔다. 그리고 실제로 적지 않은 사이비 초능력자들이 그에게서 박살이 났다.
개그 만화 일화 종말편에 나오는 진짜 초능력자 마술사가 현실에서 있을 리가.. ㄲㄲㄲ

그가 CIA를 상대로 그런 일을 벌인 것도, 내 조국의 정보 기관이 한낱 사기꾼들에게 놀아나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교계에도 사기꾼 은사주의자들 잡아내는 랜디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좀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랜디 같은 사람이 모세의 이집트의 대재앙이라든가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보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폐하, 이런 기적 따위는 다 마술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라는 똥고집으로 설마 얀네와 얌브레(딤후 3:8)의 후손처럼 되었을까?

뭐, 저런 부류 말고도 Pen & Teller라는 미국의 2인조 배우는 더 부담없고 가볍게, 잘 알려져 있는 마술에 대해서 테크닉을 공개까지 하면서 관객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는가 보다. 신체 절단 마술에 대해서 관련 동영상이 있다.

다만, 제아무리 초자연적인 배후가 없다 하더라도 마술사라는 건 근본적으로 사람을 속임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이고, 그 분장이나 세트의 분위기는 옛날의 뭔가 신비롭고 음흉한 컨셉을 어떤 형태로든 답습하게 된다는 점에서, 크리스천이 양심적으로 아무 걸리는 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교회 주일학교에서 애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교사가 마술을 공연하는 건 대체 뭐지? 김 재욱 형제님의 글 클릭.

한때 미국의(또는 영미권 전체) 기독교계에서는 세상의 타락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이런 퀴즈를 내곤 했다.
the Land of ?z
Z로 끝나는 두 글자 지명 중 첫 글자로 바로 떠오르는 글자는 무엇일까요?

TV나 인터넷 따위가 없고 성경만을 열심히 읽던 옛날 사람들은 의인 욥의 고향인 우스(Uz)를 바로 떠올리는 반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즈(Oz)의 마법사를 곧바로 떠올린다고 하더라.
똑같은 원순모음인데 ㅜ가 ㅗ로 바뀌었구나! 나도 기발함에 무릎을 쳤다.
http://av1611.net/87 클릭

마치 성경에서 정숙하고 훌륭한 여인의 이름으로 소개된 '사라'(벧전 3:6)가 <즐거운 사라>에서는 완전히 음탕한 여자로 와전된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대학 시절에 저 퀴즈를 처음 접했을 때는 본인도 Uz가 생각 안 났다.
오히려 어렸을 때 본 TV 만화영화 주제가 가사 중의 '오즈는 오즈는 어떤 나라일까요'가 먼저 생각났다. 그래, 본인도 일종의 피해자였다. ^^;;

그리고 여담이다만, 항공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즈 하면 아시아나 항공도 떠오르지 싶다.
IATA가 규정하는 항공사 식별 코드가 OZ이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이름의 발음과는 아무 관계 없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이는 AA는 아메리칸 항공에 이미 선점 당해 있고, 1986년에 도산한 미국의 오작(Ozark) 항공이 자기네 코드명을 반납하면서 이를 1988년에 창립된 아시아나 항공이 그냥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색동날개라는 컨셉부터가 좀 어린이 같고 오즈스럽지 않은지? -_-)

소문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으로서는 어차피 AA를 못 쓰는데 OZ는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라서 참신한(?) 느낌이 든다고 경영진이 이를 선뜻 선택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 항공보다 적은 수의 비행기로 운항을 굉장히 빡세게 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항공덕들은 마법사의 비행기 운영이라고 칭송 내지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나 항공이 사탄적이라거나, 크리스천이 이용하지 말아야 할 항공사라는 식의 드립을 치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도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이름으로 마법사가 버젓이 존재한다. sorcerer이나 magician이 아니라 wizard.
윈도우 운영체제를 쓴다면 '설치 마법사'라는 말을 많이 접해 보셨을 것이다.
몇 단계에 걸친 질문에 사용자가 대답하면서 '다음 / 마침'을 클릭해 주면 나머지 일은 컴퓨터가 마술 부리듯 짠~ 해치워 준다는 의미에서 마법사라는 말이 붙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뭔가를 설치하는 기능에만 '마법사'가 남아 있는 듯하지만, 이거 원조는 1994년에 개발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6.0의 새 문서 마법사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개발 도구인 비주얼 C++에도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 때 AppWizard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검은 모자와 흰 장갑을 쓴 마술사가 금가루를 뿌리면서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그런 서양 문화를 배경으로 생성된 말임이 분명하나,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는 일을 그 정도로 신비로운 마술처럼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9/01 08:48 2011/09/01 08:48
, , , ,
Response
No Trackback , 9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563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563

Comments List

  1. 주의사신 2011/09/01 09:53 # M/D Reply Permalink

    어렸을 적에 텔레비전에 자주 나왔던 만화들에는 외계에서 날라온 로봇이나, 남녀 마법사들이 많았습니다.
    (지구는 항상 애들이 지키던 기억이 나네요... 어른들이 경찰차니, 총이니 들고 와서 외계에서 지구를 침략한 로봇들(왜 지구를 가만 안 두는 걸까요?)에게 별 효과 없는 공격을 하고 있을 때, 어린이들은 초강력 멋진 로봇으로 맞대응하던 기억이 납니다.)

    동화에서도 마법사는 많이 나오죠. 흔히 말하는 삼공주(인어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에도 마법사들은 등장합니다.

    그렇다 보니, 어린 시절 딱히 "성경적으로 마법은 매우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지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 해리 포터가 번역되어 출판되었는데, 그냥 무시하고 살다가, 중2때 학교 도서관에 그 책들의 원서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도대체 이게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라고?"하면서 원서를 꺼내 들고 읽었습니다. 재미있긴 재미있게 썼더라고요. 그리고 그 원서들을 읽고 10대를 보내어서(한글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1000 페이지 넘어가는 전공 원서도 그냥 무난하게 읽는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흠정역을 알고, 성경의 마법사에 대한 정책을 알고 난 이후로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원서 많이 읽는 것은 추천하지만요.)

    "성경을 얼마나 아는가가 가치관에 참 많은 영향을 주는구나"하는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성경적으로 그 책을 다시 보니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이제는 이 책으로부터 졸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1. 사무엘 2011/09/01 10:32 # M/D Permalink

      네, 그렇죠. 그래서 저도 나중에 성경을 읽으면서 사고방식과 가치관과 ‘수정’된 게 많았습니다.
      서양의 동화가 마법사 컨셉이라면,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는 샤머니즘 + 초능력-_-을 구사하는 승려, 도사 같은 형태로 그런 기믹이 많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경을 알고 나면 SF물이라든가 귀신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같은 것들도 시시해지고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집니다.

      저는 미드-_-, 방송, 신문, 영화, 소설 따위를 지금까지 전혀에 가깝게 접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저도 영화를 자막 없이 보는 친구들이나 토익 만점자들이 한없이 부럽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디서든 영어 스트레스는 없이 지냅니다.
      영어에 그렇게도 노출 안 하고 살았으면서 이 정도라도 영어 감각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게 다행인 처지이죠.

  2. 삼각형 2011/09/01 20:11 # M/D Reply Permalink

    마술사들은 자기들의 직업에 대해 속이는 거 맞는 데,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니 괜찮다고 하더군요.
    마술에는 미녀라던가, 안개, 신비로운 음악 같은 것들이 꼭 빠지지 않죠.
    그리고 TV에서 보는 일부 탈출 마술 같은 종류 보면 트릭으로는 도저히 안될 것들이 있어 흑마법이 의심되기도 합니다.

    컴퓨터에서의 마법사는 사용자가 입력해야 하는 값이 많을 때 단계별로 나누어 좀 더 햇갈리지 않게 한다는 개념인데 하드웨어 추가 정도는 몰라도, 압축 풀기나 바로가기 만들기 따위를 마법사로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1. 사무엘 2011/09/02 08:29 # M/D Permalink

      1. 아, 그래요. 서양식 마술에는 미녀 조수도 꼭 있어요. ㅋㅋ

      2.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 같은 게 아니라면, 쓸데없는 환상을 심어주고는 그걸 깨뜨리는 걸 매정하다고 정죄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겁니다. 가령,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것 말이죠.

      3. 마법사는 입력값을 단계별로 나누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음 입력값이 예전에 지정된 입력값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개념이긴 합니다.
      윈도우 비스타부터는 이 UI가 좀더 웹브라우저 화면과 비슷하게 바뀐 새로운 마법사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뒤로' 가기 버튼의 위치)

  3. 인민 2011/09/02 19:16 # M/D Reply Permalink

    매우 예전에 쓰신 글 같은데, 지금 올라오네요.

    1. 컴퓨터 '마법사' 를 순화시킨다면, 어떤 단어가 가장 좋을지 궁금합니다.
    2. “마술사라는 건 근본적으로 사람을 속임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이고” 공감공감. 그런데 '마술' 이라는 말 자체에서 '나는 너를 속인다'라는 암시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별 개의치 않는 게 사실이죠. 극단적인 예로 사탄숭배가 있을 수 있고.
    3. 포켓몬스터(피카츄)는 일본 잡신들을 만화화, 캐릭터화해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요즘 만화는 볼게 없음

    1. 사무엘 2011/09/02 22:18 # M/D Permalink

      네. 청지기나 킵바이블 같은 곳 글도 모니터링을 하시는군요.
      제 블로그는 늘 그렇듯이 저 글보다 먼저 써 놨던 글들이 다 올라온 뒤에 저 글도 올라온 것입니다. ㅋㅋ
      아무래도 세상의 각종 신화· 전설· 문학 작품 따위에는, 성경적으로 볼 때 굉장히 사악한 배후가 소재로 동원된 게 적지 않습니다.

    2. 인민 2011/09/03 01:36 # M/D Permalink

      '매~우' 예전에 올라왔었죠 ㅋㅋ
      저는 원래 뭔가 교정을 좀 귀찮아하는 성격이라(수학도의 길에 큰 차질이 있을 걸로 예상... 응?) 글을 쓰자마자 바로 올리는데, 굉장히 꼼꼼하시네요.

      글을 읽고 생각나서 타자연습글에서 '두 사람의 재능' 훑어 보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말은 화려하게 잘 하는데 맥베스에서 마법사 대목, 한여름 밤의 꿈 요정 대목을 보면 최소한 이거 봐서 본전을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나마, 그나마, 아주 그나마 나은 게 베니스의 상인 정도?

      것보다 원래 “개미를 죽입시다 개미는 나의 원수” 아니었나요? 왜 이렇게 스케일이 커진 건지요

      2. 조지 A. 버치 목사가 한국에 온다면 사이비 부흥사들을 잡아낼 수 있을까요.
      솔직히 현대 '은사' 현상은 이집트 마술사 두 명이 따라하고도 남을 정도로 뻔하니까...(은사주의라는 이슈에 알러지반응중)

  4. 소범준 2011/09/10 11:48 # M/D Reply Permalink

    어렸을 땐 저도 마술, 마법이 너무나 신기해서 좋아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 게 일상이 된지 오래죠.
    척 보이는 수에 놀아나는 일은 거의 없어졌으며
    그렇게 된 데에는 흠정역 성경이 큰 역할을 했죠.(벧전4:3)

    그리고 윈도우 프로그램의 '마법사'도 이젠 그만 했음 좋겠는데
    그것을 계속 고수하는 게 마.소 지도부들의 종교적 성향 때문인 것인지 원...
    여담이지만 예전에 빌 게이츠가 사탄교 신자라는 루머(?)까지 들은적도 있었습니다.

    1. 사무엘 2011/09/10 20:01 # M/D Permalink

      빌 게이츠가 사탄교 신자라..;;
      http://toastytech.com/evil/
      기독교 진영보다는 IE 독점을 싫어하는 진영에서 주로 제기한 것 같습니다.
      (아, 비판의 관점은 물론 서로 완전히 다르지요 ㅋㅋ)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192 : 1193 : 1194 : 1195 : 1196 : 1197 : 1198 : 1199 : 1200 : ... 1685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0/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1466786
Today:
385
Yesterday:
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