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근황

1. 바쁘고 잠 부족

매일 5시간 이하로 자는 나날이 3일 이상 지속되었을 때 사람 정신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를 요즘 체험하면서 지낸다. 미치겠다. 조금만 틈만 나면 정신줄을 확 놓고 싶어지고, 짜증나고 일의 집중도와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말년이 표현했듯이 생명체의 4대 의무 중 하나가 잠의 의무이다. -_-;;

1999년쯤, 당산 철교가 재시공 중인 관계로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서쪽 고리가 끊어져 있던 시절, 노조가 파업까지 해서 비전문가인 대체 기관사가 투입된 적이 있었다. 그랬는데 그 중 어떤 사람은 극심한 과로로 인해 눈 뜨고 잠드는 경지에까지 이르렀고, 두단식 승강장이 되어 버린 합정 역의 수동 운전 구간에서 열차를 못 세우고 선로가 끊어진 곳으로 열차를 탈선시키는 아찔한 사고를 냈었다. 조금만 더 갔으면 열차는 끊어진 다리를 넘어 강으로 추락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 심정이 이해가 된다. 난 잠에 약하니, 아무래도 나폴레옹 같은 위인은 못 되는 게 틀림없다. 덕분에 블로그 글 비축분도 예전에 비해 줄어드는 중.

그런 와중에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 다음 버전 개발은 틈틈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열몇 가지에 달하는 개선 사항들 중, 요 근래엔 굉장히 좋은 성과가 있어서 하나 소개하겠다. 프로그램의 모든 과정에서, 운영체제의 known, system DLL 말고 일반 DLL을 로딩할 때는 언제나 절대 경로를 지정하게 개선함. 이것은 아주 바람직하고 진작에 취했어야 할 조치인데, 이로써 얻은 긍정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 fake DLL을 잘못 로딩하거나 인식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여 프로그램의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크게 줄였다. 가령, <날개셋>과 전혀 관계가 없는 동명이인(namesake) NGS3.DLL을 로딩하는 프로그램 내부에서도 이제 <날개셋> 외부 모듈이 잘 동작할 수 있다.
- FireFox Nightly에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 외부 모듈이 전혀 구동되지 않는다는 버그 신고가 들어와 있었는데, 이를 덩달아 해결. (FireFox 구버전에서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 함)
- 드디어.. 서로 API가 호환되지 않는 <날개셋> 버전을 사용하는 타자연습과 입력기 외부 모듈이 “동시 구동이 가능해졌다!” 이제 앞으로는 타자연습에서 외부 모듈을 같이 쓰기 위해서 두 프로그램을 항상 동시에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가 없다.

2. 국어 정보 처리 시스템 경진대회

국어 정보 처리 시스템 경진대회라는 게 있다. 문화 체육 관광부와 국립 국어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가장 직접적으로는 방대한 양의 세종 말뭉치를 효율적으로 조회하고 의미 태깅을 똑똑하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시행되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한국어· 한글과 관련된 뭔가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는 무엇이든 응모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공모전인데 왜 경진대회라는 표현이 쓰였는지 모르겠다. 2009년부터 시행해서 올해로 3회째이다.
한 달도 더 된 뒷북이긴 하다만,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 6.3을 출품해서 은상을 받았다. 대상과 금상에 이은 3등.

사실, 내 프로그램은 다른 작품들과는 체급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11년 전에 1.0이 이것보다 더 큰 대회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는 걸... 그리고 내 프로그램은 말뭉치라든가 사전, NLP 같은 분야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이런 프로그램이 나올 거라고 심사 위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소재의 프로그램이다만(오히려 심사 위원 중에 내가 과거에 두벌식 제정 위원 중 하나였다고 말한 분도 있었다-_-)...
그래도 내 프로그램은 국어 정보 처리와 분명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저 정도로 입상을 했으니 옛날 생각이 나고 기분은 좋다. 입상작들의 수준도 그렇게 호락호락 허접한 편은 결코 아님.

금상을 받은 분은 나이 지긋한 개인 개발자이신데 세종 전자 사전 통합 검색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상을 받은 울산 대학교 팀은 전산학과의 한국어 처리 연구실에서 한국어 형태소 분석기를 개발하면서 몇 년째 작정하고 이 대회만 공략한 경우이다. 한 우물만 파면서 2010년 금상에 이어 이번에 대상을 수상했다.

3. 늦가을의 불청객, 모기

11월이 꺾여 가는 와중에도 아직까지 날씨가 별로 춥지가 않다. 특히 이상 고온이 기승을 부리던 월초엔 집에서 여전히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본인은 이놈의 모기 때문에 홍역을 치르며 악몽 같은 가을을 보냈다. 하긴, 뉴스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저녁에는 가능하면 선풍기· 에어컨을 가동하기보다는 문을 개방하여 집안을 냉각시키고 싶은데, 그럴 때면 정말 어김없이 모기가 기어들어오곤 했다. 피 빨아먹지, 게다가 귓가에 날아다니는 소음은 사람 기분 잡치기에 최적이다. 차라리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문을 열 생각 자체를 안 하고 무조건 에어컨 콜인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보니 모기가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때려잡자니 피 빨아먹은 모기는 벽에 지저분한 혈흔을 남기고, 살충제는 사람에게도 무척 해로운 화학 약품이고... 처리하는 방법도 딜레마이다.

하루는 한밤중에 한적한 주택가에다 차를 세워 놓고 차 안에서 잠을 잤다. 냉각과 환기를 위해 창문을 약간만 열어 놨는데... 그게 실수였다. 그로부터 30분이 채 되기 전에 팔뚝에 가려움이 느껴졌고, 실내등을 켜서 차내를 둘러봤을 때 나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 좁은 틈새를 타고 모기가 이 작은 승용차 안에 서너 마리씩이나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ㅜㅜ 이런 썩을..;; 이놈들은 잠도 안 자나.;;

제아무리 살생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박애주의자라 하더라도 파리· 모기를 죽이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체벌 반대, 사형 반대, 채식주의, ‘자연으로 돌아가자’ 이런 식의 주장에 본인은 성경적으로 100% 동의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미 죄로 인해 타락하고 저주받은 자연은 인간에게 어차피 좋은 것만 선사하지는 않는다. 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해진 필요악이나 그 말단의 나쁜 결과만 지워 보려 애써도, 그 본질적인 원인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4. 노트북 키캡 이탈

지금 쓰는 제 4대 노트북은 용하게도 최초로, 3년이 넘게 키캡 하나 안 빠지고 잘 쓰고 있었는데
드디어 키캡 하나 이탈.. ㅜ.ㅜ
보통 단골로 빠지던 키캡은 Space나 화살표 키, 엔터 같은 부류인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문자 키인 기본 자리 F 키가 빠졌다. 문자 키의 키캡이 빠진 경우는 본인의 노트북 인생 13년 만에 처음이다.

뭐, 화살표나 엔터도 이미 키캡이 덜렁덜렁하고 상태가 위험하긴 마찬가지임.
노트북 키보드는 이거 좀 튼튼하게 만들 수 없나 아쉽긴 하다.
나중에 키캡이 세 개째까지 빠져 버리면 키캡을 전면 교체할 생각이다.
그나저나 키보드 밑에 껴 있던 먼지와 온갖 솜털의 양을 보고 기겁함. 먼지는 그렇다 치지만 이 털들의 정체는 뭐냐!!

5. VMware로 녹음하기

VMWare에서 돌리고 있는 guest OS에서 마이크 녹음이 안 되는 걸 보고 놀랐다.
guest OS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하는 게 아니라, host에서 꽂은 마이크의 소리를 guest에다가 전달하여 녹음하는 것 말이다.

host는 비스타이고 guest는 XP. 물론 하드웨어 계층의 차이가 많이 나는 OS이긴 하다만, USB에 네트웍에 별걸 다 잡아 주는 천하의 VMWare가 마이크를 못 잡아 주다니?
녹음을 시키면 마이크 소리는 없이 그냥 잡음만 녹음될 뿐이다.
한국어와 영어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 봐도 딱히 답이 안 나온다..;; 원래 잘 안 되나 보다.
윈도우 XP에서만 돌아가는 음성 인식 관련 기능을 좀 테스트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15 08:29 2011/11/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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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각형 2011/11/15 22:17 # M/D Reply Permalink

    1. 자잘한 버그를 그때그때 잡는 것이 아닌, 큰 것을 해결하셨군요. 동명이인의 처리는 참으로 난감하죠. 그런데 이름 말고 상대 경로로 해도 상대 경로에서 같은 이름이 나올 수 없지 않나요. 에초에 이름이 같은 파일은 파일 시스템 단에서 존제할 수 없게 막아두었으니 말입니다.

    옛부터 있었던 고질적 문제들이 해결되었네요.

    2. 쓸만한 한글 관련 소프트웨어 하니 맞춤범 검사기라던가 단어 통계 분석이 생각나는군요.

    3. 전 그냥 모기약으로 처리합니다. 그런데 모기약이 독하니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또 모기가 들어오죠. 계속 반복...

    4. 최신 하드웨어에 열광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 불가의 부분입니다. 키보드는 1년도 못쓰고 다 바꿔버리거든요.

    5. 버추얼 머신에서 인터넷 잡는 방법으로 버추얼 박스는 자기가 드라이버를 설치해서 로컬의 모든 인터넷을 장악한 후, 호스트 OS와 게스트 OS로 분배하는 방법을 쓰더군요. 녹음도 그런 식이라면 될텐데 말입니다. 예로 게스트 OS에서 USB를 잡으면 호스트 OS에서는 사라져버립니다. 그런 식으로 가로체가 버리는거죠.

    1. 사무엘 2011/11/15 23:16 # M/D Permalink

      1. 윈도우 운영체제가 전통적으로 DLL을 찾는 방식은, 과거에 최대한 자원을 많이 공유하고 어중이떠중이가 다 시스템 디렉터리를 활용하던 시절의 산물입니다.
      그게 지금은 시스템 디렉터리의 과포화 + DLL hell + DLL 피싱으로 인한 각종 보안 문제로 불거져 있지요.
      결국 로딩할 DLL을 식별하는 명칭은 외부에서 쉽게 바꾸고 옮길 수 있는 파일명이 아니라 파일 내부의 다른 수단이어야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전체 경로를 다 지정해 줘야 하고요.

      2. 울산대(형태소 분석기 지존)와
      부산대(아래아한글에도 내장돼 있는 권 혁철 교수님의 맞춤법 검사기)가 이 분야로 아주 유명합니다. 둘 다 컴퓨터공학과 소속. 그리고 어째 다 영남권이군요.

      3. 네, 그거 제대로 악순환이죠. 공감해요. ㅋㅋㅋ

      4. 뜨악, 운영체제 재설치 주기도 아니고 키보드를 그렇게 자주 교체하다니 대단한걸요? 그건 더구나 컴퓨터 성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부품도 아닌데.. ㄷㄷㄷ

      5. 버추얼 머신에서 인터넷이나 USB 정도는 물론 잡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USB 포트는 host와 guest 중 한 번에 한 곳에서만 사용 가능하지요. 흠, 그러고 보니 그럼 마이크도 일반 사운드 입력 단자가 아니라 USB에다 꽂는 놈을 쓰면 되려나 고르겠습니다. 어쨌든 현재 마이크를 guest에서 못 써서 대략 불편합니다. ㅜ.ㅜ

    2. 소범준 2011/11/16 01:51 # M/D Permalink

      오히려 겨울이 돼도 건물 내부의 따뜻한 공기때문에 해충들이 잘 죽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 놓은 탓인가봅니다. 하긴, 인류가 더 튼실한 집을 짓느라 해충없는 생활이라는 기회비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니깐.

  2. 소범준 2011/11/16 02:04 # M/D Reply Permalink

    1. 저도 부끄럽네효.;; 이렇게 부쩍 잠이 없어졌으니..
    저도 형제님과 서로 이유는 다르지만(물론 저는 특유의 게으름-_-; - 잠언서에 게으름-_- 쫓는 말씀들 계속 읽고 정신차려야됨) 저도 형제님과 같은 심정입니다. 이래서 인간에게 잠이 정말로 중요한 듯. 그렇다고 잠만보-_-는 또 아니지만요.

    2. 저희 집에는 휴대용 전기 벌레잡이가 있습니다. 그걸로 주로 모기를 잡는데
    이게 문제는 피복 없는 전선이 방사처럼 얽힌(여기서 키르히호프 법칙을 연상시킴) 포충부에 손이나 피부가 닿으면 높아진 전압 내지는 센 전류로 인해 감전되는 위험성이 크고 벌레 타는 단백질 냄새-_- 또한 진동을 하겠지만, 머니머니해도 벽이나 손에 피가 흥건히 묻거나 화학약품에 노출될 위험성도 적어 대략 경제적이긴 합니다.

    1. 사무엘 2011/11/16 13:46 # M/D Permalink

      잠을 안 자면, 몸이 어째 리소스가 고갈된 윈도우 9x처럼 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ㄲㄲㄲ
      혹은, 잠을 garbage collector에다가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스템 자원이 많이 회수되니까요.
      (전자는 컴덕후, 후자는 전산학도 관점에서의 비유이군요. ㅋㅋ)

      그런데 그렇게 피곤해도 교회 가기 전날 토요일에 유독 늦게까지 잠이 안 오는 건
      경험상 진짜 배후에 영적으로 뭔가가 있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

  3. 세벌 2011/11/18 17:38 # M/D Reply Permalink

    미래형 한글 문자판 포럼 2011.11.17. 에서 김구룡 선생을 만났는데 김용묵님 얘기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의 한글계를 이끌어갈 아주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 요즘 바쁘셔서 시간 내기 쉽지 않죠? 저 역시 회사일이 있어 시간내기 쉽지 않은데 어제는 6시칼퇴근해서 행사에 참여했었다는...

    1. 사무엘 2011/11/19 08:58 # M/D Permalink

      감사합니다. 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황상 잠수 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관계자분들 뵐 일 있으면 제 안부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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