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비스타에서는 모르긴 몰라도 그래픽/사운드 기술과 관련된 계층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 비디오 (그래픽)

예전에 글로 쓴 적이 있지만 제가 가장 먼저 인지한 큰 변화는, 이제 동영상 화면까지 Print Screen 키로 바로 캡처가 된다는 것. 그것도 Aero (desktop window manager)가 가동 중일 때뿐만 아니라 DWM이 돌아가지 않는 고전 모드일 때도 동일하게 잘 됩니다. 옛날에는 인터넷 같은 데서 웹브라우저 창을 옮기면 그 안에서 돌아가던 동영상은 위치가 이동하지 않거나 느릿느릿 굼뜨던 현상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이 역시 비스타에서는 아련한 추억이 됐지요. 그래픽 카드와 운영체제의 발전에 힘입어, 드라이버 계층에서의 어떤 큰 변화가 생긴 게 틀림없습니다.

멀쩡하게 상위 계층의 윈도우 API만 썼다면 비스타라고 해도 안 돌아갈 이유가 없는데, VMware, 메이플, 비주얼 스튜디오 같은 프로그램들이 옛 버전이 비스타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버전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도 저런 ‘저수준에서의 미묘한 변화’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XP와 비스타는 각종 하드웨어 드라이버들이 호환되지 않죠. 하지만 비스타와 7은 드라이버 차원의 호환이 유지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윈도우 XP부터는 심지어 운영체제 설치 GUI나 안전 모드에서도 VGA 640*480 16컬러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하이 컬러 이하로는 디스플레이 모드가 설정이 되지도 않습니다. 게임용 3D 그래픽 가속까지는 뒷받침을 원활히 못 하더라도, 최소한 1024*768 하이컬러 이상급의 그래픽 모드는 메인보드가 내장하는 VBE 규격만으로도 지원되게 컴퓨터 규격이 향상됐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것만으로는 비스타 체험 지수는 1밖에 나오지 못하며, 창을 끌어 보기만 해도 답답함이 느껴지기 때문에 비디오 카드 드라이버 업데이트는 필수입니다.

XP보다 전에 선보였던 윈도우 2000은 시대가 시대였으니만큼 여전히 16/256컬러의 잔재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안전 모드의 16컬러 표준 VGA에서 실행될 때라 하더라도, 그래픽이 쉴 새 없이 변하고 있는 곳에 마우스 포인터를 가져갔을 때 포인터가 깜빡거리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윈도우 9x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이걸 보고도 저는 당시 2000은 보통 운영체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드웨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거든요.

90년대 말, 윈도우 95급 컴퓨터 시절에만 해도(메인보드의 폼 팩터가 슬슬 AT에서 ATX로 넘어가던..), 운영체제의 표준 디폴트 포인터만 깜빡임 보호가 되었지 사용자 정의 포인터는 여전히 깜빡거렸습니다. 비디오 카드의 성능이 썩 좋지 못했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이마저도 깜빡임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그래픽 체계의 변화와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스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콘솔을 전체 화면 모드에서 실행하는 기능이 사라졌고(무조건 창 모드만 가능), 콘솔에다가 파일이나 디렉터리 이름을 마우스로 드래그하여 떨어뜨리는 기능도 없어졌지요.

※ 오디오 (사운드)

지금까지 열거한 비디오 쪽뿐만 아니라 오디오 계층도 윈도우 비스타는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윈도우 95부터 XP까지 큰 차이 없이 제공되던 볼륨 조절 유틸리티 sndvol32.exe가 없어지고 비슷한 기능을 sndvol.exe가 대신 담당하기 시작했는데, 인터페이스가 싹 달라졌죠.

옛날에는 컴퓨터 내부에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여럿 존재했고 윈도우 XP까지는 각 장치들을 멀티미디어 API를 써서 enumerate한 뒤, 장치별로 볼륨을 조절하는 구도였습니다. PC 스피커 따로, 애드립 소리를 내는 미디 따로, 오디오 CD 따로, 입력 단자 따로, 그리고 일반 wave 오디오 따로! (PC 스피커는 볼륨 조절이 되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노트북 컴퓨터 중엔 그것도 조절되는 게 있었답니다.)

특히 CD롬 드라이브는 CPU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가 직접 오디오 CD를 재생했습니다. 윈도우 95 시절의 CD 재생기는 그저 오디오 CD에다가 재생/정지/탐색 명령을 내리고, 드라이브로부터 트랙별 시간 정보를 가져와서 재생 지점을 업데이트해 주는 ‘시다바리’ 기능밖에 하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도스용 퀘이크 같은 게임은 오디오 CD 겸 CD롬 형태로 게임을 만들어서 게임 음악은 아예 오디오 트랙의 형태로 제공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사운드 카드는 이제 랜 카드와 더불어 메인보드의 일부로서 완전히 편입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소리를 내는 모든 장치는 가장 범용적인 매체인 wave 오디오로 통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컴퓨터 성능이 좋아진 덕분입니다.

미디는 이제 어설픈 FM 사운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노래방 수준 음향을 wave 오디오로 흉내 내어 주는 신시사이저가 재생합니다. 오디오 CD도 마찬가지. 컴퓨터가 디지털 음원을 일일이 추출, 파악해서 wave 오디오로 내보내는 건 요즘 필수입니다. 그래야 파형 visualization도 보여주고 mp3/wma 리핑 기능도 제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정이 이러하니 예전처럼 ‘장치’별 볼륨 조절은 완전히 무의미해졌습니다. 그건 한 프로그램이 어떤 장치를 꺼내서 소리를 출력하면 다른 프로그램은 그 장치를 이용할 수 없던, 쉽게 말해서 멀티웨이브조차 안 되던 윈도우 3.1~95 캐 암울하던 시절의 사고방식이죠. 그나마 wave 오디오의 멀티웨이브는 윈도우 98~2000급으로 넘어가면서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애드립 미디 같은 다른 장치는 멀티웨이브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비스타부터는 운영체제가 모든 사운드를 wave 오디오 하나로 통제하고 믹싱까지 담당합니다. 그래서 비스타의 볼륨 조절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예전과 같은 개념의 장치 구분은 완전히 사라지고, 현재 실행 중인 응용 프로그램별로 상대적 볼륨을 조절하는 게이지가 나와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윈도우 XP 이하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지 않습니까?

※ 윈도우 각 버전별 비교

Aero Flip3D를 보면서 신기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비스타와 오피스 2007이 나온 지도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제가 XP를 주 작업용 OS로는 ‘빠이빠이’ 한 지도 반 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윈도우 7이 나온다고 해도 비스타하고 시간 간격은 윈도우 95와 98 사이의 간격과 별 차이가 안 날 정도로 시간이 흐른 셈이군요.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은데.

비스타는 XP 이후로 꽤 긴 시간만에 출시된 데다 상당히 무거운 편인 컴퓨터 요구 사양, 그리고 이질적으로 바뀐 보안 정책, 일부 옛날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문제 같은 여러 잡음 때문에 비스타는 그 기술적인 우수성에 비해서는 그렇게까지 환영 받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MS도 7에다가 더 전략 가중치를 더 부여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요.

약 2001~2002년경에 2000/ME/XP 이던 구도가 앞으로는 조만간 XP/비스타/7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스타는 ME와는 급이 다른 운영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7로 갈아타면 탔지, XP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없어지지 않을 최장수 운영체제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의 주 개발 분야인 문자 입출력 쪽만 보더라도 비스타는 일단 TSF를 주된 입력 프로토콜로 완전히 굳혀서 운영체제의 기본 입력기로 지정도 가능하게 했고(XP는 여전히 IME 모듈만 가능함), 일부 TSF A급 확장 프로토콜도 도입했으며 전세계 모든 언어 입력기와 글꼴을 다 내장하고 있습니다. XP로 치자면 ‘동아시아 및 complex script 지원’ 옵션이 선택의 여지 없이 무조건 켜져 있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한자 글꼴도 단순히 ‘한중일 통합 한자’뿐만 아니라 확장 A, 그리고 심지어 surrogate 영역의 확장 B까지도 Simsun-extB 같은 외국의 확장 글꼴까지 자동으로 대체 동원해서 운영체제 차원에서 제대로 표시해 주는 걸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비스타에서는 굳이 ‘한컴바탕확장’이 없어도 이런 한자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날개셋> 다음 버전에서는 글꼴을 본뜰 때 이런 점도 감안하도록 수정할 예정입니다.

윈도우 ME는 잘 알다시피 태생이 9x 계열이기 때문에 95 이래로 변함없던 유니코드 API 부재, 지저분한 16비트 도스의 잔재에다 불안정한 커널, 64K 리소스 제한 같은 단점은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2000보다는 95/98과 더 동일시됩니다. 안정성은 떨어지는 주제에 덩치만 더 무거워지고, 겉보기로만 도스로 빠져나가는 옵션은 또 없애 놓으니, 도스와의 호환성 때문에 9x 계열 운영체제를 찾는 파워 유저로부터조차도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ME도 98 SE에 비해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부팅 속도가 매우 빠르고 최신 하드웨어 인식은 역시 98보다 확실히 더 탁월하여 2000급에 필적합니다. VMware로 각 운영체제들의 가상 머신을 만들어 보면 2000/ME 이상은 사운드가 자동으로 잡히는 반면, 95/98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2000/ME부터가 미디 신시사이저를 기본 내장하고 있고 멀티웨이브 기능도 더 원활하게 잘 감지됐습니다. 외장 하드와 USB 메모리를 별도의 드라이버 설치 없이 바로 인식하고, ‘하드웨어 안전하게 제거’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도 2000/ME부터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9:47 2010/01/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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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2010/03/15 21:53 # M/D Reply Permalink

    너무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앞으로 이런 쪽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몰랐던 내용 잘 알고 갑니다 ^^

    1. 사무엘 2010/03/16 07:53 # M/D Permalink

      고맙습니다.
      비스타를 조금 써 보니까 바로 저런 차이가 느껴졌는데,
      단순히 Aero나 UAC 같은 거 말고 비스타의 그런 면모에 대해 언급한 글을 찾을 수가 없어서
      제가 직접 정리를 해 본 것입니다.
      저는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얼리 어답터나 파워 유저 부류는 아니고요.
      요즘은 옛날만치 자주 글은 못 올리지만, 앞으로도 자주 찾아오셔서 좋은 말씀 많이 남겨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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