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 동기화


컴퓨터가 충분히 발전하여 오늘날의 운영체제 시스템 개념을 실현하게 된 것은 중앙 처리 장치가 최소한 32비트로 커지고부터이다. 보호 모드, 가상 메모리, 스레드 같은 것들. 4GB 정도는 돼야 주소 공간이 아쉬운 대로 넓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메모리 부족하고 열악한 임베디드 기기라 해도, 일단 최소한 디스플레이가 있는 general-purposed 컴퓨터라면, 16비트 시절의 원거리/근거리 포인터 같은 기법을 재도입할 정도로 열악하지는 않다.

물리 메모리와 가상 메모리의 대응을 운영체제가 CPU 차원의 지원으로 즉각 수행할 수 있게 되고 시분할 동시작업도 하드웨어 차원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매우 큰 편의와 잠재성을 제공하게 되었다. 이를 입증하는 윈도우 3.1과 95의 큰 차이는 마우스 포인터 모양만 봐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프로그램을 로딩하고 있을 때는 마우스 포인터가 완전 모래시계로 바뀌고 시스템 전체가 응답 불가 상태였지만, 지금은 화살표 오른쪽에 작은 모래시계가 붙고 시스템은 여전히 사용 가능하다(물론 좀 느려지기는 하지만). 또한, 모래시계 포인터는 해당 프로그램 안에서만 모래시계이지 다른 응용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화살표이다. 이른바 선점형 멀티태스킹 덕분이다.

단일 스레드 환경에서 사용자의 입력도 받으면서 작업도 동시에 수행하려면 타이머로 정말 찔끔찔끔 작업을 하거나, 작업 루틴 내부에서 수시로 입력을 체크(윈도우 API로는 PeekMessage 같은)해 주어야 했다. 효율은 효율대로 떨어지고 코드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멀티스레드에서는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단일 스레드에서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던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스레드 동기화이다.

실행되고 있는 여러 스레드에 CPU 시간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는 정말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심지어 a++; 같은 간단한 문장도 기계어로는 두세 개로 번역되는데 이 명령을 수행하던 도중에 스레드의 context가 바뀔 수가 있다. 여러 스레드가 동일한 데이터에 동시에 접근하여 값을 읽고 쓰다 보면, 다른 스레드에 의해 계산 전 값이 덮어써지거나, 아직 처리가 덜 끝난 중간 상태가 다른 스레드에 의해 뒤엉켜 버릴 수가 있다.

쉽게 말해서 a=0이고 a의 값을 1 증가시키는 스레드를 100개를 만들어서 아무 통제도 없이 이들을 동시에 실행시켰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스레드 실행이 모두 끝난 후 a의 값이 100이 되어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한 스레드가 a의 값이 0임을 인지만 한 찰나에 다른 스레드로 context가 넘어가고, 그 스레드 역시 a의 값을 0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두 스레드는 모두 1이라는 값을 기록하게 되고.. 그렇다면 a는 도저히 100이 될 수가 없어짐이 명확하다. a++ 같은 지극히 단순한 연산이 이러한데 하물며 링크드 리스트나 트리 같은 복잡한 자료 구조를 변형하는 루틴에 여러 스레드가 동시에 접근한다면 어떤 재앙이 벌어질까?

멀티스레드 환경에서는 필연적으로 한 데이터를 여러 스레드가 공유하게 된다. 문서를 입력 받는 GUI 스레드와, 내부적으로 문서의 맞춤법 검사를 하는 스레드. 작업을 진행하는 스레드와 그로부터 작업 상황을 출력하는 스레드 등. 컴퓨터는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짜 준 작업 중 어느 구간이 반드시 원자성이 보장되어야 하는지, 어느 구간이 반드시 여러 스레드들이 순차적으로 실행되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는 사용자가 지정해 주어야 하며, 운영체제는 스레드 동기화를 위한 여러 기법들을 제공하고 있다.

아무 통제 없는 무법천지인 멀티스레드 환경만으로는 프로그래머가 뭔가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멀티스레드 환경을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한 화장실에다 비유하는데 무척 재미있고 적절한 비유 같다. 사람은 바글바글한데 화장실 문을 잠글 수 없다면 누가 감히 용변을 볼 수 있을까?

먼저, 여러 스레드들이 공유하여 시시때때로 값을 바꿀 수 있는 변수라면 C/C++의 경우 volatile로 선언하는 것이 필수이다. 고급 언어로 한 메모리 영역으로 표현되는 변수라 할지라도, 기계상으로는 메모리와 레지스터라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멀티스레드를 고려하다 보면 프로그램 모듈간의 독립성도 결국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당장 쓰기 쉽다고 습관적으로 남발하던 전역/static 변수들은 멀티스레드 환경에서는 재앙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정수 변수값을 1 증가하거나 감소시키는 것을 원자성이 보장되게 수행해 주는 InterlockedIncrement/Decrement라는 함수를 제공한다. 앞서 말했듯이 심지어 a++; 같은 간단한 연산조차도 컴퓨터에서는 CPU 한 사이클로 해결되지 않으며, 연산 수행 도중에 스레드 context가 바뀌고 결과가 꼬일 수 있다. 여러 스레드가 동시 접근할 수 있는 COM 오브젝트를 만든다면 reference count를 관리하는 함수를 이 함수를 이용해서 만들면 될 것이다. 고작 숫자를 1 더하고 빼는 것밖에 없지만 이것이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스레드 동기화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보다 좀더 복잡하고 임의적인 루틴에 동기화 제동을 걸고 싶다면 임계 구간(critical section)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크리티컬 섹션 오브젝트를 전역 변수로 선언하여 초기화해 준 후, 한 번에 한 스레드만이 차례대로 접근해야 하는 구간의 앞에 EnterCriticalSection을 해 주고, 끝에 LeaveCriticalSection을 해 주면 된다. 방법도 쉽다. 아까의 Interlocked* 함수는 크리티컬 섹션이 가미된 a++ 연산이라고 보면 된다.

이 정도면 다 된 것 같은데 동기화와 관련해서 또 필요한 게 있을까? 크리티컬 섹션은 간단하고 쓰기 쉽고 성능도 매우 좋은 반면, 타 스레드가 임계 구간을 빠져나올 기미가 안 보이더라도 한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또한 동일한 코드에 대한 스레드 접근만 제어할 수 있지, 다른 스레드(심지어 다른 프로세스)가 임의의 다른 작업을 끝낼 때까지 나의 스레드 실행을 멈추는 식으로 제어를 할 수는 없다.

이쯤 되면 그림이 나온다. 스레드 동기화 기능들을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busy waiting을 없애는 것이다. XT, 286 시절에는 컴퓨터 실행을 좀 느리게 하기 위해서 for i=1 to 5000: next 같은 문장을 썼지만 지금은 그건 큰일 날 짓이다. 자발적으로 일정 시간 CPU 시간을 내어 주고 프로그램 실행을 멈추는 Sleep 같은 운영체제 함수를 써야 한다. 어떤 스레드가 작업을 끝낼 때까지 쉬는 것도, while(bProcessing); 이런 식으로 수도 없이 뺑뺑이를 도는 polling은 절대 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조건이 만족될 때까지 스레드를 CPU의 사용 없이 자동으로 기다리게 하는 함수가 있으며 이와 관련된 스레드 동기화 오브젝트들이 커널 차원에서 제공된다. “어떤 스레드가 임계 구간을 빠져나갈 때까지”란, 그 조건의 subset일 뿐인 것이다.

커널 오브젝트는 단순 크리티컬 섹션보다는 느리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user 모드와 kernel 모드 사이의 전환 overhead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쓰임이 훨씬 더 범용적이며, 단순한 변수가 아니라 핸들과 이름으로 식별하기 때문에 inter-process하며 시스템 전체에서 통용이 가능하다. (이런 커널 오브젝트의 존재 여부로 프로그램의 중복 실행을 감지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크리티컬 섹션은 스레드의 waiting이 아주 implicit하게 일어나지만, 커널 오브젝트는 이를 WaitForSingleObject 같은 함수로 explicit하게 지정 가능하며 기다리는 한도를 제어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커널 오브젝트들과 덩달아 함께 기다리게 할 수도 있다.

뮤텍스는 크리티컬 섹션의 커널 오브젝트 버전에 가깝고, 세마포어는 임계 구간에 들어갈 수 있는 스레드의 최대 개수를 지정할 수 있어서 뮤텍스보다 더욱 범용적이다.
한편 이벤트는 굳이 임계 구간이 아니더라도 사용자가 임의의 신호를 날려서, 그 신호를 기다리며 잠들어 있던 스레드를 깨울 수 있게 한 원초적이고 general-purpose한 동기화 수단이다.

결국 스레드 동기화 수단이 여럿 등장했는데, 구현 형태는 달라도 결국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 동사는 딱 둘.. ‘잠그기, 풀기’로 요약된다. 그래서 MFC는 이런 것들을 CSyncObject라는 클래스로 요약하여, Lock과 Unlock이라는 가상 함수로 공통 기능을 추상화해 놓고 있다.

참고로 이런 것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파일, 스레드 핸들 그 자체 같은 다른 커널 오브젝트들도 동기화 오브젝트에 해당하는 것이 여럿 있다. 그래서 해당 프로세스의 실행이 끝날 때까지, 혹은 스레드의 실행이 끝나고 파일 트랜잭션이 끝날 때까지 프로그램을 기다리게 하는 게 가능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9:52 2010/01/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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