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탈 때 자전거를 갖고 타도 될까? 여기에 대한 규정은 의외로 회사별로 case by case이다.
레벨 1. 모든 요일, 모든 시간대에 가능: 공항 철도
한때는 환승 할인도 없이 독자적인 요금을 징수하여 어그로를 이끌었던 공항 철도가, 코레일에 인수된 이후 자전거에 관한 한 가장 대인배가 되었다. 물론 열차가 워낙 한산하니 자전거를 실을 여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 구간 말고 서울역-김포공항 같은 서울 도심 구간까지 동일한 정책이 적용된다는 점도 포인트.
단, 직통열차는 당연히 불허이며, 인천국제공항 역 자체는 자전거 출입을 할 수 없다.
레벨 2. 평일 출퇴근 시간대만 빼고 모든 요일과 시간대에 가능: 코레일 외곽형 노선. 경의선(DMC-문산), 중앙선(용산-용문 전구간), 경춘선(상봉-춘천 전구간).
경의선은 전구간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서울역-DMC 구간은 그렇잖아도 열차가 1시간에 한 대씩밖에 안 다녀서 혼잡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레벨 3. 토, 일, 공휴일에 가능: 2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코레일 노선들. 분당선, 그리고 1, 3, 4호선에서 코레일 관할 구간(서울역 이남, 청량리 이북, 대화-지축, 선바위-오이도)이다.
레벨 4. 토요일을 제외하고 일, 공휴일에만 가능(즉, 빨간날에만): 서울 지하철 1~8호선. 이 레벨이 사실상 지하철 회사들의 표준 가이드라인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에 비해 코레일은 전반적으로 여느 지하철 회사들보다 관대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레벨 5. 언제나 불가능: 9호선, 신분당선
민자 전철들은 자전거의 휴대 승차를 전혀 허용하고 있지 않다. 9호선이야 서울 도심을 정면으로 통과하고 4량 1편성밖에 안 되는 작은 열차에다 자전거를 또 싣게 해 줄 여력도 없는 게 이해가 되는 반면, 신분당선은 좌측통행까지 할 정도로 좀 더 광역전철스러운 구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벨 2나 3 정도의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게 아쉽다.
가령, 경인선은 정말 승객들로 터져나가는 혼잡한 구간이지만 코레일이 레벨 3으로 랭크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내가 여행하고자 하는 구간이 여러 회사들의 관할 구간에 걸쳐 있다면 물론 가장 엄격한 허용 기준에다 맞춰야 할 것이다.
수인선은 주변의 안산선, 경인선, 그리고 앞으로 분당선과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레벨 3이 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개통할 수원-안산 사이 구간은 주변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외곽임을 감안했을 때, 이곳만은 관대하게 레벨 2로 해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천 지하철 1호선은 내가 공식 자료를 보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의 표준인 레벨 4를 따를 거라 예상된다.
토요일 낮에 모든 지하철들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얼마나 혼잡한지 아시는 분이라면, 토요일도 자전거 휴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단지 외곽형 광역전철들은 국가의 자전거 우대 정책에 따라 주기 위해서 규정상 허용해 줄 뿐이다.
위의 규정을 위반하고 지하철에 자전거를 휴대하다가 적발되면, 전철 기본 요금과 비슷한 수준의 부가금을 낸 뒤 열차에서 하차 조치를 당한다. 쉽게 말해서 강퇴 당한다. 추가 요금을 내고 자전거를 싣는다는 개념이 아니므로, 이 점에 대해 오해 없어야 한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적발되는 게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 이 글에서 다뤄진 모든 자전거는 접을 수 없는 자전거를 일컫는다.
반으로 접은 자전거는 위의 모든 레벨들을 무시하고 어느 요일과 어느 시간대와 어느 노선에든 휴대하고 열차내에 반입 가능하다. 맨 앞이나 맨 뒷칸에만 실을 수 있다는 건 그냥 권장 사항일 뿐 강제는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