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이 아닌 건물 부지의 중심에 있는 지하철역
일반적으로 지하철역은 큰 도로의 교차로에 만들어지거나, 최소한 길을 따라 그 아래에 나란히 건설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신분당선 판교 역은 길이 아니라 사방의 길로 둘러싸인 거대한 직사각형 부지의 정중앙에 건설되었다.
이 때문에 판교 역 주변에는 버스 정류장도 판교역 동편/서편/남편/북편 이렇게 네 개가 서로 뚝 떨어져 있다.
판교 역이 있는 부지에는 앞으로 거대한 상업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그러면 판교 역은 마치 지금의 분당선 서현 역처럼 건물 안에 있는 전철역이 될 것이다.
이런 건물의 건설을 염두에 두고, 현재 역의 근처에는 신분당선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지하 주차장도 있다. 신분당선 본사가 이 역 근처에 있기도 하니, 판교 역은 공항 철도로 치면 검암역과 비슷한 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판교 역은 앞으로 성남-여주선의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본사 소재 + 상업 시설 + 환승 노선이라는 속성이 모두 갖춰질 예정인 판교 역의 미래가 기대된다.
2. 지상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
지난 2005년에는 6호선 환승을 위해 1호선 동묘앞 역이 건설되었다. 기존 지하철 구간에 역이 신설된 것은 분당선 이매 역에 이어 이것이 두 번이다.
지하철은 선로+승강장뿐만 아니라 대합실· 매표소까지 모두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상에는 내려가는 계단 출입구만 존재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1호선 동묘앞 역은 2번 출구 쪽에 지하철역 '건물'이 지상에 있다. 이런 형태는 지하철에서 좀체 보기 힘든 형태이기 때문에 본인은 이것을 흥미롭게 주목했다.
물론, 상업 시설과 일심동체가 되어서 건물을 갖추게 된 지하철역이야 분당선에도 있고(서현 역이 대표적), 아까 소개한 판교 역도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승무 사무소 때문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5호선 개화산 역이 유명하다. 도철 소유의 승무 사무소 건물이 있으며 그 건물 아래로 지하철역이 있다. 이 역에 존재하는 2개의 출구는 그냥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그리고 8호선 잠실 역도 9번 출구가 바로 승무 사무소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통로가 건물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으며 곧바로 지하로 내려간다.
3.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암 역 vs 9호선 개화 역
차량 기지 내부에 설치된 임시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 장암은 의정부에 있는 반면 개화는 그래도 끝자락이나마 인서울이다..
- 장암은 단선이고 모든 열차가 들어가지 않아서 배차도 길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고 급행이 아닌 일반열차들은 모두 간다.
- 개화는 두단식 승강장이지만 장암은 그렇지 않다.
- 장암은 스크린도어가 있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다.
차량 기지 안에 역을 만드는 테크닉의 원조는 7호선 장암인데, 도철의 경우 그 후로도 5호선 강일, 6호선 신내가 계획되어 있다.
다만, 8호선 모란 차량 기지는 노선의 선형과 주변 역세권의 문제로 인해 내부에 역이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1기 지하철들은 순환선이거나 노선의 끝이 광역전철과 직결되거나, 이미 기지 구간 너머로도 노선이 연장되기도 했기 때문에(수서, 지축, 창동 등) 저런 트렌드와는 무관한 영역에 있다.
한편, 개화 역은 그래서 장암뿐만 아니라 1호선의 종점 중 하나인 인천 역과도 공통점이 있다.
비록 인천은 차량 기지가 있는 역은 아니지만 승강장이 지상에 섬식+두단식이며, 이전역과의 선형이 직선이 아니라 빙 굽어 있는 것이 유사하다.
또한 급행은 이전역까지만 운행된다는 점도 똑같으니 기막히지 않은가? (김포공항 vs 동인천)
다만, 개화는 계단 없이 승강장에 도달할 수 있는 '바로타'는 아니다.
장암은 역 건물에서 승강장까지는 '바로타'이지만, 역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 어차피 선로 하나를 육교로 타넘어야 한다.
* 이런 식으로 이색 지하철/철도역을 복습 차원에서 좀 더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 승강장에서 자연 채광을 볼 수 있는 역은? 녹사평, 양천구청, 광명
- 승강장이 지상인데 정작 지상에 역 건물이 없기 때문에, 지하로 들어갔다가 올라가야 하는 역은? 대방, 신도림
- 주택가 내지 완전 골목길에 출입구를 볼 수 있는 역은? 마천, 신길
- 지하역인데 승강장이 대합실보다 더 얕은 역은? 지하 청량리
- 다리 위에 건설된 초유의 역은? 구일
- 전부 또는 일부 승강장이라도 계단 없는 '바로타' 탑승이 가능한 역은? 인천, 가좌, 신답, 경의선 서울역, 노량진(일부), 화서(일부) / 용두· 장암· 7호선 건대입구(매표소-승강장 사이만)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