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라고 해서 다 똑같이 제자리에서 출렁거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엔 마치 무빙워크처럼 유속이 다른 일정한 흐름이 있다. 애니메이션 '니모'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약간 과장이 곁들어진 형태로 묘사되어 있듯이 말이다. 지구의 자전과 달의 인력이 참으로 지구 자신을 살아 있는 행성으로 만드는 게 틀림없다.
그런데 오늘날 당연히 알려져 있는 이런 사실이 불과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한 사실이 아니었나 보다. 1850년대에 세계 최초로 해류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바닷바람과 해류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여 항로 기상도를 작성한 사람은 매튜 머리(Mathew Maury)라는 미국의 해양학자이다.
그리고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으며, 병상에서 성경을 묵상하던 중에 시편 8:8에 나오는 '바다들의 행로'라는 단어에서 착안하여 바닷길을 발견을 해냈다는 건 아주 잘 알려진 일화이다. 덕분에 이 사람은 크리스천 과학자, 성경의 과학성, 창조 과학 같은 주제를 다룰 때 예화로 거의 무조건, 정말 자주 등장한다.
그로부터 딱 100여 년 뒤엔 해류에 이어 기류라는 것도 발견되었으니 매우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의 말기이던 1944년엔 일본을 공격하고 복귀하던 어느 미군 폭격기 조종사가, 태평양을 횡단하는데 갈 때와 올 때 비행기에 걸리는 부하와 연료 소모, 소요 시간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이것이 공중에 굉장히 빠른 공기의 일정한 흐름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규명했다. 바람을 타고 가느냐, 거슬러 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제트 기류이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땐 한국-일본 방면 벡터로 비교적 곧게 가고 시간도 덜 걸리지만, 돌아올 땐 알래스카 쪽으로 돌아서(?) 가고 시간도 더 걸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제트 기류가 하필 항공기의 순항 고도에 딱 맞춰 존재하는 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육지에서 길이라 함은 단순하게만 보면 발자국이나 바퀴 자국이 많이 쌓여서 특정 목적지를 향해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한 일정 길이의 표식/시설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큰 길은 일정 폭 이상으로 포장까지 되어서 큼직한 수레가 적은 힘을 들이고도 편리하게 굴러갈 수 있으며, 비가 내려도 진흙탕까지 되지 않는 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유체(바닷물 내지 대기) 중에 존재하는 '길'이라는 건 육지의 길과는 개념적으로 다른 종류이지만, 그래도 방향성을 띠고 있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비행기나 배의 동력 효율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길'을 논하자면 길 중의 길이요, 길 중에 단연 으뜸인 철도가 빠질 수 없다.
철도의 선구자들 중에 성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과학자, 기술자는 없나 궁금하다. 허나 불행히도 KJV에서 rail은 '욕하다'라는 동사로만 쓰인다. ㅜ.ㅜ 우리나라엔 <레일러>(Railers)라는 철도 동인지까지 있는데 성경에서는 그게 '욕설하는 자'라고 버젓이 번역되어 있으니, 참 딱한 노릇. 물론 두 단어는 그냥 우연히 생긴 동음이의어일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