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에 대해서 더는 글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또 하나 글을 쓰게 됐다.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지냈던 게임 중 이벤트가 하나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페르시아의 왕자에는 주인공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이상한 이벤트가 있다.
레벨 4에서 클리어 관문을 열고 나오면 거울이 하나 생겨서 길을 가로막는다.
이 거울을 도움닫기 점프로 깨뜨리면 진행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때 자기 영혼 내지 그림자? 도플갱어가 빠져나가고 그 과정에서 왕자는 HP가 1로 다 깎여서 죽기 직전의 상태가 된다.
도플갱어의 정체가 무엇인지, 제작자 조던 메크너가 무엇을 의도하고 이런 걸 넣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도플갱어가 왕자에게 하는 짓은 결코 호의적이지는 않다.
레벨 6에서 뚱보를 죽인 뒤에 벼랑을 앞두고 서로 만났을 때는, 도플갱어가 문을 쾅 닫아서 왕자를 벼랑 아래로 빠뜨려 버린다.
그 뒤로 도플갱어는 한동안 등장하지 않다가 게임이 끝날 때가 다 된 레벨 12의 꼭대기 층에서야 등장한다. 원수진 것 때문에 서로 칼을 뽑고 대적하지만 그래도 성질 죽이고 칼을 집어넣고 서로 합체를 해야 살 수 있다. 재결합을 한 뒤에는 보상 차원에서인지 전체 체력이 1 증가된다.
이 글에서는 그 전에 레벨 5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에 대해서 좀 분석을 해 봤다.
레벨 5에는 전체 체력을 1 늘려 주는 대형 물약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왕자가 먹을 수 없다. 도플갱어가 먼저 와서 진짜 말 그대로 정확하게 '먹튀'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자, 옛날에 페르시아의 왕자를 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옛날 생각이 나실 것이다.
1층과 3층에 문이 있는데 물약이 있는 3층 문은 닫혔기 때문에 낮은 1층으로 먼저 들어가야 한다.
1층 문을 진입하는 순간, 발판 때문에 문은 쾅 닫힌다. 왔던 길로 못 돌아간다. 미우나 고우나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상태가 되고, 어떻게든 저 무시무시한 왕복 톱날 2개를 통과하여 물약을 먹으러 가야 한다.
톱날을 통과하면 곧장 1층과 3층 문을 모두 여는 발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3층 문이 열리자마자 3층에서는 왕자의 도플갱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물약을 쳐묵쳐묵 한 뒤 달아나 버린다.
톱날을 지나면서 힘들게 묘기는 우리가 다 했는데 갑자기 저 녀석이 소중한 물약을 먹튀하다니..
일단, 맵의 디자인이 굉장히 교활하게 돼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문을 여는 발판이 하나만 있어도 될 게 굳이 2개씩이나 있다. 왼쪽 것과 오른쪽 것 중에 오른쪽 것은 3층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무조건 밟지 않을 수가 없다. 둘 중 어느 것을 밟더라도 1층과 3층 문이 모두 열린다. 그리고 3층이 열리는 순간 왕자가 미처 3층으로 다 올라가기도 전에 도플갱어가 먼저 달려온다..
결국, 왕자가 3층으로 올라갈 때까지 저 문이 최대한 늦게 열리게 하려면..
저 두 발판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왕자가 두 발판을 사이에서 오른쪽이 아닌 왼쪽을 보고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꽤 어렵다. 그래도 오른쪽의 둘째 톱날의 앞에 바싹 붙어 선 뒤, 오른쪽으로 점프를 하면 왼쪽 발판을 밟지 않고 양 발판의 사이에 설 수 있다.
그 상태에서 3층으로 올라감과 동시에 3층 문이 열리게 하면 그나마 시간을 최대한 벌 수 있으나..
그래도 우리가 도플갱어보다 먼저 물약에 닿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최선을 다해도 결국 위와 같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본인이 시도한 것은, 3층 문을 열어서 도플갱어가 들어올 때쯤 도로 1층으로 내려가서 문을 닫아 버리는 것이었다. 1층의 닫힘 발판은 1층 문뿐만 아니라 3층 문까지 한꺼번에 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엄청나게 어렵다. 아까 저 그림처럼 3층 문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왼쪽을 보고 있는 상태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 데다, 거기에다 추가적인 묘기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준비됐으면 발판을 밟아서 3층 문을 연 뒤, 정확한 타이밍을 노려서 2개의 톱날을 도움닫기 점프로 한번에 통과하고 1층으로 떨어져서 닫힘 발판을 밟아야 한다! 타이밍이 안 맞으면 톱날에 찍혀 끔살당한다.
그래도 이것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랄한 우리의 도플갱어는 닫힌 철문도 통과하고서 물약을 훔쳐 먹고 유유히 사라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로 답이 없고 불가능이긴 하다.
2중 톱날은 왕자의 진행 속도를 크게 낮추는 어려운 트랩이다.
레벨 8의 경우, 클리어 관문을 열기 위해서 2중 톱날을 왕복으로 통과해야 한다.
그러고 나니까 철문이 닫혀 있어서 꼼짝없이 갇혔는데, 이때 공주가 보낸 생쥐가 문을 열어 주는 게 원래의 설정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2중 톱날도 아무 거리낌없이 통과하여 철문이 완전히 닫히기도 전에 자력으로 빠져나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유튜브에서 괴수들의 플레이 동영상을 보면 그런 게 있다.
레벨 8에는 그런 플레이가 있는 반면, 레벨 5에서 도플갱어를 따돌리고 대형 물약을 먹는 데 성공했다고 하는 테크닉이나 플레이 동영상은 인터넷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MEGAHIT 치트를 써서 게임을 실행한 뒤, 도플갱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K(현재 화면에 있는 몹을 죽임)를 누르면 도플갱어가 사라진다. 이를 활용하면 레벨 5에서 대형 물약을 먹을 수 있게 되며, 레벨 6에서도 도플갱어가 있는 절벽 건너편으로 올라가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치트를 써서 만들어 낸 결과일 뿐이다.
참고로, 2007년에 나온 3D 리메이크작인 <페르시아의 왕자 클래식>은 이 시스템이 좀 개선되었다.
2층에서 3층 문을 열었다가 1층으로 잽싸게 되돌아와서 그 문을 닫아버리면, 도플갱어는 왔다가 물약을 못 훔치고 되돌아간다. 그래서 레벨 5에서도 대형 물약을 먹고 체력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리메이크작은 톱날이 2개이던 것이 1개로 줄고 왕복 주기도 원작보다 훨씬 더 길기 때문에, 통과하기도 쉽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