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이며, 사용자로부터 프로그램과 관련된 문의 사항을 종종 메일로 받고 있다.
그런데, 단순 문의나 버그 신고, 제안을 넘어서 이런 한글/일반 문자 입력 방식을 고안해 놓은 게 있는데 이걸 혹시 날개셋에서 쓸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오기도 한다.
사실, 내 프로그램은 초보자가 당장 사용하기가 좀 어렵다는 것을 본인도 인정한다.
워낙 특이하고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개발 취지와 내부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고급 기능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날개셋문자, 수식, 오토마타, 낱자 결합 규칙 같은 것들...
그러나 내 프로그램도 비록 여전히 내용이 어렵다는 비판은 있을지언정, 모든 기능들이 개념 설명과 문서화는 충분히 돼 있다.
스스로 설정을 이것저것 바꿔 보고 있는데 모르는 게 있어서 궁금한 부분만 묻는 것도 아니고,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밥을 떠 먹여 달라는 부탁을 내가 일일이 다 들어 줄 수는 없다.
그분들이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구조를 공부하는 게 어려운 것만큼이나,
역으로 그분들이 생각하고 있는 각종 독창적이고 기괴한 입력 방식 스펙을 내가 이해하고 의견을 맞추는 것도 만만찮게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쪽에서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리고 만에 하나 내가 입력 설정 파일을 하나 만들어 줘도 그분들이 그걸 제어판에서 불러다 선뜻 쓸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자기 입력 방식을 실제로 쓰다 보면 결국은 마음에 안 드는 게 생기고, 또 고치고 싶은 게 생기기 마련이다. 당사자는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그걸 내가 일일이 다 고쳐서 애프터서비스를 해 줄 수도 없다.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라 그 사람의 아이디어에 대한 서비스가 말이다.
그러니 내가 일일이 다 코치를 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구조를 다 공부할 여력이 안 되는 분의 부탁을 고사만 하는 것도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라 생각되기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이용한 문자 입력 방식 구축 컨설팅(?) 서비스는 앞으로 유료로 정식 제공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1.0 이래로 수익 모델은 한동안 대회 상금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1년 남짓 전부터 후원금을 받기 시작했으며 고맙게도 몇몇 분들께서 실제로 후원을 해 주셨다.
그 다음으로 제3의 수익 모델로는 저게 자연스럽고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리눅스 배포사들도 리눅스 자체는 무료 배포하고, 각종 기술 지원을 유료로 함으로써 이윤을 내지 않던가.
그것처럼 <날개셋> 프로그램 자체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 가능하되, 자기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세팅하는 기술 지원만을 유료로 하는 것이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한 입력 방식에 대해서 customize된 ist 파일을 한 번만 만들고 애프터서비스 없이 끝내는 것이 3만 원, (단수?)
그리고 첫 ist 파일이 완성된 이후로 두 주 동안 최대 3회까지 입력 방식의 개정 요청까지 들어 주는 것이 5만 원 선이다. (복수?)
물론 만들어진 파일의 내부 구조와 원리에 대해서 각종 설명은 충분히 해 준다.
그리고 단수라 해도, 애초에 입력 설정이 예전에 접수된 주문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수정을 해 준다. 주문 자체가 모호하고 불충분했던 것에 대한 추가 보완 내지, 단순 변심 수정 요청만을 받지 않을 뿐이다.
이건 양산된 컨텐츠를 뿌리는 게 아니라, 일종의 일대일 맞춤형 과외 같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비용이 무슨 공산품 수준으로 저렴할 수는 없다.
저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으면 자기가 직접 날개셋 도움말을 독학하면서 수식을 입력하고, 비한글 입력의 경우 고급 입력기의 로직을 스스로 짜면 된다.
즉, 프로그램 자체가 무료인 이상, 무료 우회도로가 얼마든지 존재한다. 유료 고속도로는 단지 더 빠르고 편하게 가게만 해 줄 뿐이다.
거래는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사용자가 먼저 자기 입력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단수와 복수 중 원하는 서비스를 주문한다.
그러면 본인은 그 입력 방식에 대해서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되묻고, 그게 기술적으로 내 프로그램에서 가능한 입력 방식이라면 승락을 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서비스료를 후원 계좌로 입금하면 본인은 그 입력에 대한 설정 파일을 만들고 사용자에게 이것을 보내 준다.
입력 방식 컨설팅 수요가 얼마나 될지 앞으로 지켜보겠다.
오해가 없게 다시 말하지만, 자기가 직접 프로그램을 써 보면서 잘 모르는 것을 본인에게 문의하고 상담하는 건 당연히 얼마든지 무료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프로그램을 자기 입맛대로 설정을 다 맞춰서 떠 먹여 달라는 주문만이 유료이다.
2.
다음으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외부 모듈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최상위 순위권으로 접수되어 온 질문에 대한 설명을 좀 다시 하겠다.
“드보락 자판을 쓰려고 하는데, 쿼티/빈 입력 스키마 글자판이 또 자꾸 새로 생기는 것” 말이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외부 모듈(IME)은 편집기처럼 자기 혼자 독자적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운영체제 내지 응용 프로그램과도 조화를 이루며 동작해야 한다.
응용 프로그램이 생각하는 영문 모드는 “IME가 영문 글자를 보내는 모드”가 아니라 IME가 아무 키도 처리하지 않고 그걸 응용 프로그램으로 그대로 보내 주는 모드이다. 이때 지원되는 쿼티 배열은 IME보다도 아래인 키보드 드라이버 차원에서 제공되는 기능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개셋>도 여러 입력 항목 중에 아무 글쇠도 처리하지 않는 모드를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며, 날개셋의 영문 모드가 아니라 “운영체제가 지정하는 영문 모드”로 진입해야 할 때는 날개셋 프로그램이 자신을 그런 모드로 동기화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는 '빈 입력 스키마'가 지정되는 것이다.
<날개셋>으로 드보락 글자판을 아무리 설정해 봐도 그것은 운영체제의 관점에서는 영문이 아니라 한글 모드일 뿐이다. 응용 프로그램의 단축키가 드보락 방식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 드보락이 native 쿼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 자리를 통해 다시 밝히는 바이다.
3.
음, 그리고 이번에도 한영 상태 관련 이슈이다.
지금이 한글 모드인지 영문 모드인지, 지정돼 있는 글자판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게 할 수 없느냐는 문의도 지금까지 종종 받았다.
옛날에 삼성 전자에서 개발한 워드 프로세서인 훈민정음이 생각난다. 한글 모드일 때는 cursor가 검은 반전이 아니라 빨간색으로 바뀌었었다...!
이미 한영 상태 표시를 위해 입력 도구모음(language bar)에 아이콘이 있기 때문에 본인은 그걸 놔 두고 구태여 또 다른 UI를 만들 생각은 없음을 밝힌다. 게다가 훈민정음처럼 cursor의 외형을 바꾸는 것은 워드 프로세서 같은 응용 프로그램의 영역이지 한낱 IME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다만 Windows 8의 style(modern, metro) UI의 경우 language bar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시각적 피드백이 필요하다. 입력란으로 키보드 포커스가 가면 현재의 IME 입력 모드가 간단한 사각형 모양으로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것은 <날개셋>도 지원한다.
그러나 이 기능을 굳이 style UI 말고 기존 데스크톱 UI에까지 지원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