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방식 이야기

오늘날은 정말 전기 없이는 잠시도 돌아갈 수 없는 시대이다. 21세기엔 24시간 상시 켜져 있는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사람마다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전기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져 있다.
교통수단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전철에 목숨을 걸고 있는 철도 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동차도 기름값이 워낙 오르니 하이브리드 내지 순수 전기 동력원이 주목을 받는 중이다.

굳이 동력원 자체가 아니더라도 엔진 내부 역시 종래엔 기계 제어이던 것이 다 전자 제어로 바뀌어서 어떤 형태로든 컴퓨터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교통수단들은 연료 소비 효율이 더 좋아지고 예전보다 사람이 신경을 덜 쓰고도 운행이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 자동차의 경우 급발진 문제가 의심되고 있으며, 침수에 예전보다 더욱 취약해지기도 했다.

뭐 어쨌든..
교통수단이야 전차선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엔진의 힘으로 자가발전을 해야겠지만
붙박이 건물들이 사용하는 전기는 잘 알다시피 발전소라는 거대한 국가 기간 시설에서 생산된다. 예전에 심시티 게임을 할 때도 도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지어야 하는 시설은 바로 발전소였다.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종족으로 치면 파일런 같은 건물이다.
전기는 생산되는 직후 광속으로 흘러가 없어져 버린다는 특성상,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수력, 화력, 원자력, 풍력, 조력 등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발전 방식은 결국 동력을 얻어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동력 발전은 열을 만들어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는 놈, 쉽게 말해 열기관이 주류이며, 화력이나 원자력, 심지어 열병합이 여기에 속한다.

화력 발전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만, 자동차 엔진에 달린 발전기 같은 내연기관 형태가 아니라 보통은 증기 터빈이라는 외연기관이 쓰인다. 아마 이게 출력과 효율이 더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 반면, 무공해를 표방하는 일명 대체 에너지 발전 방식은 대부분 열 없이 자연의 힘으로 동력을 얻는 발전 방식 위주이다. 공해는 없지만 발전 용량이 메이저들보다 턱없이 부족한 게 흠이다.

수력 발전은 비록 원시적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 물의 위치 에너지, 즉 잠재적인(포텐셜) 에너지를 사용하여 발전한다는 특성상, 순발력이 좋고 전력 생산량의 제어가 용이한 게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한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여타 자연 동력 발전은 논의할 가치도 없거니와 화력도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풀가동 모드로 진입하는 데만 몇 시간씩 걸린다. 예열을 하고 증기를 만들기 위해서인지? 사실 거대한 디젤 엔진 선박만 해도 시동을 켜는 데만 수십 분 걸리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는 이보다 더해서 초기화하는 데 거의 하루씩 걸리고 가동된 놈을 세우기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발전이 시작되면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밤에도 잉여 전기는 낮과 별 차이 없이 계속 생산되어야 한다. 이걸 좀 쓰라고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심야 전기 할인이 존재해 온 것이다.

여담이지만, 수력은 멈춰 있던 발전 설비의 첫 가동을 위해서 전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자동차만 해도 배터리가 방전돼 버리면 시동을 못 거니 말이다.

원자력은 많고 많은 에너지원들 중에 어떤 형태로든 태양으로부터 전혀 유래되지 않은 유일한 에너지원이라 여겨진다. 굳이 태양광 발전 같은 게 아니어도 날씨나 물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발전 방식은 전부 태양과 관계가 있으며, 심지어 화석 연료의 원천도 결국 태양 없이는 생길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우주 탐사선에는 원자력 전지가 탑재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지구 주변만 도는 인공위성 정도야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집광판이 달려 있지만, 보이저/파이어니어 같은 탐사선에는 그런 게 없다. 걔네들은 공기 유체역학 원리로 비행하는 게 아니니 비행기 같은 날개도 없고 말이다.

원자력 발전은 20세기에 인간이 이룩한 위대하고 엄청난 과학 업적임이 분명하다. 물론 관리를 제대로 안 했을 경우 큰 위험에 빠지는 건 사실이나, 지금까지 찬란한 전기 문명 혜택은 실컷 입어 놓고는 대안도 없이 반대만 줄곧 늘어놓는 주장에는 선뜻 공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한편,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태양광 발전은 화학적 원리로 전기를 만들지 동력으로 전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태양열을 초대형 돋보기로 한데 모아서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리는 게 아니니, 전통적인 발전 방식과는 발상이 다르다. 신기하지 않은가? 마치, 많고 많은 정렬 알고리즘 중에 '비교 연산'을 쓰지 않는 알고리즘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빛으로 자가발전 내지 충전이 되는 손목시계나 계산기 같은 물건을 다시 보게 된다.

제한적으로는 사람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인력 발전도 생각할 수 있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제일 간단한 예는 자전거의 헤드라이트를 켜는 발전기인데, 어렸을 때부터 이게 무척 신기하긴 했다.
잘 알다시피 자전거의 바퀴와 발전기 바퀴를 연결만 시켜도... 자전거를 굴리는 데 드는 힘이 미세하게나마 더 증가한다. 전기 생산은 물리적으로 공짜가 아닌 것이다.

무슨 엔진 브레이크도 아니고, 전동차의 회생제동은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기왕 속도를 줄이는데 전기나 더 생산하자는 발상.

교도소 수감자에게 징역형으로 다른 노동을 시킬 게 없으면, 몸으로 전력이라도 약하게나마 생산해서 할당량을 채우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운동도 되고. -_-;
물론, 겨우 사람이 만드는 전기는 동력 기관이 만드는 전기에 비해 양이 턱없이 부족하며, 전압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전구 같이 밝기만 변하는 간단한 기기 말고 다른 정교한 기기에 바로 공급해 줘서는 곤란하다.

* 그나저나 영광과 울진 원자력 발전소가 이름을 바꾼 줄은 최근에야 알았다. 각각 한빛과 한울로. '광'이 '빛'으로, '울'은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외우기 쉽다. 해당 지역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2013년 5월부터 바꾼 거라고 하니 안타깝네. 고리와 월성은 지역명이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긴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4/01/12 08:17 2014/01/1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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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4/01/12 20:18 # M/D Reply Permalink

    그런 교도소가 해외에 있기는 있습니다. 자전거를 빡세게 타면 그 시간에 비례해서 형량을 줄여준답니다.

    1. 사무엘 2014/01/12 22:25 # M/D Permalink

      넵, 저도 글 올린 뒤에 검색해 보고는 얼마 뒤에 알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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