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언어학 잡설

1. '여' 불규칙

ㄱ부터 ㅎ까지
'가다(go), 나다(bring forth), 사다(buy), 자다(sleep), 차다(kick), 타다(get on), 파다(dig)'
라는 용어들을 생각해 보면, 이들은 과거형은
'갔다, 났다, 샀다, 잤다, 찼다, 탔다, 팠다'
라는 아주 규칙적인 패턴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하다'(do)만은..
'하였다' 아니면 '했다'라고 굉장히 이상하게 활용된다. 중등학교 국어 시간엔 이를 '여' 불규칙이라고 배운다.
그런데 어미 '여'가 쓸데없이 붙는 것도 이상한데, 그게 축약되어서 '했다'가 되는 건 또 뭐냐..? '하다' 말고 그 어떤 용언도 활용 시에 ㅏ와 ㅐ가 그런 식으로 연계하여 변하는 경우는 없다.

'가다'의 경우, 다른 'Xㅏ다' 용언과는 달리, 명령형에서 '가거라'라고 생뚱맞은 '거'가 불규칙으로 첨가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거'는 명령형에서만 첨가되지 '해서/하여서, 했다/하였다'의 '여'에 비하면 등장이 훨씬 제한적이다.

'갔다', '팠다'처럼 '핬다'라는 단어는 한국어의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던 걸까? 원래 있긴 했는데 혹시 전설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나서 '했다'라고 바뀌기라도 한 건 아닐까? 난 잘 모르겠다.

본인은 '바라다'가 자꾸 '바랬다', '바랬는데', '바램'처럼 활용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현상이 아닌가 하고 거의 10년도 넘게 더 전부터 생각해 왔다. '하다'는 '함'이 '햄'으로 바뀌는 건 아니니 둘이 완전히 같은 양상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도 자음 하나만 다른 '자라다'는 활용 과정에서 '라'가 '래'로 바뀌는 현상이 결코 전혀 없으니 참으로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랐다', '자랐는데', '자람' 등.. =_= 신기하다.

2. 지난 학기에 들은 변형 생성 문법 수업의 편린

(1) 아무래도 교재가 영어 원서이고 영어 통사론을 다루는 비중이 적지 않다 보니.. 선생님이 영어 고어 문법 얘기도 종종 하셨다. 그래서 내 머리엔 KJV 영어가 떠오른 적이 적지 않았다.

옛날에는 be + 동사PP가 수동태뿐만 아니라 마치 지금의 have + 동사PP처럼 완료 시제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KJV에 "is come"이 왜 이리도 많이 등장하는지 이제 알 것 같다.

(2) have가 의문문으로 등장할 때 Do you have 대신 곧바로 Have가 나오는 거..
난 개인적으로 have ye any meat? (요 21:5)가 곧장 떠오르던데 오늘날에도 이런 패턴이 영국의 일부 방언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마치 C언어로 치면, C이긴 한데 오늘날 안 쓰는 오리지널 K&R 스타일 C 같은 느낌이다. #include 과감히 생략하고 main 함수에 int나 return 다 생략하고 바로 printf("hello, world!");를 하는... 좋게 말하면 간결하고 나쁘게 말하면 불친절한 스타일 되겠다.

(3) 문법을 설명하는 데도 문장 구조 binary tree를 그려서 노드를 이리 저리 옮기는 게 많다. 마치 빨강 검정 나무의 동작을 다루는 것 같았다. 물론 둘은 개념과 성격은 서로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또한, 전산학 자료구조 시간에는 tree 노드를 표현할 때 sibling, child 등 다 중성 어휘를 쓰지만, 언어학에서는 sister, daughter 같은 여성형 어휘를 쓰더라.

프로그래밍 언어와 자연어를 설명하는 이론을 모두 마스터하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4/07/28 08:33 2014/07/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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