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블로그 글은 몇 년 동안 새 글이 없이 먼지만 쌓여 가던 '철도-관련 미디어' 카테고리 소속이 되겠다. 만세~!

내가 맨날 Looking for you 타령만 죽어라고 늘어놓고 있어서 존재감이 많이 묻히긴 했지만.. 옛날(200x년대) 새마을호 열차에서는 Looking for you 음악만 흘러나온 건 아니었다.
열차가 시발역에서 운행을 시작했을 때, 그리고 종착역 도착을 앞두고는 황홀하고 모던하고 미래지향적이고 하이테크스러운 분위기의 다른 BGM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 요런 안내방송이 나왔다. (☞ 동영상 링크) 본인은 이 BGM을 일명 로고송이라고 불러 왔다. 보통명사 또는 고유명사로 말이다.

초창기에는 출발 때에 한해서 새마을호의 로고송 자체가 Looking for you이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즉, Looking for you를 배경으로 하고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랬다는 거다. 이건 각 역별 도착 시각을 일일이 그것도 4개 국어로 다 안내해 주던 시절의 추억인데, 본인은 직접 들어 보지는 못했다. 지금은 KTX에서도 그러지는 않는걸..

그러던 것이 Looking for you 이후에 별도 로고송+안내방송으로 바뀌었다. 종착 Looking for you는 그래도 06년 말 정도까지 유지됐지만 출발 Looking for you는 KTX의 개통 이후에 얼마 못 가 스티브 바라캇 Dreamers로 바뀌었기 때문에 2002년 이래로 길게 잡아도 2년 남짓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그건 그런데.. 문제는 곡명이 다 알려져서 철덕들의 찬송가로 등극한 Looking for you 말고, 그 고유 로고송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 시절에 무궁화호에서 연주되었던 로고송은 CAGNET의 What will I do(원곡은 아닌 듯하고 C장조로 조가 올라간 리메이크)라고 출처가 곧 알려졌다. 얘도 나쁘지 않은 곡이지만 새마을호 로고송 같은 황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새마을호 로고송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D장조와 D단조를 오르내리는 그 황홀한 멜로디는 출처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철덕들의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로고송은 2008년 무렵부터 다른 곡으로 대체되었다.

본인은 지난 2009년 1월 6일 아침, 서울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정확히 같은 음색은 아니지만 로고송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을 우연히 목격..은 아니고 청격했었다. (☞ 옛날 글 링크) 그걸 블로그에 공개했으며 다른 철도 동호인께서 호응하는 댓글까지 올려 주셨다. 하지만 일은 그걸로 끝나고 여전히 정확한 출처를 알아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이 사실이 나무위키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였다. (코모넷 항목.. 코모넷은 그 당시 새마을호에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협력업체. 현재는 폐업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랬는데 그로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2018년 12월 17일,
디씨 철갤에서 어느 갤러에 의해.. 이 음악의 출처를 근성으로 "단서를 쫓아 여러 음반 뒤져가며 듣고 또 듣고 생노가다 해가며" 찾아냈다는 소식이 타전되었다!

출처는 바로 Headline News라고, 방송국 BGM용 컴필레이션 음반.. 그것도 엄청 옛날인 1992년 5월에 발매된 음반의 6번 트랙인 Outlook이었다. 이건 우리나라 철덕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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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나 TV 방송에서 광고나 섹션 전환, 아니면 심지어 방송사고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들려줄 만한 짤막한 BGM들 모음집이다. 이 분야의 음악만 전문적으로 작곡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심각하게 마이너한 분야의 음악인 관계로 전곡이 유튜브 같은 데에 공개돼 있지는 않으며, 인터넷 상으로는 맛보기로 중간 30초 분량밖에 못 듣는다. 하지만 곡 자체도 1분 30초 남짓으로 짧은 편이다.

안내방송 멘트에 가려져서 제대로 듣기 어렵던 구간을 이렇게 음악만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게다가 본인이 라디오에서 들었던 곡은 저 앨범의 4번 트랙(Young Blood 젊은 피??)이라는 것도 덤으로 알 수 있었다! 같은 작곡자가 같은 멜로디를 다른 악기와 다른 분위기로 리메이크 해서 연주했던 듯하다.

이 곡의 작곡자(Nicolo Bardoni & Stephen Warr)에 대해서는 새마을호 Looking for you의 작곡자인 MALTA보다도 안 알려져 있고, 하물며 음반은 Obsession보다도 더 구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출처를 알게 된 것만 해도 어디냐.. 이런 듣보잡 마이너 음반까지 뒤져서 로고송의 출처를 알아낸 그 철갤러 분께 진심으로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철덕의 오랜 의문이 이렇게 풀리니 기분 좋게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

※ 그리고 이미 국내의 어느 용자께서 이 곡의 음원을 구해서 유튜브에 이미 올리셨다.

Posted by 사무엘

2018/12/29 19:33 2018/12/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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