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indows

과거에 Windows 95에는 워드패드, 그림판, 메모장, 계산기, 지뢰 찾기 같은 친근한(?) 프로그램 말고, 디스크 검사나 조각 모음, 남은 리소스 표시기 같은 프로그램도 같이 제공되었다. 이런 건 도스 시절부터 유틸리티 내지 '툴'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온 프로그램들이다.

Windows 98에는 간략히 보기(QuickView)라는 유틸리티도 있어서 탐색기의 우클릭 메뉴를 통해 실행할 수 있었다. 주요 문서· 이미지 파일들을 본격적인 편집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고 내용만 재빨리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제공되는 COM 인터페이스를 확장하면 제3자가 임의의 파일 포맷에 대해서 간략히 보기 기능을 추가로 제공해 줄 수도 있었다.

또한 이 QuickView는 자체적으로 exe/dll의 내부 구조를 분석해서 보여주는 기능도 있었다. 32비트 바이너리에 대해서는 PE 헤더에 기록된 내용과, import/export 심벌의 내용을 보여줬으며, 16비트 바이너리에 대해서는 각종 resident/non-resident 문자열 테이블의 내용을 보여줬기 때문에 파일 내부를 들여다보는 용도로 꽤 괜찮았다.

다만, Visual C++ 6부터는 빌드하는 바이너리에서 import 및 export 심벌들을 고유한 섹션 없이 그냥 rdata 섹션에다가 집어넣기 시작했는데, 이건 QuickView가 제대로 감지해서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QuickView는 Windows 2000/ME 같은 후대 버전에서는 더 존재하지 않고 없어졌다.
그 대신 Windows 95가 아닌 98에서 첫 도입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유틸리티는 (1) 시스템 정보(msinfo32), 그리고 (2) DirectX 진단 도구인 dxdiag이다.

시스템 정보는 도스 시절부터 PC-Tools나 Norton 같은 3rd-party 유틸리티들이 단골로 제공하던 기능이었는데, Windows용으로는 딱히 마땅한 게 없었다. 단순히 운영체제의 버전이나 남은 메모리 양 말고 컴퓨터 프로세서의 명칭이나 정확한 속도 벤치마킹 같은 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사실, 시스템 정보는 Windows 팀이 아니라 Office 팀에서 먼저 개발해서 독자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Windows 95보다도 더 이른 1994년에 출시된 Word 6.0의 About 대화상자를 보면 System Info라는 버튼이 있다. 그러던 것이 Windows 98부터는 운영체제 기능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System Info의 초기 버전에는 현재 실행 중인 Office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 그 제품이 현재 열어 놓은 문서 같은 시시콜콜한 정보도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기능은 Windows XP인가 Vista 즈음부터 삭제됐다.
지금은 시스템 정보에서 본인이 종종 유용하게 열람하는 것은 CPU 관련 정보, 그리고 현재 실행 중인 모든 exe/dll들을 조회하는 기능 정도이다.

한편, dxdiag도 처음 도입됐을 때와 달리 인터페이스가 갈수록 단순해지고, 그냥 '드라이버 상태 이상 무'만 출력하는.. 있으나마나 한 유틸이 돼 간다.
처음 도입됐을 때는 간단한 예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음악을 출력하면서 상태를 점검하는 기능이 있었다. 그랬는데 DirectDraw는 그냥 운영체제의 기능으로 흡수되고, DirectMusic나 DirectPlay 같은 건 짤리고 DirectX는 오로지 Direct3D에만 올인을 하면서 진단 도구도 지금처럼 바뀌게 됐다. 그래픽 쪽도 데모 기능은 없어졌다.

2. Visual Studio

Visual Studio (더 정확히는 Visual C++)는 개발툴이다 보니,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자그마한 유틸리티들이 이것저것 같이 제공되곤 했다.

가장 대표적인 물건은 (1) Spy++이다. 응용 프로그램이 생성하는 모든 윈도우들과 거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메시지들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역공학 분석 용도로도 아주 좋다. 이 프로그램은 Visual C++ 초창기 버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버전에서 개근하고 있다. 아이콘에 그려져 있는 스파이(?) 아저씨도 처음에는 초록색 복장이다가 분홍색, 보라색을 거쳐 검정색까지 여러 번 변모해 왔다.

다만, 최신 운영체제에서 새로 추가된 메시지를 지원하는 것 외에 딱히 추가적인 개발이 되고 있지는 않으며, 도움말도 2000년대 초에 chm 기반으로 바뀌고 나서 딱히 변화가 없는 것 같다. VC++ 2005 즈음 버전에서, 트리 구조가 리스트 박스를 쓰던 것이 진짜 트리 컨트롤 기반으로 바뀐 것이 그나마 큰 변화였다.

그리고 (2) Dependency Walker도 아주 훌륭한 도구이다. 어떤 EXE/DLL이 외부로 제공하는(export) 심벌, 그리고 자신이 import하는 심벌들을 모두 분석해서 모듈별 dependency tree를 딱 구축해 준다. 아까 소개했던 QuickView와 달리, 최신 버전 바이너리들도 잘 지원한다.
심지어 Profiling이라고, 프로그램이 실행 중에 동적으로 불러들이는 dll과 심벌까지 찾아 주는 기능도 있다.

얘는 Visual C++ 6에서 1.x대의 구버전이 같이 제공되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같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개발자의 홈페이지에서 최신 버전을 따로 받아야 한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2000년대 중반, Windows Vista 타이밍 이후로 개발과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듯하다.

(3) GUID 생성기는 프로그램 짜면서 내 오브젝트의 GUID를 생성할 일이 있을 때 사용하면 되는 물건이고..
(4) Error lookup도 매번 winerror.h를 뒤지는 수고를 덜어 주니 좋다. 소켓 API처럼 특정 모듈을 불러들인 뒤에야 내역을 알 수 있는 에러 코드값도 의미를 알 수 있다.

옛날에, 2003 정도 시절까지는 뭐랄까 COM 기술과 관계가 있는 도구가 더 있었다.
(5) ActiveX Test Container는 운영체제에 등록돼 있는 ActiveX 컨트롤들을 마치 Visual Basic처럼 클라이언트 영역 여기저기에 설치해 놓고는 이벤트 로그를 확인하고, 속성값을 변경하고 메소드들을 invoke할 수 있는 툴이었다.

ActiveX 컨트롤은 기술적으로 따지자면 무슨 비주얼 베이직이나 델파이의 컴포넌트를 개발툴 밖에서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은 열린 규격에 가까웠다.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후대에서 적극적으로 쓰이지를 않았으며, 기껏 웹에서나 비표준으로 잔뜩 쓰이다가 지금은 마소에서도 사실상 버린 자식 신세가 됐으니 참 안습하다.

본인도 실무에서 ActiveX 컨트롤을 삽입한 건 IE 웹브라우저 컨트롤과 플래시 컨트롤 딱 둘밖에 없었다. 원래는 Word/Excel 문서조차도 ActiveX 형태로 내 프로그램에다 삽입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ActiveX 없이 웹 브라우저 화면에서 그런 문서 편집 화면을 띄우는 세상이 됐다. 거 참...

(6) 그리고 OLE/COM Object Viewer는 HKEY_CLASSES_ROOT 레지스트리를 싹 뒤져서 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COM 객체들을 몽땅 출력하고, 이들 프로그램 바이너리에 내장된 type library를 추출해서 해당 객체들의 구체적인 스펙을 보여줬다. 이건 문서화되지 않고 COM 형태로만 몰래 제공되는 운영체제의 숨은 기능들을 찾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이놈의 GUID는 무엇이고 어떻게 불러 오고 어떻게 호출하면 되는지를 말이다.

(5)와 (6)은 언제부턴가 짤려서 Visual Studio 201x에서부터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맥은 레지스트리도 없고 COM, OLE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Spy++나 Dependency Walker의 맥 버전에 해당하는 유틸은 없는지 궁금해진다. Windows 프로그래밍 공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던 프로그램인걸 말이다.

(7) regsvr32는 개발툴이 아니라 운영체제에서 제공하는 유틸이긴 하지만, Visual Studio의 외부 도구 메뉴에다가 등록해 놓을 만한 물건이다. 내가 코딩해서 빌드한 바이너리에 대해 곧장 DllRegisterServer를 호출해서 등록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얘는 운영체제의 system 디렉터리에 32비트용과 64비트용이 제각각 존재하는데, 아무 프로그램에다가 32/64비트 아무 바이너리를 넘겨 줘도 잘 동작한다. 64비트 운영체제를 개발하면서 regsvr32에 그 정도 유도리는 같이 구현돼 있다.
COM 객체의 등록이나 제거를 위해서는 HEKY_CLASSES_ROOT 레지스트리를 건드려야 하니, 관리자 권한 실행은 언제나 필수이다.

끝으로, 독립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Visual Studio의 200x대 버전부터는 (8) 전용 명령 프롬프트를 띄우는 기능이 외부 도구 메뉴에 등록돼 있다. 즉, 어느 디렉터리에서나 CL 같은 컴파일러와 링커를 띄울 수 있도록 LIB, INCLUDE, VCINSTALLDIR 같은 환경 변수들이 맞춰진 명령 프롬프트이다.

Visual Studio가 버전이 올라갈수록 IDE와 플랫폼 SDK가 분리되고, IDE와 컴파일러 툴킷 계층이 분리되고, 한 컴퓨터에서 여러 버전이 설치되는 것에도 유연하게 대응 가능하게 변모해 온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28 08:34 2018/11/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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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제타 함수와 리만 가설

18세기를 살았던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인류 역사상 얼마나 충격과 공포 괴수 급의 천재 수학자였는지는 자연계· 이공계 맛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본인 역시 이에 대해서 이 블로그에 글을 쓴 바 있다.

그의 여러 업적 중에서 자연수들의 거듭제곱의 역수의 무한합과 관련된 것들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걸 일반화해서 그냥 리만-제타 함수라고 하는데, 가령 2승에 해당하는 ζ(2) = 1/1 + 1/4 + 1/9 + 1/16 ...이런 식이다.
오일러는 천재적인 직관으로 ζ(2) = pi^2 / 6이 된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런 무한합이 다음과 같이 모든 소수들을 후처리한 값들의 무한곱과 동치라는 것을 증명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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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3^s, 5^s, 7^s ... 순으로 몽땅 소거하는 것이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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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같은 짝수 승일 때는 이 값이 언제나 원주율을 거듭제곱 및 유리수배 한 형태로 나온다는 것까지도 알아냈다.
자연수의 거듭제곱의 역수의 무한합에는 원주율도 들어있고 소수의 분포도 들어있고.. 가히 노다지가 가득했다. 괜히 난해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 짝수가 아닌 홀수 승일 때는 저 함수값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가 있는 형태로 표현되는지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무리수인 것까지는 알려졌지만 초월수인지조차 아직 정확하게 증명되지 못했다. (심증상으로는 어차피 매우 높은 확률로 초월수일 것 같다만..) 지금까지 인류의 지성이 캐낸 것만 해도 노다지 급인데, 이 함수의 정체는 아직까지도 다 밝혀지지 못해 있다. 홀수 완전수도 그렇고 홀수에 뭔가 이상한 특성이 있기라도 한가 보다.

게다가 이것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 ζ(x)는 x > 1일 때에만 유의미한 값을 가지며, x가 커질수록 함수값은 1에 한없이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x <= 1이면 얄짤없이 무한대로 발산이니 함수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가령, ζ(1) = 1 + 1/2 + 1/3+ 1/4 ...는 로그 스케일로나마 발산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고, ζ(0)이면 1+1+1+1+...이 될 것이다. ζ(-1)은 역수의 역수이니까 1+2+3+4+...가 되니 이 이상 더 따질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함수는 사실 1을 제외한 다른 모든 수에 대해서 함수값이 정의된다. 아니, 실수를 넘어서 복소수에서까지 정의된다. 어찌 된 영문일까? '해석적 연속'(analytic continu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의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이런 식으로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서로 다른 개념이 한데 연결되고, 추상화의 수준이 상승하고, 거기서 아름다움과 일치, 질서를 발견하는 식으로 발전해 왔다.
고등학교 수준에서 가장 먼저 발상의 전환을 경험하는 건 허수와 복소수이다.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라니, 세상에 그런 황당무계한 물건이 어디 있냐? 그걸 도대체 왜 정의하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처음엔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게 이전까지 수학 공부를 정상적으로 제대로 한 사람의 반응이다.

그런데 그 개념만 하나 도입하고 나니 이제는 뭐 4제곱해서 -1이 되는 수 이런 식으로 이상한 숫자를 또 만들 필요 없이, 복소수 범위에서 i만 동원함으로써 정수 계수 n차 방정식의 근 n개를 언제나 모두 기술할 수 있게 된다. (대수학의 기본 정리) 이게 대단하다는 것이다.
물론, i로도 모자라서 j, k 같은 괴상한 수를 추가한 삼원수 사원수 같은 확장 개념도 있긴 하지만, 그건 벡터· 행렬과 연계해서 다른 특수한 용도 때문에 쓰이는 것일 뿐, 대수 내지 해석학적인 필요 때문에 쓰이는 건 아니다.

다음으로 거듭제곱을 생각해 보자. 이걸 동일한 숫자를 n회 곱하는 식으로만 정의한다면 끽해야 정수 내지 유리수 승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거듭제곱의 역함수 격인 로그가 미분 가능한 연속함수이며, 자연상수의 거듭제곱 e^x를 다항식 급수로 풀어 쓸 수도 있다. 더구나 e^(I*x) = cos(x) + I*sin(x)로 자연상수와 I가 복소평면에서 삼각함수와도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 거듭제곱을 정수와 유리수의 영역에만 한정해서 생각할 필요란 전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a^x 정도가 아니라 x^x나 x!(팩토리얼)마저도 매끄러운 함수 형태로 그래프로 그릴 수 있다. 특히 팩토리얼의 경우 '감마 함수'라고 별도의 명칭까지 있고 말이다.
또한 x는 실수가 아닌 복소수로 확장해서 2^I, I^I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음수 로그는 생각하지 않고 지냈지만, 복소수 범위에서는 로그 역시 정의역이 복소수로 확장 가능하다. base(밑)도 0이나 1만 아니면 다 된다. 오일러가 정립한 e^(Pi*I)+1=0 이 괜히 위대한 발상이 아닌 것이다.

그럼 리만-제타 함수의 정의역은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일단 무한합 함수를 다음과 같은 형태로 바꾸면.. >1에 대해서만 정의되던 기존 함수를 1을 제외한 >0에 대해서도 정의되게 범위를 조금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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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뭔가 등비수열의 무한합 같은 계수가 곱해졌고, 뒤에는 1+2+3+4... 덧셈 일색이던 것이 1-2+3-4+... 형태로 바뀌었다. (참고로, s=1일 때.. 1 -1/2 +1/3 - 1/4...는 ln(2)로 수렴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음.)
이렇게 식을 써 주면, s>1일 때는 아까와 결과가 동일하면서도 0<s<1일 때는 음의 무한대로 발산하는 형태로 함수값이 추가로 정의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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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함수는 1에 대해서 좌극한과 우극한의 값이 서로 다르게 된다.
뭔가 (1, 1)이 중심인 반비례 그래프처럼 생겼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가령, ζ(4/5)는 -4.4375...이지만 -ζ(6/5)-1은 -4.5915...로 값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그럼 0과 음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면.. 더 복잡하고 난해한 개념을 동원해야 한다.
구체적인 유도 과정은 본인도 다 모르겠고 시간과 지면이 부족하니 생략하지만.. 리만-제타 함수는 이미 정의된 함수값으로부터 다른 구간의 함수값을 해석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함수 방정식'이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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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를 0과 음수에 대해서도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감마 함수 Γ(x)는 바로 (x-1)!의 해석적 확장 버전이며,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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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n / e^x를 0부터 무한대까지 적분한 값이 n!이라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더 신기한 것은, 리만-제타 함수도 기존의 >1 구간에 대해서는 감마 함수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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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복잡한 수식들이 논리적으로 서로 다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리만이라는 사람이 발견했다. 자연수의 거듭제곱의 역수 무한합이 도대체 몇 가지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나 모르겠다..!
사실, 리만-제타라는 함수 이름도 저 사람이 정의역을 해석적으로 완전하고 깔끔하게 확장된 뒤에 붙은 이름이다. 그 전에 직관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1보다 큰 실수 버전은 그냥 '제타 함수'였다.

리만-제타 함수는 음의 짝수에 대해서는 모두 0이 나온다. 함수 방정식에서 sin(Pi*x/2) 부분이 -180도의 배수가 걸리고 0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양의 짝수는 괜찮은가 하면.. 괜찮다. 저 함수 방정식에 포함된 감마 함수라는 놈은 음의 정수가 걸리면 무한대로 발산하며(제타 함수에서 원래 양의 정수가 들어왔을 때), 이 경우 함수 방정식의 값은 극한 형태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0과 무한대의 곱 형태의 극한은 원래 제타 함수의 값 형태로 나올 수가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ζ(0)의 값을 구할 때도 극한을 동원해야 한다. 함수 방정식에 따르면 ζ(1-0) = ζ(1)을 동원해야 하는데 리만-제타 함수는 원래 1에서 값이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약간 까다롭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고 나면 리만-제타 함수의 음수 구간은 값이 상하로 진동하는데, 그 진동의 폭이 0에서 멀어질수록 급격히 커진다. 그래프의 모양이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20부터 4까지의 그래프를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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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리만-제타 함수의 0 이하 음수 구간은 수학적으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것은 일명 '라마누잔 합'과 직통으로 연결된다. 20세기 초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의 이름에서 딴 명칭이다.

1+2+3+4... 무한합이 무한대도 아니고 -1/12라는 웃기는 짬뽕 같은 소리를 들어 보신 적 있나 모르겠다. 비슷한 논리로 1+1+1+1...은 -1/2라고 한다.
이건 0으로 나눗셈을 슬쩍 해 놓고는 "모든 수는 0과 같다", "0은 2와 같다" 같은 paradox 궤변· 유체이탈 화법을 늘어놓은 게 아니라, 무한급수의 합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달리함으로써 도출 가능한 결론일 뿐이다.
실제로 모든 수를 0승 해서 1로 만든 것과 같은 ζ(0)의 값은 -1/2이며, 모든 자연수를 그대로 무한히 더한 것과 같은 ζ(-1)의 값이 -1/12이다.

리만-제타 함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수열은 아니지만 1+2+4+8+...의 무한합은 이런 체계에서는 -1이다. 자기 자신 s에 대해서 s = 1+2s가 성립되므로, s=-1이 된다는 식이다.
무한히 더하기만 하는 것 말고 더했다 빼기를 반복하는 1-2+3-4+5 ... 교대 무한합은 라마누잔 합에 따르면 등비수열의 무한합을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해서 1/4가 된다.
1-1+1-1+1-1...의 교대 무한합은 1/2이다. 이건 1과 -1의 평균 같으니 그나마 좀 직관적으로 들린다.;;;

이들의 구체적인 근거와 계산 내역, 배경 원리는 이 자리에서는 역시 언급을 생략하겠다.;;
이거 무슨 고전 역학만 파다가 갑자기 양자역학이고 상대성 이론이고 하는 분야로 넘어간 듯한 느낌이다. 오일러가 뉴턴이라면 리만은 아인슈타인 정도? 진짜 그런 관계인 것 같다.
혹은 데카르트 좌표계와 유클리드 기하학만 열심히 파다가 갑자기 구면 같은 다른 기하학으로 넘어간 것 같은 느낌이다. (삼각형 세 각의 합이 180도가 아닐 수도 있는..)

무한이라는 개념이 이래서 다루기가 까다롭다. 뭐 하나 까딱 뒤틀면 별 희한한 등식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0.99999...를 1과 동급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무한이며 그 새 발의 피 같은 소수의 역수들의 합을 발산시켜 주는 것도 '무한'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무한도 다 같은 무한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수 전체의 개수보다 0~1 사이의 실수가 훨씬 더 큰 무한이라고 여겨진다.

아무튼 리만-제타 함수를 완전히 확장하고 나니 양수 구간에서는 오일러가 발견했던 그 어마어마한 의미가 담겨 나오고, 음수에서는 또 저런 신세계가 펼쳐지면서 한편으로 1을 제외한 전구간에서 저런 정교한 수학적 질서가 다 충족되었다.
그런데 수학자들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함수를 복소수 구간에서까지 써먹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얘의 저변에 있는 감마 함수, 삼각함수 등등도 전부 복소수 범위에서 값이 정의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자 그럼 여기서.. ζ(x) = 0을 만족하는 근은 얼마나 있을까?
일단 양의 실수 중에는 그 정의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음수 중에는 아까 말했던 짝수들이 모두 함수값을 0으로 만든다. 이들은 그냥 자명한, 중요하지 않은 trivial한 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함수는 복소수 범위에서 다른 근도 갖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의미한, non-trivial한 근이다.
구하기가 무진장 어렵긴 하겠지만 베른하르트 리만은 0에 가까이 있는 것부터 시작해 근을 4개 정도 찾아내 봤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공통점을 발견했으며, 그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ζ(x) = 0을 만족하는 자명하지 않은 복소수 근 x들은 실수부가 모두 1/2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리만 가설이라고 한다.
리만-제타 함수의 유의미한 근은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데, 첫 몇 개가 다음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실수부는 1/2이고 허수부가 저런 값인 복소수들 근이라는 얘기이다. 즉, 1/2 + 14.134725...I 부터 시작해서 1/2 + 21.02203963..I , 25.010857...I 등이다.
실제로 ζ( 1/2 + x*I )의 절대값을 그래프로 그려 보면 이렇다. 저 산들의 밑바닥이 근이라는 뜻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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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제타 함수는 복잡한 함수들의 조합에다, 무한대 적분(정확한 부정적분 형태를 알 수 없는 놈을 대상으로 이상적분..)까지 동반하는 형태로 인해, 계산량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다항함수, 삼각함수, 로그, 지수(일명 초등함수)로만 구성된 함수보다 그래프를 그리기가 훨씬 더 힘들다. 그러고도 저건 정확하게 그려진 게 아니다. (21 부근에 그래프가 정확하게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았음) 다른 건 다 해석적으로 확장한다 쳐도, 대소 비교가 존재하지 않는 복소수 구간에서 적분이란 게 어떻게 존재 가능하단 말인가?

그래프를 봐도 모양이 참 희한하다. 저기서 근들의(= 허수부 값) 분포에는 딱히 규칙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복소평면에서의 무슨 프랙탈 영역 그림 이래로 이 정도로 복잡기괴한 그래프를 보는 건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다만,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복소수 근들을 직접 구해 봤는데, 일단 리만 가설이 다 성립하긴 했다. 전부 1/2 + xx*I의 형태로 표현되었다. 자명하지 않은 근도 무한히 많이 존재하긴 하며, 이는 증명되어 있다.

아아.. 본인이 수학 분야에서 이렇게 길고 복잡한 글을 쓸 일이 이렇게 또 생길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나도 머리가 뱅뱅 돌아 버리겠다.. ㅡ,.ㅡ;;
리만-제타 함수는 문제를 풀기는커녕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복소해석학 등 최하 대학교 수학과 학부 이상의 고등 수학 지식을 요구한다.

공대 수준의 수학 지식이 아니다. 공대에서 배우는 통상적인 미적분의 개념을 아득히 초월하니 원.. 복소수는 그 정의상 실수부와 허수부의 관계가 아주 미묘하다 보니, 해석적으로 다루는 방법론도 평범한 다변수 기반 해석학과는 다르다.

이 함수의 자명하지 않은 근의 분포는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게 다 규명되고 리만 가설이 증명 내지 반증된다고 해서 무슨 암호 알고리즘이 다 뚫리고 생활이 큰 혼란이 야기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리만 가설은 현대 정수론의 금자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소수 분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x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를 나타내는 공식 x/log(x)은 제타 함수의 자명하지 않은 모든 근들의 실수부가 "1이 아니다" 내지 "1보다 항상 작다"와 동치 급으로 얽혀 있다고 한다. 즉, 소수 정리는 리만 가설이 참이라는 것을 얼추 전제로 하고 세워져 있다.

하지만 리만의 추측이 수학적으로 딱 엄밀하게 증명되거나 반증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마치 P와 NP의 관계 문제처럼 말이다.
전세계의 날고 기는 천재 수학자들, 심지어 필즈 상을 받은 사람도 내가 이 문제를 풀었다고 증명을 내놨지만, 어디엔가 오류와 불완전한 점(그게 왜 저렇게 연결되는데?)이 발견되어 종종 퇴짜를 맞곤 했다. 오죽했으면 20세기 초에 세계구급 수학자들이 이렇게 말을 했을 정도이다.

  • 나는 잠들었다가/죽었다가 한 500년쯤 뒤에 깨어날 수 있다면, 벌떡 일어나자마자 주위 사람에게 "리만 가설 문제가 이제 풀렸나요?"라고 물어 보고 싶다. -- 다비트 힐베르트(1862-1943)
  • 나는 배를 탈 일이 있으면 낚시로라도 "난 리만 가설을 증명했다. 하지만 증명을 다 적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다"라는 쪽지를 지니고 탄다. 그 상태로 사고가 나서 죽으면 세상은 낚시에 낚여서 나를 온통 안타까워하고 추모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신론자이고, 신이 존재한다면 그런 내게 저런 영광을 허락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저 쪽지가 나를 죽지 않게 하는 일종의 보험· 부적 역할을 할 것이란 말을 참 배배 틀어서 어렵게 표현했다. =_=) --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1877-1947)

사람에게는 오늘 당장 먹고 살기 위한 빵과,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꿈이 필요하다고들 그런다. 그것처럼 저명한 천재 수학자들은 다른 자기 전공 분야에서 논문 발표하고 연구 실적을 낸 뒤, 그걸 밑천으로 리스크가 큰(= 전혀 풀리지 않아서 시간과 노력만 낭비하게 될 수도 있는) 리만 가설에도 틈틈이 남 몰래 매달리는 식으로 시간을 분배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건 마치 침몰한 보물선을 인양하고 신대륙에서 금을 찾는 일에다가도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금과 보물을 찾았다가는 인생한방 역전이지만.. 전혀 성과가 없으면 투자금만 날리고 사람을 완전 미치게 만들 수 있으며, 실제로 미쳐 버린 수학자도 몇몇 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 참고..)
그리고 미치지는 않았는데, 반대로 어줍잖은 실력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고 주장하면서 학계 사람들을 귀찮게 굴거나, 거짓 주작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다. 문화재를 거짓 조작한 사기꾼처럼 말이다.

그랬는데.. 지난 2018년 9월 말, 영국에서 '마이클 아티야'(1929-)라고 나이 90을 바라보는 어느 원로 수학자가 리만 가설을 수리물리학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하여 완전히 풀었다고 나섰다. 논문을 내고 방송 발표를 자청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람은 여느 듣보잡 관심종자가 아니었다. 무려 1966년(지금 본인과 비슷한 나이.ㅠㅠ)에 필즈 상을 받았으며 2004년에 아벨 상까지 받은 금세기 최고로 손꼽히는 천재요 수학계의 거장이었다. 소싯적에 리만 가설 만만찮은 연구 실적을 잔뜩 내기도 했고, 이딴 것 갖고 사기를 칠 아무 동기도, 이유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선언은 세계의 이목을 받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학계의 반응은 허탈함과 아쉬움 일색이었다. "우리 대선배님이 갑자기 왜 이러시나.." 안 그래도 예전부터 그가 공개 석상에서 횡설수설하면서 오락가락.. 상태가 좀 안 좋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왔는데, 이번 방송에서도 수학사가 어떻고 하면서 진짜 증명과 별 관계 없는 얘기만 늘어놓으면서 막무가내로 학계가 내 주장을 안 받아주는 거라고 우기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말고 논문도 검증 과정이라고 하지만 예상 반응은 벌써부터 극히 회의적이다.

그래서 현직 수학자들은 이 사태에 대해서 언급을 극도로 꺼리면서 "비록 증명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연구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덕담이나 하는 한편으로, "리만 가설이 위대한 수학자 한 분을 또 골로 보냈구나, 그것도 말년에.. 저분은 원래 늘그막에 저렇게 망신당할 군번이 절대 아닌데 아 슬프도다!" 이런 입장이었다고 한다...;;

사실, 본인은 이 뉴스 기사를 접하기 전에는 저 사람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단지, 리만 가설 이상으로 악명 높고 역시나 여러 사람들을 골로 보낸 이력이 있던 "페르마의 대정리"를 풀어 낸 사람(앤드루 와일즈)이 영국 사람인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저런 유럽 나라들은 어떻게 저렇게 수학· 과학이 발달할 수 있었는지 경이롭고 대단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25 08:36 2018/11/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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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램은 실행되는 과정에서 단순히 주메모리만 읽고 쓰는 게 아니라, 디스크처럼 기록이 영구적으로 남는 보조 기억 장치에다가도 정보를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되고 보관되는 것은 단순히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내서 Save라는 명령을 내려서 저장하는 문서 데이터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용자가 지정한 프로그램 자체의 각종 옵션· 설정값도 저장되어서 나중에 이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때 그대로 보존되곤 한다. 세심한 프로그램이라면 직전에 프로그램 창을 띄워 놨던 크기와 위치 같은 시시콜콜한 정보도 몽땅 다 기억해 놓는다.

이런 '설정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프로그램들은 예로부터 자신만의 cfg 내지 config.dat 같은 파일을 만들어 두곤 했다. 본인이 개발한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imeconf.dat라는 파일을 운영체제의 사용자 계정별로 고정된 디렉터리에다 만들어 놓는다. (물론 날개셋 프로그램의 경우.. 입력 설정이라는 게 단순한 프로그램 setting 수준을 넘어 그 자체가 이미 사용자가 새로 창조하는 '문서 데이터'라는 성격도 지닌다만...)

Windows에서는 이런 설정 파일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절차를 정형화하기 위해서 ini(초기화 정보)라는 텍스트 파일 포맷을 도입했으며, 이걸 읽고 쓰는 [Get/Write][Private]Profile[Int/String]이라는 API 함수를 제공해 왔다. [섹션] 구분과 함께 "이름=값" 이런 게 주욱 들어가 있는 그 파일 말이다.

이들 함수는 파일을 읽고 씀에도 불구하고 뭔가 열어서 핸들값을 얻었다가 나중에 닫는 절차가 없는 게 특징이었다. 구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설계 형태가 아닐 텐데..
Private이 안 붙은 API를 사용하면 자기 ini 말고 심지어 운영체제의 설정 파일인 win.ini에다가도 정보를 기록할 수 있었다.

ini 파일은 당장 사용하기는 간편하지만 한계와 문제점이 많았다. 가장 먼저 XML 같은 다단계 계층 구조를 지원하지 않았다(과거 Windows 3.x의 프로그램 관리자의 그룹이 계층 구조가 아니었던 것처럼).
그리고 아까 언급했듯이 핸들/상태 정보가 없는 API의 설계 형태에다가 텍스트 포맷이라는 점까지 겹쳐서 데이터가 방대해질 때의 처리 성능도 썩 좋지 않았다.

응용 프로그램이 있는 디렉터리, 또는 Windows 디렉터리에 온갖 자잘한 ini 파일들이 쌓이면서 지저분해지는 점 역시 문제였다. 그리고 저장을 할 거면 사용자 설정 데이터들 전용 디렉터리라도 마련해 놔야지, 그게 프로그램 실행 파일들이 있는 곳에 버젓이 저장되는 건 오늘날의 보안 내지 권한 관점에서 봤을 때 좋지 못한 설계 형태였다.

그래서 성능, 보안, 효율 등등을 모두 잡기 위해서 마소에서는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들의 설정 저장은 파일 형태로 노출시킬 게 아니라 이를 전담하는 별도의 거대한 중앙집권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를 레지스트리라는 이름으로 일찍부터 도입했다.
마치 디렉터리 경로처럼 역슬래시로 구분된 계층 구조의 key를 만들고, 그 아래에 파일처럼 여러 개의 value들을 집어넣을 수 있게 했다.

물론 레지스트리는 구조적으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컴덕이나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며, 레지스트리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macOS나 리눅스는 레지스트리 그딴 거 없이도 잘 돌아가고 더 안정적이기까지 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레지스트리가 없다고 해서 그런 OS에 레지스트리가 하는 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 OS에서도 운영체제나 응용 프로그램들이 자기 설정을 저장하는 공간이 있어야 할 텐데 도대체 어디에 저장되는 걸까?

프로그램을 제거한 뒤에도 그 프로그램이 써 놓은 레지스트리 데이터가 같이 지워지지 않아서 레지스트리가 갈수록 지저분해지고 통제불능이 된다는 식의 비판이 있다. 그런데 그건 ini/cfg 파일을 쌩으로 다룰 때도 부주의하면 어차피 똑같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한쪽에서 존재하는 문제는 대부분 다른쪽에서도 형태만 바뀐 채로 고스란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본인은 이런 논리를 근거로 레지스트리 무용론 급의 회의적인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프로그램마다 설정 데이터라는 게 수십~수천 바이트, 정말 커 봤자 수만 바이트 남짓할 아주 작은 분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자잘한 데이터를 한데 관리해 주는 DB가 운영체제 차원에서 제공되면 편하면 편하지 상황이 더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레지스트리는 딱 32비트 Windows 95/NT와 함께 등장했다. 이때부터 마소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로 하여금 구닥다리 INI 파일 함수를 쓰지 말고 ADVAPI32.DLL에 있는 Reg** 레지스트리 조작 함수를 사용할 것을 적극 권해 왔다.
다만, 이들 함수는 구닥다리 함수보다 받아들이는 인자가 많고 사용하기가 번거롭고 귀찮긴 하다. 마치 fopen과 CreateFile의 차이만큼이나 말이다.

그래서 별도의 클래스를 만들어서 쓰면 편하다. HKEY를 멤버로 가지면서 소멸자에서는 RegCloseKey를 해 주고, 각종 타입별로 인자를 다양하게 오버로딩한 Get/Set 함수를 만들고 말이다. 레지스트리 관련 API는 MFC에서도 의외로 클래스화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 이거 연구는 프로그래머들 개인 재량이다. MFC는 16비트 시절부터 있던 CWinApp 클래스의 [Get/Write]Profile* 함수를 상황에 따라 ini 대신 레지스트리 기록으로 대신하도록 동작을 확장했을 뿐이다.

사실, 16비트 Windows 시절에는 지금처럼 HKEY_* 어쩌구 하는 그런 형태의 레지스트리는 없었지만, 그 전신 비스무리한 건 있었다. Windows 3.1에서 그 이름도 유명한 OLE라는 기능 내지 개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응용 프로그램들의 설정 같은 건 몰라도 확장자별 연결 프로그램이라든가 OLE 서버 같은 정보들은 운영체제 차에서 관리하는 별도의 바이너리 데이터 파일에 등재되었다(Windows\reg.dat). 그리고 여기에 정보를 사용하는 Reg[Open/Create/Close]Key와 Reg[Query/Set]Value 같은 함수가 있었다.

16비트 시절부터 이런 초보적인 함수가 있었는데 이를 확장하여 오늘날의 레지스트리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사용되는 레지스트리 함수들은 대부분 뒤에 Ex가 추가돼 있다. 옛날에는 루트 키로 HKEY_CLASSES_ROOT 하나만이 존재했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옛날에는 지금 같은 레지스트리가 있지도 않았는데 지금 왜 RegCreateKeyEx, RegQueryValueEx 등등 Ex 함수를 써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Windows의 레지스트리 개념과 관련 API를 살펴봤으니, 다음으로는 역대 버전별 레지스트리 편집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과거 도스 시절로 치면 디스크 내부 구조를 저수준에서 수정할 수 있는 노턴 유틸리티의 DiskEdit와도 비슷한 아주 저수준 유틸리티이다. 아예 없어서는 안 되지만 일상적으로 쓸 일은 없으며(없어야 하며), 초보자에 의한 섣부른 조작은 절대 권장되지 않는 위험한 프로그램이다. 이걸 조작함으로써 운영체제를 맛이 가게 만들고 컴퓨터 부팅조차 안 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조 프로그램 그룹에 정식으로 등재될 일도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Windows 95 시절부터 지금까지 큰 변경 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탐색기(왼쪽에 트리, 오른쪽에 리스트 컨트롤)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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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indows 9x에서는.. 레지스트리는 내부적으로 Windows\System.dat와 Windows\User.dat라는 두 파일에 저장되었다. 그리고 HKEY_DYN_DATA라는 predefined root key가 있어서 여기를 들여다보면 일부 시시각각 변하는 시스템 정보 같은 걸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Windows 9x용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단순히 This program cannot be run in DOS mode가 아니라 유효한 도스용 코드가 stub으로 같이 들어간, 다시 말해 DOS/Windows 겸용 프로그램이었다.
레지스트리에 이상이 생겨서 Windows 부팅이 안 되더라도 레지스트리의 백업과 복구 정도는 도스에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regedit.exe를 순수 도스에서 실행하면 놀랍게도 이런 옵션 안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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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소에서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특수하게 빌드한 예는 극히 드물다. 이는 레지스트리 편집기가 그만치 특수한 프로그램임을 의미한다.

(2) 그럼 Windows NT로 넘어가기 전에, 더 옛날 Windows 3.x를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때도 레지스트리의 전신이 있었고 비스무리한 API도 있었듯이, regedit.exe라는 프로그램 자체는 있었다.
하지만 얘 역시 그룹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았으며, 이때 registry란 보다시피 그냥 확장자 별 연결 프로그램과 관련 DDE 명령.. 이런 것이 전부였다. 아까 언급했던 Windows\reg.dat의 내용을 편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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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는 Properties도 '등록정보'라고 번역하고 Registry도 '등록 정보'라고 번역했다니.. 참 므흣하다. 띄어쓰기 하나 차이밖에 없다.
Windows 95부터는 확장자 연결 설정은 그냥 탐색기의 옵션에서 별도의 탭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98을 넘어서 2000/XP즈음부터 Property의 한국 마소 공식 번역은 '속성'으로 완전히 바뀌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 시절의 regedit.exe에는 95의 것과 같은 유의미한 도스 stub이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3) 이제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NT 계열 차례이다.
일단, 레지스트리자 저장되는 파일은 Windows\system32\config에 있는 default, software, system, components 같은 확장자 없는 파일들이다. 크기가 다들 수십 MB씩 한다.
그리고 각 사용자별 정보는 사용자 계정의 루트에 있는 ntuser.dat 파일이다.
9x와 NT 계열이 파일 포맷이 동일한지는 모르겠다. 지금의 NT 계열은 도스 부팅 기능이 없고, 운영체제가 가동 중일 때는 이들 파일들이 언제나 열리고 잠겨 있어서 일반 프로그램이 레지스트리를 파일 차원에서 들여다볼 수가 없다.

Windows NT 계열은 HKEY_PERFORMANCE_DATA라는 전용 root key가 있다. HKEY_DYN_DATA처럼 실제 레지스트리 데이터는 아니지만 레지스트리 API를 통해 시스템 정보를 얻어 오는 용도인데.. 이것도 비슷한 기능이 9x와 NT 계열의 구현이 서로 파편화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로드된 프로세스/DLL 정보를 얻는 API만 해도 과거에는 두 계열이 서로 달랐으니 말이다.

그리고 Windows NT는 초창기 3.1 시절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레지스트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체적인 레지스트리 편집기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regedt32.ex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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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만들어진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탐색기가 아니라 구닥다리 파일 관리자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다. 왼쪽의 계층 트리와 오른쪽의 값 목록은 모두 재래식 리스트 컨트롤 기반이다. 또한, 루트별로 제각각 다른 레지스트리 창들이 MDI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쓰이는 공용 컨트롤 기반 regedit.exe는 바로 regedt32.exe를 베껴서 새로 만들어진 거나 마찬가지이다.

Windows 2000, 그리고 확인은 안 해 봤지만 NT4에는 regedit와 regedt32가 같이 들어있었다. 기능이 대등하긴 하지만 regedit는 오리지널 NT용 유틸리티에 있던 '레지스트리 하이브'를 통째로 불러들이는 기능이 없었다.
그러다가 regedit에 이 기능이 들어가서 regedt32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 것은 Windows XP부터이다. NT의 regedt32를 보면 메뉴가 뭔가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열어 보면 별 거 아니다.

Windows NT의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9x의 것과 달리 값의 이름과 데이터뿐만 아니라 REG_SZ, REG_DWORD 같은 타입도 표시해 줬다. 9x에서는 어려운 전문 용어라고 일부러 뺐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새 GUI 기반의 레지스트리 편집기는 오랫동안 REG_MULTI_SZ라고 0으로 구분된 복수 문자열을 편집하는 기능이 없어서 그냥 바이너리 에디터 창이 떴었다. 그러다가 regedt32와 기능이 통합된 Windows XP에서부터 한 줄에 하나씩 복수 문자열을 편집하는 기능이 도입되었다.

이렇듯, regedit와 관련하여 Windows 3.1, NT 3, 9x 등.. 복잡한 사연이 많은 걸 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레지스트리의 일부 구간을 별도의 파일로 저장하거나 도로 불러오는 기능이 응당 들어있는데, reg 파일은 아이러니하게도 key 이름이 []로 둘러싸이고 값들이 a=b 이런 식으로 쓰인 게 마치 과거의 ini와 형태가 비슷하다.

한번 만들어진 뒤에 딱히 기능이 바뀔 일이 별로 없는 프로그램이다만.. Windows 2000부터는 reg 파일의 인코딩이 UTF-16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Windows 10 어느 업데이트부터는 현재의 레지스트리 주소(key 이름)이 아래의 상태 표시줄 대신에 위의 주소 표시줄에 표시되고, 사용자가 거기에 인터넷 주소 치듯이 수동으로 입력을 해서 원하는 key로 바로 찾아갈 수도 있게 UI가 편리해졌다. 나름 굉장히 바람직한 개편이다.

※ 부록: 레지스트리 편집기에 준하는 위상의 자매품

1. sysedit

과거 Windows 3.x 시절에는 sysedit라는 이름으로 config.sys, autoexec.bat, win.ini, system.ini라는 4대 시스템 설정 파일만 한데 모아서 편집할 수 있는 MDI 텍스트 에디터가 있었다. 이게 Windows 9x는 말할 것도 없고 NT 계열 제품에도 32비트 한정으로 포함돼 있었다.
Windows에 내장돼 있는 극소수의 16비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테스트 할 때도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Windows 9x는 config.sys와 autoexec.bat를 거의 퇴출시켰고, NT 계열은 뒤이어 두 ini 파일까지 완전히 퇴출시킨 거나 마찬가지다.

2. msconfig

Windows 98부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꽤 유용한 유틸리티가 추가됐다.
얘는 9x용은 sysedit가 하는 일을 모두 포함하면서(해당 파일에 내용을 추가하거나 기존 내용을 간편하게 제거), 레지스트리에 등록돼 있는 시작 프로그램들의 실행 여부를 제어하고, 각종 시스템 관리 유틸리티도 실행하는 기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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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레지스트리 편집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기 때문에 명령 프롬프트에서 실행 가능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22 08:33 2018/11/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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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철도 관련 사진 몇 장

1. 로마자 표기

지금이야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개정된 지 어언 20년이 돼 가기 때문에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과거의 유물로 전락해 있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소리 표기는 정확할지 모르지만 ㅓ, ㅜ를 표기할 때 컴퓨터 키보드에 없는 반달점 붙은 글자를 써야 하고, ㅋㅌㅍㅎ에 ' 를 덧붙이는 등 실용적으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국내에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1980, 90년대에만 도입되어 쓰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역사가 길지 않다.
1970년대 같은 더 옛날로 가면 오히려 그때는 지금처럼 ㅓ를 EO를 써서 표기하고 있었다. 현재의 로마자 표기법은 어찌 보면 더 먼 과거로 복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증거로.. 서울 지하철 1호선 공식 기록 영상에 등재돼 있는 '수원' 역명의 로마자는 SU WEON이라고 적혀 있다. '서울역앞'도 SEOUL YEOG-AP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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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울 지하철 2호선도 전구간 개통하기 전, 신설동부터 강남 구간의 부분 개통만 했을 때는 로마자 표기법이 보다시피 매큔-라이샤워가 아니었다.
'서초'도 화면상으로는 짤렸지만 Se...로 시작하는 걸 볼 수 있다(Seocho).

1983~84년 사이에 로마자 표기법이 개정되면서 1984년, 2호선이 전구간 개통할 때쯤부터 매큔-라이샤워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기존 안내판들은 다 새로 만들어졌다. 그러니 1980년대에 2호선에서 구 로마자 표기법이 잠깐 쓰였던 시절은 우주왕복선으로 치면.. 액체 연료 탱크에도 하얀 도색이 칠해져 있던 초창기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또한, 저 "교대 - Gyodae"라는 압박스러운 표기에서 유추할 수 있듯, 2호선은 개통 당시에 '이대'역도 Idae...라고 표기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 얼마 못 가, 로마자 표기는 각각 'SNU of education', 'Ewha womans univ..'처럼 긴 정식 명칭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하철 역명판에 지금처럼 한자까지 병기된 것은 훗날, 2000년의 현행 로마자 표기법 개정과 비슷하다.

이 글을 쓰면서 뒤늦게 알게 된 건데.. 전국의 다른 모든 **여대들은 ** women's university라고 표기하고 있고 그게 직관적인 반면,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이화여대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식 영문 표기가 womans university이다. 믿어지지 않으면 직접 확인해 보시길.. 어퍼스트로피도 생략하고 없는 단어를 새로 만들어 냈다.

다음은 교대와 아주 가까이 있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 역의 개통 당시 승강장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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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로마자 표기법은 매큔-라이샤워 이전의 초창기이고 지금과 동일하다. 그래도 한자 표기는 없다.
인상적인 것은 에스컬레이터 픽토그램이 큼직하게 그려져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지하철 역사상 최초로 내부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역이 저기라고 한다.
스크린도어가 최초로 설치된 역은 기준과 조건에 따라 인천, 김포공항, 신길 등으로 나뉜다만... 에스컬레이터 1호는 저기이다.

옛날에는 자동차에 자동 변속기가 고가 사치품이었던 관계로 이 옵션이 장착된 자동차는 겉면에 automatic이라고 써 붙여서 큼직하게 광고를 했었다.
그것처럼 옛날에는 에스컬레이터도 있다는 것도 자랑하고 광고하고 유세를 떨 만한 사유였던 듯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은 노선의 구분을 위해 지금과 같은 노선색 체계를 정립했으며(2호선은 초록색!), 그리고 일명 '지하철체'라고 불리는 역명판 전용 서체도 정립했다. 1호선만 있던 박통 시절에는 그런 게 아직 없었다.

그러다가 1984년, 2호선이 순환선 형태로 완전히 개통할 즈음에는 매큔-라이샤워 로마자 표기법이 도입되었으며,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도 딱 이때부터 시행되었다. 2호선의 완전 개통을 알리는 다음 대한뉴스 동영상을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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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의 성수 지선에 위치한 용답 역이 원래 이름은 기지였다는 사실 자체는 본인도 알고 있었지만 사진으로나마 당시 흔적을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Kiji (vs Idae...) 대신에 Car Depot (vs Ewha WU..) 인 것, 역번호가 본선이 아닌 지선 형태로 매겨진 것을 감안하면, 저건 개통 초창기가 아니며 2호선 전체 완공 후 좀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이다. 실제로 저 역은 1980년대까지는 계속해서 이름이 '기지'이다가 90년대에 와서야 용답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도 저기는 서울에서 제일 먼저 생긴 지하철 차량 기지이다 보니 지금으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울 시내· 중심부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긴 했다.

2. 철교의 정체

지난 여름에 용산 역을 가 보니, 내부 광장에는 "필름 속에 담긴 한국 철도 -- 철도를 통해서 본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희망" (주최 주관 코레일, 후원 국토교통부)라는 제목으로 자그마한 옛날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다.

경인선을 비롯해 일제 시대 옛날 철도의 모습, 해방자호 이런 건 유명한 흑백 사진이다.
나중에는 김 대중 시절에 경의선을 연결해서 도라산 역을 개통하던 것, 그리고 2007년 노 무현 때의 동해선 연결 남북 시범 운행 사진도 걸려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6· 25 때의 모습이라면서 바로 문제의 저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3번은 "대동강 철교"라고 소개돼 있지만 글자가 패치된 흔적이 보인다.
안 봐도 비디오다. 저건 "한강 철교"라고 자료를 잘못 만들었다가 오류를 지적받고는 허겁지겁 수정한 것이다.

저 사진은 1950년 12월 초, 평양에서 북한 공산 괴뢰군의 대동강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서 유엔군이 다리를 폭격해서 저렇게 부숴 놓은 것이다. 그때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해 우리가 눈물을 머금고 후퇴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머지않아 다리를 망가뜨려 놓을 테니까 피난 가려면 빨리 가라고 사전에 시민들에게 경고를 하긴 했다.
하지만 그때 교통 통신이 지금처럼 좋지가 못했으니, 다리가 파괴되고 열차 운행이 중단된 뒤에야 소식을 뒤늦게 접한 사람들은 저거라도 붙잡아서 어떻게든 강 건너 피난 가려고 북적거렸다.
한강 인도교 내지 철교를 배경으로 피난민들의 영상 기록이 남겨진 건 내가 알기로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19 19:34 2018/11/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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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MB 2018/11/25 23:21 # M/D Reply Permalink

    신길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게 초기에는 난간형이었던걸로 알고있습니다

    1. 사무엘 2018/11/26 05:55 # M/D Permalink

      네, 맞습니다. 1호선 지상 신길이지요.
      과거에 도철에서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놓고도 한동안 가동을 안 해서 언론으로부터 까이기도 했죠. 그게 엊그제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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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장의 개장을 기다리며

서울에서 신당동은 구미와 더불어 박 정희 대통령이 살았던 곳이다. 이처럼 종로구 이화동에는 이화장이라고 이 승만 대통령이 살았던 사저가 있다.

이화장은 근현대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으며, 내부엔 자그맣게 이 승만 대통령 기념관도 있다. 하지만 여기는 언제부턴가(한 2010년대쯤?) 내부 수리를 이유로 수 년 이상 장기간, 거의 무기한에 가깝게 휴관한 채 방치되었으며 일반인이 들어가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옛날엔 인터넷 지도에도 '2018년 개장 예정' 이렇게 쓰여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말도 없다.

그래서 본인은 올해 두어 차례 이화장을 찾아가 봤다.
지하철 4호선 혜화 역 2번 출구로 나가서 방통대 건물 모퉁에서 좌회전 한 뒤, 언덕을 오르며 대학로 파출소 방면으로 골목길을 쭉 걸어가면 된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목적지까지 직선 거리로는 600미터이지만 실제로는 언덕길 7~800미터 정도를 걷게 되니 남자의 걸음으로 10~15분 남짓 걸린다. 막 가깝지는 않지만 도저히 걷지 못할 먼 거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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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 역 주변에는 방통대와 서울대 병원이 있고 이들은 전반적으로 붉은 벽돌의 오래된 건물이어서 좀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그런데 거기서 이화장이 있는 동쪽은 한양도성과 낙산 공원 방면이다. 길이 좁아서 차들이 다니기는 불편하지만 대학로라는 명칭답게 이색적인 카페들과 극장도 있어서 신촌· 홍대 같은 분위기가 난다.
그러다가 이화장에 다다르면 요런 한옥과 담벼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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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가 정문 입구이다. 주변은 온통 공사를 위한 컨테이너 가건물이 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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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아직 공사판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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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장에 대해 설명해 놓은 표지판은 컨테이너 가건물에 가려져서 접근하기도, 읽기도 어려워져 있었다.
이 정도가 끝.. 더 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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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만 대통령 기념 사업회의 공식 홈페이지를 가 보면 휴관 사유가 저렇게 적혀 있는데.. 내가 보기엔 말이 안 된다.
지난 2011년엔 우면산에서 큰 산사태가 났지, 낙산에서 산사태가 났다는 소식은 난 들은 바 없다.

그리고, 설령 그때 피해를 입었다 해도 저 쬐끄만 건물이 무슨 놈의 복구가 7년이 넘게 걸리냐?
화재로 깡그리 소실됐던 숭례문이 복구에 5년이 걸렸고 그것도 예상 외로 굉장히 오래 걸린 축에 든다.

마치 레카를 죽을 때까지 그냥 무기한 구속시켜 저렇게 구치소에 쳐넣어 두는 것처럼.. (주 기철 목사도 정식으로 재판과 형량 선고도 없이 유치장-구치소만 나돌면서 고문 당하다가 죽었다)
유지보수를 핑계로 친일 공화국 분단의 원흉 독재자의 행적은 이렇게 방치함으로써 교묘하게 지우고 폐쇄하고 봉인시키는 게 아닐까? 독립기념관 바깥뜰에다가 조선총독부 건물 잔해를 방치해 놓았듯이 말이다. 괴담 음모론 같은 거 믿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나라 꼬라지가 꼬라지이다 보니 저런 불길한 생각마저 들려 한다.

저 안에 있는 동상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무너뜨리고 박살 내고 싶어하는 들쥐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미개한 반도에 쌔고 널렸다. 완전 위험물이다.

정치 보복 한번 참 졸렬하고 치사하게 한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타인도 다 포용? 즐쳐드시고 엿 먹으라고 해라. 레카도 바보같이 그렇게 어영부영 순진하게 관용 베풀다가 믿는 도끼 발등 찍히고 저 지경 됐다.

표현의 자유? 맨날 천날 광화문에서 "김 일성 만세" 외칠 자유 운운하는데.. 그럼 어디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누가 "전 두환 만세"라고 외쳐도 너그럽게 오냐 오냐 포용할 수 있다면 그럼 본인도 그 자유에 대해 동의해 주겠다.

종북좌좀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뼛속까지 오로지 내로남불과 진영논리에 입각해서 움직일 뿐이다. 난 이래서 그런 놈들이 너무 혐오스럽다. '김 정은 위원장님', '비록 친척을 죽였지만 예의바르고 훌륭한 지도자'와 동일한 잣대와 포용력으로 이 승만· 박 정희를 미화하고 과오를 실드 친다면.. 남한 대통령쯤은 거의 예수에 맞먹는 성군 도덕군자로 포장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들은 광우뻥 선동· 세월호 선동부터 시작해서 온갖 가짜 뉴스와 왜곡, 여론조작으로 세력을 키우고 집권한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가짜 뉴스를 근절하겠네 뭐네 수작인가?
그리고 2017년 이래로 지금까지 곳곳에서 드러난 채용 비리와 부적격 인사 임명, 기업의 후원 강요 사례들.. 그게 2013~2016년 사이에 폭로됐으면 광화문 촛불이 몇 번이고 터져 나오고 대통령이 몇 번은 갈아엎어졌을 것이다.

걔네들은 진짜로 부정부패 비리 척결, 친일 청산, 민주주의 등등을 원해서 그런 구호를 외치는 게 절대~ 전혀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반민주적이고 반대자를 악랄하게 탄압할 놈들이 야당이고 약자일 때는 인권 복지 민주 팔고 감성팔이 짓거리를 할 뿐이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대학까지 나와 놓고는 이 사실을 아직도 못 깨달았다면 정말 학교 헛다닌 미개한 개 돼지란 소리 들어도 싸다. 지능과 양심 둘 중 하나 이상은 문제가 있다.

인간의 탈을 썼다면서 좋은 말, 이성과 논리와 팩트로 산업화가 되지 않고 자꾸 나라 체제를 위협하는 이상한 사상에 끌려가고 있고, 격리와 분리도 안 되면.. 어쩌겠는가? 쌍욕 아니면 폭력밖에 처방이 남는 게 없다. 이게 그저 단순히 견해나 성향, 신념이 다르기만 한 문제이면 내가 이런 험악한 말을 절대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6월 말에 왔을 때는 "2017년도 보수 공사"(올해 7월 17일까지)가 진행 중이었고, 얼마 전에 왔을 때는 "2018년도 보수 공사"(내년 3월 5일까지)가 진행 중이었다.
도대체 이화장이 뭘 그렇게 다 뜯어고쳐야 되는지, 모든 공사가 언제 끝나서 언제 재개방을 할지 모르겠다.

과연 이화장이 제대로 개관을 하는 날이 올까? 나의 이 썰은 과연 다 쓸데없는 기우로 끝날까? 어디 한번 두고보련다. 나중에 딴소리가 나오면 이 글이 증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정말 불가피하게 약간 훼손된 건 그렇게도 악랄하게 물어뜯고 욕하면서, 그렇게 민주주의 자체의 근간을 마련한 공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도 없는 배은망덕한 족속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진짜 친일 청산과 민주주의를 제일 방해한 원흉에 대해서는 절대 침묵하는 머저리들..
이 승만 대통령은 미개한 부류들에겐 너무 과분한 지도자였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17 08:33 2018/11/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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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행성들

* 오래 전에 썼던 글을 리메이크 했다.

1960~80년대 냉전 기간 동안 미국과 소련의 주도로 진행된 우주 개발은 인류의 세계관, 우주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과업이 아니었나 싶다. 그 전에는 아담스키 같은 사람이 내가 금성에서 온 우주인을 만나고 왔다고 구라-_-를 쳐도 반박할 근거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화성에서 사는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온다는 스토리인 <우주 전쟁> 같은 소설도 20세기 중후반부터는 읽기에 김이 좀 빠지게 됐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제각기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다르고 궤도의 이심률, 방향 등이 다를지언정, 거의 다 같은 평면상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 행성들이 마치 원자 주위를 도는 중성자, 전자들처럼 3차원 공간을 다 차지하면서 마구잡이로 도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은하 전체가 납작한 평면 원반 형태이다. 그 위아래로 쭉 가면 뭐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참고로 성경은 하나님의 왕좌가 자리잡은 방향도 북극이 향하는 그 절대적인 북쪽이라고 말한다.)

태양계 시뮬레이터가 있으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태양을 비롯해 각 행성과 위성들의 질량, 반지름, 초기의 운동 방향을 입력해 주면 실시간으로 행성들이 우주 공간을 원뿔곡선을 그리면서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그리고 행성의 임의의 시점에서 하늘을 봤을 때 태양이나 인접 행성들이 어떤 크기로 보일지도 보여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누가 물리 엔진 잘 짜서 만들면.. 내가 직접 우주를 창조하는 창조주 기분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 아마 천체의 운동을 제대로 기술하려면 3체 문제 같은 것도 적당히 풀어내야 할 것이다.

지구와 달부터 시작해서 태양계의 행성들을 지구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나열해 보았다.

0. 지구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 물이 액체 상태로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 자전축이 직각의 1/4에 가까운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것, 비정상적으로 큰 위성이 존재하는데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같다는 것.. 뭐 정말 온통 특이한 점밖에 없는 행성이다. (수성, 금성만 해도 자전축은 5도를 안 넘으며 곧게 빙글빙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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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자전 속도가 아주 서서히 느려지고 있으며, 달은 서서히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1. 달

우주의 천체들 중 지구에서 제일 압도적으로 가까이 있는 덕분에 수십 년 전에 인간이 수 차례 직접 다녀오는 데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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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은 우주선(달 탐사선, 사령선)을 지구의 대기 궤도(parking orbit)에까지 올려주고, 그 뒤 우주선이 추가적으로 가속하여 지구를 도는 궤도를 초점이 달에 근접할 정도로 길쭉한 타원에 이르도록 가속한다.

그렇게 달 쪽으로 가다가 달의 중력에 끌려갈 때쯤이면 감속하여 달의 궤도에 진입하는데, 감속을 안 하면 우주선은 달을 삥 돌면서 8자 모양만 그리고 도로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아폴로 13호가 불의의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원리를 이용하여 달 착륙만 포기하고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사령선은 달을 도는 동안 달 착륙선을 밑으로 내려보내고, 착륙선은 나중에 다시 사령선과 합체한다.
지구에서 달까지 편도로 가는 데는 3~4일 정도 걸린다. 이 모든 과정에서 로켓이 연료를 분사하여 뭔가 가감속을 하는 시간은 수~수십 분에 불과하다. 로켓은 비행기가 아니고 우주 여행은 지구 대기권 비행이 아니다. 나머지 모든 시간은 그냥 관성으로 천체 궤도를 돌고 끌려가며 이동하는 시간이다.

2. 금성

일찍이 샛별이라고 불리면서 인류의 선망이 되어 온 이 행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으며 크기와 중력도 지구보다 약간 작을 뿐 얼추 일치한다. 가는 것 자체는 2~3개월 남짓 걸리고 궤도 진입도 쉬운 편이어서 다 좋은데... 딱 하나. 금성 내부가 24시간 초고온 고압의 불지옥이라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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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로 꽉 찬 지표면 대기의 압력은 잠수함도 못 들어갈 정도인 해저 900m급과 대등하고, 온도는 1년 내내 극지방과 적도를 가리지 않고 섭씨 400도 이상이다. 두꺼운 구름을 뚫고 지표면을 들여다보려면 결국 탐사선을 착륙시켜야 하지만.. 이런 곳에 착륙한 탐사선은 수~수십 분밖에 못 버티고 고장 나고 파괴되고 말았다.
왜 하필 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행성 하나만 유일하게 저 지경이 됐는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와 나란히 쌍둥이나 마찬가지인 행성인데 왜 운명은 서로 정반대로 바뀌게 되었을까?

금성은 태양계의 행성 중 공전 궤도의 이심률이 가장 작으며, 동그란 원에 일치한다고 한다. 크기도 별로 안 큰 행성이 대기압도 가장 짙고 자전 속도가 태양계 행성 중 살인적으로 가장 느리며, 심지어 공전 주기보다도 길어서 하루가 1년보다 더 길다. 또한 이놈과 천왕성만 공전 방향과 자전 방향이 상호 정반대인 것도 이색적이다. (다른 행성들은 그렇지 않음)
또한 금성은 지구와는 달리 자연 위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지도 않다.

3. 화성

인류의 기술로는 가는 데 5개월~1년 정도 걸린다(당연히, 지구와 가장 가까워졌을 때 기준). 여기는 그나마 춥고 메마른 사막일 뿐인 덕분에 여러 탐사선들이 착륙 후에 수 개월~수 년간 활동했으며, 표면 사진도 제일 많이 전해져 있다(온통 시뻘건 산화철이 섞인 붉은 흙). 쉽게 말해 달 다음으로 2순위로 착륙해 볼 만한 곳이다.
그래도 거리의 압박이 있다 보니 여기에 가는 것도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가는 도중에 통신이 끊기고 실패한 우주선 미션들도 굉장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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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금성보다도 더 작지만 자전 주기와 자전축 기울기는 지구와 묘하게 비슷하다. 그리고 태양과 충분히 멀어서 그런지 위성도 두 개 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둘 다 지름 10km대의 못생긴(=딱 봤을 때 구 모양을 하고 있지도 못한) 돌덩어리에 불과하며, 지구의 달하고는 스케일이 비교가 안 된다.
포보스는 태양계 전 행성의 위성들 중 공전 고도가 가장 낮으며, 화성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는지라 먼 미래에 화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 반면, 데이모스는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4. 수성

태양계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으며, 한편으로 소행성 왜행성 따위를 제외한 행성들 중에서는 제일 작아서 달보다 약간 더 큰 정도이다. 응당 위성도 없고 대기도 거의 없으며 표면엔 크레이터가 많아서 더욱 달과 비슷한 심상이다.

수성에서는 태양이 얼마만한 크기로 보일까? 공전 주기는 짧은 편이지만, 자전은 지구로 치면 거의 2개월에 가깝게 걸릴 정도로 매우 느리다. 그래서 긴 시간 동안 낮에는 표면이 섭씨 2~300도에 달하는 프라이팬처럼 달궈지고, 밤인 뒷면은 영하 세자릿수대에 도달한다고 한다. 달만 해도 그렇게 되는데 달보다 태양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수성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수성은 지구와의 최단거리도 만만찮지만, 태양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빠르게 공전하는(지구 공전 속도의 약 1.5배이고, 공전 궤도의 이심률도 꽤 큼) 작은 내행성이라는 점으로 인해 탐사선을 보내기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그냥 수성으로 보냈다가는 우주선도 십중팔구 태양으로 끌려가 버리기 때문이다. 아까 달 궤도에 진입할 때처럼 감속을 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엄청나게 빡세다.

그래서 지난 반세기 우주 시대 동안 수성을 탐사한 우주선은 마리너 10호와 메신저 단 둘밖에 없으며, 전자는 사실 수성의 궤도로 진입도 못 했다. 태양을 돌다가 수성에 근접하게 됐을 때만 잠깐 잠깐씩 탐사했을 뿐이다. 나중에 발사된 후자가 수성을 수천 번 돌면서 전체 표면 지도를 완성한 뒤, 나중에 궤도 유지를 위한 연료가 고갈되자 수성 표면으로 추락했다.

외행성 탐사선들이 보통 행성 스윙바이를 이용해서 가속을 하지만, 수성으로 가는 우주선은 금성을 이용해서 ‘감속’을 한다. 이거 속도를 맞추느라 메신저의 경우, 수성까지 가는 데는 발사 후 무려 6~7년에 달하는 시간이 걸렸다.
아울러, 이런 수성 탐사선은 원자력 전지(외행성)도 아니고 태양광 전지(지구 인공위성)도 아니고 무슨 양산 같은 열 차폐막을 두르고 날아갔다. 뱅글뱅글 바비큐 기동만으로도 태양열의 제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수성은 크기나 색상(칙칙힌 회색..)이 달과 얼추 비슷하니 이 글에서 별도의 사진은 생략하겠다. ㄲㄲㄲㄲ

5. 소행성대

화성에서 목성 사이의 우주 공간에는 마치 마곡 역 개통 전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발산-송정처럼 중간에 뭐가 빠진 것 같은 긴 공백이 존재한다. 티티우스 보데의 법칙으로도 예측할 수 있는 이 지점에는 마치 우주 찌꺼기 같은 자그마한 소행성들이 태양을 돌면서 마곡 역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물건은 ‘세레스’라는 이름이 붙은 소행성이다. 예전엔 커다란 한 행성이었다가 뭔가 큰 사고가 나서 박살이 나고 저 지경이 된 잔해들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세레스의 고해상도 표면 사진은 2015년이 돼서야 촬영될 수 있었다. 얘도 온통 크레이터가 가득한 곰보 같은 모습이더라.

6. 목성

화성 이후부터 행성 사이의 거리는 수성-화성 사이의 행성에 비해서 굉장히 벌어진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며, 토성만치 폼나지는 않지만 나름 고리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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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의 무늬가 마치 나뭇결 같다는 생각도 든다만.. 저기는 잘 알다시피 착륙할 땅 자체가 없다. 표면에 내려가면 금성 뺨치는 고온 고압 유독가스 폭풍에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모든 것이 그냥 짜부러진다. 금성에는 없는 방사능도 왕창 튀어나온다.

목성은 그 큰 행성이 밀도가 작아서 그런지 자전 속도가 매우 빨라서 주기가 10시간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표면의 중력 가속도는 약 2.5G 정도라고 여겨지니 지구보다 더 무겁다.
덩치가 큰 덕분에 위성이 현재까지 무려 70개가 넘게 발견되어 있는데, 그 중 제일 큰 '가니메데'는 수성보다도 약간 더 크다. 그래도 질량은 수성의 절반 남짓이라고 한다.

7. 토성

제원을 살펴보면 여러 모로 목성의 축소판인 행성이다. 크기는 목성보다 약간 작지만 목성보다 훨씬 더 화려한 고리를 갖고 있으며, 자전 원심력으로 인해 적도 방향으로 목성보다도 더 찌그러진 타원처럼 보인다. 태양계에서 고리도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유일한 행성이 바로 토성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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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표면은 온갖 화려한 물결 무늬, 나뭇결 무늬, 대적반, 동그란 흉터 같은 형상들로 점철된 반면, 토성의 표면은 너무 반들반들하다. 대기가 짙어서 표면이 잘 안 보이는 건지, 아니면 관측이 충분히 가까이에서 못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은 타이탄이며, 2005년에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이 착륙도 했다. 주변 풍경은 화성과 비슷해 보였다.

8. 천왕성

천왕성은 정말 엄청나게 멀다. 태양-토성의 거리가 토성-천왕성의 거리와 비슷할 정도이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이 적중하는 마지노 선인 행성인데, 그 법칙은 지수함수 형태이다..)
얘부터는(해왕성도) 지구에서 밤 하늘 관측으로는 볼 수 없으며, 블랙홀 찾듯 중력 존재감을 추적한 계산만으로 발견된 것이다. 표면 사진은 보이저 2호가 촬영해서 보내 준 것만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색깔이 희뿌옇고 퀄리티가 그리 좋지 못하다.

천왕성은 자전축이 무려 98도로 사실상 누워서 자전하기 때문에, 자전과 낮과 밤의 관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태양을 향하고 있는 한쪽 극지방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낮이고, 반대편은 밤이 그만치 계속된다.

9. 해왕성

앞서 얘기했듯이 물리적 특성과 크기, 발견 경위 등이 천왕성과 비슷한 처지이다. 목-토, 그리고 천왕-해왕 이렇게 짝을 이루는 것 같다. 그래도 지구보다도 더 새파란 게 색깔 하나는 예뻐 보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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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2호는 목성에서 토성까지 가는 데 2년, 거기서 천왕성까지 무려 4년 반, 거기서 해왕성까지 3년 반 정도가 걸렸다. 목성에서 해왕성까지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그나마 행성들이 얼추 일렬 최단거리로 늘어섰던 천우의 타이밍 때 날아간 게 이 정도이다.

위성 트리톤은 태양계 행성들의 위성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해왕성의 자전 방향과는 반대인 역행 공전을 하고 있다.

10. 명왕성

너무 멀고 크기가 너무 작고, 보이저 탐사선의 조명조차 못 받았다 보니, 제대로 된 표면 사진조차 없이 오랫동안 상상도만 존재했던 물건이다. 최초 발견자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굉장한 애착을 갖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자기 궤도에서 독보적인 행성도 아니었으며 왜행성· 소행성 등급으로 결론 지어졌다.

그런데 그 작은 명왕성에도 카론이라는 위성이 붙어 있다. 이 둘은 한쪽의 크기와 무게가 충분히 독보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두 행성의 바깥에 있다. 일종의 이중 행성계를 구성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중력에 이끌려 빙글빙글 돌고 있다.

2006년에 발사된 뉴 호라이즌스 호가 9년 반 동안 보이저보다도 더 빠르게 날아간 끝에 드디어 명왕성의 표면 사진을 최초로 보내 줬다. 덕분에 명왕성의 표면은 자기보다 앞의 가스형 행성들보다 더 선명하게 잘 알려지게 됐다. 보아하니 색깔이 수성· 달이나 세레스 같은 회색이 아닌 붉은색 계열인가 본데, 화성처럼 철 성분이라도 있나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14 08:31 2018/11/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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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고수 괴수 덕후는 많다. 그 중엔 이 종원 씨라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최고의 버스 전문가가 있다. 본인보다 띠동갑 이상으로 어린.. 아직 나이 30도 안 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여러 번 매스컴도 타고 명성이 자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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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덕이라 하면 흔히 버스 노선이나 여행에 관심이 많아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들만 갈아타면서 24시간 안에 가기 인증" 같은 걸 즐기는 집단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인도 처음엔 그런 걸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별개의 다른 덕질 분야이며, 저 사람은 순수하게 차량 분야 전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기계· 전자를 전공한 공돌이 내지 자동차 정비 명장인 것도 아니다. 그의 주 관심사는 그냥 버스의 역사와 차량 계보 그 자체이다. '버스 백과사전'을 출간하고 '한국 버스 박물관'을 설립하고 싶어한댄다. 컴퓨터 박물관이 아니라 비디오 게임 박물관이 필요하듯, 자동차 박물관만으로는 여전히 너무 범위가 넓으니 버스만의 고유한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버스들이 내구연한이 경과했다고 칼같이 퇴역하고 얄짤없이 폐차되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런데 일반 소형 승용차와는 달리 버스는 자가용이 아니라 거의 다 영업용으로 쓰인다. 그러니 특정 개인이 애착을 가질 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

게다가 버스는 승용차보다 훨씬 더 크고 비싸고 보존하기도 어려운데, 어째 그런 버스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버스에서 Looking for you 같은 음악을 들었을 리는 없을 텐데..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최근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그는 어릴적부터 비범했다.

  • 4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다니며 버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 한글도 제대로 떼기 전에 버스 노선을 외우고 차종을 구분짓기 시작했다.
  • 즐겨 그리는 그림은 버스였고 모형도 버스만 만들었다.
  • 초등학교 2학년 때 인터넷 버스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버스를 깊게 파고 들었다.

초딩 1~2학년 무렵엔 나도 좀 차덕이긴 했다. (☞ 관련 링크) 남자 꼬마애들이 그 나이 때 공룡이나 로봇을 좋아하듯이 큼직한 버스를 좋아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저 코흘리개 나이 때부터 버스 동호회를 가입하고 저렇게까지 몰두하다니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 보인다.;;

그는 2015년에는 TV에 출연해서 특색 있는 전동차 구동음도 아니고 그냥 털털거리는 내연기관일 뿐인 디젤 엔진 소리만 듣고서 해당되는 버스 차종을 모두 알아맞혔다. 심지어는 자기가 버스 엔진 소리 성대 모사까지 해서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우와 +_+
하긴, 똑같은 디젤 엔진이어도 옛날이랑, EGR에 CRDi에 SCR 등 온갖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갖춰진 요즘 차는 엔진 소리가 서로 뭐가 달라도 다른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러시아, 미얀마, 라오스 같은 외국도 다녀왔다. 다른 관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퇴역 후 외국으로 수출된 옛날 버스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희귀 아이템은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과 함께 돈을 모아서 구매해서 역수입을 해 오기도 했다!

tvN에서 내 블로그를 보고 보고 연락했다. 1994년 배경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다. 94년식 버스는 멸종해서 비슷한 느낌의 버스를 수소문했다. 알고보니 그 드라마가 ‘응답하라 1994’였다. 이후 요청이 종종 들어왔다. 영화 ‘더킹’, ‘마약왕’, 드라마 ‘라이프온마스’에 나온 버스도 섭외했다.
몇 년도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만 알면 떠오른다. 직접 정리한 자료도 있다.


그러니 이분은 최고의 버스 고증 전문가가 되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대해서도 저 인터뷰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마 할 말이 왕창 많을 것 같다.
<말죽거리...>의 경우, 중문이 달려 있는 1970년대 버스를 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후대의 앞문· 뒷문 중고 버스를 구한 뒤, 앞문은 틀어막고 뒷문을 뜯어고쳐서 중문처럼 보이게 했다고 한다.

옛날 버스에 대해서 본인이 아는 것은 엔진이 전방에 달린 대형 버스, 그리고 뒷문도 앞문 같은 폴딩 도어이던 시내버스 정도이다. 1990년대 초, 초등학교 전반부 정도까지는 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철도님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비행기에 대해서도 부전공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주워 들은 것도 있다. 한반도 역사상 시내버스가 최초로 운행된 곳은 서울· 부산이 아니라 대구라는 것 등..

현대에서 에어로시티 계열 버스를 내놓기 전에 생산했던 RB는 모든 게 동글동글 유선형이었다. 각이라고는 없었다. 그 시절에 바다 건너 일본 버스들이 디자인 트렌드가 그러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버스를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길거리에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반면, 대우의 BS계열 버스들은 헤드라이트 모양이 정사각형 셀이었다. 이거 정도는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헤드라이트도 정말 순식간에 사라지고 멸종했다. 길거리에서 현역으로 멀쩡히 많이 잘 뛰던 물건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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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첨부는 생략하지만 아시아 자동차 버스들도 있었는데, 얘들 외형은 대우보다는 현대차에 더 가까웠다.
훗날 아시아는 기아에 흡수됐고, 기아는 현대로 흡수됐으니 지금은 결국 다들 한 지붕 아래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됐다.

그랬는데.. 이 종원 씨는 저런 것들조차도 당대에 직접 탔을 리도 전무할 텐데.. ㅠ.ㅠ
심지어 그는 지금으로부터 딱 1년 남짓 전엔 현대 자동차 남양 연구소로 초청을 받아 가서 현대차 "직원"들에게 선배들이 수십 년 전에 만들었던 버스들의 계보에 대해서 강연도 했다고 한다..;;

이분이 운영하시는 블로그의 최근 글을 봤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현대 FB485와 새한-대우 BF101 실차를 미얀마에서 구입해서 역수입해 왔다.;;
난 그 시절엔 경쟁사의 새한-대우 BF101만이 짱인 줄 알았는데, 글을 보니 경쟁사인 현대의 제품도 디자인과 편의 시설에서는 메리트가 컸었다. 그리고 사실 두 차량은 엔진은 동일했다.

지금은 현대 버스들이 바퀴 펜더가 동그란 반원이고 대우 버스가 좀 각진 편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 반대.. 현대에서 펜더를 각진 사다리꼴 모양으로 만들고, 새한-대우 버스가 둥글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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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을 계속 보니, 옛날에는 에어 브레이크가 초대형 트럭이나 고속버스에는 적용되었지만 시내버스는 그렇게 무겁거나 고속 주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열외되어 있었던 듯하다. 현대 FB485에서 도입한 게 최초라고 한다.

또한, 벽면에 리벳이 박혀 있지 않은 깔끔한 형태로 버스 차체를 만드는 것도 그 당시로서는 고급 기술이었나 보다. 의류로 치면 말 그대로 솔기 없는(seamless) 매끄러운 옷에 해당한다.
글을 보면 볼수록 흥미롭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사연이 있어서 따로 보존된 특수한 버스는 두 대 정도가 있다. 하나는 박 정희 대통령 장례용으로 급히 개조· 제작되었던 영구차이다.
18년에 가까운 독재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이 그렇게 허무하게 비명에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최 규하 권한대행이 급히 영구차 제작 입찰을 했는데, 여기서는 현대 대신 새한-대우가 선정되어서 BF101을 급조한 영구차가 만들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즉, 이 차가 저 때의 저 차였다는 얘기다. 물론 꽃으로 온통 뒤덮혔으니 사전 정보 없이 외형만 봐서는 저게 BF101의 파생형이라는 걸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도 고인의 관을 볼 수 있도록 측면 창문을 아주 크게 만들었다.
이 영구차는 지금도 서울 현충원 안에 보존되어 있으며, 본인 역시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에 사마란치 IOC 위원장을 비롯해 각종 스포츠 연맹 총재 같은 높으신 귀빈들을 태웠던 전용 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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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은 아시아 자동차의 '콤비'이며.. 25인승 마이크로버스 차급이지만 내부가 6인승용 응접실 형태로 개조되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 민수용 개조 부활(?) 같은 거 없이 영구 보존되긴 했지만 그 뒤로 그리 좋지 못한 관리 상태로 방치되어서 버덕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본인도 버스 하면 이 정도는 글 읽으면서 떠올리고 있었는데.. 저분 역시 곧장 언급을 하니 반가웠다. 실미도 사건 때 북파공작원들이 뺏어서 몰았던 그 버스까지는 나도 미처 생각을 못 했는데..
저런 분이야말로 나중엔 아예 버스에서 살림을 꾸리고 살지 않을까 싶다!!

류 준열과 혜리가 만원버스에 탄 장면을 보면 에어컨이 달려 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냉방 시설이 있는 버스는 없었다.


하긴, 버스와 열차에서 에어컨이 나오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에어컨 설비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옛날에는 버스의 엔진 출력 자체가 그 넓은 공간에 냉방을 빵빵하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 종원 씨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버스에 대한 그의 열정은 철덕을 자처하는 본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본인은 남자라면 무조건 대형 면허 따서 왕창 크거나 왕창 빠른 차를 몰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런 버스 전문가를 부러워하고 존경한다. 나도 한 분야에 저 정도의 외길 전문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런 괴수에 비해 나의 철덕질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인 거 같다.. ㅜㅜ 나는 아직 철도를 저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후회되고 자괴감이 든다. 더 분발해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11 08:27 2018/11/1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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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 바다, 수소의 연료화

흔히 우리는 바다가 온통 소금물이니 소금은 다들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얻는 줄 안다. 하지만 대량의 물을 물리· 화학적으로 변형하는 것은 우리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 비용)가 드는 일이며, 염전 또한 아무 바닷가에나 쉽게 크게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정제 비용은 덤이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소금의 출처는 바닷물보다는 의외로 암염의 비중이 더 크다고 한다. 망망대해 가운데에서 마실 물 걱정을 하는 것처럼, 주변이 온통 바닷물이지만 여전히 소금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흔해 빠진 게 물인데 산소와 수소쯤은 물을 전기 분해하면 바로 얻을 수 있잖아?"도 그때 드는 전기의 양을 생각하면 그리 만만한 생각이 아니다. 수소는 생산한 뒤에도 너무 위험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어렵다 보니, 21세기의 기술로도 그 막강한 폭발력을 동력 기관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과 가성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뭐, 소금은 이렇게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서도 많이 얻는다만, 우리가 바다에서 진짜 의외로 더 많이 얻는 것은.. 바로 산소라고 한다. 아마존 숲을 포함해 육상 식물이 만드는 산소보다 전세계 바다의 해조류와 미생물이 광합성을 해서 만드는 산소가 더 많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모르겠지만, 일단 지표면에서 면적부터가 바다가 훨씬 더 크기도 하니..

게다가 거대한 양의 바닷물은 이산화탄소를 품고 있기도 하다. 나중에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바뀌어서 화력이 강해지고, 태양열 때문에 바닷물이 증발하는 지경이 되면 바닷물이 품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몽땅 증발돼 나오면서 온실효과까지 가미되어.. 지구는 순식간에 금성 같은 불지옥으로 바뀔 거라는 전망이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여러 모로 바다는 소금보다도 더 중요한 분야에서 인류에게 고마운 역할을 하는 듯하다. 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도 톡톡히 한다. 소금은 암염으로 더 많이 생산될지 모르지만 생선이 육상 동물 육류보다 더 저렴하고 영양 가성비가 뛰어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 음속 -- 진동이 전해지는 속도

공기 중에서 음속이라는 게 초속 330~350m, 시속으로 환산하면 1100~1200km 정도 된다.
음속이 광속보다는 훨씬 더 느리기 때문에, 번갯불이 먼저 번쩍인 뒤(눈에 도달) 수 초 뒤에 폭음이 귀에 도달하여 들리는 것 정도는 주지의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등산 중에 하늘 위로 비교적 낮게 날아가는 비행기를 봤는데, 비행기는 엔진 소리가 들려 오는 곳보다 더 앞서 나가 있는 게 무척 신기했다. 고도가 낮은 것 같아도 못해도 3~4km 정도는 돼 보인다.

그런데 하물며 우주 관측은 광속으로도 감당 못 할 까마득히 먼 거리를 다룬다는 게 더 신기한 노릇이다. 몇백만 년 전의 별의 모습을 이제야 보는 것이니 말이다. 겨우 수 초 전에 비행기가 지구 대류권 상공에서 낸 엔진 소리를 뒤늦게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기 중의 음속은 인간의 비행기로도 낼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느린 속도이다. 하지만 액체와 고체 속에서는 음속이 훨씬 더 빨라진다.
물 속에서는 극심한 저항 때문에 총알도 제대로 안 나아가고 모든 것이 둔해지고 느려지지만, 음속은 공기 중보다 대체로 4~5배 정도 더 빨라진다. (초속 1.4~1.5km)

게다가 금속 같은 고체 매질 속에서는 음속이 초속 5~6km대로 치솟는다.
지진파가 바로 고체 속에서 나아가는 음파와 본질적으로 비슷한 존재이다. P파 S파 종류별로 속도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초속 수 km대의 스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원지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에 진동이 겨우 몇십 초 만에 느껴졌네 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경주와 포항의 지진 때문에 이쪽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하지만 전파 같은 초월적인 광속도 아니고 그렇다고 로켓이나 우주 발사체의 속도도 아니고, 일상적으로 저런 규모의 속도를 접할 일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소리가 나아가는 건 총알이나 바람이 나아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직접 이동하는 게 아니라, 진동만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과 고체 속에서 음속이 더 빨라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기 저항을 없앤답시고 진공을 만들어 버리면 음속이 증가하기는커녕, 소리가 아예 전해지지 못하게 된다. 열은 복사라는 방식으로 진공 속에서도 나아가서 전해질 수 있는 반면, 음파는 그냥 끝이다.

자연에는 물질의 운동뿐만 아니라 파동/진동도 존재한다는 것이 물리 과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주범임이 틀림없다..;; 그냥 이차함수 포물선까지만 생각하면 되던 게 이제 삼각함수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빛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지니고 있는 건.. 신학으로 치면 인간이면서 하나님, 삼위일체 급의 난해한 개념이다.

3. 전열기

전기 에너지를 이용하면 잘 알다시피 바퀴를 굴리는 동력을 생성할 수 있고 강렬한 빛(LED)을 만들 수도 있고 컴퓨터를 돌리고 메모리 소자에다 정보를 기록할 수도 있다.
이런 무궁무진한 활용에 비해, 전기로 겨우 열이나 만드는 건 제일 수준 낮은 활용인 것 같다. 어차피 모든 에너지는 열, 그것도 더 재활용하기 곤란한 폐열로 귀착되니 말이다.
마치 싱싱한 참돔이나 우럭, 넙치 활어를 받아서는 회를 만들어 먹지 못하고 몽땅 탕으로 끓여 먹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 차원에서 기름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요리나 난방용 전열기가 의미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전기 제품은 안 그래도 간편하고 화력 좋고 그 자체로서는 공해도 전무한데, 전자 공학 기술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전열기도 옛날의 전열기보다 에너지 효율이 당연히 훨씬 더 좋다. 같은 전력을 소모했을 때 빛이나 동력이 나와야 하는 곳에서는 열로 낭비되는 에너지 없이 빛이나 동력만 많이 나오고, 진짜 열이 나와야 하는 곳에서는 열만 아주 강렬하게 잘 뿜어져 나온다.

그러고 보니 똑같이 전기로 음식을 데우는데, 단순히 바닥만 뜨겁게 달궈 주는 전기 오븐이 있는 반면에 전자 레인지도 있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후자가 전력 소모가 더 많고 더 고차원적이고 심오한 방법으로 음식을 데우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한편으로, 전기가 아닌 통상적인 연료를 사용하는 가스 레인지나 석유 난로도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처음 점화를 할 때는 전기 스파크를 사용하기 때문이며, 이건 휘발유 자동차 엔진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스 레인지의 경우 건전지를 집어넣는 부분이 있으며, 석유 난로는 최소한의 전자식 UI 제공을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 물론 순수 전기 난로보다 전력 소모가 훨~~씬 적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4. 20세기 중반의 리즈 시절

요즘 이공계에서 석· 박사까지 공부하는 종사자들은 추세를 다 알겠지만..
오늘날은 어느 분야건 무슨 20세기 초와 그 이전처럼 울트라 초천재 과학자 한 명이 그야말로 X선처럼 0에서 1을 만드는 급의 기상천외한 걸 창조하거나 발견해 내고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던 그런 시절은 지났다. 모든 연구는 엄청난 자금빨을 동원해 집단으로 행해지며 단독 저자 논문은 거의 없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여러 학문들이 손 잡고 힘을 합쳐서 궁극적으로는 (1) 모든 사람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마음을 읽어 내는 스마트한 시스템, 그리고 (2) 사람을 닮은 기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달려가고 있다.

옛날에, 20세기 이전에 생물학이라는 건 그냥 생물의 생태를 관찰하고 분류하고 해부하는 정도의 방법론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파브르나 멘델처럼 말이다. 그랬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타 분야의 과학· 공학이 발달한 성과물을 접목하여 예전에 상상도 할 수 없던 미시적인 수준의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분자 생물학이라는 게 태동한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양의 DNA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니 컴퓨팅 기술과도 손을 잡게 됐다. 이게 물리학으로 치면 마치 뉴턴 고전 역학에서 전자기학,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는 급의 패러다임 변화이다.

생물학이 그렇게 되는 동안 의학은? X선 덕분에 방사선 치료니 영상 의학이니 하는 분야가 새로 생겼다. 옛날의 의사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언어 공학 쪽은? 언어라는 게 인간이 동물과 다르고 기계와 다른 매우 큰 차별화 요소이다 보니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연구할 것이 아주 많다.
언어학에도 말뭉치 언어학이라는 분야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 덕분에 생겨났고.. 이런 식으로 학문들이 타 분야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운 유행이 생겨나는 것 같다.

이공계의 트렌드 내지 패러다임이 이렇게 바뀌기 전에.. 그 저변과 기술 기반을 제공한 시절이 내 생각에 20세기 중반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된 동안 과학 기술이 얼마나 눈부시게 발달했던가?
전자공학 쪽에서는 진공관 컴퓨터와 더불어 (1)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었다. 항공우주 분야는 (2) 로켓, 인공위성,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3) 원자력 발전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끝으로 생물학에서는 (4) DNA 구조가 규명되었다.

1950~60년대에 미국의 일류대 대학원에서 이공계 공부를 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천지개벽 수준의 과학 기술 업적이 펑펑 터져나오는 걸 경험한 셈이다. 부럽다.

5. 공군 전투 조종 장교 : 이공계 대학원생

  • 비행 시간 : 논문 수, 짬, 연구 실적
  • 전방석 : 1저자, 주저자
  • 후방석 : 공동· 교신저자
  • 전역 후 민항사 : 졸업 후 유명 대기업· 연구소 취업
  • 테스트 파일럿 : 스타트업 창업
  • 장성 진급 : 대학 교수 부임

서로 아귀가 묘하게 잘 맞는 것 같다..;;

6. 기타 수학· 과학 분야 얘기

(1) 예전에 벡터의 내적과 외적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하필 3차원에서는 두 벡터가 주어졌을 때 이 둘과 일차독립이면서 크기도 일정한 의미를 갖는 다른 벡터를 구하는 외적(벡터곱)이라는 연산이 존재하는 게 정말 심오하고 보통일이 아니라는 게 거듭 느껴진다. 3차원 공간을 구성하는 세 축의 방향을 안내해 주는 나침반이나 마찬가지이다.
FBI이니 뭐니 오른손 왼손 손가락 뻗으면서 외웠던 자기장 방향도 이 외적의 개념을 나타낸 셈이다. 또한, 복소수의 개념을 확장한 사원수의 곱셈 연산은 영락없이 벡터 외적 연산을 떠올리게 한다.

(2) 사람이 갈색이나 노랑이 아니고 초록색이나 파란색 머리카락은 100% 염색이지, 자연적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색깔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장미꽃은 원래 백색, 분홍, 홍색 계열 위주이지 청색..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다. 파란색 꽃 자체는 그렇게 드문 건 아니지만 장미에는 그런 게 없었으나.. 21세기에 와서야 유전 공학의 힘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우와..;;
LED도 청색을 구현하기가 제일 어려웠는데 파란색에 뭔가 생물학적인 다른 사연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3) 똑같은 선풍기 바람도 사람에게는 체온보다 낮은 시원한 바람이지만, 아이스크림은 선풍기 바람을 쐬어 주면 반대로 더 빨리 녹게 된다. 아이스크림의 녹는 속도를 늦추려면 오히려 패딩 점퍼로 싸는 게 낫다.
그리고 똑같은 바람도 촛불은 끄게 하지만 큰 불에는 말 그대로 '불난 집에 부채질' 꼴이 되는 것이 흥미롭다. 온도와 풍속이 해당 상황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끼친다..;;

(4) 동위원소 물질은 생물로 치면 무슨 유전자 변형 같다..;; 동물이 염색체 하나가 더 붙어서 기형이 태어나는 것 같은 느낌.. 원자로의 냉각수로 쓰이는 중수는 산소+수소이긴 한데 수소가 그냥 수소가 아니라 중성자(中)가 하나 더 붙은 중수소(重)이다. 그래서 중수의 얼음은 일반 물에 집어넣으면 가라앉으며, 끓는점과 어는점도 일반 물보다 몇 도가량 더 높다. 그런데 사람 몸에는 썩 좋지 않다고 한다.

(5) 인체에 대해 다룬 책들의 삽화를 보면 동맥피만 빨갛고 정맥피는 완전 시퍼렇기라도 한 것처럼 그려져 있다. 게다가 피부에 비치는 정맥 혈관이 검푸르게 보이기까지 하니(특히 좀비의 혈관..) 더욱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정맥이라고 해서 멀쩡한 혈액이 실제로 푸른색인 건 아니다. 명도· 채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의 피는 언제나 붉다.

이건 마치 태양에 흑점이란 게 있다고 해서, 우주에서 맨눈으로 관측한 태양의 표면에 검은 구멍이 숭숭 보이는 건 절대 아닌 것과도 비슷한 이치이다. 흑점은 태양의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뜨겁고 덜 밝을 뿐, 여전히 극도로 눈부시고 밝은 건 마찬가지이다.
대기의 산란 같은 게 없는 우주에서 태양을 보면 빨강이나 노랑, 주황 같은 색은 전혀 없으며, 그냥 맹렬한 흰 빛만을 볼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08 08:31 2018/11/0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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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 9.6

2018년도 벌써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파이널 버전인 9.5가 나온 지 70일 남짓 지났고, 본인의 근황에도 여러 변화가 생겼다. 내 인생에 한글 입력기 TODO list가 비어 있는 나날도 이렇게 오는구나 싶다.

뭐, 정말로 TODO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 같아서는 이미 여러 번 얘기했듯이 입력 설정 파일 포맷을 뜯어고치고 싶고 엔진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싶고, 도움말을 몽땅 영작도 하고 싶다. 허나, 그런 것들은 지금 도저히 추진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 거창한 것들이고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굳이 지금 같은 학생 신분에서 졸업을 더 늦추면서까지 욕심을 내지는 않는 것이다. 9.5를 넘어 10.0이라는 대망의 버전 번호는 그 날을 위해 비워 두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거창한 것 말고 GUI, 보조 기능, 데이터 쪽에 아주 자잘하게 바뀐 것은 있다. 이것들을 일단 9.6 정도로 정리하고자 한다.

1. 필기 인식!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지난 9.3 버전 이래로 총 10개의 입력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9.6에서는 기존 도구들과는 성격이 매우 다른 물건이 하나 더 추가되어 11개가 되었다.
바로 필기 인식이다. 현재의 글쇠배열이나 날개셋 입력 설정과는 아무 관계 없이, 글자의 모양을 사용자가 마우스로 그리고 프로그램이 이를 인식하여 문자를 입력시킨다. 기술적으로는 '온라인 필기 인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기 인식은 MS IME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갖추고 있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는 없는 기능 중 하나였다. 뭐, 애초에 내 프로그램의 존재 목적과 전문 분야는 세벌식 관련 특수 기능, 키보드 인식 관련 customization, 옛한글과 복합 낱자 처리.. 따위이지, 그런 AI 분야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필기 인식 엔진을 직접 구현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기존 API를 통해서라도 날개셋에서 필기 인식 기능을 제공할 수는 없으려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본인은 방법을 찾아 봤는데.. 다행히도 방법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Windows CE 내지 XP 태블릿 에디션 같은 일부 제품군에만 그런 API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데스크톱용 Windows에도 필기 인식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있더라.
그리고 API 형태가 XP 시절과 Vista 이후가 서로 좀 달라졌다. 이 시점에서 굳이 legacy API를 지원할 필요는 없으니, 내 프로그램의 필기 인식 기능은 후자만 지원하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필기 인식 덕분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이 9.51이 아니라 당당하게 9.6으로 매겨질 수 있게 됐다. 자체 기능이 아니라 운영체제의 API를 빌려서 동작하는 기능이 한자 단어 사전과 더불어 하나 더 추가됐다. 필기 인식이야말로 키보드 대신 포인팅 장비만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기능의 백미 진수가 아닌가 싶다.

위의 스크린샷에서 보듯이 필기 인식 도구는 (1) 글자를 그리는 공간인 정사각형 입력란, (2) 인식된 글자 후보 목록, 그리고 (3) 주요 도구 명령(획 지움 등)과 (4) 자주 쓰이는 키보드 글쇠 버튼들로 평범하게 구성되어 있다.

"부수로 한자 입력"이나 "문자표" 같은 입력 도구들은 키보드에 없고 평소에 자주 쓰이지 않는 특수문자 몇 자를 입력하는 게 목적인 반면, "필기 인식"은 일상적으로 자주 쓰이는 linguistic한 문자들을 연달아 많이 입력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 문자표들은 리스트의 항목을 더블 클릭해야 글자가 입력되지만, "필기 인식"은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글자가 곧장 입력되게 했다.

그리고 이 입력 도구는 중요한 옵션이 두 종류 있다. 첫째, UI 모드이다.
위의 스크린샷처럼 입력란이 하나만 있고 글자 후보 선택을 수동으로 할 때는 타이머도 옵션으로 지정할 수 있다. 마지막 획을 긋고 나서 별다른 조치 없이 2초 정도 있으면 1순위 글자가 자동으로 본문으로 삽입된다. 매번 '인식 완료'를 누르거나 목록에서 글자를 찍을 필요가 없다. 아니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입력란을 2개를 꺼내서 쓸 수도 있다. 왼쪽의 입력란에다가 글자를 그린 뒤에 곧장 오른쪽 입력란에다 글자를 그리기 시작하면 왼쪽에서 인식된 글자가 곧장 본문에 삽입되는 것이다. 창이 세로로 길쭉한 크기이면 두 입력란도 좌우로 가로가 아닌 상하로 세로로 자동으로 배열된다.

입력란이 2개 있을 때는 space나 엔터를 누르는 것도 먼저 인식 결과를 본문으로 보내고 난 뒤에 수행한다. 글자를 그리고 있고 후보 목록이 뜬 상태가 일종의 composition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둘째로, 사용할 필기 인식 엔진의 언어이다.
필기 인식 엔진이란 건 범언어 세계 공통 형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각 언어별로 제각기 나뉘어 있다.
그래서 한글은 오로지 한국어 엔진에서만 인식 가능하며, 히라가나· 가타카나는 일본어 엔진에서만 인식된다. 중국에서만 쓰이는 간체 한자를 인식하려면 중국어 엔진을 사용해야 한다.

어느 언어에서나 동일하게 인식 가능한 문자는 숫자, 알파벳, 아스키 기호와 한중일이 완전히 동일하게 사용하는 공통 한자들뿐이다. 한글을 알아보지 못하는 중국 및 일본어 엔진에서는 '튽'을 입력하면 다들 長이 1순위로 제시되는 걸 볼 수 있다.

이 입력 도구는 기본적으로 한국어 엔진을 사용하지만, 컴퓨터에 한중일에 속하는 언어가 2개 이상 설치되어 있다면 원하는 언어의 엔진을 우클릭 메뉴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 제목 표시줄에도 현재 사용 중인 언어가 나타나 있다.
Windows 10 기준으로 설정 - 언어 옵션에 들어가면, 각 언어별로 언어 팩이나 IME와는 별개로 필기/음성 데이터를 받는 버튼이 있다. 거기서 한중일 언어의 필기 데이터를 받으면 그 기능을 내 프로그램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내 경험상, Microsoft의 한중일 기본 IME가 제공하는 필기 인식이랑, 저 official한 필기 인식은 따로 노는 별개의 기능인 것 같다. 마소의 일본어/중국어 IME는 '확장 입력기 애플릿'을 통해 자체적으로 필기 인식 기능을 제공하지만, 내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일본어/중국어 필기 인식 엔진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의외로 Windows Vista는 CD 대신 DVD로 출시되고 전세계 다국어가 기본 내장되기 시작한 첫 버전이어서 그런지..
중국어· 일본어 IME를 끄집어낸 적 없고 Office조차 설치하지 않은 한국어판에도 중국어와 일본어 필기 인식 엔진이 다 기본 내장돼 있는 듯했다. 그것도 Ultimate 말고 Home premium급이 말이다. 아무튼..

한중일 언어의 필기 인식은 이렇게 정사각형 격자에서 글자를 하나씩 인식하는 방식으로, 마치 학창 시절의 칸 공책처럼 동작한다. 하지만 라틴 알파벳은 길쭉한 4선지에다가 단어를 한붓그리기 하듯이 필기체로 날려 쓰는 형태로 동작한다. 즉, 프로그램의 UI 자체가 서로 다르다.
요즘 Windows 10급 컴퓨터에 영어 필기 인식 엔진은 기본으로 다 깔려 있고 이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내 프로그램에서는 그건 보류하고 일단은 형태가 더 간단한 한중일 위주로만 구현을 했다.

이런 식으로 필기 인식뿐만 아니라 음성 인식(받아쓰기)도 보조 입력 도구로 구현됐으면 좋겠는데.. 기존 API를 공부하는 것만 해도 필기 인식보다는 훨씬 더 어려울 것 같다. 동아시아 언어는 지원이 아직까지 훨씬 미비하기도 하고 말이다.

2. 글꼴 본뜨기/본뜬 글꼴 삭제 기능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내부적으로 전용 비트맵 글꼴을 사용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유니코드의 모든 문자의 글립을 직접 내장해서 제공하지는 않으며, 그럴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한자 같은 글자는 그냥 사용자의 컴퓨터에 들어있는 운영체제 글꼴로부터 비트맵을 추출하라고 글꼴 본뜨기라는 기능이 있다. 유니코드 영역별로 여기는 무슨 글꼴을 이용해서 추출하라는 간단한 절차 스크립트 파일도 있다.

날개셋 제어판의 '시스템 계층'으로 가 보면 글꼴 본뜨기를 하고, 필요하다면 절차 스크립트를 편집하고, 본떴던 글꼴 파일을 삭제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번 9.6에서는 이 글꼴 본뜨기 관련 기능들이 크게 개선되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겼다.

(1) 예전에는 글꼴 본뜨기 버튼을 누르면 그냥 무조건 모든 본뜨기 작업을 처음부터 새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본뜨기가 돼 있는 파일은 또 건드리지 않고 넘어가며, 변화가 생긴 항목에 대해서만 본뜬다.
만약 모든 항목이 본뜨기가 돼 있어서 파일이 생성된 게 하나도 없으면 "모든 항목이 본뜨기가 돼 있습니다. 혹시 이것들을 무시하고 본뜨기를 처음부터 다시 하시겠습니까?"라고 확인 질문이 나오며, 여기서 사용자가 '예'를 누르면 이전처럼 본뜨기를 처음부터 새로 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글꼴 본뜨기를 한 뒤, 절차 스크립트에 명시된 영역과 겹치는 파일이 남아 있으면 그건 자동으로 제거하게 했다.
예를 들어 스크립트에 0~300, 500~800이 명시돼 있었고 이렇게 본뜨기를 했다고 치자. 나중에 500~800을 400~800이나 500~900으로 바꿔서 본뜨기를 하게 됐다면.. 이 영역과 충돌하는 이전의 05000800.16/8 같은 파일은 이 프로그램이 알아서 제거해 준다는 것이다. 충돌이 발생하지 않게 해 준다.

(3) 본뜬 글꼴 삭제 기능은 스크립트에 명시돼 있는 파일을 삭제하는 것과 스크립트에 명시되지 않은 잔상을 삭제하는 것을 취사 선택 가능하게 했다. 물론 둘 다 싹 다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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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또한, 글꼴을 본뜨거나 삭제하기 전에, 이미 날개셋 한글 입력기 프로그램이 로딩해서 열어 버린 글꼴 파일들이라도 모두 닫게 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덮어쓰거나 삭제할 수 있다.
이제는 본뜬 글꼴을 삭제해 버리면 한자 글꼴이 존재하다가도 다시 한자가 표시되지 않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게 가능해졌다. 이전 버전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았었다.

(5) 끝으로, 본뜨기 스크립트의 내부 구조도 개편했다.
SYMBOL, HANGUL, LATIN이라고 섹션을 구분하여 SYMBOL 영역에서는 예전과 동일하게 본뜰 문자 영역을 명시하면 된다.
HANGUL과 LATIN에서는 예전처럼 번거롭게 AC00~AC00, 00~FF을 써 줄 필요 없이, 이미 선언된 글꼴 ID만 써 주거나.. 아니면 새로운 글꼴을 선언만 하면 자동으로 완성형 한글이나 영문 글꼴을 본뜨도록 했다.

스크립트에서 글꼴 ID도 예전에는 고정된 배열을 기반으로 5~63 사이만 지정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쿨하게 아무 숫자로나 지정 가능하게 했다(32767 이내). 그리고 완성형 한글이나 영문에서 재사용 없이 글꼴을 일회용으로만 선언할 때는 번호를 지정할 필요조차 없이 그냥 0만 줘도 된다.

한글 입력 엔진과는 무관한 그냥 UI 기능인데, 뭔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향상시키는 여러 작업들이 한데 행해졌다.

3. 이모지(emoji) 입력

2010년대부터 유니코드의 확장 평면에는 한자뿐만 아니라 이모지(Emoji)라고 불리는.. 이모티콘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웹과 모바일에서 실질적으로 이모티콘처럼 쓰이는 온갖 그림문자들이 추가되고 있다.
유니코드 위원회는 출처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임의의 문자를 제멋대로 넙죽 받아들이고 추가해 주는 곳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임의로 이런 그림문자들을 오랫동안 많이 사용해 온 덕분에 이들도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코드 번호가 주어지게 되었다.

BMP를 벗어나 확장 평면이라는 제2군, 2루에 추가되는 문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없는 듣보잡 벽자 한자나 고대 문자, 악보 기호 등이 고작이었는데.. 웬일로 채팅에서 활발히 쓰이는 그림문자가 이 영역에 대거 추가되었다.
그래서 유니코드의 버전이 10에 도달한 무려 2010년대까지도 모든 글자가 16비트 코드 포인트 하나로 감당 가능하다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UTF-16의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던... 구닥다리 글꼴 엔진이나 텍스트 에디터들이 이제야 부랴부랴 수정되어야 했다고 한다. 뭐, 출처를 알 수 없는 카더라 통신이다.

폰트는 근본적으로 흑백 벡터 이미지밖에 표현을 못 하니, 인쇄를 염두에 둔 워드 프로세서에서는 이런 이모지들이 그냥 U+26??대의 그림문자와 별 다를 바 없는 외형으로 찍힌다. 하지만 전문적인 채팅 앱이나 스마트폰의 텍스트 입력란에서는 이것들이 컬러 그림으로 표시된다. 이 정도면 마치 한자만큼이나 글자와 그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서식(글꼴, 글자색, 크기 변경 등) 없는 텍스트 입력란 하나만 만드는데도 온갖 유니코드 문자 처리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실상 그림 출력까지 감당해야 할 듯하다.;;

2010년대에 나온 최신 중국어· 일본어 IME를 보면 이런 이모티콘을 입력하는 전용 문자표나 입력 모드가 꼭 존재하더라. 이런 거 입력도 뭔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내 프로그램은 모든 유니코드 문자를 고르는 범용적인 문자표 외에, 분야별 전용 문자표 같은 것은 딱히 고려 대상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말이다.
또한 편집기도 일반 문자들조차 흑백 비트맵 나부랭이로 출력하는 주제에 이모지를 컬러 이미지로 출력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이모지의 지원과 관련하여 할 만한 최소한의 조치는 글꼴 본뜨기 스크립트에다가 이 영역을 반영해 주는 것이다. Windows의 경우 Segoe UI Symbol이라는 글꼴이 이모지 출력용으로 쓰이고 있어서 이걸로 U+1F300부터 U+1F6FF 정도를 전각으로 본뜨면 된다. 문자표의 영역명에는 이 영역도 이미 등록돼 있다.

이건 아주 간단한 조치이니 지난 9.5에도 반영돼 들어갔으면 좋았겠지만..;; 인제 생각이 나 버렸으니 뭐 어쩔 수 없다. 이제 9.6을 설치한 뒤 글꼴 본뜨기를 다시 해 주면 편집기에서 이모지 글꼴들을 볼 수 있다.

4. '조합 안에 조합 생성' 입력 도구의 개선

'조합 안에 조합 생성' 입력 도구는 지난 9.3과 9.5 버전 시절에 도입되었던 핵심 기능들 중 하나이다. 이제 더 고칠 게 없을 거라 여겨졌지만 미세한 개선 사항과 버그들이 더 발견되어서 9.6에서 다들 고쳤다.

  • numlock 키패드로도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안 그래도 세벌식 자판은 키보드의 1~0은 문자가 배당돼 있는데 Ctrl+숫자뿐만 아니라 numlock 키패드도 지원된다면 아무래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
  • 한글을 조합하는 중에 capslock 또는 이에 준하는 조합 종료 글쇠를 누르면 원래는 아무 반응이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외부 모듈은 지금 조합이 덧나면서 조합이 종료되는 문제가 있었다. 편집기, 외부 모듈, 입력 패드에서 모두 아무 반응이 없게 일관되게 조치를 취했다.
  • 편집기와 입력 패드는 입력 도구를 꺼내는 과정에서 대화상자를 꺼내고 창 포커스가 바뀌기 때문에 이런 일이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데 외부 모듈은 현재 조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입력 도구를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이미 조합이 있는 상태에서 저 도구를 꺼내거나 닫으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던 것을 다 해결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05 08:32 2018/11/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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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수학에서의 패턴

1998년에 개봉한 <파이>라는 영화가 있다. 제목은 음식 파이가 아니라 원주율 파이를 가리킨다. 구체적인 내용은 본인도 기억이 안 난다만 배경은 아마 20세기 중반 정도의 가까운 과거이고, 수학 덕후 주인공과 유대교 랍비가 나오고 '쿵쿵따다 쿵쿵따다 쿵쿵따다 쿵따~' 이런 인상적인 BGM이 나오고, 이례적으로 흑백으로 만들어진 좀 마이너 매니악한 취향의 영화이다.

벤허처럼 1950년대에도 컬러로 만들어진 영화가 있는 반면, 1990년대에 일부러 흑백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소수나마 있다. 내가 아는 건 쉰들러 리스트와 저것밖에 없다.
뭐, 킬 빌은 녹엽정 격투 장면이 수위 조절(사지가 날아다니고 피가 철철 튀고..)을 위해서 일부 흑백으로 촬영됐다고는 하는데.. 그런 일부 장면 말고 작품 전체가 흑백인 것 말이다.

과거에 텔레비전의 화질이 디지털 HD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자, 출연자들의 피부 표면이 예전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분장· 화장을 맡은 방송 스탭들의 수고가 더 커졌다고 한다.
그리고 텔레비전이 흑백으로 컬러로 바뀌었을 때에도 예전에 대충 하면 되던 각종 보정이나 특수효과들이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동안 난리가 났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없는 눈을 만들어서 눈 내리는 장면을 만들기가 흑백 시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도 그저 만만하지는 않다. 컬러 찍듯이 평범하게 세팅을 한 뒤에 영상에서 채색을 제거하고 명도만 남긴다고 해서, 보기 좋은 흑백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라고 한다. 흑백으로 찍었을 때 배경과 인물 분간이 잘 되게 별도의 방법론을 동원해야 한다.
얘기가 좀 옆길로 새었다만 아무튼.. 저 pi 영화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인공의 신념(가설)이 담긴 독백 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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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학은 자연의 언어이다.
2. 우리 주변의 만물들은 수를 통해 표현되고 이해될 수 있다.
3. 그 수들을 그래프로 표현해 보면 패턴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자연에는 패턴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1번을 반영하여 <컨택트>(1997)라는 영화에서는 외계인이 무슨 심장 박동 같은 신호를 2 3 5 7 11... 소수 간격으로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수학은 지구인이나 외계인이나 다같이 공감할 자연의 언어이니까 말이다.
2번은.. 오늘날 디지털 컴퓨터에서 맨날 하는 짓이 바로 이것이다. 양자화, 전산화, DB화... 인간이 접하고 취급하는 사물의 모든 현상과 정보를 숫자로 표현했기 때문에 컴퓨터가 글과 그림, 소리를 출력할 수 있다.

그리고 3번과 그 이후는 정말 그러한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그런 패턴을 발견해서 깔끔한 수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세상 모든 수학자들의 로망인 건 사실이며, 영화에서는 이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런데 패턴이라...;; 이 시점에서 본인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대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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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그 2에 4를 푼다. 우선 2로그에서 앞에 있는 2를 뒤로 쭉 빼. 그리고 4 위에 살짝 올려. 왜? 패턴이니까. 수학은 논리가 아니고 뭐다?"


로그값 계산을 저렇게 거창하게.. 무슨 집 맞은편 편의점까지 모험을 떠나고, 동네 뒷산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듯이 하는 풀이는 처음 본다. ㅠㅠ

당연히,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전자의 영화에서 말하는 그 심오한 패턴이랑, 후자의 영화에서 말하는 그냥 시험 문제 풀이 테크닉에 가까운 패턴은.. 격이 완전히, 달라도 너무 다른 용어이다.
(뭐, 안 내상 씨도 혹시 진짜 현업 수학 교사를 불러다가 연기 시킨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긴 했다.;; ㄲㄲ)

말죽거리 잔혹사는 영어 명사의 종류 고추X집물뿐만 아니라 수학에서도 그 당시의 참 비효율적인 입시 위주 암기 위주 교육을 그럭저럭 풍자했다.
하지만 뭐든지 다 잘하는 천재 괴수들은 그런 교육 체제에서도 다 100점 받고 할 거 다 하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03 08:36 2018/1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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