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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05 음악 악기 관련 이야기 by 사무엘 (3)

1.
악기 공부하는 걸 외국어에다 비유한다면, 피아노는 기본 중의 기본이요 만국 공용어인 영어에 대응할 듯하고, 그 다음에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의 2군에 대응하는 건 학교 음악 시간에도 접하는 작고 간편한 악기(리코더, 멜로디온, 실로폰, 하모니카...) 내지 바이올린· 기타· 플루트처럼 교육과정엔 없지만 일반인에게 비교적 친숙한 악기가 될 듯하다.

3군으로 가면 2군과 비슷하지만 살짝 더 마이너한 악기들까지 포함된다. 가령, 현악기라면 바이올린 대신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말이다. 본인은 색소폰도 2군보다는 3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Looking for you 때문에 색소폰을 잠시 배워 봤지, 그게 아니었으면 교회 음악으로 더 적절한 2군 악기를 골랐지 싶다.

2.
건반악기가 여러 종류가 있지만 피아노는 망치로 내부의 줄을 때려서 소리를 낸다. 오르간과 멜로디온은 페달질이나 입을 통해 공기를 따로 공급해 줘야 소리가 나며, 소리도 피아노 소리와는 다르다. 보급형 오르간은 옛날에 시골 학교나 교회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싹 사라졌다.
피아노의 페달은 음향 바리에이션 필터 역할만 한다. 3개 중 가운데의 것은 소리를 줄이는 소음기(silence), 오른쪽 것은 크게 울림(vibration??)인데 왼쪽 페달의 역할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피아노라는 건 외형이 전통적으로 두 계열로 나뉜다. (1) 윗뚜껑이 마치 자동차의 엔진 후드처럼 열려 있으며 표면이 직사각형도 아닌 곡선 모양인.. 일명 '그랜드 피아노', 아니면 (2) 그냥 높고 밋밋한 직사각형 상자처럼 생긴 'upright 피아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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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학교에서는 (2)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연장에서는 무조건 닥치고 (1)이 필수이다. 이건 마치 학교의 보급형 풍금과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의 차이와도 비슷하다.

(2)가 가격이 더 저렴하고 공간도 덜 차지하기 때문에 훨씬 더 서민 지향적이다. 하지만 (2)는 (1)에 비해서 소리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일단 자동차의 V형 엔진과 L형 엔진이 실린더의 배치가 차이가 있듯이, 내부의 망치와 발성 장치를 배치한 방식이 어떤 형태로든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실, (1)이 우리가 생각하는 피아노의 원형에 더 충실한 모습이며, 처음에 발명된 피아노도 원래는 (1)과 같은 모양이었다고 한다.

3.
대부분의 악기들은 사람이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악기는 사람이 혼자서 들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무겁다. 피아노가 대표적으로 이런 급이기 때문에 악기를 들고 오는 게 아니라(세례??) 연주자가 악기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침례??).

하프는 그 경계에 속하는 것 같다. 악기의 인지도 자체는 굉장히 높은 반면, 현실에서의 존재감은 본인이 느끼기에 최소한 4군 이하.. 언어로 치면 한국인에게 무슨 알바니아· 불가리아어, 헝가리어 같은 매우 마이너한 악기이다. 일단 크기부터가 대형 하프는 높이는 거의 사람 키 만하고 무게는 40kg이 넘는다고 한다. 프로 전공자가 사용하는 최고급 물건은 단가가 거의 제네시스 이상 고급 승용차의 가격에 맞먹는다(수천만~억).

그런데 이건 개인용 악기를 매번 들고 다녀야 한다. (피아니스트가 자기 전용 피아노를 들고 다니지는 않을 텐데!) 여느 가구 옮기듯이 옮기다가 어디 잘못 건드리고 흠집이라도 났다간??
그렇기 때문에 하프는 운반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업자가 있다고 한다. 페이지 터너(넘돌이 넘순이)만큼이나 음악에서 보이지 않는 조연 역할이다. 악기도 무슨 보험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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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음으로.. 악기 중에서 입으로 불어서 본체에다 바람을 주입하여 소리를 내는 물건을 관악기라고 한다.
관악기는 더 세부적으로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나뉘는데, 말은 그렇게 써 놨어도 오늘날 '목'이냐 '금'이냐 하는 실질적인 분류 기준은 악기의 재질이 아니라 악기의 메커니즘 내지 발성 방식이다.

목관악기는 숭숭 뚫린 구멍을 막는 방식을 달리해서 음높이를 표현하는 일명 '피리'형 악기의 총칭이다. 그 반면, 금관악기는 구멍이 아니라 입술 상태 내지 밸브로 음높이를 표현하는 '나팔'형 악기의 총칭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루트나 색소폰은 각각 니켈이나 황동 같은 금속 재질이며, 특히 색소폰은 한쪽 끝이 크게 튀어나와서 나팔을 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둘 다 리코더처럼 구멍을 막아서 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뭐, 플루트는 과거에는 실제로 재질도 목재인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색소폰도 입이 닿는 reed는 엄연히 목재이긴 하다. 도대체 이 자그마한 나무 조각이 무슨 역할을 하길래 이게 없으면 소리가 나질 않는다니, 악기의 물리학은 신기하기 그지없다.

5.
그런데 피리형 악기는 입술과 수평으로 평행하게 배치해서 부느냐, 아니면 수직으로 배치해서 부느냐로 나뉘는 것 같다. 플루트는 수평형이지만 나머지 리코더, 단소, 색소폰, 오보에, 클라리넷 등 대부분의 목관악기들은 수직형이다.
플루트 말고 다른 수평형 악기가 존재하는지?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라고 개구리 왕눈이에서 주인공이 부는 피리는 그래도 플루트에서 모티브를 땄는지 수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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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는 일단은 수평형이긴 하지만 이걸 목관이라고 봐야 할지 금관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다. 구멍 같은 건 없고, 악기에서 마우스피스에 해당하는 부위가 점이 아니라 선분인 셈인데.. 그리고 하모니카는 부는(미는) 것뿐만 아니라 빨아들이는(당기는) 동작도 있는 거의 유일한 악기이다. 반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불편하지만 크기가 아주 작아서 휴대하기엔 좋다.

6.
오보에와 클라리넷은 길이, 두께 같은 외형(...)이 서로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단지 꼭대기 부분이 외관상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아래 사진에서 꼭대기가 은색으로 뾰족한 게 오보에). 그리고 클라리넷이 좀 더 색소폰에 가까운 웅웅~은은한 소리가 나고, 오보에는 코맹맹이 같으면서도(나쁘다는 뜻은 아님) 더 고유한 음색을 갖춘 소리가 난다.

본인은 오보에의 소리가 더 마음에 들고 음반 같은 데서 확실하게 들은 기억도 난다. 그래서 둘 중 하나만 배울 기회가 있다면 오보에를 불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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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를 진짜로 잡지 않아도 저렴하게 쇠고기 국물 맛을 내 주는 화학 조미료가 식품계에 존재하듯.. 음악계에도 소리 파형을 조작하여 실존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내 주는 신시사이저가 존재한다.
옛날에 주파수 변조만으로 수십 수백 가지의 악기를 구현했던 그 특유의 애드립 FM 음악(standard.bnk), 그리고 어지간한 PC용 운영체제에 내장돼 있는 미디 신시사이저들을 살펴보면 나름 바이올린, 피아노, 색소폰 등 기성 악기들을 구현했다고 그런다. 하지만 실물 악기의 소리와 비교해 보면 그냥 육개장 사발면과 실제 육개장의 차이와 비슷한 차이가 느껴진다.

최소한 큐베이스, 로직 같은 전문적인 오디오/음악 편집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비싸고 계산량도 많은 가상 악기를 동원해야 실물 악기와 비슷해진다. 마치 페인터의 브러시 엔진이 실물 종이와 물감을 일일이 시뮬레이션 하듯.. 악기의 물리적인 구조와 공기 진동을 일일이 다 시뮬레이션 해야 실물 악기의 모든 특성을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다양한 악기는 외국어뿐만 아니라 글꼴에다가도 비교할 수 있는데, 실제로 '사운드 폰트'라는 명칭이 존재한다고 한다.

8.
그러고 보니 악보와 음표· 음자리표 따위에 대해서도 취향별로 다양한 font family라는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옛날 찬송가와 21세기 새찬송가만 해도 악보· 음표의 스타일이 미묘하게 달라져서 같은 공간 안에서도 새찬송가의 음표가 약간 더 큼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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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악보들 중 우측 하단은 가사를 적은 한글만 밋밋한 굴림체인 게 아니라, 그야말로 음표와 조표들도 너무 밋밋하고 베이직한 스타일이다.
음악과 타이포그래피의 만남인가? ㅎㅎ

9.
독일어는 가히 음악인의 언어인 것 같다. 전공자들이 독일 유학을 워낙 많이 가니까 말이다. 정작 나타냄말 내지 셈여림 언어는 다 이탈리아어인데, 얘는 어쩌다가 주류에서 밀려났는지 모르겠다.

10.
끝으로.. 서양은 수학· 과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도 어쩜 저렇게 눈부시게 발달했나 모를 노릇이다. "우리의 것" 발굴하는 분들에게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고 어차피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 생각일 뿐이긴 하지만, 본인은 국악은 막 듣기 좋거나 예술성이 크게 뛰어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맨날 천날 암울하게 한이 서리네 어쩌네 하고, 주류 민요라는 게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딴 식으로 찌질하게 한풀이나 하고 있다. 서양 음계처럼 음이 다양한 것도 아니고 앵앵앵 소리도(해금??)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에 비하면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라고 볼 수 없다.

국악 스타일의 찬양도 말이다. "예수님이 좋은 걸 어떡합니까" 부류는 뭐, 흥겨운 건 인정하지만..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갈보리 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처럼 막 심금을 울리고 감동적이고 깊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반도에서 그나마 정말로 자랑스럽고 선한 게 나온 건 한글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05 08:33 2019/03/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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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포 2019/03/05 13:32 # M/D Reply Permalink

    몇 가지 아는 대로 첨언해드리자면, 업라이트 피아노는 해머 구조가 비교적 복잡하나 정교하지 않아 내구성이 떨어지고 아주 빠른 간격으로 건반을 누를 시 소리가 씹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음색도 그랜드 피아노와 달라서 전통적인 공연에서는 선호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특유의 음색 때문에 업라이트를 연주용으로 쓰는 예술가도 있어요. (https://youtu.be/2Nrjh2cqOvw)
    사운드 폰트는 요즘엔 사장된 포맷이 되어버렸고 컴퓨터 사양이 올라가고 저장매체의 용량이 커져서 아예 무향실 같은데서 유명한 악기를 계명 하나하나, 누르는 강도 하나하나 고음질 포맷(32bit, 192kHz)으로 저장해서 제공하는게 트렌드가 되어버렸습니다. 피아노 하나에 40GB하는게 보통이네요. 악기의 울림 구조를 시뮬레이션해서 진짜 "가상" 악기를 만드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피아노 같은 악기들은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음색이나 기종이 있다보니 실존하는 악기를 녹음하는게 더 잘 팔리나봐요.
    10번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양권에서는 음악의 소비 목적이 제례 같은 궁중행사 아니면 백성들 사이의 스트레스 해소 정도였고 사농공상에 밀려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별로 없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양의 경우엔 비단 음악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예술들이 신화나 종교의 절대자를 찬양하고 기리기 위해 창작된 것들이 많고,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없이 발전해왔기 때문에 차이가 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거기다 동양은 자연을 조화의 대상으로 봤지만 서양은 개척의 대상으로 봐왔기 때문에 기술 발전이 더 빨랐을 수 있구요.
    하지만 우리나라도 충분히 복잡한 박자, 변박, 변속, 리듬 등 예술적으로 높게 평가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좋게 발굴해내지 못해서 문제지만요.

    1. 사무엘 2019/03/05 16:51 # M/D Permalink

      이번에도 친절한 보충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사운드 폰트조차도 구닥다리라니.. 하긴 그럴 만도 할 것 같습니다.
      과거의 컴퓨터 음악 음원이 한글 글꼴로 치면 8*4*4벌 조합형 도깨비 글꼴이라면, 요즘처럼 그냥 악기 소리를 다 때려박은 음원은 한땀 한땀 완성형 글꼴에다가 비유할 수 있겠네요. ^^

      그리고 말씀하신 바와 같이 동양 종교들은 절대자를 찬양하고 기리는 도구로 음악을 활용하는 게 없네요. 요즘은 찬불가라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타 종교를 따라서 나중에 만든 거라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서양 음악도 옛날에는 만만찮게 엄격 진지 근엄 그 자체였지만 르네상스, 종교 개혁 등의 이벤트를 겪으면서 금기가 풀리고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1700년대에 바흐가 그렇게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는 하는데..

  2. 사포 2019/03/05 17:39 # M/D Reply Permalink

    맞아요. 음악 이론 중에 화음과 관련된 부분에서 그런 금기가 있었습니다. 불협화음이 섞인 화음을 이용하지 말라는 금기였어요. 이것도 종교적인 이유였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메이저 계열 또는 마이너 계열 화음 위주로만 음악이 만들어졌었습니다. 그러다가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드뷔시를 비롯해 그런 금기들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음악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었기도 하고, 미국의 흑인들이 기존의 음악 이론 체계 없이 감에 의존해 연주하던 블루스나 재즈 음악이 불협화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서양 음악에 역수입되었죠. 그래서 대중 음악이 상당히 다채로워졌구요. 그래서 실용음악학원에선 화성학도 가르치지만 재즈화성학도 가르칩니다.
    개인적으론 메이저/마이너 계열 코드는 밝음, 어두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코드라면 7,9,11 과 같은 불협화음이 섞인 코드들은 복잡미묘한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지는 않은 그런 코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이 사실 기쁨/슬픔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그 외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불협화음이 섞인 코드와 대응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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