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찬양 중에는 가사가 "주께 영광, 거룩하신 주".. 이런 관점인 것도 있고, "평안, 평화, 평강"이 주제인 것도 있다. 그리고 '사랑'은 뭐.. 더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그런 키워드 중 grace '은혜'는 어떨까..??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1. 신 상우 <하나님의 은혜>(1998)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

얘는 이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곡일 것이다. 발표된 지 20년이 넘은 유명한 곡이니 나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성악가 박 종호가 부른 음반 음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참고로 이거 작사· 작곡자는 오랫동안 암 투병을 하다가 지난 2017년에 이미 소천했다고 한다.

2. 조 성은 <은혜 아니면>(2009) "어둠 속 헤매이던 내 영혼 갈길 몰라 방황할 때에 ...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

신 상우 이후로 21세기엔 이런 은혜 성가가 만들어졌다.
내 개인적으로는 교회에서의 장년부 특송을 통해 2010년대 말쯤에 접했다.

3. 소 진영(마커스워십) <오직 예수 뿐이네>(2016) "은혜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네 ..."

난 HTML과 CCM 지식은 1990년대 말에서 사실상 멈춰 있다.;;
사람들이 테이프나 CD 같은 음반을 구매하지 않게 됐고, 옛날 1990년대에 CCM계에서 한가닥 하던 뮤지선들은 이제 다들 목사나 교수로 신분이 업글됐다.
이 와중에 세상 음악 말고 요즘 CCM계는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요즘도 "경배와 찬양"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는지, 기존곡 컴필레이션이나 리메이크 말고 신곡 앨범을 발표하는 사람이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이 와중에 2010년대부터는 마커스워십이라는 게 그렇게도 뜨는가 보다.;;; 일단 저런 곡이 있다는 걸 체크해 뒀다. 외국곡 번역이 아니라 스스로 곡을 만들기도 하는가 보다.

난 한 치의 예외 없이 무조건 옛날 찬송가가 더 낫다고 꼰대처럼 고집하고, 요즘 CCM은 질이 낮아지고 가사가 깊이가 없어지고 가요 같아지고 있다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몇백 년 전 클래식 찬송가는 "거룩 거룩 거룩, 영광을 주께 돌려드리세, 만물은 다 찬양하여라, 천사 화답하여라" 이런 관점이 많았던 반면, 요즘 CCM은 "나 주께 나아가기 원합니다, 예배하기 원합니다, 성령님이여 오소서" 이런 거 위주로 가사를 쓰는 관점과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겠는지는 각자 판단해 보시라.

그리고 젊은 사람 MZ세대라고 해서 마커스워십 부류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차이가 있겠지만.. 가사가 너무 자조적인 신세 한탄 일색이라는 비판도 있고.. 또 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노란리본충이라는 비판도 있더라.

뭐, 그런 걸로 트집 잡자면 끝이 없고 이 글이 그런 걸 따지는 게 목적은 아니니 그런 얘기를 더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찬양 사역자가 좌독인 건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부흥 부흥 이러다가 2000년대 이후 좀 이상해진 사람처럼 말이다.

4. 손 경민 <은혜>(2020) "내가 누려 왔던 모든 것들이 ... 은혜 은혜 한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것 하나도 없었던 것을..."

이건 아예 코로나 시국 때 발표된 완전 따끈한 최신곡이구나.. 여친 교회에서 맨 처음에 특송으로 들었다가 요즘은 회중 찬송으로도 종종 불러 봤다.
이렇듯, 은혜 하나만으로도 지금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신곡이 발표되었음을 알 수 있다. 킹 제임스 진영 교회에서는 거의 접하지 못하거나 한 5년~10년은 더 지나야 접했지 싶다.

한번은 여친 교회에서 주일 예배 때 설교 주제가 '은혜'였던 적이 있었다. 곁들여진 찬송은 당연히 저런 곡들 위주였다.
기성 교회 대형 교회에서 “킹 제임스 이외의 다른 성서에서는 이 구절이 변개되고 삭제되었습니다”, “이 말씀은 문자적으로는 천년왕국 때 이뤄지고, 지금 우리에게는 영적인 교훈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강해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 아쉽다.

그 대신.. 목사가 목사이다 보니 예화의 스펙트럼이 상상을 초월하게 넓더라. 일례로 은혜를 주제로 한 설교에서 시인 피 천득의 생애가 알 게 뭐냐..;; 그리고 이게 원래 그리스어로 무슨무슨 뜻이고 이런이런 깊은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라는 원어 인용이 잦다.

나 같았으면 은혜와 긍휼의 차이, 은혜와 믿음의 관계, 은혜와 평강의 관계.. 성경에서 이런 용어가 등장하는 용례 위주로 썰을 풀거나 이런 설교 강해를 기대했을 텐데, 이 바닥은 성경 개념을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대형 교회는 찬양이 정말 다양하게 선곡되고, 어린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돼 있고 사람들 사교의 폭이 넓고 인력풀이 쟁쟁한 것 하나는 부러워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2/09/09 08:34 2022/09/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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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과 행위의 관계

세상의 다음 법칙들을 생각해 보자.

  • 길거리에서 나눠 주는 무료 유인물이 공짜라고 해서, 거기 있는 유인물들을 몽땅 혼자 가져가도 되는 건 아니며,
  • 지하철역의 쓰레기통이 공짜라고 해서 자기 집 쓰레기를 몽땅 가져와서 거기에다 버려도 되는 게 아니다.
  • 뷔페가 음식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고 해서 딴 그릇에 담으면서까지 막 퍼 가도 되는 건 아니다.
  • 노인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무임 승차권조차 아예 없이 개찰 구역 안으로 제 집처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건 아니다.
  • 남이 만든 어떤 소프트웨어가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다고 해서 그걸 자기가 만들었다고 저작권 자체를 사칭해도 되는 건 아니다.
  • 자유가 있다고 해서 남의 자유를 침해할 자유,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와해시킬 자유까지 허용되는 건 아니다.

우리 주변엔 이와 비슷한 원리의 적용을 받는 것들이 이것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finally.. 은혜로 말미암아 믿음으로 받는 혼의 구원이 공짜이고 영원히 지속된다고 해서 □□□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안에 들어갈 말은 건전한 예수쟁이라면 누구나 유추 가능할 것이고. (롬 6, 엡 2, 고전 8:2, 갈 5:13 등)

다시 말하지만, 크리스천은 구원받기 위해서, 혹은 받은 구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선행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그 구원에 감격하고 감사해서, 다른 사람이나 세상 정세를 보는 게 아니라 절대적인 선과 보상의 기준을 보고 믿음 안에서 성령의 열매 차원에서 선행이 나오는 것이다.

크리스천이 믿음의 선행을 하는 것은, 마치 철덕이 Looking for you를 3천 번 듣고 우리나라 철도의 모든 것을 줄줄 외우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게 없는 자연스럽고 지당한 이치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증거는 보이는 형태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Q. 너는 철도를 사랑한다는 것을 무엇으로 보일 테냐?
A. 새마을호 객실에서 흘러나왔던 Looking for you를 3천 번 듣고 악보로 만든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입증하는 방법이 이것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복수 정답이 존재함)


이렇듯, 로마서와 야고보서는 lexical하게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진술처럼 보일지 모르나 그 실질적인 내용은 일맥상통하며 모순이 아니다.
그 정도 모순도 분간 못 할 정도면 성경 못 읽는다. 성경엔 그거 말고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말이 차고 넘친다.

Posted by 사무엘

2015/06/03 08:29 2015/06/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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