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진영이라고 가수 겸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사람이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사람은 똑똑하고 재능 많고 본업인 음악뿐만 아니라 온갖 잡학에 관심 많고 머릿속이 복잡다단한 4차원 구조인 사람 같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는 요 몇 년 전부터는 종교 쪽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 중임을 공개적으로 티를 내고 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자신의 구도(?) 과정을 긴 간증문으로 써서 공개하고 영상도 올리는 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호불호가 갈린다.
먹고 사는 분야에서는 충분히 성공했으니, 그 다음으로 신이나 내세 같은 분야의 지적 욕구가 생긴 것 같다. 하긴, 예전엔 이 병철 삼성 창업주조차도 늘그막에는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 신이 존재한다면 세상이 어째서 이 모양 …” 이런 부류의 수십 개에 달하는 질문을 공개적으로 했던 바 있다.
나도 종교 분야를 어린 시절에 진작에 입문하지 않고 아재 꼰대 나이가 돼서야 관심이 생겼다면.. 박 진영 씨처럼 혼자 여기저기 찾아보고 기웃거리다가 왕창 마이너 특이한 델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ㄲㄲㄲㄲㄲㄲ 지금도 이미 충분히 마이너한 델 갔지만..
본인은 정작 저 사람이나 저 사람 곡을 잘 모르며, 간증문을 제대로 다 읽어 보지도 않은 한계가 있음을 미리 밝힌다.
허나, 잘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생각하는 기독교 교리는 어느 교파의 관점에서 봐도 다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일부 주장은 극단적 세대주의를 띄는 게 있어서 좋은 까일거리 먹잇감이 된 듯하다. 신약 교회 신자는 바울 서신 말고 다른 성경책은 단순히 문자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걸 넘어서 아예 필요하지 않다느니.. 이 정도면 윤 석열 대통령이 앞으로 북을 선제공격할 것이고, 최저임금도 없이 주 120시간 로동 착취를 시킬 것이고 의료보험을 몽땅 민영화시킬 거라네 하는 헛소리 급이다.
심지어 구원파 영향을 받은 말도 있다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난 솔직히 말해서 구원파의 교리 자체도 잘 모른다. 그냥 자기가 구원 받은 날짜에 너무 집착하고, 구원 받았으니 이제 회개할 필요 없고 마음껏 죄 짓고 살아도 된다고 설마 "정말로 그런 정신나간 주장을 하나?" 이 정도가 내가 아는 바의 전부이다.
저런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박 진영의 간증 내지 신앙관은.. 온건 세대주의 기반인 독립 침례교회 쪽 진영에서도 논란이 많다. 무작정 호의적이지 않다.
내가 파악한 게 맞다면.. 저 사람은 머리 좋고 해골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이것저것 탐닉한 게 많다 보니, 복음까지도 너무 복잡하게 접근하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기미가 보인다. 나는 다른 낭설들 말고 바로 그게 우려된다.
내가 내 자유의지로 복음을 믿고 예수님을 자발적으로 영접하고 믿어서 구원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구원을 은혜로 믿음으로 받는다. 이렇게 지극히 간단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을..
- "내가 억지로 힘들게 믿으려 애쓰는 게 아니라, 저절로 믿어져야 구원받는 거다. 예수님으로부터 믿음을 받아야 한다"
- "뭘 깨달아야 구원받는다" (회개의 선행 조건으로 내가 죄인인 걸 깨닫긴 해야 하는데, 저기서는 그 말을 하는 게 아님)
뭐랄까, 맞는 말 같으면서도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초신자를 더 갈팡질팡 헷갈리게 하는 식으로 워딩을 하는 것 같다. "주여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음을 도와 주소서" (막 9:24) 상태인 초신자들이 이것 때문에 거의 공황 수준의 혼동을 겪었다고 한다.
난 박 진영의 글 때문에 '믿음'이라는 벡터의 방향과 출처에 대한 키배와 논쟁이 굉장히 심하게 벌어졌었다는 걸 뒤늦게야 들었다.
겨우 이 따위 게 논란거리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안 했었는데..
faith가 아니라 believe여야 한다느니(둘 중 하나를 have faith 내지 belief로 바꿔야겠지... 품사부터 좀 동기화시켜야..)
faith of Jesus Christ를 받아야 한다느니 그런 말이 나돌더라.
흠정역은 우리말 성경들을 통틀어서 롬 3:22 / 갈 2:16 faith of Jesus Christ를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이라고 번역한 유일한 역본이다.
"엥? of니까 원래 '의'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of는 생각보다 굉장히 중의적이며, 번역하기 까다로운 단어이다. 다른 성경들은 전부 '를'이라고 돼 있다. 차이점이 뭔지 아시겠는가?
이건 킹 제임스니 변개니 하는 내용 차이 이슈가 아니라, 단순 번역 이슈이다. 게다가 이거.. 내가 알기로 흠정역의 주 번역자인 정 동수 목사 본인의 소신보다도 다른 여러 목회자들의 강력한 권면과 건의가 받아들여져서 '를' 대신 '의'가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말보회 한킹 진영에서는 흠정역의 번역 때문에 저렇게 "믿어야 구원"이 아니라 "믿어져야 구원"이라는 오류가 생긴 거라고 비판하니.. 그저 골치 아플 따름이다. 참고로 말보회는 야고보서와 히브리서는 신약 교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세대주의를 굉장히 강하게 지지하는 진영이다. 쟤들은 '믿어져야 구원' 이걸 오히려 칼빈 예정론과 결부시켜서 역공을 가하기도 한다.
일단 난 흠정역의 번역에는 크게 토를 달지 않을 생각이다. 예수님이 믿음의 창시자이고 예수님도 이 땅에서 뭔가를 믿는 본을 보이신 것 자체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수님께 믿음을 구하고 새 믿음을 공급받는 것은 구원받고 나서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이건 박 진영 씨도 부디 앞뒤 순서를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예수 영접을 위해서 맨 처음부터 예수님의 믿음을 받아야 된다는 논리는.. 순환논리이고 궤변처럼 들린다. 압축 유틸리티를 설치하기 위해서 압축을 풀어야 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압축 유틸은 바로 실행 가능한 exe/msi 형태로 배포하는 게 상식입니다~~)
박 진영 씨가 그저 종교 지식 덕후가 아니라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주로 영접해서 구원까지 받았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단지, 이 사태를 보니 인간은 같은 글에 대해서 역시나 다들 자기 관심사와 자기 진영 논리대로 남을 즐겨 판단한다는 것 절실히 느껴진다. 극단적 세대주의 탓, 흠정역 번역 탓.. 예시를 보면 명확하지 않은가?
난 그런 교리 노선을 떠나서 누구든 복음의 단순함을 왜곡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비행기가 어떻게 공중에 뜰 수 있는지.. 유체역학 항공역학 물리 법칙을 하나도 모르고 수학적으로 증명을 못 해도,
"이 비행기는 중간에 추락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 날아갈 것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믿고 비행기를 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안 믿어지면..? 옛날에 북한 김 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외국 나갈 때도 평생 열차만 타고 육로로만 다녀야 되는 거다.
"아~ 해외여행을 5년쯤 다니니 어느날 갑자기, 이제야 믿음이 생겨서 비행기를 안심하고 편안하게 탈 수 있게 됐어!!"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개인 간증으로서는 좀 드라마틱한 일일 수 있지만, 5년 동안 불안불안하게 탔던 자기만 집착이 심한 비정상이었던 것일 뿐이다. 그런 개인의 특수한 경험을 일반적인 교리와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결국은 자기가 안 믿은 걸 갖고 하나님 쪽에서 믿음을 안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 탓"이 나와서는 심히 곤란하다. ㅡ,.ㅡ;;;
내 경험상, 어설프게 영어 성경 읽으려고 애쓰기 전에 국어 공부부터 해야 될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역으로 성경을 별 오류 없이 분별하면서 제대로 읽을 정도가 되면, 세상 학문을 할 지적 능력도 이미 크게 갖춰져 있게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