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와 철도의 터널과 교량

1. 자동차용 터널과 교량

도로나 철도를 만들다가 산 같은 장애물을 정면돌파 하려면 터널을 뚫게 되고, 기존 도로를 입체 교차하거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교량을 건설하게 된다. 이런 시설들은 구불구불 우회해서 가야 할 경로를 굉장히 곧게 해 준다.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요즘은 옛날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매우 크고 길고 넓은 터널과 교량이 많다.
산 하나를 통째로 관통하는 건 일도 아니고 도시 시가지를 통째로 지하로 통과한다. 2차로를 넘어 4차로 광폭 터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제한적이나마 바다를 건너는 터널(아래로)이나 교량(위로..)도 있다. 아무래도 고가(교량)보다는 지하도(터널..)가 만들기 더 어려운 것이 주지의 사실인데, 하저· 해저터널 같은 건 참 경이롭다.

다만, 이런 곳을 자동차로 운전해서 갈 때는 좀 주의해야 한다. 터널을 드나들 때는 주변의 밝기가 갑자기 변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가 교란될 수 있으며, 교량은 바람이나 온도가 일반 평지와는 달라서 길이 미끄러울 수 있다.
그리고 둘은 형태는 다르지만 길 밖으로 벗어날 곳이 딱히 없기 때문에 비상 대피나 탈출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터널은 화재라도 났다간 질식의 위험까지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터널이나 교량에서는 한 치의 예외 없이 차선들이 실선으로 그어졌으며, 차로 변경과 추월이 금지돼 왔다.
하지만 모든 교통사고가 오로지 과속과 추월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저건 현실과 안 맞는 너무 규제 위주의 악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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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종일관 한 차로로만 달리기에는 너무 길고 큼직한 터널도 많다. 그리고 강을 건너는 교량 말고 강과 수 km째 나란히 가는 교량도 많은데 거기도 차로를 몽땅 실선으로 틀어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국도 20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북건천 분기점은 긴 건천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분기점이 뿅 나타난다. 경주에서 20을 이용해서 달리다가 저기서 4로 갈아타서 영천? 대구 방면으로 가려면 아예 터널에 진입하기 전부터, 한참 전부터 맨 오른쪽 n차로로 차로를 바꿔야 한다. 터널 안에서 차로를 바꾸는 건 실선 차로와 각종 차단봉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형태로 새로 만들어지는 터널에 한해서 터널 안도 점선 차선이 그어지고 차로 변경을 허용하는 추세이다. 교량 쪽은 소식을 못 들었다만, 거기도 좀 더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쪽으로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2. 철도용 터널과 교량

자동차가 다니는 터널과 교량은 그렇고.. 그럼 이제부터는 철도의 터널과 교량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요즘 만들어지는 큼직한 터널은 도로용이나 철도용이 외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옛날 초창기에, 특히 철도가 다들 단선 비전철 위주이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

철도 차량은 레일 근처 하부의 폭과 중상부의 폭이 차이가 많이 나는 교통수단이다. 이는 제한된 레일 궤간에서 최대한 큼직한 차량을 굴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법적 차량 한계가 1250mm 이하의 낮은 부위와 그 이상 높은 부위의 폭이 서로 다르게 명시돼 있다.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 달리 레일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정밀 정확하게 다니니.. 터널도 그야말로 차량 한계가 허용하는 한계치까지 작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터널의 단면조차 차량의 단면과 비슷하게 하부가 상부보다 더 작으며, 단면이 말발굽 모양처럼 돼 있다. 이것은 철도 터널이 자동차용 터널과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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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언제까지나 옛날에 그랬다는 것이다. 요즘은 한 터널 안에 복선 선로를 집어넣고 위에 전차선도 집어넣고.. 또 고속 주행을 위해 공기가 드나들 틈을 더 내기도 하니 철도 터널도 옛날보다야 더 큼직하게 만든다.

그리고 철도는 교량도 좀 특이했다.
옛날에는 철교의 상부에 딱히 난간이나 트러스 같은 게 없었고 생긴 게 참 단촐(?) 소박했다. 뭐, 어차피 레일이 있으니 단순히 통과 차량의 안전을 위한 난간이나 가드레일 따위는 없어도 될 것이다.

과거의 단선 비전철 철길은 선로의 좌우에 아무 인공물이 보이지 않아서 좌우의 창 밖을 보면 자동차를 탈 때보다 자연의 정취랄까 그게 더 강하게 느껴졌다. 반대편 선로라는 것도 없고 전차선 전봇대도 없고.. 침목과 레일이 놓인 자갈밭이 끝인데 그건 양 옆의 시야로는 어차피 보이지 않는다. 열차가 교량을 통과할 때면 그냥 강물 위로 공중에 떠 있기라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교량은 딱히 ‘도상’이란 게 없어서, 레일 밑에 깔린 침목 아래로 곧장 강물이 출렁출렁 내려다보였다. 자갈밭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옛 수인선의 소래철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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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은 이런 식으로 철교를 만들지 않는다. 레일 밑에 아무 지반이 없으면 열차가 지나갈 때 소음과 진동이 주변에 너무 크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궤도 아래에 침목과 자갈 같은 걸 괜히 만드는 게 아니다. 물론 요즘은 나무 침목이나 자갈조차도 안 쓰고 싹 다 콘크리트 땜빵이지만..
자동차 도로도 고속도로 같은 건 옛날처럼 아스팔트를 안 쓰고 이제 시멘트 포장을 하니, 철길 노반과 도로 노반이 생긴 모습이 다 허옇게 비슷해졌다.

내 기분상 도로 교량보다는 철도 교량이 상부에 이렇게 철골 구조물이 치렁치렁 솟아 있는 경우가 많다. 삼각형 그물 모양의 뼈대 구조이다 보니 무슨 3차원 그래픽 와이어프레임을 보는 것 같은데..
단순히 잉여 미관 때문이 아니라 교량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 넣은 거라고 한다. 한강 최초의 교량인 한강 철교도 이런 형태로 만들어졌었다. 110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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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0/07/03 08:35 2020/07/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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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춘선 철도는 일제 강점기의 말기에 근접한 1939년에 개통했다. 1939년부터 1941년에 걸쳐 찔끔찔끔 개통한 중앙선과 시기가 비슷하다.
경춘선은 그 당시 사철 형태로 건설됐으며, 다른 철도와 달리 설립 배경에 왜색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나름 춘천 지역 조선인 유지들의 자본이 많이 투입된 것으로 유명하다.

해방 이후 경춘선은 국영 철도로 편입됐다. 경춘선은 원래 지금의 제기동 역 근처의 '성동' 역에서 시작했지만 1971년에 해당 선로가 폐선되었다. 그 대신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성북(지금의 광운대)에서 경춘선 선로가 분기하는 형태로 선형이 바뀌었다.

경춘선에는 한동안 무궁화호와 통일호라는 두 종류의 일반열차가 다녔지만 2004년 3월, KTX의 개통과 함께 구닥다리 통일호는 퇴역했다. 그 뒤 2010년 12월,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서 선형이 대대적으로 바뀌었고 차량은 광역전철 전동차로 대체되었다.
급행 전동차도 잠깐 다녔지만 없어지고 이내 ITX-청춘으로 바뀌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급행 전동차는 현대 YF 쏘나타의 2400cc 고급형 모델이 자취를 감춘 것과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없어진 것 같다.

경춘선의 복선전철화는 차량뿐만 아니라 선로에도 굉장히 큰 변화를 야기했다.
광운대 역 부근은 경원선 복선 선로이다. 경춘선 열차가 거기서 경춘선으로 나가려면 경원선의 맞은편 열차 선로를 타넘으며 잠시 평면교차를 해야 했다. 열차가 몇 분 간격으로 다니는 철도에서 평면교차는 단선 교행만큼이나 절대로 좋은 여건이 아니었다. 선로 용량이 줄어들고,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그랬는데 새로운 복선전철 선로는 경원선이 아니라 중앙선의 상봉· 망우 역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얘들은 중앙선으로 합류 자체를 안 하고 중앙선보다 북쪽의 선로에서 따로 노니 평면교차를 하지 않게 됐다.
(물론 더 멀리 용산까지 가는 ITX-청춘은 여전히 평면교차를 한다. 그리고 지금 분당선 전동차 중에서도 가끔 왕십리를 넘어 청량리까지 가는 열차도 선로를 건너갈 때는 불가피하게 잠시 평면교차를 한다.)

이로써 성동-성북 선로가 없어진 지 거의 40년 만에 성북-갈매의 꼬불꼬불한 시내 선로도 폐지됐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신공덕, 화랑대 같은 역도 없어졌다.
이 두 역은 초라해 보여도 나름 1939년 경춘선의 개통 당시부터 있었던 역사 깊은 역이었다. 물론 이름이야 일제 시대에 거기 근처에 대한민국 육사가 있었을 리가 없으니, 처음엔 화랑대가 아니라 태릉이고.. 그런 식이었다.

경춘선의 시내 관통 구선로가 있던 곳에는 숲길 산책로가 꾸며졌다. 이 점에서는 역시  공원 산책로가 조성된 용산선 구선로 구간과도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 수도권 전철 경의선이 개통한 때도 2009년이니 서로 더욱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용산선은 경의선 신촌-가좌 구간에 밀려서 현역 시절에도 존재감이 너무 없었고 2000년대부터 사실상 화물 전용에 폐선 신세였지만.. 경춘선은 그런 지경이 아니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일까? 경춘선 구선로는 ‘경춘선 숲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한편으로.. 상당수의 구간에 기존 레일이 고스란히 남겨지고 보존되었다. 소리소문 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용산선 선로와는 다른 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서울여대 정문과 육사 정문 사이의 공간, 즉 구 화랑대 역은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었으며, 주변에 ‘화랑대 철도 공원’이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본인은 이를 답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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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로와 육사 정문의 갈림길 사이에 '경춘선 숲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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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본인을 반긴 것은 협궤 선로용 소형 증기 기관차인 '혀기'였다.
삼성 교통 박물관에서도 동명의 기관차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저건 규격이 달랐다.
교통 박물관 것은 더 옛날 1937년에 제조되어서 1952년까지 운행되었으며, 탄수차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텐더식). 그러나 여기에 있는 것은 1951년에 제작되어 1973년 초까지 운행된 신형인 한편으로 탄수차가 별도로 있지 않는 탱크식이다.

우리나라 철도에서 협궤는 수려선과 수인선뿐이었고 이들 기관차도 딱 저기만 다녔다. 그리고 1973이라는 연도에서 미뤄 볼 때, 얘는 수려선이 폐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이 퇴역한 것으로 보인다. 1967년 8월 말에 증기 기관차가 현업에서 공식적으로 퇴역한 뒤에도 협궤 전용인 혀기 기관차는 거의 1970년대 중후반까지 더 굴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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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의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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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웬 외국산 전동차..는 아니고 노면전차이다. 저게 전동차라면 출입문이 저렇게 낮게까지 만들어지고 더구나 폴딩 형태이기까지 할 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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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름 화랑대 역 승강장 레플리카와.. 무려 무궁화호 객차 세트가 등장했다.
세상에, 인서울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철도 기념물을 구경하게 될 줄이야~!
본인은 작년 이맘때쯤엔 문정 근린 공원에서 철길 흔적을 발견했다고 좋아서 난리를 쳤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한 거물을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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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 구역사는 마치 옛날 신촌 역처럼 봉인되고 보존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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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있는 육사 정문의 모습이다.
생도들은 좋겠다. 학교 주변에 이런 철도 기념 공원이 있으니 말이다. 서울여대 애들도 마찬가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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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객차의 앞에 놓여 있는 건 미카 증기 기관차였다. 맨 처음 봤던 혀기보다 훨씬 더 크다.
증기 기관차들은 어린이 대공원에 있던 것을 여기로 옮겨 놓은 거라고 한다. 어린이 대공원은 50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꼭 필요했던 시설이지만 지금은 다른 유원지나 공원, 놀이 시설에 밀려서 너무 낡은 감이 있다. 뭐, 그래도 주말이면 지금도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변함없으니, 완전히 파리 날리고 망한 지경은 아니다.

근처에는 마지막으로 다른 1량짜리 일본 전동차가 하나 있었는데 이건 사진 첨부를 생략하겠다.
증기 기관차들은 다 유래에 대해 설명이 나와 있던데 정작 이런 외국 차량들은 그냥 병풍으로 갖다놓은 건지 아무 설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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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쪽으로 더 가면 이제 철도 공원은 끝나고 철길과 함께 산책로만 이어진다. 이런 식이다. 생각보다 길어서 1~2km는 된 것 같다.
육사를 완전히 지나고 태릉 선수촌과 태릉 골프장까지 거친 뒤에야 끝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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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철길부터 먼저 끝난다. 이제 여기 이후부터는 그냥 철길 노반 자갈밭만 몇백 m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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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경춘선 숲길이 통째로 끝난다. 저기부터는 행정구역도 서울을 벗어나서 구리시이다.
참고로 철길 산책로는 철도 공원의 동쪽뿐만 아니라 서쪽으로도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거기는 주변이 여기처럼 한적한 차도나 육사 캠퍼스가 아니라 본격적인 주택가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인다. 이 글은 동쪽으로만 끝까지 가 본 답사기임을 밝힌다.

여기서 경춘선 전철 갈매 역까지는 10분 정도 더 걸어서 도달할 수 있었다. 본인은 거기서 전철을 타고 귀가했다.
작년 말에 개통한 지하철 6호선 신내 역도 이번 기회에 드디어 구경할 수 있었다. 여기 근처에 있으니까... 서울 지하철에서 차량기지 내부에 있는 단선 종착역은 지금까지 7호선 장암밖에 없었는데 이제 6호선 신내도 추가됐다. 7호선은 전역인 도봉산이 환승역인 반면, 6호선은 종착역 자체가 환승역이 됐다는 차이가 있다.

9호선 개화도 차량기지 내부에 있는 종착역인 것까지는 일치한다. 그러나 거기는 단선이 아니며 모든 일반열차들이 도달하는 정규 종착역이다. 장암이나 신내처럼 전체 열차의 절반 이하만 찔끔찔끔 드나드는 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3 08:36 2020/02/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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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노트북 PC나 읽을 책을 챙겨 들고 한적한 전철역으로 떠나서 피서를 즐기는 건 수도권 광역전철 역세권에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복이다.

지금까지 경의-일산선, 분당선, 과천-안산선, 서울 7호선, 공항 철도 등 여러 노선을 다녀 봤다. 하지만 1호선과 직결되는 광역전철이나 경춘선은 상대적으로 덜 탔다. 안 그래도 토요일 낮에는 지하철들이 혼잡한 편인데 거기는 특히 너무 혼잡하기 때문이었다.

경춘선은 통일호, 무궁화호를 거쳐 지금은 전동차와 ITX 청춘이라는 실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광역전철이다. 비록 혼잡하고 타러 가기가 힘들고(무려 상봉까지!) 열차가 중앙선보다도 드물게 다니긴 하지만(경의선 서강-공덕의 배차간격과 비슷함), 주변 경치가 워낙 좋기 때문에 한 번쯤은 날 잡아서 다시 시승해 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경춘선 중에서도 백양리와 김유정 역에서 내려서 역 주변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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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백양리 역 승강장이다. 이 넓은 승강장에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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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바깥은 이렇게 생겼다.
주변이 워낙 한적하고 부지가 넉넉하니 광장도 있고 자전거 거치대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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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주차장은 그냥 무료 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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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역 쪽을 대고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운치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나저나 경춘선은 역시 은근히 길더라. 서울-수원 정기권(거리 비례 6단계)으로도 백양리 역까지만 가도 내릴 때 추가 차감이 발생했다.

다음, 김유정 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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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원래 신남 역이라고 불렸으나, 근처에 소설가 김 유정 문학촌이 있다 하여 2004년에 역명이 이렇게 바뀌었다. 이 역은 역명판의 한글 서체도 다 코레일체 대신 궁서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가 한옥 컨셉의 특이한 형태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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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선로가 고가가 아닌 평지에 있다. 그리고 역사에서 승강장으로 갈 때 육교가 아니라 '지하도'를 이용한다. 그래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역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세상에 평지 선로 + 지하도 형태인 역은 매우 드물다. 반월, 대방, 구일 정도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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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 철도역처럼 보이지 않는가?
역 주변에도 한옥 스타일의 정자와 뜰이 있다. 경춘선 탐방 때 한번쯤 들러 볼 만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26 08:34 2013/08/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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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도의 ‘마지막’ 기록

1. 지하철, 광역전철, 기존선의 개량· 복선화· 고속화 등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비수도권의 지역과 지역을 잇는 간선 철도가 마지막으로 건설된 것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무려 박통 시절, 1973년의 태백선이 마지막이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말의 경전선이라든가, 1963년의 서울 교외선도 일제가 아닌 한국 정부가 만든 철도이긴 한지만.. 이건 도대체 언제적 얘기냐?

고속도로는 경부 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이 되기까지 그야말로 거미줄처럼 얼마나 많이 건설되었던가. 서해안, 중앙, 중부, 영동 등등~ 그에 반해 철도는 공주를 경유하는 철도가 생겼다거나, 포항과 울진이 철도로 연결되었다거나, 대구에서 광주로 가는 철도가 건설되었다거나 하는 소식이 전-_-혀 없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가 계속되었고 2차 세계대전 같은 이변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일본처럼 자동차도 좌측통행을 하게 됐을 것이고, 일본 본토가 그런 것처럼 전국을 촘촘히 연결하는 철도가 잔뜩 건설되었을 것이다. 사철도 엄청 많이 생겼을 것이고. 사실, 선로의 질을 떠나서 철도 노선의 양이 한반도에서 가장 풍부하던 시절은 역설적이게도 일제 강점기이다. 게다가 그때는 남북 분단 같은 게 없었으니, 철도로 중국이나 러시아로도 갈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일제 강점기가 좋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 오해 마시길. 그래도 한국과 일본의 위정자들이 철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런 식으로 차이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2. 우리나라에 기름으로 달리는 철도 차량이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1996~1998년 사이에 도입된 통근형 디젤 동차, 일명 CDC가 마지막이다.
CDC는 구닥다리 비둘기호 객차를 대체할 목적으로 도입되어 과거엔 경의· 경원선과 각종 비전철 지선(군산선, 동해남부선 등)에서 요긴하게 운행되었으나, 지금은 기름값 폭등 + 통일호 폐지 + 전철화 트렌드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됐다. 경의· 경원선의 말단 북쪽 구간을 제외하면 완전히 씨가 말라 있는 상태. 나머지 CDC들은 무궁화호로 개조되었다. 일명 RDC임.

3. 기관차-객차형 열차가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2003년에 디자인리미트(현 SLS 중공업)와 현대 로템에서 제조한 신조 무궁화호 객차가 마지막이다.
그 뒤로는 한국 철도계에도 기관차-객차 대신, 전기 동차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더구나 비전철 구간에는 CDC로부터 격상된 RDC 무궁화호도 있으니 추가 객차를 도입할 필요가 더욱 없어져 있는 것도 사실임.

EEC 이래로 대가 끊기는 듯했던 좌석형 전기 동차는 공항 철도 직통 열차를 통해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으며, 다음으로 누리로가 전성기를 열어 놓았다. 통근형 광역전철과 일반열차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춘선에는 앞으로 2층 좌석형 전동차도 도입될 예정이니 더욱 흥미롭다.

1994년에 마지막으로 도입된 새마을호가 몇 년 뒤에 없어지고, 이렇게 도입된 무궁화호도 모두 퇴역하고 나면 1970~80년대 이래로 대한민국에 존재해 온 새마을-무궁화호 체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될 것이다. 통근형 완행 등급은 운임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른 전동차가 대신하고 있으며, 새마을호처럼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호화로운 열차는 이제 필요하지 않으니... 간선 철도에는 고속철 + 로컬 같은 단순한 구도만이 살아남을 듯하다.

그럼, 우리나라 철도의 '최후/마지막 기록'에 속하는 것을 몇 가지 더 살펴보도록 하자.

1. 증기 기관차: 1967년 8월 31일에 서울 역에서 종운식을 함으로써 한국 철도의 현업에서는 완전히 은퇴했다. (관광용으로 일부러 증기 기관차나 그 비슷한 걸 깜짝쇼 차원에서 투입하는 건 제외)

2. 수인선: 우리나라의 최후의 협궤 철도이던 수인선은 원래 인천에서 수원, 여주까지 이어져 있던 게 무려 40년 전인 1972년에 수원까지로 구간이 단축되었으며(수원-여주 폐선크리), 나머지 구간도 점점 역이 폐역하고 열차 운행이 줄더니 1995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운행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유는 당연히 도로 교통에 밀려 수지타산이 너무 안 맞았기 때문.

오늘날까지도 경기도 동남부의 성남, 광주, 이천, 여주 쪽은 이렇다 할 간선 철도가 없는 철도 사각 지대이다. 하지만 수인선이 복선 전철로 다시 건설될 뿐만 아니라, 수원이 아닌 판교에서 시작하여 여주까지 가는 복선 철도도 건설되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분당선 이매 역은 무려 2004년에 야탑과 서현 사이에 새로 생긴 역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성남-여주선의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판교는 신분당선에다 이 철도와의 환승역이 됨.

3. 비둘기호: 1914년 9월 1일 오후 1시 무렵에, 미국의 모 동물원에 남겨져 있던 최후의 여행비둘기가 번식에 실패하고 죽음으로써 완전히 멸종하고 말았다. 한글이 이례적으로 창제자와 창제 목적· 시기가 알려져 있는 유일한 문자인 것만큼이나, 여행비둘기는 인류 역사상 멸종의 정확한 시기와 장소가 알려져 있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여행비둘기가 죽었슴다..--;

바로 이런 느낌이랄까? 대한민국의 정선선에 남아 있던 마지막 비둘기호 열차는 2000년 11월 14일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하였고, 이로써 당시 최하등급이던 비둘기호라는 열차 자체가 없어졌다. 똑같이 비둘기라는 단어가 있다니, 게다가 그냥 비둘기도 아니고 여행비둘기!! ㅋㅋㅋ 비둘기호가 사라진 날은 공교롭게도 2001년도 수능 시험 바로 전날(2000년 11월 15일)이었다. 그 당시 고등학생 철덕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앞서 언급한 수인선 협궤를 마지막 순간까지 달리던 디젤 동차도 운행 등급은 응당 비둘기호였다.
동물을 철도 이야기에다 이렇게 연결시키다니, 내가 쓴 글에 내가 감탄하고 말았다. 나 천재인가 봐. ㅋㅋㅋㅋㅋㅋ 철덕은 열차의 퇴역에 대해 특정 동물의 멸종을 보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는 법이다.

4. 통일호: 비둘기호가 사라진 지 4년이 채 지나기 전에, 통일호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KTX 개통과 함께 과거의 구닥다리 객차형 통일호는 모조리 퇴출되었으며, 이와 함께 서울 교외선도 지나친 잉여력을 못 이기고 정규 여객 열차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살아남은 것이라곤 일부 지선에 디젤 동차의 형태로만 명맥을 유지하던 통근열차 뿐.

KTX 개통 하루 전이던 2004년 3월 31일엔 철도계에서 워낙 유명하던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가 종운식을 했는데, 당시 전국 각지에서 철덕들이 모여 이 열차를 타면서 통일호의 퇴역을 아쉬워했었다. 이 날은 가히 성경이 말하는 엄숙한 명절(solemn feast)이 아닐 수 없었다.

경춘선을 달리던 객차형 통일호가 모조리 무궁화호로 승격되는 바람에, 이는 사실상의 열차 운임 인상 효과를 야기하여 승객들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자전거처럼 바퀴로 전기를 생산하고, 정화조도 없이 배설물이 선로 밖으로 곧바로 배출되는 낡아빠진 열차를 21세기에 언제까지나 굴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불가피한 변화인 것도 있다. 그러다 지금은 경춘선은 무궁화호도 없어지고 온통 전철만 다니고 있으니, 참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6 08:14 2011/12/0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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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철 시승기

1. 들어가는 말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가 끝났다.
수련의 결과가 어떤 그레이드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_-, 어쨌든 리포트까지 다 제출하고 드디어 방학이 시작됐다.
그리고 종강과 성탄 연휴 기념으로, 올해도 작년과 동일한 지인하고 같이 철도 여행을 떠났다.
첫 코스는 경춘선. 수도권 전철로 개통한 경춘선이 첫 주말을 맞이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에 앞서
경춘선에 대한 미주알고주알 역사적 배경 설명을 다 늘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다. (그래서 여행 카테고리로 넣으려던 글이 결국 철도 분석글이 되어 버렸다. ㄲㄲㄲ)

경부선 개통 1905년 -> 수도권 전철화(당시는 수원까지만) 1974년.
경춘선 개통 1939년 -> 수도권 전철화 2010년.
우연의 일치일까? 둘 사이에는 거의 똑같이 70년간의 간격이 있었다.
서울-춘천은 85~90km대로, 서울에서 평택 내지 천안까지의 거리와 얼추 비슷하다.

경춘선의 수도권 전철화가 갖는 큰 의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서울을 경유하는 “기존” 국철들 중에서 가장 늦게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2005년의 중앙선을 시작으로 회송 열차 트래픽 때문에 금기의 벽에 머물러 있던 경의선이 2009년에 수도권 전철로 바뀐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둘째, 경춘선은 일반열차가 여전히 다닐 필요가 있는 장거리 간선인 경부선이나 중앙선 같은 노선이 아니다. 또한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최북단에 여전히 비전철 구간을 남겨 놓아야 하는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노선도 아니다. 전구간이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경인선과 비슷한데,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번듯한 무궁화호급 열차를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경춘선의 변신은 특이하다.

셋째, 수도권 전철이 충청남도(경부· 장항선으로 가는 1호선 천안· 신창 노선)뿐만이 아니라 드디어 강원도에까지 손길을 뻗치게 됐다는 점!
무려 천안과 춘천까지 전철이 개통했다면, 중앙선도 좀 더 욕심을 내서 양평에 이어 원주까지 전철이 다니게 되면 어떨까 싶다.
이런 특성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일명 ‘광역전철 총정리’라고 체계적으로 글을 다시 쓸 작정이다.

2. 경춘선의 역사

경춘선은 통근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좀 운행 시간이 길고--그렇잖아도 선형이 안 좋고 열차 주행 속도도 느린데!--,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아까운 규모였다. 새마을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이 장항선이라면, 무궁화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은 경춘선.

그래서 2000년대 초까지 경춘선에는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섞여서 운행되었다. 편도 배차 간격은 40분~1시간꼴로, 단선에서는 이게 거의 한계에 가까운 배차였고 이런 열악한 사정은 역시 단선이던 장항선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는 10분 이상씩 지연은 예사였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본인이 2004년 초에 마지막으로 경춘선 통일호를 타면서 남긴 사진이다. 통일호는 인테리어가 이렇게 생긴 열차였다. 좌석을 더 기울일 수 없고, 문도 자동문이 아니고, 화장실 오물은 정화조에 담기는 게 아니라 바로 밖으로 배출되었으며, 아마 차륜에다 체인을 감아서 발전기를 돌렸을 희대의 노후화 객차.1)
그래도 미치도록 싼 운임이 메리트였다. 경춘선에서 그 당시의 통일호 운임과 지금의 전철 운임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텐데 말이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동시에 구형 통일호 객차는 모두 퇴역하였으며, 경춘선의 모든 열차는 무궁화호로 승격되었다. 이는 당장 경춘선 이용객의 금전적 부담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당시엔 반발이 거세었다.
경춘선뿐만이 아니라 다른 간선에서도 간간히 운행하던 통일호 역시 모두 폐지되었고, 여기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부전 완행 통일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2004년 12월, 철도청의 공사화를 앞두고 웬일로 경춘선 신남 역이 김유정 역으로 개명. 공항 이름에도 인명이 붙은 사례가 없는 대한민국에서,2) 철도역에 사상 처음으로 인명이 등재되었다.3) 본인, 그 당시는 전철역 노선도를 암기하다가 상록수(안산선!)를 다시 읽던 터라, 철도가 나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더욱 키워 주는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던 중이었다.

2005년 10월, 경춘선 복선 전철 공사 때문에 춘천 역이 완전히 폐쇄되고 경춘선은 약 5년간 종착역이 남춘천 역이 되었다. 그런데 춘천 역 자체가 시내와의 접근성이 꽤 떨어지고 인근에 군부대까지 있어서, 폐쇄의 여파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2010년 12월이 돼서야 경춘선은 복선 전철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이로써 성북 역은 과거에 용산-덕소 중앙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원선 경유 용산 행 전동차 노선을 빼앗겼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춘선 무궁화호 노선도 빼앗겼다. 그래서 순수하게 수도권 전철 1호선만 취급하는 역으로 역할이 줄어들게 됐다.
육군 사관학교와 가장 가까운 역인 경춘선 화랑대 역도 역사 속으로 빠이빠이. 하지만 역 건물 자체는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고 함.

3. 리모델링된 경춘선의 특징

경춘선 전철의 운행 계통은 상봉-춘천으로, 중앙선 상봉 역에서 출발하여 인근의 망우 역에서부터 분기한다. 예전에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상봉-망우의 위상은 마치 경의선 DMC-수색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노선의 실질적인 시작 지점은 후자이지만, 기존 서울 지하철과의 환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가까운 전자에 역을 또 만든 것이다. DMC는 6호선, 상봉은 7호선.

편리한 기존 청량리나 성북 역에서 경춘선을 이용하지 못하고 중랑구의 듣보잡 역까지 가야 하는 게 불편해진 점이긴 하나, 강남으로 통하는 7호선이 중앙과 경춘이라는 무려 두 개의 국철 노선과 환승역으로 연결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아울러, 마치 7호선이 경인선과 만나러 천왕을 넘어 온수까지 연장되었던 것처럼, 6호선도 질세라 경춘선을 만나러 봉화산을 넘어 더욱 연장되는 수순을 밟는 중이다.

한 승강장에서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타는 건 없다. 이미 상봉에서부터 중앙선과 경춘선 승강장은 갈라져 있고 둘은 별도의 선로에서 따로 다닌다. 망우 역은 부지가 대단히 넓은데, 두 노선 승강장 사이의 거리는 망우에서는 더욱 벌어진다. 입체교차 설비가 없고 만들 공간도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편리한 환승 구조라든가 용산-경춘선 직결 운행이 “지금은 곤란하다.” 수준이다. 금정과 구로, 천안 역 주변의 매우 크고 아름다운 입체교차 고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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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역에서 인근의 망우 역을 훤히 볼 수 있다. 중앙선과 경춘선은 애초에 상봉에서 부터 이미 별개의 선로로 운행을 시작한다.

경춘선의 노선은 중앙선에서 뻗어가는 선형인 만큼 경의· 중앙선과 동일한 옥색으로 지정되어 있다. 같은 색의 두 노선이 Y자로 분기하여 오른쪽으로 분기하는 형태이다 보니, 바로 아래에 자주색으로 동일한 토폴로지로 그려져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나중에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직결 운행을 시작하고 경춘선까지 직결이 시행되고 거기에다 분당선이 왕십리 역까지 올라온다면...?? 이렇게 연결된 광역전철의 네트워크 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 경의· 중앙선을 다니는 여타 코레일 전동차들이 그냥 은색 깡통에 자석(red & blue) 모양의 띠 도색인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웬일로 독창적인 흰 바탕에 파란 띠 도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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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경춘선이 이렇게 변했다는 게 믿어지는가?

경춘선은 이래뵈어도 서울-평택, 서울-천안에 비견될 정도로 길며, 용문까지 연장된 중앙선의 수도권 전철 구간보다도 더 길다. 그래서 주말에도 상· 하행 공히 상시 급행이 운행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좌석형 특급 열차의 투입도 계획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상행만 제한적으로 급행을 운행하는 여타 신흥(?) 노선들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2복선 선로에서 10분 간격으로 급행을 운행해 주는 '미친' 경인선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뜻이다. ^^;;
또한 경춘선은 그 길이에 '비해서'는 아직 역 수가 적은 편이고 완행도 역간 주행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도 알아 두자.

경춘선 전동차의 배차 간격은 중앙선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길어서 N/H 기준 15~20분에 한 대꼴이다. 급행은 1시간에 한 대이므로 경부선 천안 급행과 비슷한 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주말에 평일보다 열차 운행이 뜸해지는 여타 전철과는 달리, 경춘선만은 일반열차들처럼 주말에 예외적으로 집중 증차를 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일행이 간 토요일 낮에는 미칠 듯한 인파 때문에 고생 제대로 했으며, 춘천에서는 먼 거리를 반드시 앉아서 가려고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중간역에서는 승하차 인원이 미미했으며 거의 다 남춘천 아니면 춘천에서 내렸다. 이것이 개통 첫 주만의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닌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가감속력 좋은 전동차가 꼬불꼬불한 단선이 아니라 매끈한 복선으로 달리니, 예전보다 정차를 더 하고도 시간은 훨씬 더 단축되는 건 당연한 이치. 덜컹거림이 없는 장대 레일의 승차감도 정말 좋았고, 게다가 운임이 더 싸진 건 덤이다. 전철은 여러 모로 남양주와 춘천 사는 사람들에게 호재임이 틀림없다.
경의· 중앙선 전동차는 LCD 모니터가 출입문 쪽에 붙어 있는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모니터가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처럼 천장에 달려 있다. 경춘선도 8량인 건 동일하나,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건설됐던 걸로 기억한다.

4. 역 이모저모

강 따라 평지를 꼬불꼬불 다니기만 하던 경춘선도 이제 고가와 터널이 굉장히 많아졌다.
역은 기존역 근처에 전철 승강장(=고상홈)이 새로 건설된 것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설된 것도 있다. 예전에는 없는 부역명이 뭐가 이리도 덕지덕지 붙은 역이 많다. 우리가 달리는 고가 밑으로 가끔씩 구 경춘선이 꼬불꼬불 지나가는 걸 보기도 했다. 마치 KTX로 대구-대전 구간을 타면서 밑으로 구 경부선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평내호평: 경춘선이 이렇게 전철로 정식 개통하기 한참 전인 무려 2006년부터 신선 구간 중에는 가장 먼저 개통해서 무궁화호로 영업을 미리 시작했다. 이때가 장항선도 한창 리모델링되던 시절이었는데, 아직 복선 전철화는 안 하고 복선 노반만 만들어 둔 모양이다.

강촌: 경춘선에서 가장 상징성이 큰 역으로 가평과 더불어 젊은 시절 MT 코스의 추억이 깃든 곳이나.. 이 역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설되었다. 그런데 이설된 곳은 산과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 그래서 강촌이 아니라 산촌이 됐다.

김유정: 역명판이 코레일체가 아닌 궁서체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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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드디어 유리궁전으로 변신. 그런데 역 주변은 닭갈비집 몇 곳 말고는 정말로 황량하고 갈 데가 없다. 차라리 시내로 가려면 남춘천 역이 더 나을 듯. 역 주변엔 전철 개통 기념으로 세워진 듯한 이런 조형물이 있었다. 아 그리고 강원도 홍보 테마 누리로 열차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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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과거에 정선선 비둘기호 열차를 보면, 편성이 기관차+객차 각각 하나씩인데, 발전차가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_- 당연히 이런 자체 발전은 전력 생산량이 크게 부족하며 냉방기 같은 건 돌리지도 못한다.

2) 그 반면 외국은 드골 공항, 케네디 공항 등..;;

3) 참고로 진해선의 신창원 역은 인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____________^

Posted by 사무엘

2010/12/26 14:12 2010/12/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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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는 여러 분야에서 굵직한 철도 개통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생각만 해도 즐겁다.

※ 경부 고속철 2차 개통(1차가 2004년)

1차 개통을 한 지 거의 6년 반 만의 일이다. G20 정상 회의 때문에 진행 속도가 좀더 붙었다.
이번 개통의 가장 큰 변화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드디어 대구-부산 구간에도 신선이 개통된다는 것이다. 서울-부산 운행 시간이 더욱 단축된다. 대전과 대구에만 정차하는 걸 기준으로 서울-부산을 1시간 56분으로 예측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2시간을 약간 넘긴 시간으로 좀 더 길어진 모양이다.

이것 때문에 항공 업계는 서울-부산 비행기가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대구 비행기가 이미 KTX에게 발리고 닥버-_-했듯이 말이다. 단적인 예로, 부산 김해 공항을 경유할 예정인 김해 경전철의 공항 역은 국내선을 배제하고 국제선 청사와 더 가까이 연결되게 건설된다.

앞으로 경부 고속철에는 신선뿐만이 아니라 기 개통 구간에도 김천구미와 오송 역이 신설되며, 아직 기존선을 사용하는 대전과 대구 시내 구간에도 시내를 관통하는 선로가 새로 생긴다. 사실, 대전-대구 사이에는 기존선 주행 구간이 너무 긴 게 문제이긴 했다. 대전의 경우 이미 옥천에서부터 고속선이 끝나고 기존선으로 빠지니 말이다.

대전과 대구의 시내 통과 구간을 지상으로 만드냐 지하화하냐 때문에 지금까지 말이 많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조삼모사 식으로 일이 진행된 것 같다.

A: 고속철은 시내 구간을 지상으로 통과할 예정이다.
B: 꺅 꺅~ 소음과 진동 때문에 싫단 말야!
A: 싫으면 지하화할 사업비나 대던가.
B: 이미 지상 노반 다 확보해 놨습니다.
ㄲㄲㄲㄲㄲㄲ

※ 공항 철도 2차 개통(1차가 2007년)

김포-인천 공항 사이의 1차 구간이 3년 반쯤 전에 먼저 개통한 뒤, 이제 공항 철도도 서울 역으로 들어온다. 지하철들(1, 4호선)이 역의 동쪽에 있다면 공항 철도는 지금 경의선 전철이 있는 자리인 서쪽으로 입주하게 된다. 사실 공항 철도의 서울 강북 구간의 노선 자체도 경의선과 꽤 비슷하다. 둘 다 지하로 건설되지만 공항 철도가 경의선보다 더 깊게 건설된다.

환승역이 될 홍대입구, DMC, 공덕 같은 곳은 대략 대박. 이제 공항 철도도 이용객이 더욱 늘길 기대해 본다.

그런데 노선이 더 길어지는 것 이상으로 기대되는 떡밥이 있는데, 바로 공항 철도에 KTX 산천 차량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이미 경의선과 공항 철도 사이의 연결선의 건설도 확정된 상태. KTX를 타고 공항까지 간다니 뭔가 흥미롭지 않은가?

이건 코레일의 공항 철도 회사 인수, KTX 산천 도입, 공항 철도 2차 구간 등 여러 요인이 한데 어우러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미 거미줄처럼 구축된 공항 리무진 버스 인프라에 맞서, 단군의 후손들에게 “기차 타고 공항 간다”라는 인식을 심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항과 서울 시내를 연결하는 철도 자체는 꼭 필요하다. 강남은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으로, 강북은 공항 철도로, 이렇게 양분된 구도가 될 예정이다.

더구나 KTX 산천은 편성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굳이 한 편성에 무려 935명씩이나 태울 만한 지역이 아닌 곳에도 좀더 구석구석까지 고속철의 혜택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임률이 가장 높은, 쉽게 말해서 가장 비싼 철도는 KTX가 아니다. 명목상으로는 공항 철도 직통 열차-_-가 임률이 가장 높다. 1km당 새마을호가 93원, KTX는 기존선이 100원이고 고속선은 158원인데, 직통 열차는 무려 209원으로 잡혀 있다(일반 통근 열차는 82원). 그래서 김포에서 인천 공항까지 40km가 채 안 되는 거리를 가는 데 직통 열차는 무려 8천 원이 넘는 운임을 징수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하도 이용객이 너무 없어서 FM대로의 직통 운임 징수를 몇 년째 보류하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공항 철도는 무슨 박리다매 출퇴근 통근 컨셉이 아니라, 어차피 돈 많이 쓰고 오는 여행객이 주 고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좀 비싸고 내장재가 호화로워도 된다. 또한 무거운 짐을 취급하는 시설이 더욱 발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KTX가 공항 철도에 투입된다면 운임이 어떻게 산정될지 흥미롭다. 공철 직통 열차는 KTX 1과 동일한 좌석을 쓰고 있고 임률이 이미 KTX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2차 구간이 개통되면 이런 임률도 조금 개선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쩌면 옛날에 임진강 라이너 새마을호가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썼듯이 공항 철도를 달리는 KTX는 좀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쓸 가능성도 있다.

공철에 KTX가 투입되고 나면 열차 운행 속도나 좀더 빨라졌으면 좋겠다. 영종 대교를 달리고 있노라면 열차가 일개 공항 리무진(딱 규정 속도대로만 달리고 과속을 절대 하지도 않는!) 버스들에게도 추월당한다. 원래 공철 자체도 시속 150 이상도 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좋은 선형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또한, KTX가 공철에 투입된다 하더라도, 서울과 공항 사이만 오갈 뿐, 인천에서 바로 부산 방면으로 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인천 대교를 따라 철도를 건설해서 KTX를 인천 공항에서 서울 역이 아니라 차라리 광명 역으로 가게 한 후 경부 고속선으로 진입시키는 게 필요할 것이다.

※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춘천 역은 2005년 10월부터 폐쇄됨)

이것도 꽤 오래 됐다. 세상이 참 많이도 바뀌어, 30년이 넘게 수도권 전철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던 경의선마저 2009년부터 광역전철로 편입되었고 심지어 천안 이남의 장항선 구간까지 전철 1호선의 일부가 되었다. 중앙선과 경원선의 발전도 놀랍다. 이제 다음은 경춘선 차례이다!

그런데 성북은 물론이고 청량리 역까지 경춘선 취급 기능을 상실한다면 청량리 민자 역사 관계자들이 많이 섭섭해할 것 같다. 상봉이라는 웬 듣보잡 신설역이 경춘선의 시종착역으로 과연 굳어질까? 뭐, 선로 용량 부족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는 하던데.

느리고 무거운 무궁화호가 다니던 단선 비전철 노선이 복선 전철로 바뀌고, 루머에 따르면 심지어 2층 전동차까지 투입된다고 하는데 나름 경춘 고속도로와 경쟁한답시고 대비를 많이 한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29 08:25 2010/09/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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