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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3 대중교통에서 분할의 법칙 외 by 사무엘

얼마 전의 일이다. 어머니께서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오셨다가 다시 경주로 돌아가셨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을 왕래할 때 동서울 직행 시외버스의 애용자이다. 우등 수준의 좌석이면서 운임은 우등 고속버스보다 싸고(일반고속보다 약간 비싼 수준), 중부내륙 고속도로까지 개통하니 더욱 빨리도 가고, 가격 대 성능이 여러 모로 아주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낮에 연락을 해 보니 어머니 왈, 경주로 가는 버스가 모조리 좌석 매진인 바람에 지금으로부터 무려 3시간 가까이 뒤에 있는 저녁 6시 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다.

-- 잘 알다시피 시외버스는 예매 체계가 개떡 같다.

-- 경주와 서울을 왕래하는 버스는 고속버스(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서울 터미널)로 이원화해 있다. 둘 다 공히 배차간격이 40분인데 고속버스는 40n분마다 출발하고, 시외버스는 거의 40n+20분꼴로 출발함으로써 경주-서울 버스의 실질적인 배차간격을 둘의 조화평균인 20분으로 좁혀 주고 있다. 현재 어머니께서 계신 곳은 물론 동서울 터미널.

-- 그런데 시외버스의 경우, 실질적인 운행 계통은 동서울-경주-"포항"이다. 그리고 본인이 알기로 이 노선은 경주 승객보다 포항 승객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주 사람은 시외버스를 이용하기가 고속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들며, 주말에 예매를 안 하면, 지금 어머니와 같은 그런 사태가 발생하기가 쉽다.

그래서 본인은 즉각 이렇게 조언을 했다.
그 차를 기다리지 말고, 경주보다 차가 훨씬 더 자주 있는 대구로 일단 간 뒤 거기서 경주 가는 차를 갈아타라고 말이다. 이건 버스든 철도이든 철칙이다. 서울에서 경주 가는 차가 없으면 일단 대구로 가면 된다.

다행히 대구 행 버스는 30분이 채 안 되어 출발하는 다음 차가 있었고, 어머니는 본인의 말대로 해서 6시 차를 기다렸을 때보다 2시간에 가깝게 훨씬 더 일찍 귀가하실 수 있었다. 어머니도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미처 생각을 안 했다며 좋아하셨다.

다만, 동서울 터미널에서 대구로 가는 건 시외가 아니라 고속버스 노선만 있는 모양이다. 강남 터미널에는 오로지 고속버스만 있지만, 시외버스 위주인 동서울 터미널에는 대구나 대전 같은 주요 도시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도 일부 있다.
그래서 우등의 경우 운임이 시외버스보다 비싸며, 대구에서 대전 포함 서울 방면으로 가는 모든 고속버스들은 서대구 터미널을 경유한다. 뻑뻑한 대구 시내를 동서로 횡단하기 때문에 이 구간을 고속도로로 쌩~ 통과할 때보다 시간 손실이 더 크다는 단점도 있다.

뭐 그래도 서울에서 발이 묶인 채 3시간씩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지 않은가?

열차를 탈 때엔 더 기발한 팁이 있다.
주말에 대전-서울 직행의 좌석이 매진이면, 동일한 열차에 대해서 대전-천안, 천안-대전 이런 식으로 좌석을 분할해서 요청하면 어지간해서는 다 자리가 있다. 중간에 열차 안에서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된다. 본인은 이 기법을 수 년 동안 여러 번 활용해 왔다. 다만, 대전-천안, 수원-서울 이런 식으로 구입하는 건 불법 무임승차가 되므로 주의하자.

다음은 관련 추가 잡설들.

1. 지금 서울 반포동에 있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지하철 고속터미널 역 일대)은 과거에 정부에서 강남을 주거 및 부도심 지역으로 집중 개발할 때 의도적으로 지금의 위치에 건설되었다. 그때는 한강 이남이 이북보다야 북한에서 더 멀리 있으니, 심지어 안보상의 이유까지 고려되었다고 한다.
한편, 1980년대 말에 지어진 동서울 터미널은 중부 고속도로의 육성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경부 고속도로의 혼잡 완화도 의도한 것이다.
이 두 곳 말고 상봉이나 남부 같은 다른 터미널은 이용할 일이 지금까지 없었으니 본인에게 정보가 전무하다.

2. 경주에서는 서울 행뿐만이 아니라 대구 행 노선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경쟁 관계이다.
고속버스(동대구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부 정류장.. 뭐 동대구 시외버스 터미널 뻘 된다)로 이원화한 구도이며, 배차간격도 30분대로 비슷하고 운임도 아마 같지 싶다. 고속버스의 경우 일반과 우등이 거의 반반씩 투입되지만, 단거리이고 시외버스와 경쟁하는 노선인 관계로 우등도 일반과 동일한 운임을 징수한다.
본인은 어렸을 때는 동부 정류장을 애용했지만, 나중에는 동대구 역과 연계가 잘 되어 있는 고속버스 매니아로 바뀌었다. 두 터미널은 1.n 킬로미터 남짓 떨어져 있어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걸어서 가기는 좀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참고로 경주의 시외버스 터미널과 고속버스 터미널은 비록 단일 통합 건물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이웃집 사이이고 매우 가깝다.

3. 경주와는 달리 포항에는 대구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이 없다. 경주를 거쳐 대구로 가는 시외버스만이 존재한다.

4. 대구는 대중교통 인프라에 관한 한 굉장히 특이한 도시라고 예전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더 큰 것부터 시작해 고속버스 주제에 중간 정류장인 서대구 터미널이 있는 것도 특이한데, 정작 종점인 동대구에는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 건물이 없어서 회사별로 고속버스 터미널들의 전산 코드마저 다른.... 정말 괴팍한 도시이다. (대구-동양, 대구-한진, 대구-중앙 등~~ 이게 뭐냐구!!)
그런 대구가 동대구 역 근처에다가 고속버스 터미널과 동부 정류장(시외버스)까지 통합한 종합 교통 허브를 만들겠다는데 과연 잘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5. 하긴, 밤에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열차 중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 밤차도 있고, 또 서울 역에서도 밤 10시~11시대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게 2010년부터는 부전이 아니라 부산으로.. 즉, 경부선 풀코스로 바뀌었다. 동대구 역에 새벽 2시 43분에 도착하고 부산으로 가는데, 동대구를 새벽 3시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소형 RDC 무궁화호가 추가로 생겼다. 즉, 서울에서 경주를 가려면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용답-신설동 지선을 타듯이.
대구선과 동해남부선 일대의 수요 부족 때문에, 아쉽지만 이렇게 바뀐 것 같다.

6. 한 2002~03년쯤엔 어머니께서 서울에 아주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 나름 울산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신 적도 있었다. 그때 KTX가 있었다면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운임과,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이동 시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대구 이남의 KTX 고속신선은 경주와 울산에 근접하게 만들어졌다지만 그래도 포항은 교통면에서 여전히 답이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3 18:26 2010/10/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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