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로의 풍경들

세월이 흘러 2019년 가을부터는 번호판의 앞자리가 세 자리(!!)인 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당장 아스팔트 길바닥에도 시각적으로 새로운 요소들이 눈에 띄고 있다.

불법 주차를 더욱 강하게 금지하고 계도하기 위해서 요 얼마 전부터는 소방차의 진입에 필요한 크리티컬한 구역 한정으로 길가에 빨간 실선이 도입됐다. 원래는 주황색 실선만으로도 주· 정차 금지인데, 여기는 불법 주차 적발시 더 강하게 처벌할 것이고 차를 세울 생각일랑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더 강한 색깔이 도입됐다.

파란색은 버스 전용 차선 또는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로를 표시하기 위해 쓰인다. 요즘 초록과 분홍은 고속도로 같은 데서 상· 하행별 진출로 안내를 위해 차선이 아닌 차로에 칠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지하철역 환승띠 같은 느낌이 들고 괜찮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 그런 색깔띠가 있다면, 시내 도로에는 보행자를 주의하라고 횡단보도 부근에 마름모 ◇ 표식이 종종 등장한다. 최근에는 그걸로도 모자라서 지그재그 차선도 거의 같은 용도로 등장해 있다. 어떻게든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이다.
스쿨존에서는 길바닥뿐만 아니라 자기 차 속도계의 20과 40 사이에 그어진 "빨간 눈금"도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30km/h 이하). 괜히 그어진 게 아니니 말이다.

아울러, 편도 2차로 정도의 좁은 길에서는 아예 교차로에 대각선 횡단보도까지 그려져 있어서 교차로의 모든 방향 차들이 정지하고 모든 방향 신호등이 켜지는 교차로도.. 예전에는 일방통행이나 1차로급 아주 작은 길에서나 가끔 있다가 2010년대쯤부터 더 적극적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뭐, 보행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서는 비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

2. 제2경부, 제2 순환 고속도로

2020년 현재 철도계에 신안산선, 중부내륙선, 동해선, 수인선(아직 건설 중인 잔여 구간) 따위가 개통 예정이라면, 고속도로에는 두 가지 큰 이슈가 있다. 하나는 포천-세종 고속도로(29)이고, 다른 하나는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400)이다.

전자 29의 경우, 한강 이북으로 번듯한 폐쇄식 종축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거의 최초의 사례이지 싶다. 기존의 서해안-경부-중부는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 선형인 관계로 한강을 건너기 전에 고속도로가 끝나 버리는 반면, 쟤는 서울 시내가 아닌 외곽을 통과하고, 그렇다고 100 같은 순환선도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지금 한강 강동대교(100 고속도로용)의 서쪽에 건설 중인 교량이 바로 이 고속도로가 사용할 예정인 다리이다. 강을 건너서 남쪽으로 간 뒤에는 서울 강동구와 남한산성을 지하로 통과하게 된다. 여러 모로 대단한 고속도로가 될 것 같다.

한편, 후자 400도 특이한 점이 여럿 있다. 현재 국내에 순환형 고속도로 자체는 서울 수도권 말고 부산 같은 다른 대도시 주변에도 존재하나.. 기존 순환선과 동일한 중심을 기준으로 지름이 더 큰 순환선이 더 생기는 사례는 이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순환 고속도로인 100은 송파구 끄트머리에서 아주 잠깐 인서울을 경유하기라도 하지만 400은 그런 거 없다. 그리고 100은 개방식이지만 400은 더 멀리 떨어진 관계로 폐쇄식으로 운영된다. 도로의 성격과 분위기가 100과는 사뭇 다를 것 같다.
뭐, 실제로 개통된 구간은 아직은 (1) 인천과 김포의 저 서쪽 끄트머리, (2) 화성-동탄 쪽에 찔끔, 그리고 아직은 너무 짧아서 29의 지선 정도로나 간주되는 (3) 저 북쪽 의정부 근처가 전부이다.

100은 맨 처음에 구리-판교 고속도로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는데, 29는 맨 처음에 구리-포천 고속도로로 시작했다는 것 역시 참고할 점이다.

3. 시외· 고속버스와 고속도로의 변화들

  • 언제부턴가 시외버스가 운임이 비정상적으로 굉장히 오른 것 같아서 내막을 살펴보니.. 고속버스에만 존재하던 일반/우등 구분이 이제 시외버스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본인이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지금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경계가 굉장히 모호해지고 구분이 무의미해진 지경에 갔다. 열차가 기존의 '-호'로 끝나는 등급명 구분이 굉장히 문란해진 것만큼이나 이건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다. 특별히 역사· 지리적인 사연이 있지 않는 한, 새로 짓는 버스 터미널들은 시외와 고속을 구분 없이 같이 취급하는 게 추세이다.
  • 고속도로가 전국 곳곳에 깔리고 있으니 시외버스도 고속버스처럼 고속화, 직행화, 고급화로 가고 있다. 반대로 고속버스도 휴게소 환승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어서 꼭 터미널에서만 타고 내리지는 않는 존재가 됐다.
  • 고속도로의 버스 정류장은 한때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어서 다들 없어지고 졸음 쉼터로 교체되었지만, 지금은 수도권과(특히 외곽순환) 일부 지역 한정으로는 다시 광역버스 환승 허브로 부활 중이기도 하다.
  • 졸음 쉼터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정규 휴게소보다는 시설이 빈약해서 화장실과 편의점 정도만 달랑 있는.. '주차장 휴게소'라는 것도 생겨 있다.

가까운 미래에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시스템이 완전히 통합· 합병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합병한 것처럼 말이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시외버스와 달리 고속버스는 운임에 부가세가 붙어 있다. 이건 전국에 고속도로라는 게 경부 등 극소수밖에 없고, 고속도로가 아주 특별한 도로라는 옛날 사고방식에서 유래된 관행이다. 이런 구분도 지금은 전혀 무의미히고 시대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4. 안내방송의 통합

요즘(대략 2010년대 중후반부터) 고속버스와 전철에서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트렌드 중 하나는.. 회사마다 제각각이던 안내방송들이 모조리 하나로 통합됐다는 것이다.

전철의 경우 2000년대까지만 해도 환승역 진입을 알리는 BGM이 코레일, 서울 메트로, 도철이 모두 서로 달랐다. 또한 한국어 및 영어 성우도 전부 달랐다. 그러다가 그 BGM은 언제부턴가 퓨전 국악 '얼씨구야'로 회사를 불문하고 천하 통일이 됐다. 게다가 지난 2017년부터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한데 통합되면서 차이는 더욱 없어졌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

다만, 코레일의 경우 주요역에서는 영어 방송에 역의 번호까지 명시하고 있으며, 이제 매번 성우를 쓰는 게 아니라 TTS, 일명 보이스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것이 그나마 코레일 차량과 서울 메트로 차량의 차이점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시종착역에서의 BGM과 방송도 양 회사가 동일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다. 요 근래엔 시종착역에서 전철을 타 보지를 않아서..;;; 문득 궁금해진다.

한편, 철도 다음으로 고속버스도 금호, 코오롱(과거..), 한진 등 각 회사별로 출발 직후, 휴게소 정차, 도착 직전 등의 이벤트 때 흘러나오는 BGM과 안내방송을 당연히 제각각 따로 다르게 만들었지만.. 이 역시 옛말이 됐다. 지금은 전부 동일해졌다.
다만, 열차 안내방송에서는 종착역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나오는 반면, 고속버스의 안내방송은.. 그냥 "잠시 후 목적지 터미널에 도착하겠습니다"라고.. 아무 행선지에나 적용 가능한 대명사 버전 하나만 만들어 놓고 모든 노선에다 우려먹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내 경험상 육상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객기가 TTS나 성우 목소리 없이 기장과 객실 승무원의 라이브 육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도착지의 시각과 날씨, 현재 고도와 비행 속도, 도착 예정 시각, 난기류 발생 따위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0 19:35 2020/02/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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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자동차 기반의 장거리 대중 교통수단으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라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존재한다.
사실, 법적으로는 이들은 일반형 시외버스, 직행형 시외버스, 고속형 시외버스라는 세 부류로 나뉘는데, 고속형 시외버스가 고속버스라고 여러 모로 특별 취급을 받는 구도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외버스들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갈수록 직행화하고 고속버스와 형태가 비슷해지고 있다.

본인은 옛날 대학 시절에 경주에서 울진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고속도로가 없이 국도만 타느라 울진까지 가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더구나 이런 지방 왕래 수요가 많을 리가 없으니, 버스도 무슨 완행 열차가 정차하듯이 온갖 시골 정류장들을 들쑤시고 다녔다. 그래야 수지가 맞을 것이다.

지방에서 시외버스는 원래 이런 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울진 같은 경북의 오지뿐만 아니라 당장 강원도의 전방에서 차가 없는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것도 시외버스가 유일하다. 화천· 양구 같은 곳에 철도가 있나, 공항이 있나? 동서울 터미널에 괜히 군인들이 우글거리는 게 아니다.

다만, 요즘은 집집마다 승용차를 굴리는 세상이며, 중소 규모 이상의 도시에는 철도 같은 대체제도 있다. 전국에 고속도로도 워낙 촘촘하게 많이 건설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버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촘촘한 단거리 이동보다는 장거리를 어설픈 중간 경유 없이 승용차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가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일반형 완행 시외버스는 저런 시골 지방 말고는 없어지는 추세이다. 철도로 치면 간이역들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고속버스는 시외버스의 고급 특화 케이스이기 때문에 시외버스보다 노선이 훨씬 적다. 그 덕분인지 승차권 발매· 예매를 위한 단일 통합 전산망도 2000년대 초부터 시외버스보다 훨씬 더 잘 갖춰져 있었다. 과거 1980년대에 철도 승차권 전산 발매도 새마을호에 제일 먼저 적용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길이가 100km 이상이고, 전체 구간의 60% 이상을 고속도로로 달리는 노선에만 고속버스가 투입될 수 있다. 고속도로는 그 정의상 최대 속도가 100km/h 이상으로 정해진 곳이니 고속버스의 정의에는 속도와 거리에 모두 100이라는 숫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경주-대구 사이에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노선이 모두 존재해서 서로 경쟁 중이다. 저기는 80km가 안 되는 짧은 거리이지만, 100km 이상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고속버스 노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중이다. 마치 이화여대 초등교육과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립 기관이듯이 말이다. (국립 교육대들보다 먼저 존재했음)
뭐, 신경주 역에서 KTX를 타면 동대구 역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운임과 역 접근성 때문에 버스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역이 시내에서 너무 멀므로..)

그리고 고속버스는 태생적으로 중간 정차가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시점과 종점만 있는 시외버스라는 게 원래는 고속버스의 전유물이었다. 고속버스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두세 시간 간격으로 정차하고, 아니면 시점 또는 종점과 동일한 지역에 소재한 정류장에 딱 한 번만 추가 정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대구-서울 고속버스이다. 상행은 동대구 역 근처에 있는 터미널을 출발한 뒤에 서대구 정류장을 들렀다가 서울로 가며, 하행은 반대로 서대구 정류장을 들렀다가 터미널로 간다. 대구 시내 안에서 터미널과 정류장 사이만 왕복하는 용도로는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즉, 쟤들은 터미널을 출발하자마자 곧장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않는다. 굳이 대구 시내를 횡단해서 서대구 정류장을 경유하느라 고속버스의 표정속도가 하락하는 건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끼는 점이다.
이 정도만이 고속버스에게 허용된다. 이런 고속버스와는 달리, 동서울을 출발한 직행 시외버스는 경주에서 승객을 하차시킨 뒤 포항까지도 간다.

다음으로 운임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고속버스는 시외버스보다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교통수단으로 간주되어 운임에다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즉, 원가 대비 차삯이 더 비싸다. 하지만 겨우 고속버스가 사치품인 것은 무슨 1970년대에 경부 고속도로라는 게 처음 생겼고 버스 안에 안내양까지 탑승하던 시절의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볼 때 부가세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고속버스에는 1991년인가 92년부터 우등이라는 등급이 생겨서 좌석 수가 더 적고 넓고 큼직한 대신, 더 비싼 버스가 등장했다. 열차는 상위 등급이 정차역 수가 적고 더 빨리 가는 반면, 고속버스는 처음부터 중간 무정차를 표방했기 때문에 우등이라고 해서 더 빠른 건 아니다. 그 대신 버스는 그 구조상 한 차량 안에서 특실/일등석(!) 같은 구분은 없다.

새마을호에 종아리 받침대가 달린 한국 철도 역사상 최고급 좌석이 등장한 것도 비슷하게 1990년대 초인 것으로 본인은 기억하는데.. 우등 고속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우등 고속이 더 나중인지는 정확한 시기와 역학관계를 잘 모르겠다. 승차감과 좌석 앞뒤 간격은 철도인 새마을호가 더 낫고(특히 특실은!), 좌석과 팔걸이의 폭은 아예 2-1 배열인 우등 고속이 더 컸던 것으로 본인은 기억한다.

직행형 시외버스에도 우등형 좌석 차량이 있다. 단, 얘들은 앞뒤 간격이 우등 고속보다 약간 더 좁아서 28인승이 아닌 33인승이다.

고속버스 업계에서는 우등 고속이 생긴 지 25년 가까이 지난 2017년부터 우등보다도 더 고급스러운 21인승 프리미엄 우등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건 서울-부산 같은 소수 장거리 노선 말고는 막 보급되기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가 무슨 1000km짜리 노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속도의 향상 없이 내장재만 잔뜩 고급화해서 비싼 운임을 받는 건 타 교통수단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다만, 좌석에 콘센트나 폰 충전 단자가 있는 버스라면 개인적으로 귀가 약간 솔깃해지긴 한다!

지금이야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시외버스도 고속버스 못지않은 승차권 전산 발매 인프라를 갖췄고, 심지어 시내/광역버스처럼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해지기도 했다. 줄 서서 창구에서 표 사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맨 처음에는 무인 예매 발권기라는 게 생겼고 2000년대 초반에는 홈티켓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그냥 모바일 승차권을 써도 된다.
그리고 고속버스도 무조건 한 차량으로 시점-종점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휴게소 환승이라는 것도 이미 10여 년 전에 생겼다.

그 전에 옛날에는 고속버스의 승차권 전산 발매 시스템이 통합돼 있지 않아서 일부 지역은 kobus, 일부 지역은 이지티켓(easyticket)으로 별도의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그 시절에 동영상 코덱들이 난립하고 휴대전화 충전 단자들이 통일돼 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대구는 대도시에 걸맞지 않게 고속버스 터미널이 회사별로 찢어져 있던 것으로 악명 높았다. 동부/서부 이렇게 정말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 똑같이 동대구이고 그냥 한 블록 간격인데 회사가 관할하는 행선지별로 터미널이 찢어진 것이다. 더구나 이게 전산 시스템에도 반영돼서 '대구 한진', '대구 동양' 같은 식으로 찢어졌으니 병크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대구에 드디어 동대구 역과 연계되고 기존 동부 시외버스 정류장과 백화점까지 통합한 동대구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이 완공됐으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진작에 그렇게 됐어야 했다.
이 추세라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라는 두 체계는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합해도 되지 않나 싶다. 육군이 서부와 동부 전선 야전군(제1, 제3)을 통합해서 그냥 전방 담당 사령부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별다른 특권이 아니며 직행 시외버스와 고속형 시외버스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고속버스만 타 시외버스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별로 없다. 단일 시외버스 체계에서 시골 지방을 위한 완행 아니면 직행 구분만 하면 될 것 같다. 차량과 전산망 말고 터미널 건물은 요즘 모든 지역들이 고속과 시외 구분 없이 통합해서 만드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한반도에 철도와 시내버스까지는 일제 시대에도 있었던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고속철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전에 고속도로와 고속버스라는 것은 그 시절을 넘어 할배 슬하의 1공화국 시절에도 없었다. 1970년대 박통 때에 와서야 등장했다.
사실, 일제 시대 경성 시내 사진을 봐도 길거리에 자동차와 노면전차까지는 다니지만, 길에 차선이 그어지고 신호등이 설치된 걸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미국 LA는 1940년대 모습이 이미 우리나라의 1970년대 이상 같고 자동차의 모양만이 옛날 디자인 같은데.. 참 대조적이다.

그렇게 길거리에 교통 시설이 아무것도 없다시피했기 때문에 미군정은 1946년에 자기 재량으로 한반도에서 자동차의 통행 방향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곧장 변경할 수 있었다. 자동차가 극히 드물던 시절, 고속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 치면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희소한 경험이던 시절에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을지가 궁금하다.

또한 저것보다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운전석 옆에 안내양이 앉는 작은 의자가 있던 시절, 그리고 우등 고속의 오른쪽 맨 앞자리(3번)에 냉장고와 이동식 공중전화가 비치되어 있던 시절, 현대도 대우도 아닌 아시아 자동차 버스가 있던 시절도 개인적으로 문득 그리워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28 19:33 2019/03/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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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어머니께서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오셨다가 다시 경주로 돌아가셨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을 왕래할 때 동서울 직행 시외버스의 애용자이다. 우등 수준의 좌석이면서 운임은 우등 고속버스보다 싸고(일반고속보다 약간 비싼 수준), 중부내륙 고속도로까지 개통하니 더욱 빨리도 가고, 가격 대 성능이 여러 모로 아주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낮에 연락을 해 보니 어머니 왈, 경주로 가는 버스가 모조리 좌석 매진인 바람에 지금으로부터 무려 3시간 가까이 뒤에 있는 저녁 6시 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다.

-- 잘 알다시피 시외버스는 예매 체계가 개떡 같다.

-- 경주와 서울을 왕래하는 버스는 고속버스(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서울 터미널)로 이원화해 있다. 둘 다 공히 배차간격이 40분인데 고속버스는 40n분마다 출발하고, 시외버스는 거의 40n+20분꼴로 출발함으로써 경주-서울 버스의 실질적인 배차간격을 둘의 조화평균인 20분으로 좁혀 주고 있다. 현재 어머니께서 계신 곳은 물론 동서울 터미널.

-- 그런데 시외버스의 경우, 실질적인 운행 계통은 동서울-경주-"포항"이다. 그리고 본인이 알기로 이 노선은 경주 승객보다 포항 승객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주 사람은 시외버스를 이용하기가 고속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들며, 주말에 예매를 안 하면, 지금 어머니와 같은 그런 사태가 발생하기가 쉽다.

그래서 본인은 즉각 이렇게 조언을 했다.
그 차를 기다리지 말고, 경주보다 차가 훨씬 더 자주 있는 대구로 일단 간 뒤 거기서 경주 가는 차를 갈아타라고 말이다. 이건 버스든 철도이든 철칙이다. 서울에서 경주 가는 차가 없으면 일단 대구로 가면 된다.

다행히 대구 행 버스는 30분이 채 안 되어 출발하는 다음 차가 있었고, 어머니는 본인의 말대로 해서 6시 차를 기다렸을 때보다 2시간에 가깝게 훨씬 더 일찍 귀가하실 수 있었다. 어머니도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미처 생각을 안 했다며 좋아하셨다.

다만, 동서울 터미널에서 대구로 가는 건 시외가 아니라 고속버스 노선만 있는 모양이다. 강남 터미널에는 오로지 고속버스만 있지만, 시외버스 위주인 동서울 터미널에는 대구나 대전 같은 주요 도시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도 일부 있다.
그래서 우등의 경우 운임이 시외버스보다 비싸며, 대구에서 대전 포함 서울 방면으로 가는 모든 고속버스들은 서대구 터미널을 경유한다. 뻑뻑한 대구 시내를 동서로 횡단하기 때문에 이 구간을 고속도로로 쌩~ 통과할 때보다 시간 손실이 더 크다는 단점도 있다.

뭐 그래도 서울에서 발이 묶인 채 3시간씩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지 않은가?

열차를 탈 때엔 더 기발한 팁이 있다.
주말에 대전-서울 직행의 좌석이 매진이면, 동일한 열차에 대해서 대전-천안, 천안-대전 이런 식으로 좌석을 분할해서 요청하면 어지간해서는 다 자리가 있다. 중간에 열차 안에서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된다. 본인은 이 기법을 수 년 동안 여러 번 활용해 왔다. 다만, 대전-천안, 수원-서울 이런 식으로 구입하는 건 불법 무임승차가 되므로 주의하자.

다음은 관련 추가 잡설들.

1. 지금 서울 반포동에 있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지하철 고속터미널 역 일대)은 과거에 정부에서 강남을 주거 및 부도심 지역으로 집중 개발할 때 의도적으로 지금의 위치에 건설되었다. 그때는 한강 이남이 이북보다야 북한에서 더 멀리 있으니, 심지어 안보상의 이유까지 고려되었다고 한다.
한편, 1980년대 말에 지어진 동서울 터미널은 중부 고속도로의 육성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경부 고속도로의 혼잡 완화도 의도한 것이다.
이 두 곳 말고 상봉이나 남부 같은 다른 터미널은 이용할 일이 지금까지 없었으니 본인에게 정보가 전무하다.

2. 경주에서는 서울 행뿐만이 아니라 대구 행 노선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경쟁 관계이다.
고속버스(동대구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부 정류장.. 뭐 동대구 시외버스 터미널 뻘 된다)로 이원화한 구도이며, 배차간격도 30분대로 비슷하고 운임도 아마 같지 싶다. 고속버스의 경우 일반과 우등이 거의 반반씩 투입되지만, 단거리이고 시외버스와 경쟁하는 노선인 관계로 우등도 일반과 동일한 운임을 징수한다.
본인은 어렸을 때는 동부 정류장을 애용했지만, 나중에는 동대구 역과 연계가 잘 되어 있는 고속버스 매니아로 바뀌었다. 두 터미널은 1.n 킬로미터 남짓 떨어져 있어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걸어서 가기는 좀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참고로 경주의 시외버스 터미널과 고속버스 터미널은 비록 단일 통합 건물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이웃집 사이이고 매우 가깝다.

3. 경주와는 달리 포항에는 대구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이 없다. 경주를 거쳐 대구로 가는 시외버스만이 존재한다.

4. 대구는 대중교통 인프라에 관한 한 굉장히 특이한 도시라고 예전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더 큰 것부터 시작해 고속버스 주제에 중간 정류장인 서대구 터미널이 있는 것도 특이한데, 정작 종점인 동대구에는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 건물이 없어서 회사별로 고속버스 터미널들의 전산 코드마저 다른.... 정말 괴팍한 도시이다. (대구-동양, 대구-한진, 대구-중앙 등~~ 이게 뭐냐구!!)
그런 대구가 동대구 역 근처에다가 고속버스 터미널과 동부 정류장(시외버스)까지 통합한 종합 교통 허브를 만들겠다는데 과연 잘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5. 하긴, 밤에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열차 중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 밤차도 있고, 또 서울 역에서도 밤 10시~11시대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게 2010년부터는 부전이 아니라 부산으로.. 즉, 경부선 풀코스로 바뀌었다. 동대구 역에 새벽 2시 43분에 도착하고 부산으로 가는데, 동대구를 새벽 3시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소형 RDC 무궁화호가 추가로 생겼다. 즉, 서울에서 경주를 가려면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용답-신설동 지선을 타듯이.
대구선과 동해남부선 일대의 수요 부족 때문에, 아쉽지만 이렇게 바뀐 것 같다.

6. 한 2002~03년쯤엔 어머니께서 서울에 아주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 나름 울산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신 적도 있었다. 그때 KTX가 있었다면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운임과,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이동 시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대구 이남의 KTX 고속신선은 경주와 울산에 근접하게 만들어졌다지만 그래도 포항은 교통면에서 여전히 답이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3 18:26 2010/10/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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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이야기

1. 최고의 자리와 최악의 자리

28인승 우등 고속버스를 기준으로 3번 자리는 혼자 고속버스를 이용할 때 그야말로 최고의 명당 자리이다.
맨 앞자리이니 앞 승객의 좌석 기울임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앞에 공간 많고, 전방의 경치가 훤히 보이고, 운전석 계기판까지 보이고, 빨리 내릴 수 있고... 요모조모 따져 봐도 가히 명당이 아닐 수 없다. 시내버스에도 경로석이 괜히 앞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다면 반대로 최악의 폭탄 자리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맨 뒷자리의 중앙이다. 번호로 치면 26~27 정도 되려나?
좌석의 폭부터가 앞의 자리들보다 약간 좁은 데다가 빨리 내릴 수 없고, 엔진이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엔진 소리와 진동도 가장 크게 전해지는 위치이다. 안전 벨트를 하지 않은 채로 차가 급정거라도 하면 앞의 뻥 뚫린 복도로 튕겨나갈 것 같아 불안하다. 워낙 안 좋은 자리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고속버스의 저 자리는 마치 KTX 역방향 좌석처럼 할인을 해 줘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2. 비행기와 비교하면?

이런 맥락에서 고속버스의 명당 자리는 비행기로 치면 비상구 옆 자리와 비슷하다. 비행기는 세상에서 가장 빡센(resource-critical) 교통수단이다 보니, 이코노미 좌석은 그 어떤 교통수단의 일반석보다도 자리가 좁으며 한 치 공간이 아쉽다. 그런데 비상구 근처 좌석은 앞에 공간이 넉넉하다. 그래서 비행기를 좀 타 본 사람이면 탑승권을 발권할 때 이 좌석을 달라고 직원에게 얘기한다.

다만, 이 좌석엔 아무나 탈 수 없다. 비상구 옆은 사고가 났을 때 비행기를 탈출하기가 굉장히 좋은 위치인 만큼, 여기에 앉은 승객은 비상시에 혼자 도망가지 말고 승무원들과 함께 다른 승객들의 구조와 탈출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이건 전세계 항공업계에 법으로 규정된 의무 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좌석은 그 의무를 이해하고 거기에 동의하는 신체 건장한 성인에게만 발권된다. 그 좌석에는 각종 안전 수칙을 적어 놓은 팜플렛에도 "이 의무 사항을 이해하고 수행할 능력이 안 되거나 단순히 동의하지 않는 분이라면 즉시 승무원에게 요청해서 좌석을 다른 곳으로 교환하십시오"라고 적혀 있다. 오로지 비행기이니까 그런 제도가 있는 것이다.

3. 구동축

요즘이야 버스들은 열이면 열 다 RR(엔진과 구동축이 모두 뒷바퀴 쪽)이지만, 아주 옛날 구닥다리 버스 중에는 마치 트럭처럼 FR 차종도 있었다.
운전대 아래에 엔진이 있다 보니 그런 버스는 타 보면 운전대 쪽이 약간 높았다. 그 대신 맨 뒷좌석이 불룩 위로 돌출된 게 없었다.

버스를 RR로 만듦으로써 딱히 얻게 되는 장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핸들이 가벼워지고 앞부분의 승차감이 좋아지는 걸 노리는 건지?
한편으로 승용차는 과거엔 FR 위주였고 그 유명한 현대 자동차의 포니 역시 FR이었던 반면, 기술이 좀더 발달하면서 FF로 다 바뀌었다. 작고 가벼운 승용차 정도면 무거운 엔진에다 구동축까지 바로 두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차가 커질수록 FR이 유리해지긴 하지만, FR 차들이 지난 1월 폭설 때 구동축 무게의 부족으로 인해 눈길에서 죄다 떡실신한 적도 있었다. 명품 외제차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끝으로, 트럭이야 그렇잖아도 뒷부분에 무거운 짐을 가득 싣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니까 엔진이 뒤에 달릴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언제까지나 FR 체계가 유지될 것이다.

4. 휴게소 환승

고속버스들도 이제 오로지 지정 좌석의 point-to-point 수송 방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휴게소 환승을 실시하고 있다. 시도는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고속버스는 그렇게 후속 버스 접속 운행을 하기에는 정시성이 보장 안 된다는 것. 철도야 세상에서 제일 정확하고 잘 통제된 교통수단이며, 비행기도 딱히 결정적인 사고나 나쁜 날씨 크리만 안 터지면 그럭저럭 정시성이 보장되는 편이다. 그러나 도로 교통은 답이 없다. 고속버스는 승차권에 평균 소요 시간만 적혀 있을 뿐, 도착 예정 시각이란 게 찍혀 있지 않다!

그러니 휴게소 환승의 시범 시행도 잘 안 막히는 마이너한 노선에 그것도 주말이 아닌 주중부터 해 온 것이다. 게다가 고속버스는 철도와는 달리 여러 버스 회사들마다 시스템 통합 또한 아직 요원한 실정.
그래서 아직 한번에 선행-후행 버스 표를 통합으로는 못 사고, 휴게소에서 또 후속 버스 차표를 사야 한다고 함. 즉,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다른 버스를 두 번 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단지 각 지역에 있던 버스 터미널이 고속도로 내부의 휴게소로 옮겨졌다는 변화가 존재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항공이 발달하기에는 땅이 너무 좁고, 그렇다고 철도 인프라가 훌륭한 것도 아니고 거기에다 고속도로만 죽어라고 엄청 지어내다 보니, 시외나 고속 같은 장거리 도로 대중 교통수단이 매우 발달해 있는 나라이다. 항공사나 공항들은 국내는 너무 좁고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국제선 위주로 배수진을 치고 영업을 하다 보니 인천 공항 같은 실적 좋은 훌륭한 공항도 태어날 수 있었다.

5. 주행 속도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운전석 계기판을 보면, 요즘 기사 아저씨는 정말로 규정 속도를 지켜서 운전한다. 이따금씩 정말로 느린 차를 추월할 때나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시속 100.. 많게 잡아도 110은 절대로 안 넘긴다. 주변에서 승용차들이 우리 버스를 다 쌩쌩 추월해 가더라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전사는 규정대로만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엔진 회전수와 속도가 다 기록으로 남고 있는 마당에 사고라도 나서 과속이 들통나면 운전사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옛날에 대학 시절에 고속버스를 이용한 일이 있었다. 대전-대구 사이에 경부 고속도로와 경부선이 나란히 달리는 곳을 버스가 달리고 있었는데, 마침 옆의 철길로 새마을호가 지나갔다. 그리고 열차는 딱 시속 100으로 달리고 있던 우리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추월해 갔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은 궤도 교통수단은 같은 여건이라면 단순 도로 교통수단보다 땅도 덜 차지하고 속도도 더 낼 수 있는 법이다.

그나저나 타코미터를 보고 있으면 디젤 차량은 휘발유 차량보다 엔진 회전수가 정말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위 회전수당 토크라고 해야 하나? 힘이 더 큰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05/25 09:02 2010/05/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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