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강을 활용하거나 가공· 변형하는 방법으로는 이런 게 있다.
1. 강물을 취수해서 정수· 여과 후 수돗물로 공급한다.
수도 시설 덕분에 인간이 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다가도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게 됐고, 보건· 위생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하수를 겨우 겨우 끌어올리는 우물이나 수동식 펌프, 물장수 같은 옛날 유물을 생각해 보자.;;
한반도에 건설된 최초의 현대적인 상수도 시설은 지금의 서울숲· 성수대교 부근의 한강 강물을 취수해서 썼다. 지금이야 더 상류인 팔당댐, 구리· 암사대교 부근으로 취수 지점이 이동했고, 잠실대교가 진짜 마지노 선이다.
이런 취수 지점의 반경 n km 이내는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서 정말 어지간한 그린벨트나 군사시설 보호 구역을 능가하는 살인적인 개발 규제가 걸린다. 땅을 갖고 있어도 안에서 진짜 아무것도 못 하고 개나 소나 허가를 받아야 된다.
세차 하나 마음대로 못 한다. 하수도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오· 폐수가 어차피 강 쪽으로 갈 일이 없는데도 규제가 비현실적으로 너무 심한 면모도 있다.
강가에서 야영을 하다가 적발되면 여느 도시공원법이나 하천법, 산림법보다 더 빡센 수도법에 저촉되어서 더 강하게 처벌받는다. 가령,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 징역을 먹게 된다.
한강이 서울의 동쪽에는 상수원 보호 때문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서쪽에는 군사시설 보호 때문에 철조망이 쳐져 있으니 좋은 대조를 보인다. 그나마 서쪽의 철조망들은 북괴의 군사 위협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철거하는 추세인 반면, 동쪽은 별 가망 없다.
2. 댐을 만든다.
강물을 마냥 흘러가게 만들지 말고, 커다란 버퍼에다 한데 모아서 홍수· 가뭄에 대비시킨다. 하긴, 농업용수의 조달을 위해서 저수지라는 게 존재하긴 했는데, 댐은 강물을 모아서 더 거대한 호수를 만든다.
이렇게 물을 많이 모아 놓은 데서 상수원 공급도 하고, 물을 떨구는 힘으로 수력 발전도 겸사겸사 한다. 이러면 그냥 댐이 아니라 '다목적 댐'이 된다. ^^
댐의 건설은 어지간한 건물이나 공장, 교량 건설을 능가하는 정말 거대한 토목공사이다. 저 길고 넓고 높은 면적을 몽땅 커버하는 벽을 만드는 데 콘크리트가 얼마나 들겠는가??
물길이 확 달라지고 멀쩡하던 마을 하나가 통째로 수몰되기도 한다. 댐 하나 만들면 주변의 기후가 달라질 정도이다.
위의 둘은 아주 쉽게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저게 전부가 아니다.
물을 이용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진 과업도 있기 때문이다.
3. 바닥을 파서 수심을 늘리고(준설),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강물이 어떤 여건에서도 원래 흐르던 선형과 규모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안정되게 흐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폭우 좀 쏟아졌다고 금세 범람하지도 않고 말이다. 이렇게 해야 땅과 물의 영역 구분이 더 명확해지며, 강 주변의 땅을 더 많이 홍수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방 이래로 서울 한강은 이런 쪽으로 왕창 개조되어 왔다.
조선이나 일제 시대에는 한강 이남은 애초에 한양/경성부에 속하지도 않았으니 한강은 그냥 아오안이었다. 강가는 반쯤 바닷가 같은 뻘밭 모래밭일 뿐이었고, 홍수가 나면 주변이 온통 수시로 물바다가 되곤 했다. 평균 수심도 지금보다 얕았고, 어정쩡한 하중도가 지금보다 더 많았다. 잠실, 뚝섬, 난지도 등~~
한강이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6· 25 사변 1· 4 후퇴 때 강이 통째로 꽁꽁 얼 수 있었고, 시민들이 그 위로 자동차까지 몰면서 피난 갈 수 있었다.
그랬는데 서울이 북쪽을 피해(북한산 + 지리적으로 북한과 너무 가깝)서 한강 이남 쪽으로 확장됐고, 그 과정에서 한강의 서울 시내 구간에 대대적으로 칼질이 가해졌다. 홍수에 대비한답시고 단순히 제방을 쌓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바닥을 더 파는 건 물론이고, 밤섬을 폭파하기까지 했다. 여의도를 개발하는 대신 그쪽으로 물길을 내기 위해서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바닷가에서는 간척이란 걸 해서 땅을 확보하는데, 잘 범람하는 강가는 이렇게 준설에 사방 공사를 해서 땅을 확보했다는 게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그리고 1980년대 5공 시절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한강의 서울 시내 구간이 총체적으로 정비됐다. 땅과 물의 경계에 다들 시멘트가 발라지고 뻘밭이 없어졌으며, 강가의 저지대 곳곳에 한강 공원.. 옛날 이름으로 고수부지/둔치라는 게 생겼다. 이게 추진된 이유는 자국민의 복지 이상으로,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가 한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를 대비하는 비중이 컸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 뭐, 밤섬은 한번 폭파되긴 했지만, 그 뒤로 계속 퇴적이 진행돼서 지금은 폭파 전보다도 덩치가 더 커졌다. ^^ 도심 속의 아주 희귀한 자연 생태 무인도가 됐다.
- 서울에서 한강 다음으로 가장 길고 큰 강.. 더 정확히는 한강의 인서울 지류 중에 가장 큰 강은 중랑천이다. 거기도 언젠가 보니 중장비를 동원해서 바닥을 파내고 삼각주 모래톱을 없애서 물길을 트는 '준설' 공사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저런 건 왜 하나 싶었는데, 홍수 대비와 유속 확보, 수질 보전이 목적이지 싶다.
이렇듯, 지금 우리가 보는 한강 등의 강변 모습이 자연 그대로가 아니며, 그냥 저절로 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농산물로 치면 품종개량을 왕창 한 것과 같다. 단지, 지금은 옛날처럼 닥치고 불도저 식으로 시멘트질을 하지 않으며, 주변 환경을 생각하고 야생 동물의 생태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진행할 뿐이다. 100% 자연 그대로 방관 방치하는 게 아니다.
4. 위를 덮어 버린다. (복개)
이건 개천· 시내 수준의 자잘한 물줄기에 대해서 과거에 행해졌던 방법이다. 물을 몽땅 덮어서 그 위에다가 주차장이나 도로, 심지어 도시철도를 만든다.;; 그 개천은 졸지에 지하수.. 아니 하수도처럼 돼 버리며, 햇볕이 차단되기 때문에 주변 생태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확보한 부지에다가 무슨 건물을 올릴 수는 없다. 그건 다리 위에다가 건물을 짓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렇잖아도 땅값 비싼 대도시에서 도로를 만들 부지만 공짜로 확보할 수 있어도 아주 감지덕지이다. 개천을 따라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를 만드는 건 20세기 대도시 개발의 주요 트렌드이기도 했다. 뭐, 고가도로는 완전한 복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옛날에 하천 복개가 일리 있는 방법론이었던 이유는.. 그 시절 어차피 대도시의 하천들이 더러운 똥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수 처리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꼭 공장 폐수여야 할 필요가 없다. 바글바글 한데 몰려 사는 사람들의 분뇨와 생활하수가 강으로 그대로 흘러들었기 때문에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냄새 나고 미관에도 안 좋은 똥물은 위에서 덮어서 아예 안 보이게 하는 게 더 낫다.
2000년대 이후부터야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좋아져서 옛날에 복개했던 하천을 다시 복원하는 추세이다. 옛날에 만들었던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서 강과 관련된 마지막 아이템이 등장한다.
5. 하수처리장과 빗물펌프장을 설치한다. 생활하수, 오· 폐수가 강에 직접 흘러들지 않게 한다.
과거에 끔찍한 수질오염으로 악명을 떨쳤던 시화호나 울산 태화강 같은 걸 생각해 보시라. 그게 다 옛날 이야기가 되고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그럭저럭 깨끗한 강물을 보며 지내는 이유는..
인간이 산업화 문명의 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결국은 대규모 하수 정화 기술이 발달하고, 오염된 물이 강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지 않게 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반대로 인도 갠지스 강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똥물의 상징이 된 것이고 말이다. ㄲㄲㄲㄲㄲ)
액체인 물뿐만 아니라 기체 공기든, 고체 쓰레기든 다 마찬가지다. (자동차 환경 규제, 쓰레기 재활용 기술..)
결국 과학기술이 환경에게 병 주고 약 주고를 다 하는 셈이다. 물론, 아무런 규제 없이 방임만 하면 인간들이 과학기술을 환경을 보전하는 쪽으로 개발하질 않을 것이니.. 밖에서 환경 운동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서울에는 하수 처리장.. 요즘 말로는 '물 재생센터'가 총 4곳이 있다. 제일 먼저 만들어진 중랑 물 재생센터(중랑천과 청계천 합류 지점) 이후로 동남부(탄천과 양재천 합류 지점), 서남부, 서북부(난지) 이렇게 말이다.
물론 더러운 물은 지하의 하수도관을 타고 거기로 도달하지, 거기까지 기존 하천을 타고 가는 건 아니다. 얼추 정화돼서 자연이 처리 가능한 수질로 올라간 물이 거기서 방류될 뿐이다.
굳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 아니더라도 아무 하천이나 개천에서 비누· 샴푸를 써서 몸을 씻거나 대소변을 방류=_=;;하는 건.. 처벌 수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에서나 금지돼 있다. 꼭 우물에다 독 타는 짓만 민폐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씻고 싸는=_= 건 하수도와 연계돼 있는 화장실에서 해야 한다. ㄲㄲㄲㄲㄲ
상수도보다는 싸고 수질 안 좋고, 농업용수나 변기 물 정도로는 쓸 수 있는 '중수'를 따로 만드는 게 어떻냐는 제안이 있다.
그런데 하수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고민거리가 있다. 땅에 떨어진 빗물은 돌고 돌아서 하수도로 가는데, 이걸 몽땅 다 사람에 의해 적극적으로 오염된 하수와 100% 동급으로 취급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처리 비용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에는 물 재생센터뿐만 아니라 '빗물 펌프장'이라는 것도 있다. 그리고 지대가 낮은 곳엔 하수도관이 아니라 빗물이 빠져나가는 용도로만 쓰는 배수관이 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릴 때 개천· 하천에는 단순 흙탕물을 넘어 거품 낀 똥물이 흐를 때가 있는데.. 이건 그런 시설들에서 넘쳐나는 빗물이 감당이 안 돼서 처리가 덜 된 더러운 물까지 불가피하게 방류하기 때문이다. 이때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뭐, 이 때다~ 하고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비양심적인 공장장도 있긴 한데.. 쌍팔년도 시절엔 그런 게 뉴스를 자주 탔었다.
아무쪼록, 폭우가 쏟아지면 주변에 물이야 넘쳐나지만 전부 드러운 똥물밖에 없다. 접촉해서 좋을 게 없다고 하겠다.
이상이다.
청계천 같은 작은 개천부터 시작해서 한강 같은 거대한 강까지.. 인간이 강을 두고 어떤 가공을 했는지를 살펴보니 참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까지만 해도 폭우나 태풍 하나 겪고 나면.. 지금처럼 개나 소나 정부 탓 나랏님 탓을 하는 게 아니라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을 했다. TV에서는 성금 낸 사람 목록이 액수의 내림차순으로 쭉 소개되곤 했었다. -_-;; 그리고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물 부족 운운하면서 공중 목욕탕에서 자동 연사가 아니라 수동이나 반자동 연사만 되는 불편한 절수형 샤워기가 의무 장착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니 뭐니 하면서 기후가 더 지X맞아졌는데도 저런 관행들이 다 없어진 건 우리나라가 치수 사업을 잘 한 덕분인 걸 알아야 한다. 4대강 정비 같은 거 말이다.
강의 수위를 올리는 건 폭우나 댐 방류이지만, 바다의 수위를 올리는 요인은 지진해일이나 달 인력 변화 같은 것들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바다에 간척이 있으면 강에는 준설이 있고.. 바다는 바다에 적용되는 활용 방법이 있고, 하천은 하천에 적용되는 고유한 활용 방법이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