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표준의 필요성

1. 새마을호 객차

옛날에(1980~2010년대) 우리나라에 새마을호 열차가 다니던 시절에..
새마을호는 기관차 견인형과 액압변속 디젤동차형 둘로 나뉘었던 걸로 유명했다.
동차형 새마을호는 동력분산이 아니라 동력집중식이었다. 즉, 맨 앞, 맨 뒤 양쪽의 동력차만 빼면 그 사이의 객차들은 엔진 같은 게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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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기관차 견인형 새마을호의 객차와 동차형 새마을호의 객차는 크기와 좌석이 동일하고 인테리어 동일하고 외형적으로 다를 것이 전혀 없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인해 전원 점퍼 같은 세부 규격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호환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새마을호 객차이지만 기관차 견인형과 동차형을 서로 섞어서 편성할 수 없었다..!

물론 새마을호 전용 동력차로부터 전력을 받는 거랑, 그런 거 없이 통상적인 기관차나 발전차로부터 전력을 받는 게 내부적인 구현 형태는 많이 다르긴 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차 편성은 그 특성상 유동적인 객차수 조절을 별로 염두에 두지도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입출력 인터페이스가 달라야 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 규격이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것은 좀 아쉬운 점이다.

이제 우리나라에 동차형 새마을호와 비스무리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열차는 경복호밖에 남지 않았다.

2. 아폴로 13호 우주선

1970년, 미국의 아폴로 13호 미션 때는 사령선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이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달 착륙선에 있던 전기와 산소까지 어떻게든 끌어다가 사령선의 승무원들을 생존시키고, 이들을 지구로 생환시켜야 할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령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와 달 착륙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는 서로 다른 제조사에서 만들었는지 단자 모양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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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있던 엔지니어들이 단자 모양을 어떻게든 맞추는 방법을 찾아내 알려주고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이렇게 똥줄 타는 경험을 한 뒤, 아폴로 14호부터는 두 기계는 단자 모양이 당연히 서로 호환되게끔 시정 조치가 취해졌다.

3. 일본군의 육· 해군 대립

2차 세계 대전 시절에 일본군에서는 육군이 잠수함을 만들고 해군이 탱크를 만들기도 했던 게 아주 유명하다. =_=;;;;; 서로 노하우 공유나 부품 호환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전부 따로국밥..
해병대 상륙함이라든가 폭격기 같은 건 육· 해군 경계가 모호할 수도 있다고 치지만, 탱크와 잠수함은 너무했다. -_-;;;

구 일본군의 병크가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컴터 업계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꽤 악독했다.;;; 구글, 애플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내부의 팀들끼리 경쟁하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정보 공유 같은 것도 없고 같은 기능의 중복 개발이 난무했다.

현재 시스템에서 실행 내지 load돼 있는 프로세스· DLL을 조회하는 API를 Windows 9x 팀과 NT 팀이 어떤 정보 공유도 없이 제각기 따로 개발했질 않나, (dbghelp vs psapi)
Visual C++ 팀과 Windows 팀이 C 런타임 라이브러리를 오랫동안 서로 따로 만들고 놀았다.
Office 팀은 파일 대화상자를 자체적으로 따로 개발하고 심지어 한중일 IME도 따로 자체 개발했었다. (Windows XP 시절까지)

4. C++ 표준 라이브러리

하긴, C++이라는 언어도 말이다.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가 아니라 "C에다가 객체지향만 살짝 얹은 그 무언가"에서 출발했다가 차츰차츰 아주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진화된(evolved) 언어이다.

얘는 처음 등장했을 때 자기만의 표준 라이브러리, 클래스 라이브러리라는 게 없었다. 언어 차원에서 기본 제공되는 모든 오브젝트들의 뿌리 기본 클래스라는 개념도 없다. 그저 void*만이 있을 뿐;;;

1990년대 초, C++ 3.0에서 템플릿이라는 게 추가되고 나서 이를 이용한 범용적인 알고리즘/컨테이너 구현체인 STL이라는 게 알음알음 등장하고, C++98이 돼서야 라이브러리의 표준화가 논의됐을 뿐이다. 다른 객체지향 언어들과 비교했을 때 표준 라이브러리가 너무 늦게 제정됐다.

그 와중에 C++ 컴파일러가 등장하고 컴퓨팅 환경이 DOS에서 Windows로 넘어가는 동안..
수많은 라이브러리 개발사들은 그새 자기만의 문자열 클래스, 자기만의 동적 배열, 자기만의 링크드 리스트 컨테이너 등등을 만들고 또 만들게 됐다. re-invent the wheel!! 뭐, 이거는 앞에서 언급했던 마소 부서들의 중복 구현과는 성격이 좀 다른 현상이지만 말이다.

5. 전기 플러그

전기· 전자는 표준 규격이라는 게 오만 데 다 필요한 분야임이 틀림없다. (1) 가정용 교류 전기의 전압(100, 220)은 대표적인 예이고, 교류의 경우 주파수도 말이다(50 또는 60hz). 난 직류는 뭔가 민물고기(강=도시철도?) 같고 교류는 바닷물고기(광역/일반/고속철도??) 같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2) 전기 자체의 물리량뿐만 아니라 전원 플러그의 외형적인 모양도 어쩌다 보니 세계적으로 완전히 통합되지 못했다. 전부 합하면 10여 종이나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전원 플러그에 대응 가능한 뚱뚱한 플러그가 공항 면세점이나 잡화점에서 팔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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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기 플러그는 전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옛날 100V용으로 쓰였던 각진 type A형 플러그로 220V를 넣을 수도 있고, 반대로 오늘날 220V용으로 쓰이는 동그란 돼지코 type C 플러그로 100V를 넣을 수도 있다. 그냥 정하기 나름..
그런 맥락에서 만능 플러그 역시 변압은 해 주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그건 소비자가 알아서 변압기를 구비해서 해결해야 한다.

승압을 하면서 플러그의 모양까지 딴 걸로 바꾼 건 뭐랄까 마소에서 16비트에서 32비트로 갈아탈 때 실행 파일 포맷이라는 껍데기를 NE에서 PE로 바꿔 버린 것과 비슷한 변화 같다.

6. 충전 단자

전원 플러그 다음으로는 충전기도 생각해 보자.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핸드폰/피처폰들의 충전기와 짹 모양이 전부 제각각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폰을 통째로 받침대에다 찰칵 꽂아 놓고 충전했던 적도 있는데..

이제는 USB 포트가 전자기기 간의 연결뿐만 아니라 소형 전자기기들의 충전까지 책임지는 만능 단자로 등극했다. 오죽했으면 그 도도하던 아이폰까지 USB C를 도입할 지경이니까.
하지만 컴퓨터와의 접점까지는 없는 일부 저렴한 손전등이나 전동 면도기 중에는 여전히 듣보잡 고유 단자와 전용 충전기만을 고집하는 물건이 있다. 이런 것들은 차차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충전 상태를 나타내는 시각 피드백도 좀 통일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충전 중엔 적색이다가 완료 후엔 녹색.
  • 충전 중엔 녹색이다가 완료 후엔 녹색 점멸;;
  • 충전 중엔 황색이다가 완료 후엔 불빛 꺼짐
  • 충전 중엔 황색 깜빡이다가 완료 후엔 황색

옛날에 폰과 디카의 배터리를 따로 꺼내서 충전하던 시절엔.. 본인은 위의 케이스들을 전부 다 봐 왔다.;;;

7. 좌표계

국가별로 도로에 좌측/우측통행 기준이 다르다면, 컴퓨터에는 CPU 제조사에 따라서 비트 배열 순서(엔디언)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컴퓨터에는 그것 말고 기하학적인 좌표의 취급 방향도 살짝 파편화된 구석이 있다.

2차원에서는 Y축의 양수가 아래로 가느냐, 위로 가느냐가 다르다. 아래는 글을 써 내려가는 방향과 일치하는 반면, 위는 수학 좌표계와 일치한다.
이건 뭔가 번호 다이얼(아래로)과 계산기의 숫자(위로) 배열 방향 차이와도 비슷해 보이는데..?

BMP 그래픽 파일은 위쪽(수학) 좌표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Windows에서는 원초적인 픽셀 기반의 MM_TEXT 좌표계만이 아래쪽이고, 나머지 현실 단위계와 대응하는 좌표계들은 위쪽이다. macOS 환경은 MM_TEXT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몽땅 위쪽인 걸로 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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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을 넘어 3차원으로 가면.. XY 평면 위로 Z축의 양수가 어느 쪽으로 뻗느냐에 따라 왼손 또는 오른손 좌표계로 나뉜다. 오래된 표준 그래픽 라이브러리인 OpenGL은 오른손 좌표계이지만, 후발주자였던 DirectX는 왼손 좌표계를 채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상이다.
자고로 어떤 기계나 컴퓨터 프로그램은 겉으로는 똑같이 동작하더라도 내부 디테일은 어떤 규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제품의 유지보수라든가, 타사 제품과의 연계를 위해서는 산업 표준을 만들어서 그걸 따라 만들게 하는 게 좋다.

컴퓨터 세계를 더 살펴보자면, 유니코드라는 게 없던 1990년대 초까지는 한글 코드조차 조합형이니 완성형이니 난립해서 문제였었다. 21세기 초까지는 동영상 코덱도 난립(1990~2000년대)했었다.
철도는 궤간이 대표적인 문제이고.. 아날로그 TV 시절에는 디지털 동영상 코덱이 아니라 아날로그 영상 신호 내부 구조가 PAL이니 NTSC니 하는 표준 규격이 있었다. 이런 걸 다 다루기에는 시간과 지면이 부족하니 이 글에서는 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15 19:35 2025/06/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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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강을 활용하거나 가공· 변형하는 방법으로는 이런 게 있다.

1. 강물을 취수해서 정수· 여과 후 수돗물로 공급한다.

수도 시설 덕분에 인간이 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다가도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게 됐고, 보건· 위생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하수를 겨우 겨우 끌어올리는 우물이나 수동식 펌프, 물장수 같은 옛날 유물을 생각해 보자.;;
한반도에 건설된 최초의 현대적인 상수도 시설은 지금의 서울숲· 성수대교 부근의 한강 강물을 취수해서 썼다. 지금이야 더 상류인 팔당댐, 구리· 암사대교 부근으로 취수 지점이 이동했고, 잠실대교가 진짜 마지노 선이다.

이런 취수 지점의 반경 n km 이내는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서 정말 어지간한 그린벨트나 군사시설 보호 구역을 능가하는 살인적인 개발 규제가 걸린다. 땅을 갖고 있어도 안에서 진짜 아무것도 못 하고 개나 소나 허가를 받아야 된다.
세차 하나 마음대로 못 한다. 하수도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오· 폐수가 어차피 강 쪽으로 갈 일이 없는데도 규제가 비현실적으로 너무 심한 면모도 있다.

강가에서 야영을 하다가 적발되면 여느 도시공원법이나 하천법, 산림법보다 더 빡센 수도법에 저촉되어서 더 강하게 처벌받는다. 가령,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 징역을 먹게 된다.
한강이 서울의 동쪽에는 상수원 보호 때문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서쪽에는 군사시설 보호 때문에 철조망이 쳐져 있으니 좋은 대조를 보인다. 그나마 서쪽의 철조망들은 북괴의 군사 위협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철거하는 추세인 반면, 동쪽은 별 가망 없다.

2. 댐을 만든다.

강물을 마냥 흘러가게 만들지 말고, 커다란 버퍼에다 한데 모아서 홍수· 가뭄에 대비시킨다. 하긴, 농업용수의 조달을 위해서 저수지라는 게 존재하긴 했는데, 댐은 강물을 모아서 더 거대한 호수를 만든다.
이렇게 물을 많이 모아 놓은 데서 상수원 공급도 하고, 물을 떨구는 힘으로 수력 발전도 겸사겸사 한다. 이러면 그냥 댐이 아니라 '다목적 댐'이 된다. ^^

댐의 건설은 어지간한 건물이나 공장, 교량 건설을 능가하는 정말 거대한 토목공사이다. 저 길고 넓고 높은 면적을 몽땅 커버하는 벽을 만드는 데 콘크리트가 얼마나 들겠는가??
물길이 확 달라지고 멀쩡하던 마을 하나가 통째로 수몰되기도 한다. 댐 하나 만들면 주변의 기후가 달라질 정도이다.

위의 둘은 아주 쉽게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저게 전부가 아니다.
물을 이용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진 과업도 있기 때문이다.

3. 바닥을 파서 수심을 늘리고(준설),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강물이 어떤 여건에서도 원래 흐르던 선형과 규모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안정되게 흐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폭우 좀 쏟아졌다고 금세 범람하지도 않고 말이다. 이렇게 해야 땅과 물의 영역 구분이 더 명확해지며, 강 주변의 땅을 더 많이 홍수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방 이래로 서울 한강은 이런 쪽으로 왕창 개조되어 왔다.
조선이나 일제 시대에는 한강 이남은 애초에 한양/경성부에 속하지도 않았으니 한강은 그냥 아오안이었다. 강가는 반쯤 바닷가 같은 뻘밭 모래밭일 뿐이었고, 홍수가 나면 주변이 온통 수시로 물바다가 되곤 했다. 평균 수심도 지금보다 얕았고, 어정쩡한 하중도가 지금보다 더 많았다. 잠실, 뚝섬, 난지도 등~~
한강이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6· 25 사변 1· 4 후퇴 때 강이 통째로 꽁꽁 얼 수 있었고, 시민들이 그 위로 자동차까지 몰면서 피난 갈 수 있었다.

그랬는데 서울이 북쪽을 피해(북한산 + 지리적으로 북한과 너무 가깝)서 한강 이남 쪽으로 확장됐고, 그 과정에서 한강의 서울 시내 구간에 대대적으로 칼질이 가해졌다. 홍수에 대비한답시고 단순히 제방을 쌓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바닥을 더 파는 건 물론이고, 밤섬을 폭파하기까지 했다. 여의도를 개발하는 대신 그쪽으로 물길을 내기 위해서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바닷가에서는 간척이란 걸 해서 땅을 확보하는데, 잘 범람하는 강가는 이렇게 준설에 사방 공사를 해서 땅을 확보했다는 게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그리고 1980년대 5공 시절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한강의 서울 시내 구간이 총체적으로 정비됐다. 땅과 물의 경계에 다들 시멘트가 발라지고 뻘밭이 없어졌으며, 강가의 저지대 곳곳에 한강 공원.. 옛날 이름으로 고수부지/둔치라는 게 생겼다. 이게 추진된 이유는 자국민의 복지 이상으로,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가 한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를 대비하는 비중이 컸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 뭐, 밤섬은 한번 폭파되긴 했지만, 그 뒤로 계속 퇴적이 진행돼서 지금은 폭파 전보다도 덩치가 더 커졌다. ^^ 도심 속의 아주 희귀한 자연 생태 무인도가 됐다.
  • 서울에서 한강 다음으로 가장 길고 큰 강.. 더 정확히는 한강의 인서울 지류 중에 가장 큰 강은 중랑천이다. 거기도 언젠가 보니 중장비를 동원해서 바닥을 파내고 삼각주 모래톱을 없애서 물길을 트는 '준설' 공사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저런 건 왜 하나 싶었는데, 홍수 대비와 유속 확보, 수질 보전이 목적이지 싶다.

이렇듯, 지금 우리가 보는 한강 등의 강변 모습이 자연 그대로가 아니며, 그냥 저절로 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농산물로 치면 품종개량을 왕창 한 것과 같다. 단지, 지금은 옛날처럼 닥치고 불도저 식으로 시멘트질을 하지 않으며, 주변 환경을 생각하고 야생 동물의 생태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진행할 뿐이다. 100% 자연 그대로 방관 방치하는 게 아니다.

4. 위를 덮어 버린다. (복개)

이건 개천· 시내 수준의 자잘한 물줄기에 대해서 과거에 행해졌던 방법이다. 물을 몽땅 덮어서 그 위에다가 주차장이나 도로, 심지어 도시철도를 만든다.;; 그 개천은 졸지에 지하수.. 아니 하수도처럼 돼 버리며, 햇볕이 차단되기 때문에 주변 생태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확보한 부지에다가 무슨 건물을 올릴 수는 없다. 그건 다리 위에다가 건물을 짓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렇잖아도 땅값 비싼 대도시에서 도로를 만들 부지만 공짜로 확보할 수 있어도 아주 감지덕지이다. 개천을 따라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를 만드는 건 20세기 대도시 개발의 주요 트렌드이기도 했다. 뭐, 고가도로는 완전한 복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옛날에 하천 복개가 일리 있는 방법론이었던 이유는.. 그 시절 어차피 대도시의 하천들이 더러운 똥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수 처리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꼭 공장 폐수여야 할 필요가 없다. 바글바글 한데 몰려 사는 사람들의 분뇨와 생활하수가 강으로 그대로 흘러들었기 때문에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냄새 나고 미관에도 안 좋은 똥물은 위에서 덮어서 아예 안 보이게 하는 게 더 낫다.

2000년대 이후부터야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좋아져서 옛날에 복개했던 하천을 다시 복원하는 추세이다. 옛날에 만들었던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서 강과 관련된 마지막 아이템이 등장한다.

5. 하수처리장과 빗물펌프장을 설치한다. 생활하수, 오· 폐수가 강에 직접 흘러들지 않게 한다.

과거에 끔찍한 수질오염으로 악명을 떨쳤던 시화호나 울산 태화강 같은 걸 생각해 보시라. 그게 다 옛날 이야기가 되고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그럭저럭 깨끗한 강물을 보며 지내는 이유는..
인간이 산업화 문명의 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결국은 대규모 하수 정화 기술이 발달하고, 오염된 물이 강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지 않게 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반대로 인도 갠지스 강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똥물의 상징이 된 것이고 말이다. ㄲㄲㄲㄲㄲ)

액체인 물뿐만 아니라 기체 공기든, 고체 쓰레기든 다 마찬가지다. (자동차 환경 규제, 쓰레기 재활용 기술..)
결국 과학기술이 환경에게 병 주고 약 주고를 다 하는 셈이다. 물론, 아무런 규제 없이 방임만 하면 인간들이 과학기술을 환경을 보전하는 쪽으로 개발하질 않을 것이니.. 밖에서 환경 운동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서울에는 하수 처리장.. 요즘 말로는 '물 재생센터'가 총 4곳이 있다. 제일 먼저 만들어진 중랑 물 재생센터(중랑천과 청계천 합류 지점) 이후로 동남부(탄천과 양재천 합류 지점), 서남부, 서북부(난지) 이렇게 말이다.
물론 더러운 물은 지하의 하수도관을 타고 거기로 도달하지, 거기까지 기존 하천을 타고 가는 건 아니다. 얼추 정화돼서 자연이 처리 가능한 수질로 올라간 물이 거기서 방류될 뿐이다.

굳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 아니더라도 아무 하천이나 개천에서 비누· 샴푸를 써서 몸을 씻거나 대소변을 방류=_=;;하는 건.. 처벌 수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에서나 금지돼 있다. 꼭 우물에다 독 타는 짓만 민폐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씻고 싸는=_= 건 하수도와 연계돼 있는 화장실에서 해야 한다. ㄲㄲㄲㄲㄲ

상수도보다는 싸고 수질 안 좋고, 농업용수나 변기 물 정도로는 쓸 수 있는 '중수'를 따로 만드는 게 어떻냐는 제안이 있다.
그런데 하수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고민거리가 있다. 땅에 떨어진 빗물은 돌고 돌아서 하수도로 가는데, 이걸 몽땅 다 사람에 의해 적극적으로 오염된 하수와 100% 동급으로 취급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처리 비용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에는 물 재생센터뿐만 아니라 '빗물 펌프장'이라는 것도 있다. 그리고 지대가 낮은 곳엔 하수도관이 아니라 빗물이 빠져나가는 용도로만 쓰는 배수관이 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릴 때 개천· 하천에는 단순 흙탕물을 넘어 거품 낀 똥물이 흐를 때가 있는데.. 이건 그런 시설들에서 넘쳐나는 빗물이 감당이 안 돼서 처리가 덜 된 더러운 물까지 불가피하게 방류하기 때문이다. 이때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뭐, 이 때다~ 하고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비양심적인 공장장도 있긴 한데.. 쌍팔년도 시절엔 그런 게 뉴스를 자주 탔었다.
아무쪼록, 폭우가 쏟아지면 주변에 물이야 넘쳐나지만 전부 드러운 똥물밖에 없다. 접촉해서 좋을 게 없다고 하겠다.

이상이다.
청계천 같은 작은 개천부터 시작해서 한강 같은 거대한 강까지.. 인간이 강을 두고 어떤 가공을 했는지를 살펴보니 참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까지만 해도 폭우나 태풍 하나 겪고 나면.. 지금처럼 개나 소나 정부 탓 나랏님 탓을 하는 게 아니라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을 했다. TV에서는 성금 낸 사람 목록이 액수의 내림차순으로 쭉 소개되곤 했었다. -_-;; 그리고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물 부족 운운하면서 공중 목욕탕에서 자동 연사가 아니라 수동이나 반자동 연사만 되는 불편한 절수형 샤워기가 의무 장착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니 뭐니 하면서 기후가 더 지X맞아졌는데도 저런 관행들이 다 없어진 건 우리나라가 치수 사업을 잘 한 덕분인 걸 알아야 한다. 4대강 정비 같은 거 말이다.

강의 수위를 올리는 건 폭우나 댐 방류이지만, 바다의 수위를 올리는 요인은 지진해일이나 달 인력 변화 같은 것들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바다에 간척이 있으면 강에는 준설이 있고.. 바다는 바다에 적용되는 활용 방법이 있고, 하천은 하천에 적용되는 고유한 활용 방법이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31 08:35 2023/12/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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