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의 발전사

인류가 물 위를 건너기 위해 선박이라는 물건을 만들어서 띄운 지는 수천 년이 됐다. 심지어 그걸로 바다 위에서 전쟁도 치렀다.
하지만 그걸로 사람만 잔뜩 실어 나르는 장거리 전문 여객선이라는 게 등장한 건 역사가 의외로 짧다.

전근대 시절에는 평민들의 경제력과 교통 수요가 그런 걸 받쳐 주지 못했다. 거기에다 그 당시엔 선박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 느리고 정시성을 장담 못 하는 물건이었다.
배 타고 망망대해로 나가는 것의 포스와 리스크가 요즘으로 치면 과장 보태서 무려 우주로 나가는 것에 맞먹었다. 보험 회사의 이름이 'oo 화재, xx 생명'뿐만 아니라 'xx 해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낭만적인 여행이 절대 아니고 모험 탐험이었다.

그 시절에 사람을 잔뜩 태운 배가 있다면 그건 지하에 노꾼이 잔뜩 탄 갤리선이거나, 아니면 아예 노예 무역선. 둘 중 하나일 뿐이었다. -_-;; 사람을 살인적인 중노동을 시키거나, 아니면 용변도 제대로 못 볼 정도로 꼼짝달짝 묶어서 짐짝처럼 쌓아 놓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단, 노예이면서 동시에 노꾼이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호흡 맞춰서 엉킴 없이 노 젓는 건 극심한 중노동일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필요했다. 일자무식에다 더 잃을 것도 없는 노예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ㄲㄲㄲ 질 낮은 죄수를 호락호락 총 쥐어 주고 군인으로 부려먹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50미터 남짓한 길이에 엔진이 아니라 돛-_-이 달렸고 배수량도 200톤이 채 안 될 대항해시대 나무 범선 갖고 호화로운 장거리 여객선 영업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근데 그 시절에는 그 가냘프고 열악한 배에 남자들 수십 명이 낑겨 앉아서 신대륙을 개척하러 갔다는 거다. 이 정도면 교도소 복역이랑 선원 생활을 퉁쳐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 우리가 잠수함에 대해서 생각하는 위험함, 갑갑함, 열악함 등등이 그때는 일반 수상 범선에 적용됐고 수위가 더 높았다.

선박을 굴려서 돈을 벌려면 그 비좁은 공간에 화물을 왕창 실어야 했다. 그러니 선원들 복지는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근대 시절에 선박은 화물 수송이 main이었고, 여객은 거기에 꼽사리로 낑겨 타는 정도였다.

자, 그러면 성경의 요나서도 어떤 배경인지가 완벽하게 이해가 될 것이다. 요나 역시 여느 상선 화물선에 낑겨 탔기 때문에, 편안한 좌석이나 선실이 아니라 어디 한구석에 짱박혀서 잠들었다. 그리고 배가 위험에 처하자 선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무거운 화물들을 바다에 버린 것이다. 그건 승객 개인이 들고 다니던 더플빽이나 캐리어 같은 덩치의 짐이 아니었다.

참고로, 옛날 목선 범선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를 좀 더 나열하자면 이렇다.

(1) 노아의 방주도 오늘날 기준에서는 그렇게까지 막 큰 배는 아니다. 길이 150미터 남짓한 목선이니 대항해시대 범선보다 좀 큰 정도이고, 20세기에 등장한 여객선이나 군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 크기와 부피이면 배수량은 여러 자료로 추정하건대 1만 톤 안팎쯤 됐을 거라고 여겨진다.
참고로, 현대의 조선공학 관점에서는 목선은 길이가 100미터, 배수량 2000톤 정도가 현실적인 한계로 여겨진댄다. 목재는 금속처럼 단단하지 못하고, 용접으로 이어붙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2) 노아, 요나 이상으로 성경에서 바다 항해를 제일 진지하게 다루는 곳은 사도행전 27장이지 싶다. 바울이 죄수 호송선을 타고 이스라엘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장면 말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뱃길로 약 2400km 거리라고 한다.
이건 부담 없는 단거리는 절대 아니고 2000여 년 전의 항해 기술로는 더욱 만만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태평양이나 대서양도 아니고 기껏해야 지중해 횡단일 뿐인데 그걸 한 번에 못 가서 중간 정박을 하고 겨울을 나네 마네 논쟁이 오갔던 것이다.
게다가 배에 사람이 276명이나(행 27:37) 탔었다. 선내에 공간이 절대로 넉넉하지 않았을 것이고 승선 환경은 몹시 열악했을 것이다.

(2) 500여 년 전,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는 대장인 마젤란을 비롯해 250명에 달하는 선원을 잃고 배 세 척 중에 한 척만 겨우 귀환하는 개막장 거지꼴 패잔병 상태로 종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배 한 척에 실린 외국 향신료만으로도 그들은 항해 비용을 다 뽑고 남는 흑자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 시절에 향신료 가격이 지금의 마약 가격 정도라도 됐나 싶다. =_=;; 후추가 아니라 필로폰이었는지.. -_-;; 하긴, 그때는 화약 가격도 그렇게도 비쌌다니까 말이다.

암튼, 이런 열악한 상황은 증기 기관이 발명되면서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얘 덕분에 선박이 바람을 거스르는 정시 항해가 가능해지고, 해풍이 불지 않는 육지 한가운데 운하도 주행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배가 더 크고 무거워질 수 있게 됐다.
배의 재질이 나무 대신 철로 바뀌었고, 동력 전달 매체도 처음에 외륜이 쓰이다가 스크루 프로펠러로 바뀌었다. 엔진조차도 왕복이던 게 터빈으로..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혁명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좀 뭔가 호텔 같은 배가 등장할 수 있게 됐다. (해상 호텔이라, 옛날 범선 시절에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치.. ㄲㄲㄲㄲ) 민간이 아닌 군함은 훨씬 더 강하고 사정거리 긴 함포를 장착해서 적을 압도할 수 있게 됐다.
1906년경에 영국에서 만든 여객선 루시타니아 호, 그리고 드레드노트 전함이 민간과 군함 각 분야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대서양· 태평양을 건너는 장거리 대형 여객선이라는 게 운항을 시작하고, 군에서는 순양함을 넘어 전함이라는 등급이 등장했다. 19세기 말에 서 재필이니 이 승만이니 하는 우리나라 선각자들도 저런 배를 타고 미국을 다녀올 수 있었다. (비행기 1시간이 선박 1일에 맞먹으니, 편도로 2주 이상 걸렸을 듯.)
그 이름도 유명한 타이타닉이 이 바닥의 정점을 찍었다. 인류가 이런 배를 구경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1차 세계 대전을 겪은 뒤 세계 열강들은 군함만 만들다가 등골 빠지고 공멸하지 말고, 군함을 일정 배수량 이상은 다같이 만들지 말자고 군축 조약을 맺었을 정도였다. 그때는 전함을 더 만들지 말자는 게 지금으로 치면 핵무기를 다같이 만들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개념이었다.

그 뒤 선박은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 디젤 기관으로 바뀌면서 리즈 시절을 찍었지만, 비행기가 발명되면서 추세가 또 바뀌었다. 비행기는 터빈을 기반으로 한 제트 엔진이 도입되면서 세계의 하늘을 석권하게 됐다.
오늘날 배가 거대한 건 항공모함이나 초대형 유조선/화물선 정도이고, 인명을 태우는 건 말 그대로 해상 호텔인 관광 크루즈선만이 남았다. 100년 전과 같은 ocean liner(대륙 횡단 정기 여객선)라는 개념은 없어졌다.

거함거포주의는 항공모함 때문에 논파됐고, 지금은 미사일 때문에 더욱 확인사살됐다.
요즘은 해군보다도 해병대에서 상륙작전을 벌일 때 정도에나.. 뒤에서 펑펑 쏴 주는 전함의 함포를 그리워하는 지경이 됐다. 포탄이 그래도 비행기나 미사일보다는 화력 대비 훨씬 더 저렴하기도 하지.

20세기 초-중에는 여객선과 비행선이 대륙을 횡단했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부터는 여객기와 미사일이 대륙을 횡단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_=;;
우리나라 기준으로 여객선으로는 부산에서 일본, 인천에서 중국, 동해안에서 러시아 정도만 갈 수 있다. 즉, 아주 단거리 한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17 08:35 2024/03/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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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중호우와 태풍

집중호우는 비만 죽어라고 많이 내리는 것이고, 태풍은 비뿐만 아니라 강풍을 동반해서 해일까지 일으키는 놈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후자는 따로 이름도 붙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강뿐만 아니라 바다까지 동시에 범람시킨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는 단순 침수가 아니라 월파 피해를 많이 겪는 편이다.
아무리 파도가 높고 강하기로서니 설마 물 자체가 도로 아스팔트를 박살내는 건 아니고... 파도에 같이 실린 다른 단단하고 무겁고 딱딱한 물체들 때문에 그 난리가 난 것이다. 근처에 폭탄이 터졌을 때 폭압보다는 파편에 더 큰 대미지를 입는 것과 같으며, 운동 에너지만이 아니라 그게 수반한 충격량이 커진 셈이다.

그러니 겨울에 눈싸움을 할 때, 던지는 눈덩이 안에다 돌멩이를 집어넣어서도 안 될 것이다.

2. 화재와 비슷한 점

물난리 침수도 물의 반대편인 화재와 아주 대등한 피해를 끼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불은 새까만 재를 남긴다. 재는 인간에게 아무 소용 없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물도 불타지만 않았을 뿐, 흙탕물 먹어서 어차피 못 쓰고 못 먹고 다 버려야 하는 쓰레기만 남긴다. 기계류든, 농작물이든 가재도구든 음식이건 무엇이든.
침수 쓰레기들은 시꺼멓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썩고 악취가 나고 위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흉측하다.

화재 현장도 소화기 한 대로 혼자 초동진압에 실패했을 정도라면 포기하고 현장을 바로 탈출하고 신고나 빨랑 해야 된다.
그것처럼 지하에서 무릎만치라도 물이 차면 이제 뭘 건질 생각 말고 바로 빠져나와야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다.
불이 번지는 거, 물이 불어나고 차오르는 거.. 둘은 정말 대등하게 경계해야 할 듯하다.

불에 대비해서 방화벽이 있다면, 물에 대비해서 차수판이라는 것도 있다.;;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물난리를 겪었는데 저수지가 돼 버린 지하주차장과 그렇지 않은 지하주차장은..
형태는 좀 다르지만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의 현대판을 보는 것 같다.

물난리 때는 사람 폐에 유독가스가 들어가서 질식해 죽는 건 없다. 폐에 물이 들어가서 익사할 뿐.
물난리는 연기나 열기, 유독가스 같은 건 확실하게 없지만..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바람에 시체가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야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3. 타 매체에서의 묘사

(1)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는 가사가 "임의 대는 천 년 만 년,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는가? 육지 지형과 관련해서 장구한 시간을 말할 때는 보통은 퇴적보다 풍화를 언급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느냐 말이다. 조약돌이 바위가 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바위가 다 쪼개져서 모래알이 되는 거..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동요처럼 말이다. 글쎄, 이것도 내 편견일 뿐일 수도 있지. ㄲㄲㄲ

(2) 성경에도 뭔가 물이 불어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겔 47:3-5에 따르면 발목, 무릎, 허리, 사람 키보다 더.. 이렇게 단계적으로 더 깊어진다.
깊이에다가 유속, 물에 섞인 이물질의 농도라는 변수를 추가로 고려하면 이 물을 건너는 난이도를 얼추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걷기만 하면 되는지, 아니면 작정하고 헤엄을 쳐야 하겠는지 등..

4. 기조력

지구는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자기 주변의 물질이나 심지어 위성 달과 여러 힘을 주고 받고 있다. 그리고 여러 자잘한 물질들이 지구로 들어오기도 하고, 여러 물질들이 우주 밖으로 빠져나간다.
가령, 운석 같은 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들어온다. 그러나 지구에 있는 수소와 헬륨 같은 아주 가벼운 물질들은 반대로 아주 천천히.. 수십~수백 년에 걸쳐서 지구를 탈출해 우주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

얘들은 아무리 가볍기로서니, 로켓을 쏘면서 온갖 애를 써서 우주로 힘겹게 나가는 인간에 비해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너무 잘 극복하는 것 같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좀 느려서 원심력이 덜하면 이렇게 빠져나가는 속도도 좀 느려질지?

그리고 달의 인력이 바닷물을 끌어당긴다는 건 뭘 의미할까? 이것 때문에 전세계의 그 육중한 바닷물이 통째로 요동 치면서 밀물 썰물이 발생할 정도이며, 이건 정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이다.
그런데 그 에너지에 비해서 바닷물 말고 우리 인간이나 다른 가벼운 물체들이 딱히 달의 인력 때문에 어디 끌려간다거나 무게가 달라지는 걸 느끼는 건 없다시피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난 여전히 직감적으로 본질적으로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지구는 이례적으로 크고 묵직한 위성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일단 자신도 자전하는 축과 형태가 극도로 안정되는 효과가 난다. 먼 옛날에 뭔가 우주적인 격변이 벌어졌을 때, 금성은 이런 게 없었기 때문에 혼자 자전축이 180도에 가깝게 뒤집혀 버리고 자전 속도도 극도로 느려진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구는 기조력을 따라 수시로 드나드는 바닷물이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전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나마 느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여파 때문에 달은 지구로부터 1년에 수 cm 남짓 더 멀어지고 있다.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알아 냈는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나는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건 이해가 되는데,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건 왜 그런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 이것도 잘 납득이 안 된다.

5. 물의 나머지 특성

(1) 냇물이 모여서 강이 되고, 강물들은 하류 끝까지 가서 모두 바다로 흘러든다. 하지만 강과 바다는 특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제일 간단하게는.. 전에도 한번 얘기했었지만, 강이 하류로 점진적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짜워지는 게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강은 그냥 민물이고 바다는 처음부터 그냥 짠물이다. 처음부터 상태가 다르다. 이것도 뭔가 창조냐 진화냐 같은 소리처럼 들린다.
강이 바다의 염분에 기여를 하고 있었다면, 짠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는 걸 막는 하구둑 같은 걸 인간이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2) 그리고 음향 효과도.. 바다는 24시간 내내 파도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작은 계곡이나 개울은 졸졸 소리가 나서 시끄러운 편이다.
적당한 크기의 강은 물이 아무 소리 없이 흐르니 제일 조용하다.

(3) 강은 너무 빨리 많이 흐르면 흙탕물과 온갖 잡탕 이물질 천지가 된다. 그러나 너무 천천히 적게 흐르면 그것대로 고인물 썩은물이 된다. 그러니 적당한 유속으로 흘러아 가장 깨끗한 상태가 된다.
전반적으로는 상류에서 계곡· 개울 상태일 때가 제일 차갑고 깨끗하다. 하류로 갈수록 물이 마시는 건 물론이고 담그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더러워지는 편이다.

(4) 바닷물의 수질은 동해와 서해가 정말 유의미하게 차이가 많이 난다. 그리고 한여름에 바닷물은 계곡· 개울에 비하면 훨씬 더 따뜻하다.
그렇잖아도 지구 온난화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서 난리인데, 수온까지 올라갈 정도이면 열이 좀 받고 있는 게 아니다.;;

(5) 강은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댐에서 물을 방류하기 시작하면 수위가 확 올라가고 범람한다.
그러나 바다는 지진이나 태풍 때문에 해일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달에 의한 기조력이 커졌을 때 일시적으로 수위가 확 올라가서 주변 땅이 물폭탄을 맞을 뿐이다. 서로 근본 원인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기조력으로 인한 수위 상승은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악천후 징후가 전혀 없이 슬그머니 발생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더욱 신기하게 느껴진다.

(6) 물은 그냥 무색 투명한 물질인데 대외적으로는 물의 상징색이 파랑으로 굳어져 있다. 태양의 상징색이 빨강이나 노랑으로 굳어진 것처럼 말이다.
물은 하늘 색깔을 투영해서 자신도 파랗게 보이는 것인데, 어지간히 규모 있는 물이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일은 극히 드물긴 하겠다.

(7) 일상생활에서 늘 드는 의문인데.. 물 같은 유체는 한 곳에서 다른 곳에다 옮겨 부어도 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몽땅 다 깔끔하게 흘러가지 않고 잔당이 남아 있는 걸까? 분자 구조 차원에서 표면장력인지 뭔지가 작용해서 지구의 중력까지 거스르는 걸까? 이건 곤충이 천장이나 벽에 착 앉을 수 있는 이유와 비슷하게 생각보다 굉장히 신기한 현상이다.
하긴, 물이 절대로 스며들지 않고 물방울이 동글동글하게 맺히는 특수한 재질을 쓴다든가.. 액체 자체가 물이 아니라 수은 같은 것이면 남김 없이 마치 모래알 붓듯이 옮겨 붓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8) 물과 땅의 엄청난 비열 차이 때문에 바닷가 내지 바다에서는 바람이 장난 아니게 많이 분다. 이렇게 공기가 많이 흐르고 바닷물이 증발도 많이 하기 때문에 바다 한복판에서는 비구름이 형성되고 태풍이 힘을 얻기도 한다.
바다에서 이안류가 사람 안전을 위협한다면, 항공에서는 급변풍이라고 불리는 윈드시어가 비행기의 이· 착륙 때 안전을 위협한다.
이걸 생각하면 그러고 보니 물뿐만 아니라 상승기류와 하강기류, 빌딩풍처럼 공기의 흐름에도 신기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유체역학의 위대함을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28 08:35 2023/12/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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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 -- 몇몇 생각, 여행 등

1. 환절기

이번 주쯤부터 날씨가 갑자기 확 급변해서 굉장히 시원해졌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고, 밤에는 20도 초까지 기온이 내려가니.. 폭염과 열대야가 싹 사라지고 정말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당연히 캠핑을 하기에도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다.

자정 무렵까지만 해도 찬물을 바로 끼얹거나 냉탕에 바로 뛰어들어도 될 것 같았는데
새벽이 되니 급 싸늘해져서 텐트 창문을 닫고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야 할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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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호박호~~~박~~ 행복행복행....복 ㅎㅂㅎㅂㅎㅂ~~!!
텐트 문을 여니까 곧바로 강물이 비쳐 보인다. 내 마음과 멘탈도 힐링힐링.
호박에 대해서는 별도의 근황글에서 추가로 다룰 것이다.
여름이 가는 건 좋지만.. 점차 추워져서 밖에서 호박을 키울 수 없는 시기도 다가오는 건 아쉽다.

2. 잠시 정치 얘기

우리나라가 정권이 바뀐 지 3개월, 100일이 넘었다.
나도 저 사람이 하는 일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 정권의 씻을 수 없는 양대 죄악인 "탈원전과 탈북자 북송"을 딱 정확히 공략하여 수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고 현 정권이 선출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화이팅이다, 힘내라~!!

그 새X는 절대로 편하게 뒈지게 해서는 안 되고, 어서 국립호텔로 보내야 한다. 하루속히 정의가 구현됐으면 좋겠다. 뭉 다음으로는 찢 차례다.
현 법무부 장관은 사상 건전하고 말빨과 실력도 정말 장난이 아닌 인재이던데.. 5년 뒤에 현 대통령의 후임으로나 등극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정말 잘 뽑았다는 건 얼마 전에 북괴도 인증해 주었다. "남조선의 대북 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 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와~~ 개인적으로는 현웃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진짜 훌륭한 대통령이라면 북괴가 암살하려고 암살조도 보내고 폭발물도 설치하고,
역적패당이라고 온갖 욕과 저주를 퍼붓고 자기들 선전용 그림 속에서라도 갈갈이 찢어 죽였을 텐데.. 북괴가 옛날에 비해서는 많이 점잖아진 듯하다. 아니면 윤이 아직 그 정도로 훌륭한 행적은 못 남겼거나..

10여 년 전에 MB 각하만 해도 얼마나 훌륭한 대통령이셨는가?
그때 개척해 놓은 원전이고 천연가스고 4대강이고.. 나중에야 빛을 발하고 재평가 받고 있다.
이런 분이 아직도 감방에 가 있다니.. 우리나라는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의 재임 중에 하루속히 사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MB 이후로 북괴가 남한 대통령에 대해 대놓고 험악한 말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레카는 여자여서 선을 안 넘은 듯하고.. 다음 뭉은 만만한 개호구니까 무시와 하대만 했지, 굳이 저렇게 저주하고 싫어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윤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끝으로.. 젊은 이공계 엘리트 출신 정치인이라고 기대했던 그 사람은 왜 이렇게 추태 부리면서 몰락하고 망가졌나 모르겠다. 이 정도면 도저히 지지하거나 편 들어 줄 수 없다. 뭐 정치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3. 경주 감포 해수욕장

본인은 올해 하계 휴가는 7월 말, 그리고 광복절 연휴 이렇게 두 번에 나눠서 다녀왔다.
글쎄, 직장 동료들 중엔 한여름 성수기를 피해서 9~10월 초가을에 작정하고 제주도나 외국을 다녀오는 식으로 휴가를 쓰기도 하던데.. 본인은 그냥 더울 때 물놀이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휴가를 쓰는 걸 선호한다.

7월 말엔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영종도를 다녀오고, 8월엔 고향인 경주를 방문했다. 그래서 올해는 나름 황해와 동해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었다.
작년에는 어쩌다 보니 동해 바다에는 못 갔는데 올해 이 한을 풀었다. 그 대신, 올해는 양평· 남양주 쪽에는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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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포의 '나정 고운모래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한 뒤, 바닷가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잠도 잤다.
경주에 해수욕장이 여럿 있긴 한데, 여기가 국도 4호선의 시점 바로 옆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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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도 계곡 물처럼 가슴까지 차는 깊이에서 밑바닥의 내 발등까지 다 뚜렷이 보일 수가 있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물이 이렇게 맑다니!!
(이 사진은 가슴까지 차는 깊이는 아님. 그 깊이까지는 겁 나서 폰을 못 들고 감ㅋㅋㅋㅋㅋ)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황해 해수욕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질이다.

거기서는 물이 초록색이고 수중에선 과장 보태면 팔을 뻗어도 손끝이 안 보일 지경이었는데.. (참고로 1950년대 런던 스모그는 물이 아닌 공기가 그런 상태였..)
또한 특유의 비리비리한 바다 냄새도 여기 동해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해수욕장은 바닥의 재질이 덕지덕지 달라붙는 진흙이 아니라 자잘한 자갈 위주여서 더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바다가 아니라 계곡에 더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울 사람들이 괜히 저 멀리 동쪽으로 원정 가는 게 아니구나.
한번 눈이 높아지고 나면, 이젠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해수욕장에서는 물놀이를 못 할 것 같다.

이 나이가 돼도 물놀이를 하니까 노무노무 좋았다.
원래 하루는 계곡, 하루는 바다에 가려 했으나.. 그 당시에 남부 지방은 가뭄 때문에 계곡 물이 깡그리 말라 있었다. 그래서 계곡에서는 놀지 못하고 바다에만 다녀왔다.
뭐 얼마 안 있으면 추석 때문에 또 고향에 가게 될 텐데, 그때는 물이 좀 살아 있기를..

4. 양동 마을

그리고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경주 양동 마을에 이번에 드디어 처음으로 다녀왔다.
경주는 아무래도 신라와 관련된 옛날 문화재가 넘쳐나는 곳이지만, 양동 마을은 의외로 조선과 관련이 있는 양반 집성촌이다. 애초에 위치도 서라벌이니 반월성이니 오릉이니 하는 전통적인 신라 도읍 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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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조선 왕조는 이상한 유교 전통에 선비질, 노비 등 온갖 악습과 병신 무능한 관행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 나온 그나마 선한 것, 대단한 것, 유의미한 것, 한때의 구닥다리 레거시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살아서 이어지는 것, '유네스코'라는 국제 기구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고유 문자 한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됐으며, 유네스코에서는 1989년부터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이라는 것을 제정해서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과 상금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상 명칭과 취지, 권위를 저기에서 승인해 준 것이고, 상금은 우리나라 정부에서 재원을 마련해서 지급한다.

(2) 조선 왕조 실록: 쬐끄만 나라가 500여 년 동안 역사 기록 하나는 굉장히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있는 그대로' 잘 남겼다. 이건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덕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됐다.

(3) 수원 화성: 1700년대 말의 작품이니 별로 오래되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다 파괴된 걸 재건했을 뿐인 보잘것없는 성곽에 지나지 않는데.. '화성성역의궤'라는 건설 매뉴얼 덕분에 재건된 레플리카도 원본과 동일한 권위를 인정받았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됐다. 기록 유산이 아니라 그냥 유산..

그리고 경주 양동 마을은 여느 민속촌이나 '육영수 여사 생가'처럼.. 당사자들은 떠나 버리고 후대에 재현해 놓은 단순 한옥 껍데기가 아니다. 현재까지도 족보 조작질 없이 진짜 조선 양반 후손들이 문화재급 한옥에서 계속 살고 있다. =_=;; 한국 민속촌이나 안동 하회 마을은 이런 조건까지 만족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양동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통째로 등재됐다. 그냥 단절된 과거 레거시가 아니라 현재까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덕목을 잘 충족하는 세계 유산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매우 우수한 사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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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 봤는데.. 처음엔 한옥을 보다가 나중에는 호박만 찾아 다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밭의 곳곳에서 호박이 많이 잘 맺히고 있어서 반갑고 기뻤다.
자.. 이번엔 기승전..철이 아니라 기승전..호 기승전..박이 됐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8/26 08:35 2022/08/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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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항 풍경 (2006/8/5)

본인은 오로지 종착역에서 Looking for you를 녹음할 목적으로-_-
아무 연고지도 없지만 가장 짧은 새마을호 노선인 장항선을 완주한 적이 있다.
2006년 8월이면 새마을호에서 기내지 레일로드가 폐지된 거의 직후였음.
정말 쓸데없는 돈지랄 같았지만, 그때 녹화한 영상이 지금까지 유튜브에서 진귀한 역사 기록이 되어 있다. ^^

잠은 근처 여관에서 잤고..
지금은 군산과 장항이 연결되고 군산과 장항 역이 딴 곳으로 이설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 사진들도 아련한 추억이 되어 있다.
구도가 괜찮은 것 같다. 바다는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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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01/13 01:08 2010/01/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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