텝스 또 친 소감

두 주 전에 텝스 시험을 쳤는데, 2년 전에 학교에서 응시한 기관 텝스 때에 비해서 점수가 50점이 넘게 "하락"했다. 멍.... =_=

듣기: 뒷부분으로 가니까 내가 지금 영어를 듣고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멍... 총알 같은 속도와 모르는 단어들 때문에 내용을 전혀 못 알아들은 문제도 속출했다. 영어 공부 의욕마저 대략 상실. 내가 실력이 떨어졌다기보다는 2년 사이에 텝스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_-;; 아니면 기관 텝스하고 정식으로 치는 텝스 사이의 gap이 크던가.

==> 결과: 완전히 파토를 친 줄 알았지만, 듣기는 2년 전에도 원래 워낙 못 했었기 때문에 하락의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음. 다행.

문법: 삽질을 너무 했다. 앞부분은 별다른 트러블 없이 한 것 같았는데 슬슬 시간에 쫓기기 시작했고, 게다가 마지막의 어려운 세 문제.. 즉 장문에서 문법이 틀린 문장을 찾는 건.. 아무리 문장을 뚫어지게 들여다봐도 문법이 틀린 놈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대략 패닉. 여기서 점수 다 깎였지 싶다. 나중에는 앗차 답이 이거였는데! 한두 문제는 뒤늦게 답을 찾아냈지만, 시간에 쫓겨 미처 수정도 못 하고 틀린 답안을 그대로 제출하는 삽질까지 했다. ㅠ.ㅠ

==> 결과: 예상했던 수준대로 점수 하락. 그래도 문법은 워낙 배점이 낮아서 그렇게 큰 데미지는 아님. 나름 문법은 자신 있다고 생각해 온 나의 자존심에 상처. -_-;;

어휘: 이제야 듣기와 문법에서 받았던 데미지를 극복하고 평상시 페이스를 되찾았다. 쭉쭉 읽다 보면, 답이 이것밖에 없다는 게 금세 찾아졌다. 이상하고 모르는 생소한 단어는 의외로 맨 뒷부분에 잠깐밖에 안 나왔고 양이 적었다. 시간도 그렇게 부족하진 않았다.

==> 결과: 완전 극과 극. 2년 전에 상당히 어렵다고 느꼈고 점수도 제일 안 나온 분야를 이번에 압도적으로 제일 잘 했다. 문법 점수가 까내려간 것보다 이거 점수의 상승폭이 더 컸다. =_=;;

독해: 도대체 문장을 봐도 하얀 건 종이, 검은 건 글씨.. 무슨 소재에 대해 다루는 글인지 앞이 캄캄할 때가 좀 있었다. 왜 이렇게 빨리빨리 머리에 들어오질 않을까?
하지만 어휘 때부터 회복한 컨디션을 바탕으로 최대한 빨리 넘기면서 풀었다. 머뭇거리질 않았다. 시간 조절 성공. 뒷부분의 어색한 문장 찾기 문제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2년 전과 비슷한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다.

==> 결과: 망했다. 그때보다 몇 문제 더 틀린 듯한데, 일단 문제 수에 비해 배점이 매우 높은 분야이고 2년 전에 워낙 만점에 가깝게 잘 쳤다 보니, 이번 점수 하락에 제일 기여한 주범은... 앞부분에서 말아먹었다고 생각한 듣기도 문법도 아니요 독해 분야가 됐다.

내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했고 2년 전에 당당히 1+ 등급이 나왔던 문법과 독해의 등급이 싹 까내려가고, 어휘만 급상승한 이상한 시험 결과가 나왔다.:
물론 나도 평소실력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컨디션 조절 워낙 못 했고 삽질에 패닉을 거듭하긴 했지만,
"이건 내가 변한 게 아니라 시험이 변한 거다" 에 한 표 던진다. -_-;;;

물론 지금 점수만으로도 국내 어딜 가더라도 영어로 밥벌이 하는 직종만 제외하면 입시, 입사 스펙 따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긴 하다. 하지만 역시 텝스 800에 토익 900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_-

하긴 평생에 해외에 나가 생업에 종사해 본 적이 없고, 20대 나이 이후로 공부다운 공부 한 번 한 적 없으며, 미드나 CNN 방송, 영어 팝송, 영화 따위와도 담을 쌓고 지내 온 주제에 이런 영어 시험에서 대박이 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말 영어 쓸 일 없다. 그리고 영어는 역시 한국인에게 어려운 언어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0 09:31 2010/02/2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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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범준 2011/12/20 19:48 # M/D Reply Permalink

    흐미~~ 저는 지금 토익 시험 치겠다고 모 회사에서 홍보 나왔을 때 신청해가지고 한달 못넘게 했었는데,
    지금은 ... '글쎄 아니올씨다'급으로 그 수험서들이 집에 고이 모셔지고 있습니다.-_-;(아 놔~~ 자랑이닷)

    문법 부분은 그나마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형제님과 그 점은 같음) 문제는 듣기, 독해 등 실용화 파트에서 대박 까이고 있습니다.-_-;; 듣기는 여전히 넘 무서훠효...;;

    그나저나 군대 가기전에 토익이라도 하나 따놓고 갔다 올 계획입니다.
    올 겨울 방학은 정말 바쁘리라고 예상합니다.

    1. 사무엘 2011/12/21 15:32 # M/D Permalink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문법이 그나마 제일 만만하고
      듣기와 독해가 쥐약인 게 동일합니다.
      그러니 그 쥐약인 분야에서 승부-_-;;가 갈려야 하며, 텝스는 그 점을 반영하여 한국인의 심리에 맞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 치고 나오면, 요령이 안 통하게 영어 실력만 딱 체크되고 그 시험 자체에 대한 노하우는 도무지 남는 게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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