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 대전은 미국-일본이건(태평양 전선), 영국/소련-독일이건(서부 전선) 각색해서 영화 만들 것들이 차고 넘치는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 두 영화를 주목하며 독자 여러분께도 추천하고자 한다.

(1) 핵소 고지 Hacksaw Ridge (멜 깁슨 감독, 2016) -- 데스몬드 도스(1919-2006)의 일대기
(2) 언브로큰 Unbroken (안젤리나 졸리 감독, 2014) -- 루이스 잠페리니(1917-2014)의 일대기


보다시피 이 두 실존 인물은 거의 동갑내기였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적병이나 적함· 적기를 공격해서 무력화시키는 통상적 무공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초인적인 행적을 남기고 영웅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영화도 나름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그리고 유명한 배우 출신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 나름 기독교 색채를 집어넣었다는 것, 평이 꽤 좋다는 것이 일치한다.

1.
핵소 고지는.. 주인공이 제칠일안식교 신자였다. 무정부 반전 평화주의자는 아니어서 진주만의 복수를 하고 싶고 군 복무는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집총은 거부하는 좀 이상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항명죄로 군사재판에 회부됐지만.. 여차여차 해서 의무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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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45년, 오키나와 상륙 전투에서 총 대신 구급상자를 들고 위험한 적진을 종횡무진하면서, 수십여 명의 부상병들을 혼자 구출해 냈다. 그들은 구출되지 못했으면 다들 그대로 죽거나 적의 포로가 됐을 것이다.
의무병은 전장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라 119 구급대원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보직인지는 2002년 제2 연평해전 때 박 동혁 병장이 다쳤던 걸 생각해 보시라.

이 공로 덕분에 그는 순식간에 영웅이 됐다. 동료와 상관들이 다 너를 얕잡아 봐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죄를 했다. 나중에는.. 레알인지 각색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네 소대는 왜 아직 진격하지 않는 거냐? / 아, 도스 이병의 기도가 아직 안 끝났지 말입니다." 이렇게 신앙까지 당당히 인정받는 지경이 됐다.
이 영화에서는 일본군 측 인물이 뭔가 말을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더라.

2.
다음으로 언브로큰은.. 주인공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던 육상 선수 출신이었다. (흠 육상 선수라니 뭔가 에릭 리들 같은 느낌이..)
그는 그 다음 1940년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하려 했지만 이제는 올림픽 경기 대신 전쟁터에 나가게 됐다. 게다가 올림픽 개최 예정국이 아예 적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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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폭격기 승무원으로 복무했는데.. 하루는 격추를 당한 것도 아니고 정비 불량으로 인해 기체가 태평양 망망대해에 추락했다. 구명보트에서 무려 7주를 근성으로 버티다가 구조됐지만, 운 나쁘게도 아군이 아니라 일본군에게 구조되어서 포로로 전락했다.

그는 일본 해군 수용소에서 2년 넘게 고생했다. 일본한테도 얼굴이 알려진 유명한 운동 선수여서 더 고생했다. 특히 수용소의 간수 일본군이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아주 가혹하게 대했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주인공이 혹독한 노동에 기진맥진했던 상태에서 무거운 통나무를 들고 땡볕에 서 있는 가혹행위까지 감당해 낸 것이다. (통나무를 떨어뜨리면 총살이라고 위협..) 주인공은 그 상태로 무려 40분 가까이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면서 간수를 노려보며 압도해 버렸다. 주 기철 목사 전기 영화라면.. 솟은 못 위를 맨발로 걸은 일화가 이 장면에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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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쟁이 끝난 덕분에 주인공은 해방되고 무사히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기독교 신앙에 근거해서 심신의 장애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적국인 일본을 용서하는 경지에 다다랐다.
일본에서 나가노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1998년엔 노구를 이끌고 일본을 방문도 했었다. 그러나 예전에 그를 학대했던 간수 등 일본군 출신 인물들은 짱박혀 숨어서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천조국은 "미드웨이" 같은 전투 분야에서도 짱이고, 저런 휴먼 드라마 분야에서도 그냥 짱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03 19:33 2022/02/0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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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셀레인 2022/02/04 16:56 # M/D Reply Permalink

    1. 저는 핵소 고지는 이 글에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언브로큰은 군대에 있었을 때 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군대에서 저녁 점호 시간에 보게 된 군 교육 프로그램 방송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방송 내용이 언브로큰 영화에 대해 약 15분 이내로 짤막하게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언브로큰 책이 어찌 눈에 띄게 되어 사서 읽게 되었네요.

    2. 주인공인 루이스 잠페리니라는 분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책에서 보니 전쟁 끝나고 미국에 돌아와서 절망적으로 살아가며 이혼 위기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부흥집회를 이끌어 유명하게 되었고, 아내가 먼저 그 집회에 참석해서 구원받고, 주인공도 결국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장면 중 하나로, 폭격기가 추락해 태평양에 추락한 상태에서 쇠사슬이나 전선 같은 것에 의해 몸이 감겨 죽을 것 같았으나,
    살려고 물 속에서 아둥바둥 거리는데 기적적으로 몸을 묶고 있던 것이 풀려서 살아났다는 고백 부분이 인상깊게 기억납니다.

    2014년에 작고하셨는데, 전쟁 끝나고 나서 거의 70년을 사셨네요.

    절망과 비관 대신 용서로 그 남은 세월을 살게 되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 사무엘 2022/02/04 19:03 # M/D Permalink

      아하~ 그러셨군요.
      루이스 잠페리니.. 정말 대단한 분이죠.
      포로로 잡혀 있는 동안, 불굴의 끈기와 근성으로 적군의 선전 방송 출연 권유에 끝까지 응하지 않고 지조를 지켰지요.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굉장히 장수하기도 했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삶이 마냥 평탄하지는 않았던가 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신앙 생활도.. 젊은 시절이 아니라 귀환 후에 시작된 것이군요~!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영향도 받았고..
      그건 저도 잘 몰랐습니다. 보충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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