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 저장, 상태 보관이란 걸 몽땅 실물로 해야 했음

세상에 컴퓨터와 정보 저장 매체라는 게 없던 시절엔..
길고 빽빽한 텍스트가 아니라 겨우 수 바이트, 수십 비트가 채 되지 않을 '객체 상태'도 일일이 다 실물로 관리해야 하니 참으로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 보드 게임의 말들은 잡히면 몽땅 다 즉사이지, HP 같은 건 없다. 윷놀이, 바둑, 체스, 장기..
그도 그럴 것이 각 말들의 HP가 깎이는 걸 또 별도의 기물로 구현하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 하다못해 죄수의 볼기를 줘 패도 매번 때릴 때마다 늘 "n대요~!!" 라고 크게 복명복창을 해야 했다. 정해진 횟수를 절대 틀리지 말라고.
(물론 단순 숫자 한두 개 정도는 마치 운동 경기 스코어 x:y처럼 종이 판떼기로도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태형을 집행하는 국가에서 굳이 그런 물건까지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

-- 교통수단에서 환승 할인이란 걸 구현하는 게 참 난감했다. 기껏해야 승차권에다가 특수한 구멍을 뚫어서 인증하는 정도?

-- 고속도로 톨비도 말이다. 요즘 고속도로는 국영과 민영 구간이 오락가락이고, 대도시에서는 개방식과 폐쇄식이 왔다갔다 한다. 거기에다 차종과 이용 시간대별 할인이 있고, 심지어 차로 수가 적은 고속도로와 많은 고속도로 간에도 미세하게나마 요율이 다르다..!! 이거 정확한 계산을 재래식 종이 통행권으로 하려면 톨게이트를 엄청 많이 만들어 놓고 매번 차를 세워야 할 것이다.

-- 대중교통은 자리를 알아서 찾아서 앉는 자유석 형태로만 운용 가능할 것이다. 좌석 지정 탑승권은 거의 불가능. 1980년대에 새마을호 열차에서 전산 승차권(고정석) 발매가 그만큼 파격적이었던 조치였다. 그 반대급부로, 새마을호는 일부 객차만 자유석을 운영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행정에서 이 복잡한 state 계산의 끝판왕은 운전자 벌점이지 싶다. 이건 3년이라는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마일리지와 비슷한 개념이다.
유효한 벌점이 40점 이상이 되면 면허가 정지되는데, 면허정지에 기여한 벌점은 처분벌점에서는 빠지지만 누산벌점에는 남아 있고 이건 또 뭐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고... 나도 제대로 이해를 못 했다.

게임에서 이렇게 하면 HP가 깎이지만 이렇게 하면 HP와 관계없이 즉사(면허 취소)...;; 이렇다.
행정 전산화가 되기 전엔 이런 거 어떻게 관리했을까...?? 경이롭다.

2. 오늘날 같은 획기적인 무선 고속 통신 인프라가 없었음

-- 휴대폰이 없었을 때는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 나면 보험사에다 연락을 어떻게 했을까..??
고속도로의 경우, 일정 거리 간격으로 긴급 통화가 가능한 전화기가 비치됐으며 일정 시간 간격으로 순찰차가 다니기는 했다. 그러나 고속도로처럼 잘 관리되는 도로가 아니라 시골 깡촌 농로나 산길이라면 정말 난감할 것이다.

참고로 카폰은 아직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기계값도 값이지만 지금처럼 제한된 주파수를 쪼개고 쪼개서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통신 기술과 인프라가 없었다. 카폰은 전화국과 교신하는 무전기보다 크게 나은 게 없던 지경..

그래서 지금처럼 전 국민이 무선 통화를 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하긴, 더 옛날에는 유선 전화조차도 회선이 부족하고 자동 교환 기술이 부족해서 집집마다 개통하는 게 불가능했었다.

-- 쌍팔년도 시절, '브레인 바이러스'라는 악성 코드는 1985년에 파키스탄 사람이 만들었는데, 그게 1987년에 미국에서 첫 발견됐고,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에야 발견됐다.
무선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컴퓨터로 뭔가가 퍼져나가는 속도도 정말 끔찍하게 느렸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경.

-- 좀 더 옛날 얘기를 꺼내자면 레이더나 무전기라는 것도 2차 대전 시기에 발명됐다.
그 전 제1차 세계 대전 때만 해도 아직 전령이라는 게 현역이었다! 목숨 걸고 발품 팔아서 전방 소식을 후방에다 전하는 병과 말이다. 히틀러가 이 시기에 전령병 출신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부상 당하고 훈장도 받았을 정도였다.
심지어 비둘기 발에다가 편지를 묶어서 전하는 구닥다리 테크닉까지 쓰였었다.

하긴, 2차 대전 때는 말 탄 기병이 아직 현역이었다. 자동차라는 게 있긴 했지만 아직 너무 비싸고 귀했기 때문.. 우리가 누리는 교통 통신 인프라가 지금 같은 가성비를 갖추게 된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3. 금융 거래도 전산화되지 않았음

-- 월급을 직접 현찰로 봉투에 넣어서 나눠줬다. 월급날 시즌에는 회사들마다 현금을 수송하느라 분주했다.
심지어 국제선 여객기를 조종하는 기장들도.. 도착지 공항에서 유류비를 지불하려고 돈다발이 들어있는 가방을 조종실에 싣고 다녔다.;;;

-- 신용카드라는 게 있긴 했으나.. 지금 우리처럼 간편하게 긁고 통신이 되는 형태가 아니었다.
가게에서는 손님이 카드를 긁었음을 입증하는 종이 전표 실물 뭉치를 잘 보관했다가 카드사에다 직접 청구하고, 카드사는 그걸 보고 대금을 지급했다. 옛날 신용카드에 카드 일련번호가 양각으로 돌출됐던 이유는 이걸 일종의 도장처럼 쓰기 위해서였다.;;; ㄷㄷㄷㄷㄷㄷ

단순히 음성과 영상을 주고받는 통신뿐만 아니라 금융 거래가 전부 무선 자동화 전산화된 것도 세상을 정말 편리하게 바꿔 놓았다. 종이 없는 사무실보다는 현금 없는 세상이 더 많이 실현됐다.
물론 통신으로 돈 거래를 몽땅 가상화시킨 배후에는 디지털 서명을 가능케 한 비대칭 암호화라는 특급 보안 기술이 있었다. ^^
영상· 음성을 디지털로 주고받는 배후에는 압축 알고리즘(코덱..)이 있듯이 말이다.

4. 정보 검색 인프라

지금 같은 학술 정보 검색 인프라가 없던 시절에는 논문을 어떻게 쓰고 참고문헌을 어떻게 찾아봤을까??
뭐 그 시절에는 학계마다 분야별 최신 논문 목록이 마치 전화번호부처럼 종이책 형태로 주기적으로 발간되기는 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완전 골동품이겠지만..

그래서 그 시절 옛날 논문들은 참고문헌 목록이 21세기 이후 논문들처럼 풍부하지는 못했던 편이라고 한다.
이런 게 '정보 고속도로'니,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 이런 90년대 구호가 실현되기 전의 모습이다. 유비쿼터스, IoT니 하는 구호는 2000년대 이후에나 등장했다.

하긴,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위논문들이 타자기로 작성되곤 했다. 타자기로 수학식을 표현하려면.. ㄷㄷㄷ
좀 얼리어답터인 사람이 몇백만 원짜리 컴퓨터를 장만해서 아래아한글 1.X로 논문을 써 보겠네 마네 하던 지경이었다.

갤럭시니 아이폰이니 하는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둥그런 브라운관 화면을 통해 상대방을 보면서 영상 통화" 정도를 상상했던 쌍팔년도 시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됐다. ^^

Posted by 사무엘

2024/10/12 08:35 2024/10/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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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격세지감

요즘은 컴퓨팅 환경에서 웹과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지다 보니..
맨날 컴퓨터를 끼고 살면서도 통상적인 드라이브 - 디렉터리 - 파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고 그런다. 내 컴 하드의 Program Files 디렉터리 밑에다가 프로그램을 복사해 넣는다는 개념을 알지 못한다.

요즘 꼬마들이 전화기 픽토그램(☎)을 보고 이게 뭔지 이해를 못 한다거나, 플로피디스크를 보고는 저장 아이콘 3D 프린팅이라고 생각한다는데.. 그건 약과다.
얼라들이 아니라 이공계 석박사급 대학원생조차 그런 경우가 있다고 말이다. 물론 전공이 컴공이 아니고, 그저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모를 뿐이다. 머리는 다 갖춰져 있으니 조금 가르쳐 주면 금세 깨우친다.

지난 1980년대부터 컴퓨터라는 게 그저 정부 기관과 기업, 연구소에서나 사용하는 비싸고 귀한 물건에 머물지 않고, 개인별로 구비 가능한 업무 도구 내지 장난감 수준으로 대중화됐다.
8비트 시절엔 얘는 그냥 베이식 프로그래밍 환경 아니면 혼자 하는 게임기였다. 그러다가 16비트 시절엔 게임에 덧붙여 워드(아래아한글) 내지 PC 통신 단말기가 됐다.

이제는 인터넷 단말기 내지 온라인 게임기로 변모한 것 같다. 그 역할도 단순히 유튜브 보거나 음악 듣고 위키 읽고 은행 돈거래 하는 정도는 폰이 흡수해 버렸고, PC는 복잡한 키 조작이 필요한 업무나 게임 전담이다.
이런 와중에 파일 시스템이라는 걸 모르고 정보 저장 매체 실물이란 걸 모르는 세대도 등장했다는 게 참 흥미롭다. ㄲㄲㄲㄲ

2. 스마트폰이 PC와 다른 점

  • 노트북 PC보다 더 고도화된 첨단 배터리, 디스플레이, CPU 기술이 모두 융합한 덕분에야 탄생한 물건이다.
  •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켜져 있고 사용자가 늘 갖고 다닌다. 카카오톡 메신저에 PC용 메신저처럼 이 사용자는 "오프라인, 바쁨, 부재" 이렇게 상태를 표시하는 기능이 없다는 걸 생각해 보자.
  • 냉각팬이 없다. PC와 완전 동급의 범용적인 컴퓨팅은 못 한다. 이 때문에 동영상 같은 것도 하드웨어 차원에서 특화된 전용 포맷만을 원활하게 재생할 수 있다.
  • 마우스 포인터 hovering이라는 인터페이스가 없다. PC에서는 아주 흔한 툴팁이라는 UI 요소가 있을 수 없다.
  • 프린터나 유선 랜과의 접점이 없다. 하물며 물리적인 보조 기억장치와는 더욱..
  • USIM이라고 붙박이 사용자 정보가 있다. 이거 덕분에 사용자 인증 절차가 PC에 비해 더 단순해질 수 있고, 모바일 뱅킹이 PC 인터넷 뱅킹보다는 덜 번거롭다.
  • 프로그래밍 세계가 PC보다는 지저분한 레거시가 훨씬 없고 깔끔하다. 8비트/16비트 같은 건 경험한 적 없다. 그건 모바일이 아니라 아예 임베디드겠지.

3. 무선 인터넷의 통신 모드 전환

요즘 전화기로 인터넷을 할 때는.. 와이파이를 쏴 주는 친숙한 장소에서는 그 와이파이에 붙어서 교신을 하고, 그렇지 않은 임의의 장소에서는 자기가 가입한 요금제대로 데이터를 까서 교신을 하는 게 보통이다. 후자는 LTE니 5G니 하는 기술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화기 역시 등록된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에서는 거기에 자동으로 접속한다. 하지만 주인님이 밖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거기 신호가 너무 약해지고 가망이 없어지면 자기 데이터를 깐다. 그러다가 다시 와이파이가 잡히면 모드가 거기로 바뀐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와이파이에서 데이터로 넘어가는 민감도가 너무 낮은 게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 10초~20초 이상은 인터넷이 먹통이 된 뒤에야 뒤늦게 "모바일 데이터에 접속합니다" 이러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기본적으로 와이파이를 쓰되, 와이파이가 조금이라도 헬렐레 거리면 바로 데이터 써라~~"
"최대한 데이터 요금을 아껴라~ 한 30초는 기다렸다가 정말 연결이 구리는 게 확실시될 때만 데이터 써라~~"
이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다. 뭔가 설정을 통해 customize 가능했으면 좋겠다..

이건 자동차 운전으로 치면 자동 변속기의 변속 타이밍/알고리즘과 비슷한 것 같다.
"낮은 rpm에서도 고단으로 최대한 빨리 변속해라. 도저히 가속이 안 되고 차가 못 버틸 때만 불가피하게 저단으로 내려가라. 나는 연비가 중요하다"
"ㄴㄴ~ 밟았을 때 차가 빨리빨리 잘 튀어나가고 잘 가속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회전수를 3000rpm 이상은 올라갔을 때에나 고단으로 변속해라."

이런 것처럼 말이다.

4. 기타

  • 각종 쇼핑몰들은 웹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거길 폰으로 접속할 경우, 꼭 자기 전용 앱을 깔아서 보라고 권유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게 PC로 치면 ActiveX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정확히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이건 귀찮다. -_-;;

  • 꼬불꼬불 유선전화기는 가정용으로는 퇴출됐지만 인터폰이나 회사 사내 전화기로는 유효하다.
    비슷하게 사용자 상태가 표시되는 PC용 메신저도 가정용으로는 스마트폰 메신저에 밀려 퇴출됐다. (away, offline 상태 표시 없음) 하지만 사내 업무용 메신저는 전통적인 형태가 여전히 유효하다.

  • 웹페이지를 열어 놓고 딴 앱을 쓰다가 한참 뒤에 그 브라우저로 돌아왔을 때.. 쓸데없이 reload를 좀 안 해으면 좋겠다. 그냥 예전에 표시해 놨던 페이지를 다시 보여줄 수 없나?
  • 스마트폰의 메모장 같은 텍스트 편집 UI에는 undo 기능이 없는지 궁금하다.;;

  • 로그인 기능이 있는 각종 웹사이트들은 id가 틀렸는지 비번이 틀렸는지 따로 정확하게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ID 또는 비번이 잘못됐습니다" 이러지 말고. =_=;; id를 입력하자마자 바로 튕기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저런다고 특별히 보안이 위험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 텔레비전과 유튜브의 화질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향상되고 있는 와중에, 전화기의 음성 통화는 예나 지금이나 음성에만 특화된 8000hz급의 초저화질이다. 뭐, 전화 통화하면서 주변 음악을 들려줄 일이 딱히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의외의 면모인 것 같다.

  • 은행 사이트들은 언제쯤 IE 외의 브라우저에서도 접속이 가능해질까? 차라리 폰이 나은 지경이 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4/29 08:35 2023/04/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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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도 한번 이런 비유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라면을 소프트웨어 플랫폼에다 비유하자면 봉지 라면은 PC, 사발면은 태블릿, 컵라면은 스마트폰 정도에 대응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 플랫폼에서 잘나가던 라면이 다른 플랫폼으로 종종 포팅되곤 한다(카카오톡 PC 버전, 오피스 안드로이드 버전처럼). 비록 둘이 맛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식당에서 주문해서 먹는 라면은 집 밖의 거대한 다른 가게에 들어가서(서버 접속) 먹는 것이니 서버 사이드 웹 애플리케이션일 것이며..
분식점 같은 식당 납품을 목적으로 라면 제조사가 면이나 스프만을 대량으로 따로 파는 건 '엔진' 같은 미들웨어 컴포넌트 내지 라이브러리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겠다.

2.
스마트폰은 컴퓨터와 달리.. (1)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4시간 켜져 있고, (2) 열받고 뜨거워질지언정 그래도 팬 돌아가는 소리가 안 나고, (3) 보조 기억장치가 있지만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것 같은 소리는 전혀 없다.
그래서 (2)와 (3)을 종합하면 스마트폰은 아주 조용하다. 게다가 얇기까지 하다.
어찌 보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컴퓨터가 존재 가능해졌는지 신기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화면은 옛날 구닥다리 액정 같은 단색이 아니라, 고해상도 천연색 그래픽을 찍어 낸다. CPU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나 메모리까지 총체적으로 왕창 발전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옛날에는 뭔가 영상이 표시되는 기계 자체가 굉장히 미래 하이테크의 상징이었다. 집 현관을 표시해 주는 인터폰이나 자동차 내비 같은 거 말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는 아날로그 신호에 둥그런 브라운관 형태로나마 진작부터 천연색을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들고 다닐 수 있는 소형 텔레비전이나 인터폰, CCTV 같은 건 원가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의외로 흑백 버전이 2000년대까지 쓰였다. 본인은 몇 차례 이사를 다니며 집을 옮긴 적이 있지만, 컬러 화면이 나오는 인터폰 실물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구경을 못 해 봤다.

그런데 어느 샌가 갑자기 CCTV의 화질이 급격히 향상되고 차량들이 개나 소나 내비에 블랙박스까지 달고 다니면서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영상만 모아서 보여 주는 TV 프로가 큰 인기를 모을 정도가 됐다. 사진과 동영상을 즉각 생성해서 남들 보는 사이버 공간에 용량과 트래픽 걱정 없이 올리는 게 너무 금방, 쉽게 가능해졌다. 이건 1980년대의 SF물들이 제대로 상상하지 못한 너무 엄청난 변화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컴퓨터 자체도.. 이젠 스마트폰 내부에서 가상 머신을 돌려서 도스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의 Windows 9x를 구동할 수도 있게 됐다. 머리만 비교하면 스마트폰의 CPU가 일반 데스크톱 PC의 CPU와도 성능이 호각이 됐으며, 단지 PC에 비해 부족한 건 입력 장치와 하드디스크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발열이나 전원의 한계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모바일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PC에서 x86 계열 CPU + Windows 계열 운영체제를 총칭하는 '윈텔' 독점 구도도 상당 부분 흔들리게 됐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시장 수요를 창출해 냈으니까. x86은 30년을 넘게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하위 호환성을 자랑하지만, 그 때문에 저전력 모바일에서 빠릿빠릿 움직이는 용도로는 상당히 부적합한 CPU가 돼 버려서 말이다. Windows도 마찬가지다.

다만, 단순히 이미 만들어진 정보들을 받아 보기만 하는 인터넷 단말기 이상으로, 뭔가 글쓰기나 코딩 같은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스마트폰은 문자 입력이 너무 불편한 게 흠이다. 구닥다리 타자기의 인터페이스를 답습하고 있지만 그래도 문자 입력 분야에서 키보드만 한 가성비를 제공하는 물건은 아직까지 없다.

예전에 그나마 전화기 버튼이라도 있던 시절에는 3*4 배열이라는 틀은 고정돼 있었는데..
요즘 스마트폰은 화면의 절대적인 크기나 종횡비까지 전부 그냥 흰 도화지 수준인 거 같다.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글쇠 scheme은 어떤 형태일까? 블루 오션이다 보니 먼저 연구해서 표준 틀을 정착시키는 사람이 그냥 장땡이 돼서 혼자 다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난 잘 모르겠다. 난 한글 입력 쪽은 글쇠배열이 아니라 일단은 근본 메커니즘 연구가 주 관심 분야인지라..

글쇠 수가 너무 많으면 안 그래도 작은 화면에 너무 작은 글쇠 버튼을 잘못 찍어서 오타를 내기 쉽고, 반대로 글쇠 수가 너무 적으면 타수가 늘어나고 이것저것 모드를 바꾸는 빈도가 잦아져서 그것대로 또 입력이 불편해진다.
구글 단모음을 한동안 써 보다가 불편해서 다시 나랏글로 돌아왔다. ㅎ, ㅔ 같은 자모를 한 번에 바로 입력할 수 있어서 편한 것보다, 오타가 나서 불편한 게 더 크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나랏글을 거의 2004년부터 10년 넘게 쓰기도 했고 말이다.

3.
스마트폰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오늘날과 같은 사진· 동영상 업로드 문화를 만들어 낸 건 두 말할 나위 없이 '디지털 카메라' 기능까지 전화기 안에 쏙 들어간 덕분에 가능했다.
오늘날 폰의 카메라가 단순 화소수와 색감만 따지자면 어지간한 보급형 디카의 성능을 다 따라잡고도 남는다. 하지만 폰 카메라가 전용 디지털 카메라를 결코 따라잡지 못하는 게 크게 둘 있는데, (1) 줌과 (2) 부팅 속도이다.

근본적으로 카메라의 형태로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은 그 얇은 몸체에다 두꺼운 다기능 렌즈까지 우겨넣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그렇기 때문에 폰 카메라는 줌 기능이 전문적인 카메라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시야각도 한계를 받기 때문에 이걸 극복하려면 별도의 파노라마 합성 앱 같은 것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때에만 잠시 켰다가 끄는 걸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간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밖에서 사진을 몇백 장씩 산발적으로 찍을 일이 있을 때 전력 소모 부담이 훨씬 덜하다. 부팅도 아예 범용 컴퓨터인 스마트폰보다야 비교할 수 없이 더 빨리 되며, 전원을 켜자마자 거의 곧장 촬영 ready 상태가 된다. 그 반면 스마트폰은 이런 특성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하긴,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스마트폰에 온갖 복잡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될수록 사용자가 알게 모르게 치르는 대가로는 배터리 시간이라든가 폰의 물리적 내구성 같은 게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스마트폰도 켠 직후에 수 초 이내로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PC에 준하는 급의 부팅이 필요하고 엄청난 양의 초기화와 캐싱, pre-fetching을 해 줘야 쓸 수 있는 물건이 되고 있다. 예전에 PDA나 공학용 계산기가 그렇게 부팅 시간이 긴 물건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부팅이 존재하고 악성 코드 걱정을 해야 하는 기기는 다른 전자 기기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훨씬 더 능동적인 물건이다.

한때는 이런 작은 화면에 찍히는 글자는 초간단 비트맵 글꼴 기반인 게 당연시되었는데 그게 힌팅까지 적용된 미려한 윤곽선 글꼴로 바뀌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그야말로 엄청난 부담이 추가된 거나 다름없다. 윤곽선 글꼴은 캐싱 없이는 도저히 쓸 물건이 못 되며, 캐싱이라는 건 굉장한 양의 메모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같은 일을 해도 예전보다 메모리와 CPU를 훨씬 더 많이 요구하는 이유는 유지 관리 차원에서의 범용성과 추상성을 높인 대신에 오버헤드가 더 커지고 성능 희생을 감수한 게 매우 크게 작용한다(가상 머신, 가상 함수, 등등등등). 스마트폰의 전력 소비나 부팅 속도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11/05 08:37 2016/11/0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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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지름

난 초등학교 때 컴퓨터를 처음으로 접했고,
중학교 때 PC 통신,
고등학교 때 인터넷과 이메일,
대학교 때 휴대전화와 개인 홈페이지를 순서대로 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순서가 아주 점진적이고 자연스럽고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은 무려 대학원 석사를 졸업한 뒤, 2012년 11월에야 장만하게 되었다. 대수로는 제5대째이다.
물론 이것은 어지간한 여타 사람들에 비해서는 시기적으로 굉~장히 엄청나게 늦게 도입한 것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안 쓴 이유는 딱히 없었다.
이게 일부 분야에서 매우 편리한 물건인 건 사실이지만, 난 이미 PC로 필요한 정보 처리와 프로그래밍은 다 하고 있으며 이미 쓰는 전화기를 만족스럽게 쓰고 있고, 스마트폰이 그저 남들이 다 쓴다는 군중 심리만으로 그 가격을 투자하면서까지 쓸 가치가 있는 새로운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다른 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또한 스마트폰은 기존 PC와 본질적으로 거의 동일한 기능이 좀 더 작은 기계에서 돌아간다는 차이만 존재할 뿐, 과거에 컴의 성능이 16비트에서 32비트로, 단색에서 트루컬러로 바뀌던 것처럼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정도의 신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글자를 빨리 못 입력하는 게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일찌감치 컴퓨터를 썼던 경험이, 지금은 오히려 유행에 대한 반응을 둔감하게 만든 셈이다.

그러다가 기존 전화기가 고장이 나면서 스마트폰을 도입하게 됐다. 시대가 시대인데 피처폰을 굳이 수리까지 하면서 쓸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내가 스마트폰이 특별히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면모는 다음과 같다.

  • SNS 앱 연동
  • 지도 + 길/장소 찾기
  • 어디서나 부담없는 크기와 무게의 기기로 무선 인터넷 접속. 노트북은 WIFI에 붙는 것만 가능하지만 폰은 자기가 직접 연결을 할 수 있다.
  • 유용성뿐만 아니라 그와는 별개로 일단 품위와 간지

태생적인 한계이겠으나, 피처폰이든 스마트폰이든 모바일 기기는 문자 입력이 제일 불편한 건 변함없다. 제조사의 특성상 입력 방식이 천지인밖에 없다. 골수 나랏글 유저인 본인에게 천지인은 직관적이지 않아 너무 불편하고, 두벌식 쿼티는 각각의 버튼이 너무 작아서 오타가 잘 난다.

쿼티라 해도 그 작은 기기에서 열 손가락을 다 동원하는 타자 따위는 기대할 수 없으며, 검지-엄지의 독수리 타법의 부활이다. 역시 문자 입력은 PC를 따를 기기가 없음을 느낀다.
카카오톡을 깔고 나니 “오오, 사무엘 님 드디어 카톡 들어오셨어요?” 인사가 막 들어오는데.. 타자가 불편해서 카톡질은 오래 못 하겠다. 카톡이 있으니 PC뿐만 아니라 폰으로도 인스턴트 메신저가 하나 더 생긴 거나 다름없는 반면,. 나의 폰타는 PC에서의 세벌식 타속에 비해 고작 1/4~1/3밖에 안 된다. ㄲㄲ

또한, 쿼티 배열을 쓴다 하더라도 나오는 배열은 1~3단으로 국한이지 4단은 없다. 그래서 모바일에서는 숫자와 기호를 섞어 쓰는 것조차도 매우 심하게 불편해진다. 인터넷 URL 내부에 무심코 들어있는 숫자가 유난히도 입력하기 귀찮고 성가시게 느껴지는 건 PC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경험이다.

내가 예전에도 잠시 글로 썼듯이, 스마트폰에서는 두벌식 세벌식 논쟁도 PC에서와 같은 의미는 사실상 없다. 마치 유니코드 앞에서 조합형 완성형 논쟁이 김이 확 빠지고 의미가 없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어차피 열 손가락으로 제대로 된 타자를 할 수가 없고 장타도, 모아치기도 필요 없으며, 세벌식은커녕 두벌식을 집어넣기에도 화면이 부족한 공간에서 굳이 세벌식에 연연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은 두벌식이고 세벌식이고를 떠나서, 두벌 세벌 논쟁의 주 무대이던 타자기 식 글쇠배열 패러다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죽이 됐든 밥이 됐든 어떻게든 글쇠를 구겨 넣어서 스마트폰에서도 “도깨비불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원론에 충실한 한글 입력 방식이 좀 있긴 해야 할 것 같다. 신세벌식 같은 글쇠 중첩은 확실히 이런 데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직업병이다 보니 문자 입력 얘기가 또 길어져 버렸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면서 굉장히 아쉬워진 것 중 하나는 역시나 배터리 용량이다. 하루를 놔 두니까 진짜 배터리의 절반이 싹 소모되어 버린다. 매일 충전 안 하면 못 견딜 것 같다.

과거의 피처폰은 송· 수신 안 하고 가만히 놔 두면 이틀을 놔 둬도 세 칸이 그대로 유지되었었다.
지난 가을에 회사 야유회로 제주도로 놀러 갔을 때, 본인은 전화기를 완전히 충전시켜 놓은 채로 그대로 가져서 2박 3일을 잘 버티고 돌아왔다. 별도의 충전기를 챙겨 가지 않았다. 제주도까지 가서 딱히 전화질을 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쓰는 다른 사람들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숙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틈만 나면 자기 전화기를 충전하려고 방의 콘센트마다 난리가 났었다. 멀티탭을 챙겨 다녀야 할 지경이다. 그리고 이제 나도 스마트폰 세상에 끼어든 이상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난 휴대전화는 모름지기 통화 품질 좋고 배터리 오래 가고, 충격에 강하고 튼튼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통화 품질은 모르겠지만 고가의 컴퓨터와 디스플레이와 네트워크 장비를 내장하느라 내구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배터리 많이 먹는 방향으로 변화한 게 틀림없으며, 그건 나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아무튼, 난생 처음으로 써 보는 스마트폰은 내 삶의 양상도 앞으로 적지 않게 바꿔 놓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앱을 본격적으로 만드는 날이 과연 올지는 모르겠다. 현실은 PC에서 윈도우 8 메트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테니.

내가 비록 PC는 맥북을 갖고 있지만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계열이 선택되었다. 요즘 IT 트렌드를 잘은 모르겠지만, 스티브 잡스 옹의 별세 이후 애플이 잡스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중이라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지인 중에는 아이폰 쓰다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는 사람까지 있다.
차라리 애플 계열의 모바일 제품은 더 나중에 아이패드를 써 볼까 싶은데, 이건 언제쯤 지르게 될지 아마 까마득히 먼 미래의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ㅎㅎ

그나저나, 스마트폰을 장만한 뒤에도 KT를 사칭하는 스마트폰 교체 광고 전화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온다.
재고 단말기들을 처분 못 해서 이 인간들이 정말 난리인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24 08:35 2012/11/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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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의 분야 이야기들이 또 한데 컬렉션 형태가 됐다.

1. Personalization of Windows

이건 아무나 쉽게 할 만한 건 아니지만, 아마 윈도우 파워 유저들은 한번쯤 시도해 봤지 싶다.

콘솔(명령창)의 글꼴 바꾸기
솔직히 나도 Terminal 기본 서체는 이제 지긋지긋해서.. 똥 묻은 파르페 다음으로 싫다.. -_- 과거 윈 9x는 도스 프롬프트의 코드 페이지를 영문 437로 바꾸면 Courier New나 Lucida Console이라도 나와서 괜찮았으나, 2000/XP의 콘솔 글꼴은 너무 단조롭기 그지없다.
특정 레지스트리 부위에다 00이라는 키를 추가해서 원하는 글꼴을 지정한 뒤 재부팅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난 여러 사이트들에서 시키는 대로 해도 안 되더라...;; 잘 모르겠다.

XP의 경우, uxtheme 패치
자세한 배경 설명은 생략하고. 요지는.. XP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Luna 테마 대신 다른 시각 테마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테마를 바꾼다는 건 단순히 색깔이나 이미지 같은 데이터뿐만이 아니라 각종 화면 요소를 그리는 실행 코드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체제의 안정성 및 보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운영체제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서명이 존재하는 테마만 고를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개인 테마 제작자가 일일이 자기 작품에 대해서 $를 지불하고 번거롭게 디지털 서명 인증을 받는 건 쉽지 않은 노릇이고.. 결국 디지털 서명이 없는 테마도 지정 가능하게 아예 운영체제 자체를 크랙하는 테크닉이 나돌게 됐다. 아이폰으로 치면 탈옥 정도 되겠다.

난 XP의 파란 Luna가 예뻐서 거기에다 custom 글꼴 & 그림만 붙여서 잘 썼다. 테마를 바꿀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비스타로 갈아탄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XP Luna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하긴, 비스타에서 Luna 커스텀 테마를 일부러 구해다 쓰는.. 흠좀무스러운 사람도 있다고는 하더라...

2. Phone number as the hyperlink

남이 내게 문자 메시지로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 줬다. 이렇게, 발신자 그 자체가 아니라 본문에 포함돼 있는 전화번호를 번거롭게 암기하거나 수첩에 적지 않고 그대로 저장하거나 전화를 걸 수는 없을까?
마치 http로 시작하는 문자열이 인터넷 주소이고 "@ ." 같은 패턴이 이메일 주소이듯, 전화번호를 나타내는 정규 표현식이 통용되어 이런 건 전화기가 마치 클릭 가능한 하이퍼링크처럼 본문에다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자동으로 링크를 못 만든다면 최소한 번호를 마우스로 긁어서 복붙 정도는 되어야겠지.
간단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는 이미 구비되어 있는 기능일지도 모르겠다?
아래아한글 도스용에 있던 전화번호부와 팩시밀리 기능이 불현듯 떠오른다. COM 포트를 통해 컴퓨터가 모뎀으로 전화를 걸어 주던 시절이었다.. ^^;;

3. 디렉터리 생성을 좀 더 똑똑하게

컴퓨터의 파일 시스템에서 지우기 명령에 하위 디렉터리를 재귀적으로 몽땅 다 지우는 기능이 있다면,
디렉터리 생성 명령에도 중간의 다단계 디렉터리를 한꺼번에 생성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디렉터리를 생성한 후 바로 거기로 가는(change directory) 기능 내지 옵션도 있으면 편하지 않을까?
이건 114로 치면 전화번호를 물은 후 그 전화번호로 바로 거는 기능에 해당한다.

다단계 디렉터리를 한꺼번에 생성하는 기능은 있지만 생성한 디렉터리로 바로 가는 기능은 프로그래밍 API라든가, 각종 유틸리티 프로그램이나 명령으로도 내가 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요즘은 옛날에 비해 디스크/파일을 다루는 유틸리티에 대한 필요성이 훨씬 덜해지긴 했지만.. 특정 디렉터리나 드라이브로 곧바로 이동 가능하고 특정 프로그램을 단축키 하나로 바로 실행해 주고 한 화면에서 압축 파일이라든가 FTP 연동이 바로 되는 유틸리티가 있으면 컴퓨터 생활이 정말 편해진다.

토탈 커맨더, NexusFile 같은 프로그램이 유명하긴 한데 본인은 단축키가 완전히 손에 익어 버려서.. 개발이 중단된 구닥다리 WinM을 못 버리고 있다.

4. DR만 들어가면 다 박사?

DR이라는 약어가 하도 '닥터'라고 통용되니까, 과거에는 이로 인해 재미있는 오해가 발생한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MS-DOS의 경쟁자 중 하나이던 DR-DOS는 그래도 다 대문자로 쓰고 MS-DOS도 '엠에스'라고 읽다 보니, '디알'이라고 통용되었던 것 같다. MS-DOS를 설마 '미스 도스'이라고 하지는 않잖아? 도스의 모에화ㄲㄲㄲㄲㄲ 훗날 나온 노벨 도스의 전신이 DR-DOS인 줄은 모르고 있었네..;;

그러나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닥터할로'는 답이 없다..;; Dr. Halo라고 쓰면.. 누구에게라도 영락없이 '할로 박사님'처럼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설마 개발자가 박사 학위 소지자이기라도... 한지는 모르겠지만 Dr은 그냥 '드로잉'을 줄인 말이라고 한다.

5. 스마트폰 OS 에뮬레이터

PC에서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가 실행되는 속도는 실제 기계에 비해서... "꽤", 훨씬 더 느리다. 난 약간 느릴 줄 알았는데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하긴, 도스박스조차 200x년대의 컴에서 같은 x86 아키텍처용 도스용 프로그램을 펜티엄급으로밖에 실행을 못 하는데, x86와 ARM은 인스트럭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요즘 스마트폰은 CPU와 메모리로만 치면 이미 최하 윈도우 98/2000 정도는 너끈히 돌리는 성능이다. 무슨 고전 게임도 아니고, PC와의 격차가 의외로 높지 않으니 PC에서 에뮬레이팅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애플리케이션들은 그나마 네이티브 코드도 아니고 잘 알다시피 자바 기반.

그리고 마지막 복병이 있는데 바로 그래픽 가속이다. OpenGL 같은 통일된 인터페이스가 있다지만 그래픽 가속은 워낙 민감한 부위여서 그런지 가상화가 더디다. 가상 머신에서 돌아가는 윈도우 비스타/7이 Aero 효과를 내지는 못하며, 에뮬레이터에서 돌아가는 스마트폰 OS는 실물만치 현란한 비주얼을 선보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PC+에뮬레이터가 디스크 I/O만은 실물보다 훨씬 더 빠르게 수행한다.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 앱은 에뮬레이터에서 돌릴 때와 실물에서 돌릴 때의 성능 편차가 의외로 크며, PC에서 개발하더라도 수시로 실물에서 올려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31 22:28 2011/01/3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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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잡설

서로 완전히 다른 주제의 글들의 모음인데, 분량상 귀찮아서 한데 뭉뚱그려 올린다. -_-;;

1.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영어의 3대 요소

- 관사: 딴 거 필요없고.. 어떨 때 the를 붙이고 어떨 때 안 붙이나? 불특정 개념을 단수로 일컬을 때와 그냥 싸잡아 복수로 지칭할 때의 미묘한 어감 차이는? 생각만 해도 머리에 쥐 난다.
- 시제: 어떨 때 과거형을 쓰고 어떨 때 완료형을 쓰면 되겠는지가 제일 알쏭달쏭하다. 관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이런 걸 거의 따지지 않으나 불행하게도 영어에서는 저게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 전치사: 한국어는 간단하게 '-에', '-에서', '-으로'로 딱 떨어지는 게 영어는 정말 헷갈린다. in, on, at 또는 by, with 같은 걸 잘 분간해서 쓰는 사람이라면 영어 걱정 확실하게 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미국인은 wear 하나로 끝나는 동사를 끼다, 입다, 쓰다.. 이런 걸 어려워하려나?

2.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일단 손가락 터치를 주 입력 장치로 사용하는데, 단순 마우스 포인터와는 달리 잘 알다시피 멀티터치가 지원된다. 즉, 둘 이상의 손가락을 동시에 대서 움직인 것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덕분에 타자의 경우 동시치기가 실현 가능하겠다. 그리고 악기를 흉내 내는 앱을 스마트폰으로 만들 수 있다. 피아노 건반도 있고 손으로 조작하는 어지간한 현악기나 타악기도 구현 가능하다.

윈도우 7에서는 멀티터치를 지원하는 모니터로부터 그런 동작을 인식하는 메시지와 API가 추가되었다. 이건 문자 입력에도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인데, 본인은 아직 그걸 접해 보지 못했다. 윈도우 7은 당장 그림판부터가 멀티터치를 지원하기 때문에 여러 손가락으로 색칠을 동시에 하면 그렇게 그려진다. 무척 신기했다.

설마 태블릿처럼 압력까지 인식 가능하려나? 그러면 악기 앱의 경우 소리의 강약도 변화를 줄 수 있고 그래픽 앱이라면 색깔의 강도도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응용 가능성이 많으며, 기존의 마우스 부류의 입력 장치와는 또 차원이 다른 HCI(인간과 기계 사이의 의사소통)의 통로를 제공할 것 같다.
물론 hovering이 안 되고 누른 것만 인식된다는 특성상, 기존 포인팅 장비를 완전히 대체하고 흡수할 것 같지는 않지만.

스마트폰녀 동영상을 보고 생각나서 끄적인 뻘글이다. -_-;; 어쩜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르고.. 부럽네. ^^;;; 하지만 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노트북만 끼고 사는 걸로 충분하다.

3. 고인드립

고인+애드립의 준말인 인터넷 유행어로, 죽은 사람을 쓸데없이 들먹이면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그냥 감성에 호소하는 오류를 조장하는 걸 일컫는 개념이다. 현 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김 첨지는 오타쿠일 뿐만 아니라 조삼모사 패러디도 구사하고, 술집에서는 친구들에게 아내 '고인드립'까지 쳤는데 이 정도면 그는 21세기 인터넷 유행에 대해 상당한 식견이 있었던 것 같다. ^^;;
그러고 보니 개그 만화 일화 서유기 편의 삼장법사도 저팔계 고인드립을 친다. “뜻있게 죽은 동료로서 저팔계가 마지막 날 한 말을 생각해 보세요.” ㅋㅋㅋㅋ

요즘 도철에서는 신당 역에서 곤충 생태 학습 체험 전시관을 연 모양이던데, “올여름, 곤충 박사가 되어 보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보니, 개그 만화 3기 2화의 변태 고추잠자리 박사가 딱 생각나더이다. 나 개그 만화 너무 많이 본 듯.. ^^;;

Posted by 사무엘

2010/08/06 09:05 2010/08/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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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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