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들은 이미 다 알 만도 한 문제이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가 편의상 반지름이 대략 6400km 정도 되는 완전한 구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지구의 적도 부분을 띠로 둘러서 꽉 조인 매듭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러면 이 띠의 길이는 원의 둘레에 해당하므로, 반지름에다 2π를 곱한 약 4만 km 정도의 길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원둘레에 딱 맞던 이 띠의 길이를, 사람 키보다 약간 큰 정도인 2m만치 더 늘렸다. 다시 말하자면 4만 km에 달하는 띠의 길이를 겨우 2m 더 늘린 것이다. 띠는 이제 원둘레보다 눈꼽만치 더 길어졌고 헐렁해졌다. 그래서 띠를 지표면으로부터 모든 구간을 균일하게 띄워서 다시 빳빳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띠는 지표면으로부터 얼마나 떠 있을까? 띠가 더 길어진 게 티가 나긴 할까?
이 문제의 답을 감으로 당장 떠올린 것과,
연필을 들고 수학 공식을 세워서 푼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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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띠를 겨우 2m 확장했을 뿐이지만 그 넓은 지구의 지표면으로부터 띠는 무려(?) 30cm가량은 지표면으로부터 균일하게 떠 있게 된다.
그리고 이 30cm라는 수치는 행성의 반지름과는 전혀 관계없다. 지구가 아니라 목성의 적도를 두르고 있는 띠라 하더라도, 띠를 2m 확장했다면 띠의 반지름은 지표면으로부터 무조건 30cm씩 더 올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고 띠의 길이가 4만 km라는 사실에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훼이크요 낚시 교란 작전일 뿐이었다.
지표면에서 30cm 뜬 것 자체도 반지름이 이미 수천 km에 달하는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새 발의 피, 손톱의 때도 안 되는 보잘것없는 변화량이다. 그러나 우주의 관점에서 본 변화와 지표면에서 본 상대적인 변화의 폭은 서로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직관은 그런 것을 혼동하기 쉽다. 이 문제는, 마치 인간의 눈이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생각 역시 편견과 실수에 빠지기 쉬움을 보이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인간 두뇌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수학이라는 사고 체계가 발달한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