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교체 & 전화번호 변경 외

지난 9월 13일, 본인은 손전화를 교체함과 동시에 전화번호도 드디어 010 기반으로 바꿨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인터넷, 카메라 등 될 건 다 되는 햅틱 급의 터치폰이 본인의 제 4대 손전화로 취임했다. (참고로 노트북도 현 기종이 제 4대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2001년 초에 처음으로 개인용 휴대전화를 접한 이래로, 지금까지 폰을 총 세 번 바꿨다는 뜻이다.

본인은 전화번호는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고 아는 사이인 사람에게만 공개하지, 홈페이지 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알리지 않음을 밝힌다. 불특정 다수에게는 메일 주소만 공개하며, 이 블로그에서도 전화번호 자체는 공개하지 않고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사실만 알리는 것이다. 혹시 본인의 지인이면서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문자 연락을 받지 못한 분이 있다면 본인에게 알려 주기 바란다.

1990년대에는 PC의 발전 속도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XT/286급 컴퓨터가 무려 윈도우 98/2000을 돌리는 성능으로 발전하면서 20세기가 끝났다. 우유, 라면 값이나 버스 요금, 공중전화 요금 따위는 20년 전에 비해 지금이 3배 이상 올랐고 심지어 자동차 가격도 인플레의 영향을 받았지만, 컴퓨터의 가격만은 보편적인 생필품 물가를 역행해도 한참 역행해 왔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2000년대에는 전화기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전국민이 손전화를 소지하면서 삐삐는 마치 인터넷 앞에서 PC 통신이 도태하듯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중전화도 마치 우체통만큼이나 아주 없앨 수는 없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가 됐다. 자동차용 고급 액세서리이던 카폰도 닥버하게 됐다.

단색 액정 화면은 컬러로 바뀌고 단색 멜로디는 애드립 멜로디를 거쳐 자연적인 사운드로 바뀌었다. 전화기에 웬 카메라 기능이 추가되고 영상 통화가 가능해지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졌다. 비트맵 글꼴도 윤곽선 글꼴로 바뀌었다. 나중에는 아예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설치할 수 있는 스마트폰까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존재하던 각종 개인용 정보 열람/처리 기기의 기능을 흡수하게 되었다.
(관련 글: http://moogi.new21.org/tc/208 )

본인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싸움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본 뒤에 다음 전화기는 스마트폰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_-;;

초대 손전화 시절에 본인의 번호는 017이었다. 그러던 것이 대학 시절에 제 2대 손전화를 도입하면서 번호를 016 기반으로 바꿨고, 이 번호를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거의 7년 반 동안 사용했다. 그러니 본인이 애착이 갈 만도 하지 않은지? 2대와 3대 전화기는 한글 입력이 모두 나랏글 방식이었기 때문에 본인은 7년이 넘게 사용한 나랏글 방식에 아주 능숙하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본인은 전임인 3대 전화기(LG 싸이언)를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오래 썼다. 2004년 말부터 지금까지 거의 5년 9개월을 사용했다. 2년을 채 못 쓰고 분실한 2대 전화기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왜냐하면 본인은 손전화로는 오로지 통화와 문자밖에 안 쓰고 부가적으로 알람이나 주소록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능이 복잡한 전화기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정보 처리 기능은 늘 들고 다니는 노트북을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이 구닥다리 전화기는, 자동차로 치면 마치 아직까지 포니나 스텔라 같은 차를 몰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쟤 전산학 전공한 친구 맞어?” 경악이 나오기에 충분할 정도. 요즘 IT계에서는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개발자가 없어서 일손이 부족해 난리라는데, 본인은 그런 것과는 전혀에 가깝게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아 왔다.

그러다가 결국은 전화기를 바꾸게 됐다. 그건 전적으로 전임 전화기가 낡고 고장이 나서 전화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수리를 받아도 별 진전이 없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자연사인 셈이며, 정말로 불가피한 이유 때문에 바꾼 것이었다. ^^;;

언제부턴가 갑자기 전화 연결이 잘 안 되고, 통화 중에 전화가 끊어지고, 문자도 받는 건 잘 되는데 보내는 게 되지 않았다. 툭하면 ‘통화권 이탈’ 에러가 났다. 나 혼자 불편한 건 상관이 없는데, 이 때문에 본인에게 연락을 하는 다른 사람이 불편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10년 가깝게 폴더를 펼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가 버튼 누르기, 화면 길게 누르기(터치폰을 activate하는 방식) 동작을 하는 것이라든가..
예전 폰으로는 꽤 금방 꺼냈던 기능을 지금 폰으로는 몇 차례 터치를 더 해야 되는 것에 대해서 좀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마치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달인이던 사람이 윈도우용 아래아한글이나 MS 워드의 각종 마우스 동작에 적응하는 과정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문자 메시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본문부터 먼저 입력하고 나서 수신자 번호를 입력받는 것이 심리적으로 무척 안정감을 줘서 좋다. (예전 폰은 수신자 번호 다음에 본문 순서여서 불편했음)

드디어 개인용 기계에서 천지인 입력 방식을 쓰게 됐는데... 모음을 분해하는 과정이 좀 복잡한 것, 그리고 음절 모호성 때문에 자음 연속 입력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게 무척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나랏글도 일부 자음은 가획이 만만찮게 복잡하고, 그런 게 천지인에서는 반대로 편하게 되는 것도 있으니 일장일단이 있는 듯하다. 게다가 나랏글은 * #까지 12키를 모두 사용하지만, 천지인은 10개만으로 문자를 입력하고 * #키는 문장 부호 입력용으로 쓴다는 특징도 있다.

전화기를 개통해서 나오니까 꼭 자가용을 한 대 뽑아서 몰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교통 수단 대신 통신 수단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다음은 관련 잡설들이다.

1. 본인 전화기의 컬러링이나 벨소리는 Looking for You, Oh Glory Korail 같은 걸로 했으면 좋겠다. ㅋㅋㅋ

2. 본인은 무선 인터넷이란 걸 접한 게 2003년에 학교 안에서였다. 그러던 게 불과 몇 년 사이에 무선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되고 대중화했으며, 성능마저도 과거의 어지간한 유선 인터넷 회선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손전화와 무선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대학 캠퍼스 생활은 과연 어땠을까 상상이 안 된다.

3. 본인은 01x 번호에다가 3G 전화 서비스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다. 아직까지 기계 대체나 번호 변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있는 2G 전화만으로 만족하고 잘만 쓰려는 사람들이다. 단지, 개인의 선택권인 번호나 제멋대로 바꾸지 말고 이미 있는 서비스나 잘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
사실상 4천만 명이 넘는 전국민이 손전화에 가입해 있는데 010 번호+겨우 8자리는 공간이 많이 모자라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4. 오늘날 지메일은 구글이 2006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웹메일 서비스의 지존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메일에 익숙한 사람은 다른 포털 사이트 메일은 너무 불편해서 못 쓴다는데, 본인은 10년도 더 전에 가입한 드림위즈 메일 계정을 아직까지 사용 중이다.
뭐, 본인도 지메일 계정이 없는 건 물론 아니다. 그 당시에 지메일은 초대장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자기네 서비스를 홍보하고 사용자를 끌어모았던 걸로 기억한다. 한 사람당 기가바이트 급의 계정 용량을 준다고 했고 지금은 그 용량이 더욱 커져 있기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22 09:09 2010/09/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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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각형 2010/09/22 10:35 # M/D Reply Permalink

    홈피에 폰번호를 올려 놓으면 각종 스팸/장난성 문자를 받게 되지요. 그 이외에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 많이 일어날겁니다.

    요즘 나온 핸드폰이라면 벨소리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MP3 파일을 넣을 수 있을 겁니다.

    요즘 무선이 무려 54Mbps입니다. 802.11g 방식의 최고 속도이지요. 더 빠른 무선 네트워크도 많지만 그건 일반적인 무선 랜카드는 지원을 못하니까.

    010nnnnnnnn의 경우의 수는 이론상 10^8이나까 이것 저것 빼도 4천만 정도는 버티지 않겠나 합니다.

    1. 아라크넹 2010/09/22 16:20 # M/D Permalink

      실제로는 첫 자리가 0이거나 1이 될 수 없기 때문에 010-2000-0000부터 010-9999-9999까지 8천만개가 한계입니다. 게다가 현재 번호 할당 정책은 저 영역을 첫 두 자리를 가지고 백만개 단위로 쪼개서 이동통신사에게 할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걸 사용하면 처음에 어디서 가입했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 재수 없으면 실제로는 번호는 남는데 특정 이동통신사는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미 그런 식으로 이통사에 할당된 번호가 6천만개 안팎 될 겁니다. (물론 손전화를 두 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으나... 설마 -_-;)

      개인적으로는 방통위가 좀 삽질을 한 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무슨 도메인 이름도 아니고 한정된 번호 공간이기 때문에 이를 개인의 선택권으로 보기도 많이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번호 공간을 국가에서 관리하고 사용 주체에게 임대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죠. 옛날처럼 01x 식별 번호가 곧바로 이통사를 가리키는 것도 아닌 이상 저는 언젠가는 식별 번호 통합이 일어나야 할 거라고 봅니다. (지금 방통위가 하는 식으로는 좀 곤란하고...)

    2. 사무엘 2010/09/23 01:41 # M/D Permalink

      두 분께서 좋은 첨언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제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다 응답 대기 중에 Looking for you나 코레일 사가를 듣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 체계 하에서는 손전화 번호 공간은 아무래도 금세 모자라질 것 같습니다.

  2. 주의사신 2010/09/22 20:35 # M/D Reply Permalink

    제 전화기 뒷 4자리 번호는 5101입니다.

    "다(5) 하나(1)님의 영(0)광을 위하여 하라(1)"

    이죠.

    기독교도 친구들은 참 멋진 번호라고 하더군요...

    반응이 없는 친구들도 있고요.

    1. 사무엘 2010/09/23 01:41 # M/D Permalink

      오홋.. 기발한 번호입니다. ^^
      제 지인 중에 신앙 쪽으로 아주 독-_-실한 분의 번호는 대체로 3927(성경의 책 수), 아니면 1611(KJV 발행 연도) 일색이었는데 말이죠.

  3. 나그네 2010/09/23 13:01 # M/D Reply Permalink

    핸드폰 교체 부럽습니다. 사무엘님은 갑자기 한글입력체계가 달라져 혼란스럽겠네요. 아는분 터치폰을 살짝 만지작거려보니 적응을 못하겠더군요. PC로 치면 키보드로 거의모든것을 빠르게 사용해왔는데, 갑자기 마우스만으로 조작하려는 느낌이랄까요.

    저또한 통화와 문자 알람정도로만 사용하는중이라 바꿀이유를 모르겠는데 사무엘님처럼 불편해도 고장나기 전까지는 계속 쓰는 스타일입니다. 요즘들어서는 부모님께서 오히려 시대에 역행한다며 역정을 내세요. ㅎㅎㅎ

    이렇게 마음먹게된 이유중에 가장큰것은 어느인터넷 영상 덕분인데, 한국가전제품 쓰레기들이 중국의 한 시골에 모아져 태워진다고 하더군요. 농사짓는것보다 그것이 훨씬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니 서로 발벗고 그것을 한다 하더군요. 그곳사람들은 기형아 출산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지만 먹고는 살아야 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합니다. 태운 독한 연기는 돌고돌아 다시 한국을 거치고 세계를 거치겠죠.

    1. 사무엘 2010/09/23 19:05 # M/D Permalink

      손전화 유행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 한 분 더 있어서 반갑습니다. ㅎㅎ
      나랏글에서 천지인으로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니, 효율적인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의 조건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좀더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게 되더군요.

  4. 김 기윤 2010/09/24 13:57 # M/D Reply Permalink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만

    아이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트위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뒤로 스마트폰을 노리고 있습니다. (.......)

    1. 사무엘 2010/09/25 01:08 # M/D Permalink

      새 전화기 덕분에 지하철 안에서도 간단히 블로그 확인 정도는 간편하게 가능하니 좋긴 좋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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