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소식, 내 계획 짬뽕

1.

2012년이 다 저물어 가고 있다.
일단, 올해 하반기에는 문화· 정치적으로 모처럼 아주 기쁜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부터 먼저 회고하고 넘어가야겠다.
바로 한글날이 22년 만에 다시 빨간날로 회복된 것! 그것도 미우나 고우나 이 명박 정권 때 이뤄졌다.
결정이 하도 지지부진하니 내년 달력을 만드는 업자들이 “이거 한글날은 빨간날로 해야 됩니까, 말아야 됩니까? 빨리 결정해 주세요!” 라고 독촉을 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결국은 통과됐다.

알다시피 한글날은 원래 과거의 식목일처럼 공휴일인 기념일이었다. 그랬는데 노 태우 정권 때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근처의 '철도의 날', '학생의 날'처럼 안 쉬는 여러 기념일 중 하나로 전락했다.
노 무현 정권 때는 국경일로 승격됐으나, 제헌절처럼 “안 쉬는 국경일”이라는 희대의 이상한 어정쩡한 날이 되었다.

그래서 한글 학회, 한글 문화 연대 같은 순수주의 어문 운동 단체에서는 수 년째 정부를 상대로 청원을 넣고 시민 계몽을 하고, 올해는 특히 온갖 기자 회견과 퍼포먼스를 연 끝에 드디어 승리를 쟁취해 냈다.
너무 무리하게 말을 순화하자는 식으로 약간 극단적인 주장에 모두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단체들이 정말 훌륭한 일을 해 냈다. 잘한 건 잘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열정을 칭송해 주자.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가로막아 온 최종 보스는 역시나 경제 단체였다.
경제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산업 기능 요원 제도도 병무청이 단호하게 못 없앴다는 점을 감안하면, 얘들이 하는 짓이 다 병크는 아니다. 허나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논리로 한글날 공휴일화를 반대하는 건 이미 안 통하는 논리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이 이미 세계 최상위를 다툴 정도로 길며, 우리나라는 대체 공휴일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날짜수만 평균 이상이지 실질적인 노는 날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설령 공휴일이 정말 너무 많다면, 성탄절과 석가탄신일부터 칼질을 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종교 공휴일 때 노는 나라는 주변의 CJK 중에서도 K밖에 없다. 이것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인데 왜 국민들 뜻대로 선뜻 안 되는 걸까?

“국경일 중에 삼일절 같은 날은 중요한 날이긴 하지만, 딱히 기쁜 날은 아니다. 그러나 한글날은 해당 국가의 정치나 종교와 관련이 없으면서 오로지 문화적으로 레알, 진정으로 경축할 가치가 있는 기쁜 날이다.” 이 점을 기억하자.
한글날도 공휴일이 됐는데 이제 사형 집행만 좀 부활하면 정말 잃어버려진 과거 회복이고 기쁜 일이 될 텐데...

2.

자, 그리고 비주얼 스튜디오 2012를 드디어 회사에서 깔아서 써 봤다.

외형이 또 심하게 달라졌다. 아무리 버전업이 돼도 3.x나 6.x나 아이콘 하나 안 바뀌고 외형이 심하게 변화가 없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 비하면 MS의 변화를 위한 변화 저력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2012는 우중충한 군청+보라 배색이던 2010과는 달리, 은색· 회색· 흰색 배색으로 확 바뀌었으며, 2010과는 달리 non-client 영역에 일반적인 thick frame조차도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옛날의 아래아한글 97급으로 외형이 독자적인 형태가 됐다는 뜻이다.

16컬러풍으로 회귀한 아이콘 디자인, 그러데이션에서 단색(solid color)으로, 동그란 모서리에서 각진 사각형으로 회귀한 건 영락없이 10여 년 전의 VS .NET 첫 버전을 떠올리게 하는 외형이다. 아니, 윈도우 8 자체가 전반적으로 복고풍이다.
물론, 배색만 단순해졌을 뿐, 안티앨리어싱이 적용되어 아이콘의 색상 수 자체는 여전히 트루컬러급이다. 16컬러 “풍”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진짜 16컬러로 후퇴한 건 아님. ㅎㅎ

외형뿐만 아니라 2012는 기능도 무척 강화되어, IDE 에디터에서는 사용자가 선언한 명칭이 청록색으로 따로 표시되고, 굳이 Ctrl+Space를 누르지 않아도 첫 타부터 인텔리센스 자동 완성이 슝슝 튀어나온다. 오오~~

그리고 성능 분석과 프로파일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었으며, 소스 코드 정적 분석 기능이 드디어 추가되어 고품질 코드를 만드는 데 더욱 기여하게 되었다. 정적 분석 기능은 이전 버전의 VS에서도 있긴 했으나, 제일 비싼 엔터프라이즈급 버전에만 있었기 때문에 개인 인디 개발자가 접하기는 어려웠다.

<날개셋> 당장 다음 버전은 여전히 VS 2010으로 빌드할 예정이나, 이 버전의 사용 기간은 의외로 짧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적 분석을 돌려서 소수나마 코드에 존재하는 몇몇 논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3.

지난 12년간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통해 얻은 것은

  • 수능, 내신 다 씹어먹고 대학 진학 성공
  • 한글 연구 진영에서는 절대부동의 인지도 확보. 병역특례 TO도 사실상 그것 덕분에 얻은 거나 마찬가지
  • 인디 소프트웨어 개발자(개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의 인지도 확보
  •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 국내외에 몇천 명 정도로 추정되는 사용자와 잠재적 지지자. 국내는 물론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나라의 현지인이나 교포에게서 한글 로마자 입력 방식, 신세벌식, 세벌식 무한 낱자 수정 등등을 고맙게 잘 쓰고 있다는 연락 받았을 때 굉장한 보람 느꼈음.
  • 몇 차례의 대회/소프트웨어 공모전 입상을 통한 통산 몇백만 원 정도의 상금 수입
  • 거기 들어간 기술의 일부를 떼어 주는 개인 개발 용역으로 통산 1천몇백 만원 정도의 수입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덕업일치를 이루면서 번 돈이라는 게 중요)
  • 학부 시절, 졸업/개별연구 명목으로 5학점 정도의 전공 학점 기여. 학술지 논문 1회 게재
  • 석사 논문 주제와 학위

그리고 무엇보다, 한글을 내가 원하는 어떤 방식으로도 입력하고 다룰 수 있으면서도 마치 기계식 타자기를 컴퓨터로 옮겨 놓은 듯한 한글 오덕질용 작고 가벼운 에디터. 그리고 Windows 운영체제에서는 거의 만렙을 찍은 한글 IME가 내 컴퓨터에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정신적 만족감. 그걸 내가 혼자 다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 이로부터 파생되는 한글에 대한 자부심, 애국심 등등이다.

다음으로 잃었거나 어쨌든 줄어든 것은..

  • 적절한 대학 GPA (ㅋㅋㅋㅋㅋ)
  • 의대,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 등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 쌓을 기회 (정말 하나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여타 분야나 IT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익힐 여유
  • 연애와 결혼 기회 (...)

이 정도면 수지 맞는 장사이려나..? ㅋ

4.

내가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한국어 공학'에 비해서 '한글 공학'의 위상이 굳건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어 공학과 한글 공학은 목표는 비슷하지만 다루는 대상과 방법은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내 관심분야는 '한국어 공학'이 아니라 '한글 공학' 쪽이다.

한글 자체만으로 오덕질을 할 거리가 전혀 없고, 더 발전할 거리가 보이지 않았다면 나도 그냥 사전학, 코퍼스 언어학, 자연 언어 처리 같은 데 관심을 뒀을 수도 있다.
아니, 언어학 쪽에 관심을 둘 필요조차 없이 그냥 자동차나 컴퓨터, 심지어 철도만 연구하는 평범한 공돌이의 길을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자가 저렇게 있는 걸 보니, 그걸 연구하지 않고서는 다른 분야는 도저히 못 파겠다..

물론, 지금 분위기를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지금이 옛날 같은 타자기나 XT/286 컴 시대도 아니고 문자 기계화 자체만으로 뭘 더 연구할 게 있는지 의아해할 만도 하다.

그래서 '한글 공학'은 문과 계열보다 오히려 언어학을 전공하지 않은 여타 분야 이공계(특히 입력기 쪽)나 디자인 분야(당연히.. 글꼴 쪽) 종사자들이 더 연구하는데.. 그쪽에서는 반대로 언어학 기반이 없으니 연구의 깊이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글은 주변의 한자나 라틴 알파벳이나 일본 가나와는 구조가 확연히 다른 문자이고, 그 조합 원리 자체만을 이용해 얼마든지 오덕질을 하고 입출력 기능을 더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 내가 늘 말하지만 한글은 두벌식으로만 입력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천편일률적인 정사각형 네모꼴로만 쓰기에도 너무 아까운 문자이다. 그래서 그런 학문 경계들을 허물고, 한글 입력과 출력 모두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만드는 게 꿈이긴 하나...

대학원의 박사 진학은 일단 좌절되었다.
나는 정말 이 분야를 가고 싶고 특정 교수의 학풍을 계승하고 싶은데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라면, 몇 번이고 입시에 재도전을 했겠지만, 나는 그런 경우가 아니니 내 연구 주제를 감당이나 지도를 못 하겠다고 교수님들이 날 받아 주지 않았다.

내 연구 주제는 특정 단과에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딱 석사를 마쳤던 대학원에서 박사를 안 받아 주면 나는 딱히 다른 대학원을 갈 데도 없다. 그러니 난 최종 학력은 그냥 석사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논문 쓰는 게 힘든 한편으로 재미있었고 이런 걸 또 쓰라면 쓰겠는데, 그걸 하지 말라니 어쩔 수 없지. 이해를 하며, 원망은 안 한다.

한편으로는 이게 밥벌이가 돼야 할 텐데 하는 우려도 좀 든다. 당장 내가 몇 달 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 날개셋 마이너 업데이트 (6.7x. 다음 달 초-중순쯤 나올 예정)
  •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놓은 것들에 대한 문서를 재정비. 홈페이지와 프로그램 도움말 주요 내용을 영작
  • 날개셋 메이저 업데이트 (6.9? 7.0? 윈도우 8용 IME 온전히 완성)

정도. 이미 내가 벌여 놓았고 관성 때문에 계속 진행해야 하는 일들은 이 정도에서 몇 개월 안으로 슬슬 끝을 볼 생각이다.
그 다음으로는 공부가 너무 소홀했던 IT 여타 분야 기술과 지식도 좀 독학하고, 무엇보다도 글꼴로 체제 변환을 하여 비밀 프로젝트를 몇 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그 결과물을 학계와 업계에 발표했는데도 이와 관련된 다른 일자리나 추가 수입이나 반향이 없다면..
2015년쯤 이후부터는 본인도 한글 관련 연구는 다 접고,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철도 업종으로 전업을 하거나, 공무원/고시 준비생-_-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뭐, 그 정도의 최악의 상황까지도 각오는 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20대와 30대 초반을 정말 건전하고 뜻있는 일을 하는 데 정열을 바쳤다는 사실에는 어떤 경우든 후회가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29 08:29 2012/11/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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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졸업

1. 석사 논문 통과

한글 입력· 편집기의 통합적 설계와 구현에 관한 연구
김 용묵 (연세 대학교 대학원 언어정보학 협동과정 언어공학 전공)

석사 학위 논문이 본심까지 통과했고 난 무난히 대학원 졸업을 앞두게 됐다. 현재 나의 진학 구분은 '재학'에서 '졸업 예정'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기쁘다. 대선 후보가 이제 대통령 당선인이 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논문의 지도 교수(논문 주심)는 연세대 국어국문과의 한 영균 선생님. 국문과에서 이공계 감각이 가장 뛰어나고 세벌식이 뭔지, 국어 정보학 쪽이 뭔지 아시는 분이다.

나의 논문 주제는 뻔하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이론 배경과 의의, 주요 기능 명세에 대해서 썼다.
이건 뭐 1, 2년 연구해 온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다른 석사 지망생들과는 어차피 출발선의 위치가 다른 것도 사실이었다.

논문 심사 중에는 “너 2003년에 투고했던 김 용묵· 김 진형 논문 때에 비해서 지금 달라진 게 뭐냐?”란 질문을 받곤 했다.
생각 같아서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십니까. 당연히 넘사벽 급으로 달라졌지.. ㅜㅜ;;”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2003년 논문은 <날개셋> 엔진 버전이 겨우 2.x이던 시절인데.. 지금은 그때 없던 개념이 수두룩하며, 오토마타만 해도 옛날엔 지금 같은 수식도 아니고 진짜 흑역사 수준의 유치한 장난감으로 기술했었는데 지금 것하고는 비교 자체가 실례이다. =_=;;

한글 입력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들은 통상적으로 그저 글쇠 배열이 어떻고 손가락 움직임이 어떻고 하는 쪽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나의 관심사는 그보다 훨씬 더 fundamental한 것이다.

그 어떤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들더라도 결국은 한글 조합 로직이 있어야 한다.
내 프로그램의 내부 구조와 이념을 아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다양한 한글 입력 로직을 '기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래서 한 프로그램에서 무슨 입력 방식을 불러와서 쓰고, 편집하고 저장할 수 있게 했다. 그게 2장의 내용이다.

“한글 입력 오토마타야 이미 1980년대에 이론이 다 정립됐고 지금은 누구나 당연히 그저 그러려니 하고 쓰는 시스템인데, 그것만 전문적으로 또 연구할 게 있냐?”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지 모르나 나는 그것만을 소재로 연구를 많이 해 냈다.

다음 3장은 내가 개인적으로 이 논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2장에서 제시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컴포넌트들을 응용하여 이런 저런 입력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글자판 종류별로” 분류하여 제시했다. 바로 두벌식, 두벌식과 세벌식 사이의 절충 방식, 그리고 pure 세벌식 이렇게 세 종류.

두벌식에 대해서는, 세벌식 입력 방식을 설계할 때는 거의 필요하지 않은데 두벌식이기 때문에 음절 구분과 관련해서 추가로 필요한 구성요소들을 소개했다. 초+종성 공유 낱자 결합 규칙이라든가 특수 도깨비불 규칙, 조합 종료 타이머가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절충 방식에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범용적인 기능을 활용하여 복벌식이라든가 신세벌식 같은 입력 방식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pure 세벌식은 초· 중· 종성이 모두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모아치기부터 시작해 무한 낱자 수정, 특정 낱자 바로 지우기 등이 모두 가능함을 보였다.

이런 식으로 세 개의 케이스를 나눠서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을 이번 논문 학기 때 최초로 생각해 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든다.
지금 프로그램의 도움말도 그 논문 스타일로 개편할 예정이다.

4장은 한글 입력기가 글자 입력 자체의 범위를 넘어서서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는 텍스트 변환이나 검색 기능을 다뤘다. 잘 알다시피 낱자 재결합이라든가 한글-영타 변환 같은 것 말이다. 한글을 입력하면서 활용 가능한 알고리즘은, 이미 입력된 한글에 대해서도 일괄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5장은 구현체 소개로, 잘 알다시피 동일 엔진에서 편집기와 IME 모듈, 입력 패드라고 Windows 플랫폼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프런트 엔드가 다뤄졌다.

요컨대 논문은 앞으로 그 어떤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들더라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기술 기반을 닦아 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논문을 구성한 것은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내 자신에게 떳떳하고 정말 체계적으로 잘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감사의 글에는...

  • 너님은 학부 출신만으로 재능을 썩히기엔 너무 아깝다며 대학원 꼭 가라고 내게 독려를 해 주신 분.
  • 수많은 태클과 딴지를 통해 나의 학문적 방어력을 키워 주시고, 프로그램 매뉴얼을 일말의 논문처럼 보이게 기여해 주신 논문 지도교수님
  • 야간도 아니고 일반 대학원에 불쑥 입학해 버렸는데도 괘씸하다고 날 짜르지 않고, 학위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직위를 유지시켜 주신 회사 관계자
  • 2년간 동고동락했던 학교 입학 동기와 과 선배, 친구들

이 들어갔다. 위에 언급된 분들은 정말로 감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는

“끝으로, 한글 기계화의 선구자로서 우리 겨레의 은인이며, 특별히 제게는 책과 글을 통해 10대 시절부터 세벌식 한글 사랑 정신으로 큰 감화를 주신 고 공 병우 박사님의 영전에 이 논문을 바칩니다.”


라고 써 넣었다. 뭉클~~ 이 논문의 이념과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글쎄, 이것도 학교나 과에 따라서는 분위기가 다소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박사도 아니고 석사 나부랭이 주제에 뭔 학문 업적을 이룬 게 있다고, 세상사를 다 달관한 듯이 벌써부터 감사의 글을 논문에다 넣냐고 의아하게 보는 곳도 있다고 함. 하지만 우리 학교 우리 과는 안 그렇기 때문에... ㅎㅎ

논문 작성 과정이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작품은 이미 다 나와 있는데 그걸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힘들었는지, 온갖 스트레스에 머리를 쥐어짜면서 날밤 새기도 했다. (물론 논문 학기 중에도 코딩이 전혀 없었던 것도 또 아님)
하물며 연구 주제도 못 잡은 채 덜컥 논문 학기를 맞이한 학생은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

이쪽은 문과 기반인 협동과정이기 때문에 이공계 대학원처럼 연구실에 틀어박혀 사는 게 아니다. 석사 때부터 교수의 push를 받아 가며 공동 프로젝트 진행하고 학술지 논문 게재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위 논문 주제까지 정하는 형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은 랩비가 아니라 따로 취업을 해서 일하면서 벌고, 개인 사정 때문에 논문 준비를 못 하면 졸업이 n학기 수준으로 한없이 늦어지게 된다.
그래도 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다만, 창작의 고통보다 더한 걱정은...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차후의 연구 방향과 내가 하고 싶어하는 연구 방향이 미묘하게 어긋난다는 점이다.
디테일한 사항을 이 자리에서 얘기하지는 않겠으나,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금 석사 졸업은 시켜 주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나랑 코드가 안 맞을 거면 넌 내 밑에서 박사는 계속 못 한다” 처럼 좀 됐다. ㅜㅜ 어이쿠..

뭐, 말은 그렇게 하셔도 설마 제자를 그렇게 내쫓지는 않으시겠지... 나중에 입시철이 됐을 때 선생님 찾아가서 또 데꿀멍 좀 하면.. =_=;;
코스웍 이수하면서야 뭘 공부할 수도 있고 선생님이 원하시는 무슨 과제나 프로젝트를 하고 무슨 학술지 논문을 쓸 수도 있지만,

다음 학위 과정에서의 최종 학위 논문은 한글 글꼴을 주제로 쓸 것이다.
입력으로 시작해서 글꼴로 공부를 끝내겠다는 마스터 플랜은 사실 대학원 석사 지원하기 전부터 분명하게 생각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건 타협이나 양보를 할 수 없다.

2. 나의 적성과 정체성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넌 정말 천재다”, “네 능력에 겨우 지금 회사에서 그 연봉은 너무 아깝다”, “넌 공부 더 해야 된다.”, “대학원 꼭 가라. 유학 가라. 두 번 가라”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현재 겉보기 역량에 비해서 훨씬 작은 사회적 지위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역량들이 기성 사회 조직에서는 거의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의 스펙을 보고는 내가 모든 것을 뭐든지 잘하는 천재인 줄로 무척 오해를 하셨다. 카이스트 출신이니까,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혼자서 다 만들었을 정도니까 시험만 쳤다 하면 100점 받겠지, 이런 것 개발도 잘하겠지, 뭘 잘하겠지 등등...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나는 실제로는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밖에 잘하는 게 없고 그것 말고는 안중에 없다. ^^;;;;;

고집과 외곬수도 못 말릴 정도로 아주 강하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기존 학교나 대학(원),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소속되어 일하는 사람이 상상하거나 기대하거나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겠는가? 그건 애초에 1.0부터가 고3 때 수능 공부 다 때려치우고 만들어진 건데 말이다.

이런 집념에 비해서 나는 지금보다 더 빠른 컴퓨터를 만든다거나 SNS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미 있는 동향을 뽑아 낸다거나, 수학적으로 더 엄밀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만든다거나 기가 막힌 웹 표준 기술을 만든다거나, 심지어 스마트폰용으로 기가 막힌 게임 앱을 개발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전산학과 대학원에는 가지 않은 것이다.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런 진로의 특수성 고민 때문에
나의 다른 과학고/카이스트 동기들은 패스트 석· 박 통합 코스를 밟아서 지금의 내 나이가 되기도 전에 박사까지 다 마친 반면,
나는 인제 겨우 석사를 마친 수준인 것이다.

난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 같은 조직에 못 있는다. 의사, 변호사 같은 거 못 한다.
난 오로지 내가 붙들고 있는 아이디어를 다 작품으로 옮기기 전에는 단언하건대 다른 일은 죽어도 못 할 것 같다. 오로지 이것만 미는 수밖에 없다.;;

3. 소감 & 이후의 계획

- 대학원에 있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역시 국어 '운동꾼' 말고 실제 '학자'들이 한국어와 한글에 대해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럭저럭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일부는 내가 너무 편견에 빠져 있었고, 그렇게 특수하지 않은 현상에 너무 의미를 두고 집착하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아직 학부의 사고방식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던 입학 초기엔, “어? 한 학기에 최대 12학점밖에 못 들어? 대학원은 안 그래도 등록금도 학부보다 더 비싼데 이거 너무 적은 거 아냐?“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이야 그런 생각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지 오래이다. 한번 12학점씩 들어 본 뒤로는 다시는(앞으로 박사 마칠 때까지도!) 12학점씩이나 듣지는 않을 것이다. -_-;;

- 사전학, 텍스트 마이닝 등 언어학의 응용 분야는 역시 여러 학문 분야의 복합 성향이 짙다는 걸 느꼈다. 나의 관심 분야인 글꼴 쪽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 첫 학기 때 기본기 보충 차원에서 국문과 학부 수업을 청강했던 '국어 통사론' 과목은 나 같은 공대 출신 비전공자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 언어정보학 했다는 사람이 한국어 문법에 대해서 그래도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 그 외에 국문과 대학원 수업은 그럭저럭 강의 듣고 리포트도 안 뒤쳐질 만큼은 써 냈지만, 그릇의 크기의 부족으로 인해 내가 제대로 못 받아들인 내용도 적지 않았다.

- 우리 과에서 자체적으로 개설한 수업은 내용이 다채롭고 좋은 편이지만, 학생들이 워낙 출신이 다양하고 배경 지식 및 관심 연구 분야가 제각각이다 보니 국문과면 국문과, 전산학과면 전산학과 같은 단과 대학원 수업에 비해서 내용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 불가피해 보였다. 이것은 협동과정의 단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코스웍과는 별개로 나처럼 똘끼 충만한 학제간 연구 주제를 이미 갖추고 있는 사람에게는, 협동과정이 장점과 기회로 작용할 수 있겠다. ㄲㄲㄲ

- 원래는 사전 연구실에서 시작해서 전산 언어학, 말뭉치 언어학, 사전학 쪽을 표방하던 이 과가 이공계 협력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요즘은 점점 한국어 교육 쪽 비중만 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늘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떵떵거리며 잘 살고, 다른 나라들에게 꿈과 희망과 롤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국어 수요도 계속 있을 것이고 한국어 교사들도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 그래도 나는 이런 여건에 아무리 못 하더라도, 최하 마지노선으로 석사 학위는 있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앞으로 뭘 더 하든지간에 지난 2년간의 투자는 아깝지 않다. 이제 나는 개인적으로 한글 입력 소프트웨어에 대해 연구한 걸 대학원 세계에서도 당당히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 올해 하반기엔 일단 회사로 전업 복귀한다. 이번 논문 학기 동안 심신이 다소 피폐해졌다. 어서 컨디션을 추스리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 다음 버전(일단 6.7)을 올해 중에 내놓을 생각이다. 어서 이거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한 7.0 정도까지 만든 뒤에는 본격적으로 글꼴 연구 모드이다..

- 아니 그보다도, 앞으로 논문이 조만간 완전한 책 형태로 인쇄돼 나오면, 온갖 지인들한테 나눠 주면서 인사 드리고 만나서 노는 게 우선이다. 최하 50부 정도는 뽑아 둬야 할 듯.

Posted by 사무엘

2012/06/27 08:27 2012/06/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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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 우중(전 대우 그룹 회장) 씨는 경기고 출신인데 학창 시절에 좀 '놀아서' 서울대는 못 가고 연세대 상경과에 갔다고 한다.

2. 도올 김 용옥 박사(인문학자, 방송인)도 역시 학창 시절에 일탈도 하고 패싸움도 일삼을 정도로 좀 '놀았고', 특히 수학이 완전 바닥을 기는 바람에 서울대를 못 가고 고려대에 갔다고 한다.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형들은 다 KS(경기고-서울대) 라인에 교수가 돼 있는데 자기만 가문에서 학벌이 가장 안 좋아서 컴플렉스가 있었고 함. 그것이 훗날 그의 '학위 수집증' 기질에 영향을 준 것 같다.

3. 김 진우 교수(일리노이 주립대 언어학 명예교수, 연세대 석좌교수)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굉장히 잘 했고 원래 서울대 언어학과를 가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Catch Me If You Can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교통· 통신이 열악하던 옛날에, 하나밖에 없던 서울대 지원서가 어이없는 이유(가정사 관련..)로 소실되는 바람에 서울대에 지원 자체를 못 하고 차선책으로 연세대 영문학과에 가게 됐다고.
그래도 그 덕분에 최 현배 박사도 만나고, 지금은 서울대 대신 연세대 라인 인맥에 합류. 이분은 모교인 연세대에도 언어학과를 개설하고 싶어하는 1人이시라 한다.

4. 오 준호 교수(KAIST 전자공학)는 우리나라 최고의 로봇 전문가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카이스트' 하면 '휴보 로봇'이 떠오르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어릴적부터 기계 덕후였고 뼛속까지 공돌이였다. 당사자의 회고에 따르면, 공부에는 한동안 손을 놓고 지내다가 고등학교 때 수학에서 극한이라는 개념을 배우면서 공부에 순식간에 물미가 텄고, 교육과정을 다 따라잡았다고 한다. 흠좀무.
그러나 대학은 서울대 대신 연세대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독일어를 도저히 못 해서였다고 한다. -_-;;

좀 노느라 서울대를 못 간 바람에(3은 제외) 대신 간 학교가 연세대· 고려대급이라니 오늘날의 수험생들에겐 참 경악스럽긴 하지만,
옛날에는 대학 진학률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고 지방 국립대의 위상도 높았으며, SKY 그룹 안에서도 학교간 지원자의 학력 격차가 지금보다 더했음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오늘날처럼 재수· n수가 보편적으로 통용되던 시절은 더욱 아니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기업인인 1을 제외한 2~4는 모두 석· 박사는 외국에서 마쳤다.

그리고 4번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게 있는데, 외국에도 역사적으로 라틴어 때문에 학력 발목이 잡힌 유명인사가 꽤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나,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처럼.

끝으로, 본인은...
학부는 당시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을 가장 많이 인정해 주던 곳으로 가고,
대학원은 적성에 맞는 과를 찾다 보니,

서울대하고는 둘 모두 인연이 없게 됐다. 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2/02/01 08:52 2012/02/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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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 넋두리 외

오늘날 영어는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필수 매개체요, 좋든 싫든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 싶은데, 난 그나마 한국어 "보다"야 영어가 세계어가 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언문일치가 개떡인 점, 한국어와 구조가 너무 다른 점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어려울 뿐이지, 그나마 그 정도 굴절이나 그 정도 불규칙은 다른 언어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다.

그 반면에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는 높임법이나 다른 복잡한 요인을 차치하고라도, 언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대명사부터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안습한 언어이다.;;

1인칭: '날다'의 활용형(나는)과 충돌이 있어서 '날으는'이라는 기형적인 활용형이 어쩔 수 없이 쓰인다. 나/내, 너/네도 은근히 헷갈리지 싶은데, '내'/'네'는 이제 발음 구분이 안 된다. -_-;; (영어도 I와 eye가 동음이의어이긴 하지만, 문제될 상황은 거의 없다)

2인칭: you를 딱부러지게 옮기지를 못해서 님, 너님, 회원님, 고객님, 선생님 등등등등...;; 아 골치아파. (뭐, 영어는 2인칭에 단· 복수 구분이 없는 게 아주 기괴하긴 함.)

3인칭: 관형사 '그'가 3인칭 인격체 대명사처럼 굳어져 버렸다. 조사 없이 단독으로 쓰인 건 너무 어색하다. '그녀' 문제는 우리말 운동 진영에서 전형적인 떡밥이기도 하고... (반대로 영어는 he/she 성별 구분 때문에 굉장히 불편하긴 함. 그래서 단수까지도 they로 싸잡아 표현하기도 하고.)

요컨대 한국어는 1인칭과 2인칭 대명사는 불필요하게 쓸데없는 호칭만 너무 다양하고 자잘하게 발달해 버려서, 아주 neutral한 표현 하나를 콕 집어 쓰기가 어려우며,
3인칭은 관형사 '그' 말고는 어휘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서 가끔은, 하나님을 가리킬 때조차도 대놓고 you라고 깔끔하게 싸잡아 부르는 언어가 부러울 때가 있다. 불경스럽다고? 하나님은 그런 불경스러운 언어를 쓰셔서 절대무오 최종 권위 성경을 만드셨다! -_-;; 통념과는 달리, 킹 제임스 성경은 하나님이나 예수님을 가리키는 대명사(You, He)에 첫 글자 대문자 처리조차도 되어 있지 않다.

물론, 글 써 놓고 보니까, 뭐 영어도 만능은 아니어서 언어적인 flaw가 있긴 하다.
그래도 한국어는 대명사의 표현이 부족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런 대명사 없이 글을 어떻게 쓰고 의사소통을 어떻게 불편 없이 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내가 선조들의 삶의 방식은 공부 안 하고서, 그저 한국어가 영어 번역투로 잘 대응하질 않아서 찌질하게 징징대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본인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외국 장기간 체류 경험도 없는 사람은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단어를 종종 접하곤 한다. 이 단어가 실제로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다. 뜻만 알면 되니까 발음 기호는 보지도 않고, 이 단어는 어렴풋이 이렇게 발음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낚시였던 경우가 본인은 은근히 많았다.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와 대학원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니, 공과 대학 수업은 다들 영어 강의로 물갈이되어 있었다. 몇몇 단어는 교수님의 발음이 이상한가 싶었는데, 사전을 찾아 보니 교수님이 맞고 내 짐작이 다 틀려 있었다. -_-;; 그도 그럴 것이 공대 교수들은 거의 다 영어권 국가에서 박사 받고 온 분들이니까.

다음은 내가 생각하던 틀린 발음과, 실제 맞는 발음을 나열한 것이다. 수 년째 잘못 알고 있던 발음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단어를 실제로 입 밖에 내면서 외국인과 얘기를 주고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suffice: 서피스, 서파이스 (surface 내지 office 때문에)
merely: 멀리, 미얼리 (were 영향)
duplicate: 더플리케이트, 듀플리케이트
Reagan: 리이건, 레이건
geek: 지크, 기크 (당연히 gee 영향)
obtain: 압튼, 옵테인 (certain 영향)
adjacent: 앧저슨트, 얻제이슨트

즉, 본인은 대체로 단모음 위주로 발음을 예상한 반면, 실제 발음은 장모음인 경우가 많았다.
G 다음에 I, E, Y가 오면 거의 다 ㄱ 대신 ㅈ으로 소리가 바뀌기 때문에 생물학 용어인 '게놈'도 영어식 발음은 '지넘'이지 않던가? 그런데 사전을 찾아 보면, ge... 단어 중에도 ㄱ 발음이 적지 않다. 결국 발음을 알아맞히는 건 복불복인가 보다. -_-;;

장모음 ea는 대부분이 그냥 '이'인데, 가끔 '에'(sweat)인 경우가 있고, great나 저 대통령 이름에서처럼 '에이'가 되기도 하며, create에서는 아예 '이에이'라는 긴 발음이 된다. 그래서 프로토스 기본 유닛인 Zealot도 영어 발음은 '젤럿'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완전히 '질럿'으로 알려져 있다. ㅋㅋ

어찌 보면, 이런 판타지 같은 정서법을 끼고 사는 영어권 사람들이 참 골치아프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djacent는 프로그램 개발 관련 기술 문서를 읽느라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있던 단어인데, 본인은 10년이 넘게 '앧저슨트'라고 마음속으로 읽어 왔다. -_-;;

그래서 다국적 컴퓨터 회사인 Asus는 '에이서스'와 '아수스' 사이에서 발음이 난립하고 있다.
data는 '데이터'라고 읽지만, 툼 레이더의 여걸 Lara Croft는 '라라 크로프트'이다. '레이러' 따위가 아니다. -_-;;
영어권에는 단어를 발음하는 큰 줄기가 단모음식 아니면 장모음식으로 갈라져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워낙 미국물을 좋아해서 영어 발음도 철저하게 아메리칸식으로 공부해 왔지만,
영국에서는 진짜로 모음+R은 해당 모음을 장음화만 하고 혀는 안 굴린다. 단모음 A를 ㅐ로 전설모음화하지 않으며, ㅏ로 있는 그대로 발음하는 걸 좋아한다. 오오..;;
무엇보다도 영국에서는 모음+T+모음 사이에서 T가 R로 안 바뀐다. water는 그대로 워터이지, 워러로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F나 TH 같은 발음은 동일하며, 억양도 동일하기 때문에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가 무슨 표준 베이징 중국어와 광동어의 차이만치 심하기라도 한 건 절대 아니다.
사실은 킹 제임스 성경을 읽으면서도, 이걸 실제로 소리내어 읽는 소리는 어떻게 날까 적지 않게 궁금했다. 이놈의 thou, thee, -eth 어미를 원어민이 실제로 읽는 걸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며, KJV가 그렇게도 운율감이 좋고 읽기 편하다고 하는데 내가 그걸 실감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던 것이다.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해서는 의문이 좀 해소되어, 덜 궁금하다.

공대는 그렇다 치고 문과대 쪽으로 가면,--난 인문계와 이공계를 두루 섭렵하는 협동 과정 소속 ㅋㅋ-- 교수님들이 본인에 대해, 공대 출신이다 보니 문과 출신만치 체계적인 글쓰기 스킬은 부족한 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그런데 난 공대 출신 치고는 사실 문과 기질이 강하며,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만 아니었으면 지금과는 완전 딴판의 진로를 갔을 사람이었다...... 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래도 진짜 문과 교수님들이 보기에는 본인 같은 사람도 그냥 영락없는 공돌이인가 보다. ㄲㄲㄲㄲ

그리고 사실은 공대도 대학원에 가면 비록 성격이 문과와는 좀 다를지언정, 글쓰기가 많으며 심지어 랩미팅에 대비한 프레젠테이션도 많다. 실험을 해야 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특성상 펀딩을 받으려면 눈에 보이는 연구 실적이 많아야 하고, 고로 대학원생은 석사 들어가자마자 논문을 정말 미친 듯이 써 댄다. 그것도 모국어도 아니고, 이공계의 학술 공용어인 영어로 쓴다. 논문에 이름 실린 경력이 연예인으로 치면 filmography 같은 거다.

그 바닥은 랩생활을 하기 때문에, 공동 연구의 공동 저자로 낄 기회도 많다. 그러면서 이공계 논문 잘 쓰고 발표 잘 하는 법 같은 테크닉을 랩생활 하면서, 혹은 대학원 수업을 통해 공부한다.

- 단독 저자이더라도 논문의 1인칭 주어는 We이다.
- 결론은 Conclusion이 아니라 반드시 Conclusions라고 복수형으로 쓴다.
- 세속 글쓰기와는 달리 성 구분 없는 3인칭 단수를 (s)he 처럼 쓰지 말라. 차라리 they로 대체하거나,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다른 어휘를 고르거나 아예 문장을 다른 형태로 다시 써라.

이런 식의 팁이 엄청 많다. 이런 격식 있는 글쓰기 스킬이 하루 아침에 숙달될 리가 없으니, 지도교수한테 무진장 깨지면서, 또 아마도 랩 선배한테 코치를 가장한 갈굼도 당하면서 익숙해지는 거겠지...?

그나저나, 영어는 숫자 형태로 된 날짜나 시각을 말할 때 단위를 붙이지 않고 숫자만 연달아 읽는다.
그러면 “좀 있다 40분에 나가자. (지금이 6시 20분이면)” / “졸업식은 15일이다. (이 달 15일)” 이런 말을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은 없나? 주변의 영문과 출신 선배에게 물어 보니, 자기도 그 생각은 미처 안 했는데 아마 방법이 없는 듯하다고 대답했다.
그냥 무조건 “20분 뒤에 나가자” / “이번 주 금요일이다” 같은 식으로 형태를 바꿔야 하는지 궁금하다. at the n-th minute, on the n-th day 이런 표현은 안 쓰는 듯?

Posted by 사무엘

2011/09/03 08:35 2011/09/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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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를 떠난 교수들 외

본인이 학부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는 서 남표 총장을 주축으로 하여 내부 시스템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나 같은 학생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바뀐 제도도 꽤 되기 때문에, 병특도 휴학이 아니라 일찌감치 졸업을 해 버리고 간 것을 본인은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_- (본인은 최 덕인· 홍 창선 원장에서 시작해서 러플린 총장으로 끝난 세대이다.)

본인의 전공인 전산학과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 조교수였던 분이 부교수가 되고 부교수가 드디어 정교수로 진급해 있는 것을 홈페이지를 통해 보곤 했다. 또한 ICU가 진통 끝에 카이스트와 결국 합병되면서, 그쪽 인력의 유입으로 인해 예전에 못 보던 교수들 얼굴이 크게 늘었다. 정보통신부가 없어진 게 크게 작용했으리라.

200X년도에 스탠퍼드, MIT 등 굴지의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곧장 카이스트로 온 젊은 신임 교수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제는 교수가 돼도 정년 보장이 옛날만치 쉽지 않고, 주변에 온통 널린 게 천재들 뿐이니 연구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찮을 것이다. 서 총장이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엄청 쪼아대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샌가 카이스트를 떠난 교수도 보인다.
얼마 전엔 우연히 졸업생 조회 웹사이트에서 본인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그랬는데, 본인의 학부 졸업 논문 지도교수였던 분이 지금은 카이스트 교수 명단에서 보이지 않았다.

뭐, 학부 졸업 논문은 진짜 형식적이었고, 교수님이 내 리포트를 읽어는 봤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얼렁뚱땅 통과가 되긴 했다. 그래서 요즘은, 학부 수준에서는 졸논을 좀더 실무 위주인 현장 실습이나 졸업 프로젝트로 대체하는 게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의 전산과의 추세이다.
처음에 본인의 지도교수는 다른 분이었는데, 나중에 졸논을 쓸 무렵에 여차여차 하다 보니 저 교수로 바뀌었다. 어째서 하필 그분으로 배정됐는지는 그 과정에 대해서는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좀더 검색을 해 보니까, 그 교수님은 고려대로 전근을 가 계셨다. 오홋;;;
호기심에 옛날 교수들 검색을 더 해 봤는데, 굉장히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성균관대에 전직 카이스트 교수가 네 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2008~09년 무렵에 한꺼번에 저기로 간 것이었다. 본인은 학부 시절에 그 교수 4인 중 3인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어이쿠, 게다가 이것도 나 혼자 뒷북이었다. 성균관 대학교는 스마트폰 열풍 속에서, (그리고 아마도 이 건희 본좌님의 입김으로)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드웨어인 반도체에 이어서 소프트웨어까지 특성화?? 본격 IT 대학으로 거듭나려는 듯.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대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를 한꺼번에 네 명이나 스카웃해 갔으며, 이것은 이미 그 당시에도 큰 뉴스거리로 떠올랐다고 한다.

아마 대전 생활에 신물을 느꼈거나, 서 총장의 정책이 마음에 안 들거나, 반대로 성균관대의 파격적인 처우 제안에 끌렸거나... 그런 이유로 인해서 그분들이 전근 간 게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말:

1.
본인은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오지 않았고 병특 중에도 딱히 군대와 관련된 안 좋은 일을 겪은 적은 없기 때문에,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꿈-_-;;; 같은 건 안 꾼다.
하지만 한때는 아래와 같은 판타지 같은 꿈도 자다가 몇 번 꾸긴 했다.
-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 ISEF에 또 출전하는 꿈 (10년 도 더 전 일을..;; ㅋㅋㅋ)
- 병특을 마친 뒤에 카이스트로 3년 만에 복학하여 졸업 이수 요건 채우느라 고민하는 꿈 (아놔 나 3년 전에 졸업했어-_-)

2.
본인은 주임 교수가 국문과 소속인 협동 과정 대학원에 갔지만 학위 논문의 지도교수는 국문과가 아닌 컴퓨터과학과(전산과의 연세대 학과 명칭) 교수가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이곳의 교수들은 어떤 분이 있는지 틈틈이 찾아보고 있다. 본인의 코스와는 정반대로 학부는 연세대에서, 석· 박사를 카이스트에서 마친 교수가 한 분 계시는구나. 뭐 학번 차이는 본인과는 이미 까마득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내년부터는 국어학뿐만 아니라 컴퓨터과학과의 대학원 수업도 들을 예정이다. 본격 공학관에도 드나들게 되겠구나.

3.3.
그나저나 내 홈페이지 메인의 공개 사진을 바꿀 때가 되긴 했다. 공중파 TV에 출연한 화면이고, 분장도 아주 잘 돼 있는 데다 자막 내용-_-까지 여러 모로 아주 간지나는 모습이긴 하나.. 벌써 5년도 더 되어 너무 오래 됐고, 결정적으로 본인은 이제 카이스트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TV에 출연한 게, 2006년에 한글 관련 다큐에 출연한 게 마지막이니, 다음엔 철도 관련 다큐에서.. (ㅎㄷㄷㄷ) 자막은 당당하게 '연세대 언어정보학과'라고 말이다. 그런 화면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 듯.

그래도 대전과 카이스트도 언제까지나 내게 제 2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남을 것이다. 일반 대학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카이스트만의 그 학교 분위기와 프라이드(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_-)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9 09:39 2010/10/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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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이야기

이미 대문에도 올리고 몇 차례 알렸듯이, 본인은 연세 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9월 1일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이쪽 근황에 대해서도 블로그에다 글을 남길 필요를 좀 느낀다.

※ 학교 얘기

보통 대학들은 표어(표어? 교훈?)에 라틴어나 한자 나열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데에 즐겨 등장하는 '베리타스'(진리)라는 단어는 아예 차 이름으로까지 본격 등장해서 '제네시스'와 맞장 뜨는 중이다.
하지만 성균관대나 육사 같은 곳은 성향상 표어가 응당 한자(한자어도 아니고) 형태. 설마 육사 표어가 "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같은 라틴어 나부랭이이겠는가? ㅋㅋ

그런 학교들 중, 연세대는 기독교 계열 학교가 아니랄까봐, 표어로 간지나게 성경 구절을 쓰고 있다(요 8:32). 사실 성경 자체도 한때는 라틴어로 읽어야 간지 나던 시절이 있었지만, 연세대는 굳이 외국어를 쓰려면 그냥 NIV 성구로 대체하는 듯.

아울러 연세대의 상징 동물은 독수리이다.
딱히 성경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독수리로 제정한 건 분명 아니라고 들었다만,
표어가 요한복음 구절이고 요한복음은 에스겔서에 나오는 네 생명체(마;사자, 막;황소, 눅;사람, 요;독수리) 중에 예수님의 신성을 의미하는 독수리와 관련이 있으니... 웬지 묘하게 연결이 잘 됨을 느낀다.
학교의 상징색은 감청색(군청색)이라고 하는데,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노선색과 일치한다. 어??

연세대와 라이벌 구도인 고려대의 상징이 크림슨색 + 호랑이인 건, 워낙 옛날부터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에, 고려대를 전혀 다니지 않고도 알고 있었다. "민족고대" ㅋㅋㅋㅋ 어디서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는 의문이다. 하긴, 고려대는 아예 교표에까지 호랑이 그림이 있긴 하다.

※ 과 이야기

본인의 진학 컨셉은 완전 '짬뽕'이다. 문과와 이과 짬뽕. 이론과 실무 짬뽕..;;
계열이 정해져 있는 단과 대학원이 아니라, '언어 정보학'이라는 학과간 협동 과정을 선택했다. 잘 알다시피 국어학과 전산학 연계이다.
대학원은 자기가 공부할 걸 알아서 찾아서 연구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 곳인 만큼, 학부와는 달리 학과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코스도 개설하고 있다. 학과간 협동 과정 말고 산학 협동 과정이란 것도 있다.

이공계 대학원에는 한 과 안에 각 교수들마다 자기 전문 분야에 맞게 운영하는 여러 랩(연구실)이 있다. 가령 전산학과 대학원을 예로 들어 보면 그 아래에 데이터베이스 연구실, 컴퓨터 아키텍처 연구실, 네트웍 연구실, 컴파일러 연구실, 컴퓨터그래픽 연구실 등이 있듯이 말이다.
학과간 협동 과정은 각 과들이 그렇게 특화된 연구실과 같은 위상을 지닌다. 언어 정보학, 비교 문학, 언어 병리학 등.

본인이 간 이 대학원은, 학부를 본인과 같은 경로로 거친 사람이 흔히 선택하는 진로는 아니다.
좀 의외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랩 생활 하는 이공계 대학원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난 논문 쓸 건 이미 다 생각해 놓고 있으며, 대학원에서 하는 공부는 그 연구 아이템에 대한 학문적인 근거와 권위를 부여하는 활동 정도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교수 프로젝트가 아닌 내 연구와 내 개인플레이가 main이 될 수 있는 곳을 골랐다.

나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혼자 만들 정도의 실력을 갖춘 프로그래머치고는 솔까말 의외로 수학이나 전산학이나 전자 공학 덕후가 아니다. 내가 그런 공돌이였다면 어쩌면 철도 공학 연구하러 갔을지도 모를 일.
그렇다고 해서 촘스키 같은 골수 언어학자 기질도 아니고... 난 그냥 우리말과 한글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싶어서 이 길을 택했다.
논문 자격 시험도 알고리즘, 운영체제 같은 과목보다 말뭉치 분석, 형태론 같은 과목으로 응시하고 싶어서 말이지.. 그래도 여기는 논문 연구 분야에 따라서 공학 학위도 준다. ^^;;

※ 미래-_-

이공계 대학원은 맨날 랩에 출퇴근하면서 바쁜 대신에, 그래도 교수 밑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각종 기업 등 취업문도 넓은 편이다.
인문계 대학원은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하고만 싸우면 되고 널널한 대신에, 알아서 부업 뛰면서 학비 벌어야 되고, 취업문 좁고, 잘못하면 평생 보따리 장수 신세를 못 면한다....... 라고

본인은 알고 있었으나,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국내" 대학원은 이공계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유학파와 국내파 차별이 꽤 심하며, 유학파가 아니면 교수나 대기업 채용에서 완전 국물도 없는 모양이다.

내가 가는 분야는 유학을 갈 필요가 없는 곳이긴 한데, 그만큼 취업문도 좁고 학계 분위기도 아주 폐쇄적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단과를 선택한 게 아니고 협동 과정이다 보니 위상이 어중간하고, 학계로 진출하는 길도 더 좁을지도. 뭐, 그런 고민은 2년쯤 뒤에 석사 마칠 즈음에 박사를 계속 할지, 한다면 어디서 할지를 고민하면서 같이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석박사 정도 되면, 이제 대학 간판이나 학부 평점, 토익 점수, 해외 연수, 알바 같은 스펙 나부랭이에 연연하는 수준은 넘어서야 한다. 뭘 연구해서 학위를 받았으며 논문 주제가 무엇이냐, 무슨 교수 밑에서 무슨 학파-_-를 계승했나, 학계에서 무슨 활동을 했나가 main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알려진 '오답'들은 잘 피해서 최선을 다해 이 진로를 골랐는데, 이건 또 다른 오답이 아니라 정답이었으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정답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나름 연세대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협동 과정인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06 09:12 2010/09/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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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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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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